1984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20
조지 오웰 지음, 박준형 옮김 / 별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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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꼭 한 번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벤트에 당첨된 계기로 읽게 되었다. 1948년에 완성되고 다음 해에 출간된 이 작품은 미래 사회를 그린 것으로 회자되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한 무력한 개인이 거역할 수 없는 절대 권력자에 의해 사생활을 완전히 통제당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암담하고 불행한 일일까 오싹함이 몰려왔다. 더 이상 미래소설이 아니게 되었지만 오늘의 현실이 많이 투영된 작품이라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정치적인 목적의 글쓰기만이 생명력을 가진다는 그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세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작품의 무대가 되는 배경은 초국가 오세아니아. 오세아니아는 유라시아와 이스트아시아를 상대로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다가 동맹국이 되기도 한다. 윈스턴 스미스가 살고 있는 빅토리 맨션 주위에는 정부 조직인 진실부평화부’, ‘사랑부풍요부의 거대한 건물들이 모여 있다. 진실부는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과 예술을, 평화부는 전쟁을 맡고 사랑부는 법과 규범을 유지하는 일을 풍요부는 경제를 맡고 있다. 각 부의 이름만 그럴싸하지 허구의 인물 빅 브라더를 내세워 자신들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감시하고 통제하며 국민을 피폐한 생활로 내몰고 있는 주범이다.


 진실부의 기록국에서 일하는 윈스턴 스미스가 하는 일은 모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수정하는 일을 한다. 이 모두가 당이 원하는 일이며 명령이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까지 동원되어 24시간 감시를 당한 채 살아간다. 정형화된 한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굴복 외에는 없는 것일까. 자녀가 부모를 고발하고 그런 자녀를 교육을 잘 시킨 결과라며 칭찬하는 부모가 있고, 누군가의 교수형을 구경하며 즐기는 등 감시와 폭력이 일상화되어간다. 이 조직에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윈스턴은 일기를 쓰기 시작 한다. 들키면 사형이나 노동교화소형 2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도 있는 일대의 모험이다.


 어디든 설치되어 있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라는 기계에 속마음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도록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 관공서, 은행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은 어김없이 CCtv가 쉼 없이 가동되고 있으며,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은 위치 추적은 물론 개인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 훤히 보여주는 기계가 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오늘의 현실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욱 섬뜩했다.

 

 당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을 억제하여 금욕적인 생활을 맹세하게 한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면 스물 네 시간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유일한 목표는 유라시아 적군을 물리치고 간첩과 파괴 공작원, 사상범, 반역자를 추적하는데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더구나 신어라는 개념으로 단어를 줄이고 파괴한다. 그들이 신어 정책을 펴는 목적이란 사고의 폭을 좁혀서 사상범죄가 불가능해지게 하는데 있다. 이중사고를 훈련받아 충성심이 강한 당원으로 만드는데, 결국 모든 것이 당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것, 완벽한 진실을 알고 의식하면서도 정교하게 만든 거짓을 말하는 것무의식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이중사고이다. 당의 명령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당원의 눈 밖에 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된다.


 옳지 않은 세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간절한 마음이 닿았을까. 줄리아라는 여인을 만나 불안해하면서도 억압되었던 사랑을 하면서 잠시 행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려 윈스턴의 7년 동안의 행적이 감시되고 있었다는 말에는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거가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기록 속에 존재합니다. 과거를 적을 수 있어요.”

기록 속에 존재한다고? 또 그 밖에는?”

머릿속에 존재합니다. 인간의 기억 속에요.”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거지. 아주 좋아. 그렇다면 우리,

그러니까 당은 모든 기록과 기억을 통제하지.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도 통제하는 거야, 안 그런가?”(P372)


“(중략) 현실은 다른 곳이 아니라 인간의 머릿속에 존재해. 개인의 머릿속은 아니야. 그러면 실수를 저지르거나 곧 사라질 수 있으니까. 오직 당의 머릿속에 존재할 때만 집합적이고 영원히 존재할 수 있지. 당이 진실이라고 선택하는 게 바로 진실이야. 당의 눈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진실을 볼 수 없어.(후략)”(P373)


자유란 2 더하기 24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자유가 허락된다면 나머지도 따라올 것이다.’(P127)


공포와 증오, 잔인성 위에는 문명을 세울 수 없습니다. 계속 될 수 없어요.”

왜 안 되지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붕괴될 거예요. 스스로 망하고 말 겁니다.”(P403)


당신들은 실패할 겁니다. 우주에는 당신들이 모르는 정신이나 원칙 같은 게 있습니다. 당신들도 절대 극복할 수 없어요.”(P405)


 ‘어둡지 않은 곳에서 만날거라던 오브라이언의 예언처럼 그렇게 둘은 만나게 된다. 끝까지 맞서려했던 윈스턴은 무자비한 폭력과 고문에 두 손을 들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무력한 개인이 절대 권력의 힘에 의해 어떻게 무너져가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또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인 사랑, 행복감 등 개성을 말살당한 채 기계적인 인간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은 적어도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었다.


전쟁은 곧 평화이고

자유는 노예를 만들어내며

무지는 힘이 된다.


 당의 슬로건이라는 이 말이 지금도 일부 권력층의 힘이 되어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정치에 무지하고 무관심한 국민이 늘어날수록 그들은 속으로 환호를 지를 것이다. 적당한 관심과 알 권리를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윈스턴이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을 갖고 어떻게 미래와 소통할 수 있을까 걱정한 부분은 희망적으로 다가온다. 소설 속에서는 절대 권력에 의해 무너졌지만 그 정신만큼은 우리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억압되지 않은 자유와 소박한 행복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점점 복잡하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일독을 통해서 과거를 읽고 현재를 최선으로 살아가는 방법,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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