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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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않는 청춘이 어디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혹은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후회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갈수 잇다면 과연 다시는 후회가 남지않는 선택을 할수 있을까?

그 부분에는 장담하기 힘들다.그 당시에는 분명 옳은 선택을 한다는 확신이 있어서 한 것이지만 세월이 흘러보면 잘하다고 한 선택이 오히려 화가 되고 실수라고 생각햇던것이 오히려 복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종종 봤기때문이기도 하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증명시리즈중 이번에 국내 처음으로 번역된 `청춘의 증명`

과연 무엇으로 그 어리석지만 찬란한 시절을 증명할수있을까?

전 후 뒤숭숭한 시절..사랑하던 여인과의 밤데이트에서 칼을 든 남자를 만나 위험에 처하게 된 가사오카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그녀를 지켜주기는 커녕 그런 그들을 도와 위험속으로 뛰어든 경찰관의 도움 요청조차 외면해서

경찰관은 칼에 찔려 사망하고 그런 그의 모습에 `비겁하다`는 채찍과도 같은 말을 남긴채 그녀는 떠나버린다.

그 사건 이후로 그의 귓가를 맴도는 비겁하다는 그녀의 말이 가시가 되어 잘 다니던 좋은 직장도 때려치우고 경찰관의 길에 접어들어 그에게 큰 상처를 주고 인생을 변화시킨 불량배를 찾으려고 하지만 어느새 어영부영 세월이 흐르고 그렇고 그런,그저 시간을 때우며 월급을 받아가는 형사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그런 그에게 운명처럼 한 사건이 다가오는데...

마치 오랜세월 잊고 살았던..그로 하여금 평생을 비겁자로 느끼게 했던 그 남자와 비슷한 사람이 죽은 사건은 다시금 그에게 경찰이 되었을때의 각오를 되새기게 하면서 그로 하여금 사건에 뛰어들게 만든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그런만큼 오히려 자의식은 강해서 마치 자신만이 옳다는 절대적 확신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그 평가에 재고할 여지를 주지않는 인색한 시절...되돌아 생각해보면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던 그때가 청춘이 아닐까 싶다.나이를 먹고나서 좋은 점은 그런 절대적 확신에 대한 판단이 조금은 유연해지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조금은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는 것이다.

`절대로 그런일은 있을수 없다`는 건 더 이상은 없다는걸 알게되었다는 점도 나이먹어 깨달은 것중 하나

그래서 세상에 영원한 것도 없고 절대적인 악도 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됐지만 젊은 시절엔 오로지 하나의 선과 정답만이 존재한다고 믿엇기에 나이든 사람의 충고조차도 구태의연한 소리로 치부했었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갚기위해 평생을 노력한 가사오카라는 사나이는 잠시 잠깐의 비겁한 외면으로 인생이 뒤바뀌고 또 그런 자신을 직시하지못해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우를 범한 불행한 사나이다.

그리고 그런 애인의 비겁한 행동에 일갈하고 날카롭게 평가하며 떠났던 그 여인의 올곧음은 자신의 아들문제에 있어서는 외면하고 회피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녀와 같은 잣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뭐라하기도 힘들다.자신의 한마디로 다른 이의 인생이 바꿔버렸다는걸 인지하지못한 그녀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과 글로써 자신도 모르게 다른이의 가슴에 상처를 줬을까? 생각하게 된다.

세 가족의 얽히고 또 얽힌 이야기..

결국 다른 이의 한마디 말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사람보다 약삭빠르게 모든걸 자신위주로 편리하게 해석하고 남의 말에 상처따윈 받지않는 사람이 평탄한 인생을 걸어가게 된다는걸 알게하는 `청춘의 증명`

가엾지만 한심하기도 한 가사오카라는 사나이...그의 일생이 씁쓸하고 안스럽기도 하다.

모든것은 결국 처음으로 돌아온다는 걸 믿기엔 세상의 때가 너무 묻어서인지 오히려 소설속의 결말이 더 와닿는다.

현실은 소설과 다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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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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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시에 비가 내리면 이상하게 그 비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쓸쓸함과 외로운 맘이 들게 한다.

곡식을 살찌우고 풍성하게 해주는 시골의 비와 달리...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일본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히메카와 시리즈의 제 4탄 `인비저블 레인`

여형사라는 소재도 맘에 들지만 그 내용 또한 매 시리즈마다 파격적이고 독특한 사건들 속에 인간애와 부성,그리고 갖가지 인간 군상의 모습을 특유의 따듯함이 깃든 필체로 풀어내는 `스트로베리 나이트`

첫 시리즈의 강렬함이 인상깊었는데... 이 시리즈 갈수록 더 맘에 든다.

