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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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의학을 기초로 한 작품은 즐겨보는 편이다.

물론 그런 드라마의 대부분은 로맨스가 주를 이루고 거기에 양념처럼 살짝 병원에서의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그곳의 긴장감이 좋았던 것 같다.

의학을 소재로 하는 소설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대부분의 의학 소재 소설은 스릴러 장르가 많아 특히 더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 울지 마 인턴은 현직 의사가 쓴 소설이라는 특이점도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놨다는 점, 이런 소재의 작품 대부분이 휴먼이나 힐링으로 가닥을 잡는 것에 비해 그런 부분을 많이 배제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눈앞에서 형이 쓰러졌음에도 아무도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황망하게 보낸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한 채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메노 류지

그는 자신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의사가 된다.

하지만 인턴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그가 느낀 건 자신은 의사가 맞지 않는다는 자괴감과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괴로움뿐...

도대체가 선배 의사가 하는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어렵고 헷갈리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자신의 판단으로 환자는 생사가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류지가 교통사고로 실려온 다섯 살 아이를 담당하면서 그 아이가 죽음과 힘겹게 사투를 벌여 결국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는 모습이나 젊은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의사로서의 무력감을 느끼는 모습은 의사도 우리와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걸 새삼 자각하게 한다.

특히 아흔이 넘은 위암 환자를 통해 살 날이 많지 않은 환자라 해도 삶의 질을 위해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그냥 통증만 완화시킬 뿐 별다른 조치 없이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지와 같은 케이스는 존엄사나 죽음의 자기결정권과 연관되는 부분도 있어 우리 사회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모든 과정을 다 배운 전문의가 아닌 이제 갓 의사의 길로 접어들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서툰 인턴을 내세워 마치 일반인과 다름없는 시선으로 의료현장을 보여주는 데 그게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선배 의사와 전문의의 지시사항을 따르면서도 내내 마음속으로는 허둥대고 환자 앞에서는 표시를 안 내려고 죽도록 노력하면서 선배 의사가 왜 이런 처치를 내리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민하고 갈등하는 류지의 모습은 전문적이고 냉철하게만 보이는 의사를 보다 인간적으로 느끼게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허둥대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의사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류지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왔던 의사상에 가깝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류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춘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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