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와 꽤 친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긴 호흡의 책들을 읽느라 자주 읽지는 못하고 있다. 이벤트를 핑계로 이 책을 손에 잡았던 건 아주 오래전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책 성자가 된 청소부등 몇 권을 읽었던 기억, 2년 전 바쇼 하이쿠 선집을 읽었던 여운이 있어서다. 이 시는 잠언 시집으로 작자 미상의 시부터 이름난 시인, 문인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시들의 향연이 들어 있었다. 시를 소리 내어 읽고 필사를 하면서 더욱 더 감동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마음과 눈을 사로잡았던 몇 편의 시를 필사한 사진과 함께 소개해 보려 한다.

 

 

 

 

 

 

 예전에 내가 속해 있던 독서회의 선정 도서로 읽었던 조화로운 삶의 공동 저자였던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시를 만나서 반가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직업인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몸을 쓰면서 자급자족을 위해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최소한의 물건을 갖고 열심히 땅을 일군 다음 나머지 시간을 글을 쓰며 살았던 삶, 멋져 보이면서도 범인들은 감히 실천하지 못하는 삶이었다. 도시의 숲에서라도 할 수 있는 한 간소한 삶을 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따라해 보고 싶다. 너무 많이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마음의 평정을 잃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말이 와 닿는다. 근심 걱정을 떨치고 그날그날을 살라는 말,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인 것 같다.

 

 

 

 

 

 

 

<사진> 성장한 아들에게

 

 이 시를 읽다가 작년에 취업을 해서 집을 떠나 있는 큰 아이가 생각났다. 작자 미상의 시인데 화자인 엄마는 다 자란 아들이 곁에 없는 것, 어렸을 때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운 모양이다. 그림책을 읽어 달라고 했을 때 조금 있다 읽어 주마, 하고 미루기도 했다. 그렇게 바빴던 두 손이 지금은 너무 한가해서 하루하루도 너무 길고 그때로 돌아가 놀아주고 싶단다. 모든 것은 지나고 나서야 후회가 되는 것인가. 돌아보면 세월은 얼마나 빠른 것인지. 두 녀석이 방안 가득 레고를 쏟아놓고 종일 놀던 시절이 있었는데 레고도 어디 가고 세월도 흘러갔다. 코로나 때문에 계속 재택근무라는데 좋은 점도 있겠지만 참 답답하기도 할 것 같다. 나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너무 길다는 이 시의 화자에 비하면 행복한 건가. 하루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모른다. 어렸을 때 레고를 갖고 조물 거리던 그 손으로 엊그제는 나베를 끓여 먹는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어서 코로나 물러가고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렴, 아들아.

 

 

 

칼릴 지브란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20대 시절 엄청 사랑했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끼고 살았었다.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잃어버리고 얼마나 서운했던지. 여기서 만나서 오래 전 추억과 함께 만난 듯 반가웠다. 적당한 거리감은 연인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이 아닌가. 현악기의 줄들이 사원의 기둥들이 서로 떨어져 있듯이 우리는 서로의 조화로운 거리를 헤아리는 눈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사람도 시간도. 기쁨도 슬픔도.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을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라, 는 말은 현재에 충실하며 살라는 의미이겠다. 과거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현재를 제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담보 잡힌다면 그것도 어리석은 일이 되겠지. 적당한 선에서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꿈꾼다면 우리는 좀 더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지 않을까.

 

 

오랜만에 시집을 읽으며 필사를 하면서 의미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