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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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시가 나를 안아준다>는 ‘한때 죽음에 가닿았을 만큼 심각한 불면증을 앓았’다는 저자가 사랑한 시 모음이다. 시가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주었고, 탐구하고 시를 쓰면서 인생의 많은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우리 독자가 행복해질 차례다. 누구나 나의 슬픔, 고통이 제일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매일 밤 시를 읽으며 ‘당신이 정말 행복하면 좋겠다. 외롭고 힘들 때 이 책이 당신을 꼭 끌어안아줄 수 있으리라’는 저자의 강렬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시와 가장 친했던 적이 언제인가 생각해 본다. 고교시절 이었을 거다. 국어선생님은 방학과제로 자신의 애송시를 모아서 자신만의 시집을 만들어 제출하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좋아했던 시, 그것도 한국시인의 시를 제1부에 외국시를 제2부에 넣고 사이사이에 그림도 그려 넣고 그것을 몇 번이고 수정하고 살펴보면서 흡족했었다. 제본 테이프를 사다가 마무리해서 제출한 결과 제일 상위점수인 A를 받고 아주 뿌듯했던 기억... 그 추억의 결과물을 한동안 갖고 있었는데, 언제 없어진지 모르게 없어졌다. 그 후로는 띄엄띄엄 시를 접했다.

 

 

끝남에 대한 고통이 닥치기도 전에

미리 괴로워하면 삶이 망가져간다.

끝나기 전까지 가능할 수도 있는 삶이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한 가지에 관한 것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에 관한 것

 

 

한쪽이라도 부정한다면

이는 삶을 부정하는 것

 

 

그렇기에

기쁨과 슬픔

그 둘에게 조용히 대답한다.

“네.”라고

-주디 브라운(p188)

 

삶이 있는 한 기쁨과 슬픔은 한 몸이다.

그렇기에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부정하지 말고 간결하게 “네.”라고

이 얼마나 심플한 말인가. 고민하고 이리저리 잴 것이 없다.

아침은 또 밝아온다. 하지만 그 아침은 무한하지 않다.

내가 살아 숨을 쉬고 느낄 수 있을 때까지이다.

 

 사람에게 묻는다

 

땅에게 물었다.

땅은 땅과 어떻게 사는가?

땅이 대답하기를,

우리는 서로 존경합니다.

 

 

물에게 물었다.

물은 물과 어떻게 사는가?

물이 대답하기를,

우리는 서로 채워줍니다.

 

 

사람에게 묻기를,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스스로 한 번 대답해보라.

-휴틴(p216)-

 

 저마다 자연은 자연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존재의 이유가 있다.

땅, 물 등 자연은 그냥 거기 있다. 그들은 서로 빼앗고 다투지 않는다.

태초부터 받은 것을 온전히 인간에게 내어주기만 한다.

오직 인간만이 남의 것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의 앞으로의 삶은,

사람은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되새기면서 살아야 하리라.

 

 누구든지 여러 가지 이유로 잠 못 드는 밤이 있을 것이다.

시를 두 번 세 번 낭송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이 시 모음은 밤, 고독, 사랑, 감사, 희망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평소 접하기 어려운 예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은 기분 좋은 덤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털고 따뜻하게 마음을 보듬어주는 시 속에 빠져 보자.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다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구나, 안도하며 새로운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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