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뇌 - 뇌는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삶을 원한다
한소원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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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만나게 된 뇌과학 이야기다. 국내의 대표적 인지심리학자가 심리학과 뇌과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오클라호마주립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10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다가 현재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베이스기타 교습을 받고 합창단 활동을 하며, 이른바 공부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읽었던 뇌과학 관련 저자와 달리 이런 예술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점도 흥미를 끌었다

 

 

 

 

 

책 표지 그림이 참 예쁘다. 사람의 얼굴 모양에 들어있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자라는 형상이 변화하는 뇌를 비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계를 인정하면 행복해진다.

 

 심리학과 뇌과학 이야기 외에도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과정이라든가 개인적인 경험이 곁들여진 이야기라서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흔히 암 진단을 받으면 그 자체로 공포심을 느낀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저자는 흔히 있을법한 하필이면 왜 내가? 라는 원망 한번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충격적이었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인정하기로 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강의를 계속하였고 합창단 활동이나 악기 연주를 하는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바로 한계를 인정하고 초긍정의 마음으로 목적있는 삶을 살았기에 건강과 행복을 되찾았다고 생각되었다. 자주 회자되고 있는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게 했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항상 죽음을 기억하는 자세와 태도로 살아간다면 현재에도 충실할 수 있고 그만큼 행복을 느끼는 횟수는 증가할 것이다.

 

뇌는 불확실함을 먹고 자란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편한 것보다는 편안한 것,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추구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예일대학교 뇌과학자들이 원숭이들을 연구한 사례에서는 불확실한 환경에서 뇌의 전두엽이 더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불안정한 환경과 안정적인 환경 두 가지 실험 중 불확실한 환경 조건일 때 두뇌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이것은 뇌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이었다니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더라도 긍정의 마음을 갖고 헤쳐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뇌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뇌과학을 접하고 알았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외모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병을 치료하기도 하고 병이 심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UCLA에서 심리학과 면역체계를 연구하는 스티브 코울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바바라 프레드릭슨 교수팀은 쾌락적 행복의미 있는 행복이 각각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쾌락적 행복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스트레스 상황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반면, 의미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집단은 면역과 유전자 발현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저자의 경우로도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과정에서도 강의를 계속하고 평소처럼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노화와 관련된 연구 결과 뇌는 스스로 자신을 보완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은 좀 더 질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폴 발테스(Paul Baltes)는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전략으로 선택, 최적화, 보완을 제시했는데 영문의 첫 글자를 따서 SOC이론으로 불린다. 생명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많은 일 중 최적의 것을 선택하고 뇌는 스스로 알아서 보완을 한다는 내용이다.

 

뇌는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하는 삶을 원한다.

 

 운동이 건강에도 좋지만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험을 통해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던 유산소운동을 꼽고 있으며 적어도 30분 이상을 해야 한다. 또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도 아름답고 정열적인 댄서로 살아가는 지인의 이야기나 머리에 총탄을 맞아 언어 능력을 상실했지만 피나는 재활 훈련과 음악치료를 통해서 단어를 연상하는 능력을 찾아냈다는 사례를 얘기한다. 그의 재활을 담당했던 음악치료사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뇌 영역은 뇌 전체에 있기 때문에 실어증 환자도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뇌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뇌의 어떤 부위가 손상되었어도 손상이 되지 않는 다른 부위 주변으로 새로운 경로를 만드는데, 그 능력이 바로 뇌 가소성(neural plasticiy)이라고 한다. 뇌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기분이 가라앉을 때나 틈만 나면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경쾌한 음악이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과 춤, 리듬을 뇌가 그토록 좋아한다니 더 자주 듣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죽기전까지 발전한다.

 

 4부의 내용에서는 사람은 죽기 전까지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흔히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 예를 자주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기능적인 설명을 위한 것일 뿐 뇌와 컴퓨터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아마도 뇌는 변하지 않는다는 오해가 고정관념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이런 비유가 생긴 건 아닐까. 뇌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뇌의 일부가 손상되어 신경세포들이 죽으면 그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다른 뇌세포가 맡아서 한다는 의미가 뇌 가소성이다. 뇌 가소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뇌의 부위는 학습이나 기억과 관련된 해마다. 이 해마에 관련된 사례는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의 해마가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크고 운전 경력이 증가할 때마다 해마의 크기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는 참으로 흥미롭다. 또 절반의 뇌를 갖고 있던 천재 미셀 맥(Michelle Mack)의 사례는 기적이라고 할 만큼 경이로운 이야기였다. 태내에서부터 뇌졸중을 앓다가 좌뇌 없이 태어났는데, 재활 훈련을 통해서 직업도 갖게 되었고 자택 근무를 하면서 정상인처럼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 손상된 좌뇌의 역할을 우뇌가 맡아서 한 결과라니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유연한가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뇌졸중을 앓게 되면 팔다리가 마비된다. 몸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기관이 손상되었으니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면 끊임없이 반복해서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재활이 이루어지는데 뇌가 다쳐서 팔다리를 못 쓰게 되었지만 반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서 뇌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뇌의 유연성을 설명하는 좋은 예가 되겠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의학과 과학이 발달했음에도 왜 치매 환자는 더 늘었을까. 우리의 정서로는 남을 너무 의식하거나 참고 살았던 문화적 분위기 탓도 있지 않았을까. 치매는 뇌와 관련이 아주 깊은 부분이니 뇌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경험을 통해서 계속 변한다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만남과 학습, 운동 등 움직임을 통해서 최적화 된다고 했다. 뇌는 우리 몸의 일부이지만 삶의 총체적인 주인이나 마찬가지다. 뇌에 대해 제대로 알고 활용한다면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뇌과학에 흥미가 있거나 뇌와 마음의 관계를 알고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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