야쿠자로 밝혀진 한 남자가 살해되고 사건전담반이 꾸며지지만 이번 사건의 피해자 신분의 특성상 수사과 만이 아닌

조직범죄대책부와 공조 수사를 해야하는 상황

그의 신분때문에 애초에 사건을 조직간의 암투로 보는 경향이 짙어 그쪽으로 수사를 몰고가는데 엉뚱한 남자를 지목하는 전화가 오고 그 용의자의 이름은 경찰 내부를 긴장시키며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히메카와는 오히려 그 새로운 용의자인 야나이 켄토를 조사하게 되고 그의 과거가 죽은 피해자와 얽혀있음을 알게 되지만 이런 그녀를 주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사건조사를 방해할려는 경찰간부의 위협도 막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남자를 두려워하는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 마키타는 히메카와를 격하게 동요시키는데...

시리즈의 첫편이 강하면 그 뒷이야기에 대한 우려가 있는것도 사실인데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 시리즈중 하나가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리즈이다.

소울 케이지가 강한 부성애로 읽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해줬다면 이번 `인비저블 레인`은 가슴아픈 과거에 발목 잡힌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 이야기로 애절함이 강하게 남는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로 늘 남자와의 사이가 어색하고 곁을 주는것에 어려움을 느끼던 그녀 히메카와를 정신없이 끌리게 만든 남자 마키타의 출현은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 키쿠타라는 존재를 단숨에 밀어내는 역활을 할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가슴아프게 와닿는 부분이다.

누나를 구해주지못한 죄책감에 인생이 굴곡져버린 남자 켄토도 불쌍하고 모처럼 가슴떨리는 대상을 만났음에도 미적거리다 놓쳐버린 히메카와와 마키타도 불쌍하고...닭 쫒던 개가 되버린 눈치없는 남자 키쿠타도 안됐고...나오는 사람 모두가 불쌍하고 안타가운 인생들이다.마치 우리네처럼...

비정한 도시에 소리없이 내리는 회색비는 이렇게 모두를 쓸쓸하고 외롭게 만든다.

이 다음 시리즈에는 무슨 이야기를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리즈중 제일 맘에 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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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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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고대마야문명의 달력이 유명세를 탔다.

2012년이 고대마야인들의 달력에서 지구멸망의 날로 책정됐다는게 화제가 됐고 그 날은 전 세계 언론인들의 관심만 집중되어 오히려 비웃음을 샀던...1999년을 필두로 수시로 지구멸망을 암시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예언이 이제껏 맞은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재미로 듣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게중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인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지구멸망의 날이라는 말에 현혹되지않는다.그럼에도 지구 가까이 다가오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와 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지구멸망을 초래할것이라는 말은 어느정도 신빙성을 띠고 사람들 마음속에 불안감을 심어놓는데 성공했다.나 역시 지구가 멸망한다면 행성과의 폭발로 인한거라 생각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히기시노 게이고는 이런 보편적인 사람들의 생각과 다른 지구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운명을 가른 13초..과연 그 13초란 시간은 어떤 일을 할수있을까?

정부의 총리에게 긴급한 보고가 올라온다.미 대통령도 알고 있다는 사실...

그 내용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될수 없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지구의 운명을 바꿀수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데 문제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과학자들도 그 해답을 알수없고 구체적으로 어떤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이 모두를 더욱 불안케한다.

일선에는 그저 3월 13일 오후 1시 13분 13초 전후로 위험한 일은 하지말라는 지시만 내릴뿐이어서 모두가 어리둥절한 가운데 작전 수행중이던 구가 세이야는 작전과 상관없이 단독으로 행동을 해 위험해진 동생이자 말단 형사인 후유키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다 총격을 당하고 후유키도 총을 맞고 정신을 잃지만 정신차려보니 모두가 사라져있다.

순식간에 사라진 사람들..충격에 빠져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오로지 이 세상에 홀로 남은것에 두려움과 어리둥절함을 느낀 후유키는 이윽고 다른 생존자들을 찾게 되지만 모두가 어리둥절한 상태인데 형인 세이야도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그들 모두는 살기 위해 안전한곳을 찾아 이동하는데...

눈앞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만 홀로 남는다면 그 살아있음에 감사할것인가? 아님 홀로 남아있게 된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운명에 원망을 할까? 아마 처음엔 살아남았음에 감사하지만 이후엔 왜 혼자만 남겨둔것이지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지않을까싶다.이 책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역시 게이고의 필력은 대단해서인지 그들 생존자들의 갈등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다.그리고 그 들 무리에서도 결국은 리더가 나오게 되고 그 리더의 인솔하에 생존을 하기위해 노력하지만 인간의 한계란게 위기에 봉착하면 결국 드러나기 마련인지라 이들 역시도 계속된 위기에 분열한게 되는데 그 과정이 설득력있게 그려져 있어 그들 모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먹을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사회에서의 지위에 연연하여 아직도 그 권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주변에 민페를 끼치는 사람,그리고 리더에게 불평을 표출하면서 무리에서 계속 잡음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런 무리를 끌어가면서 너무나 완벽한 인간성에다 인내심까지 가지고 있어 오히려 인간적이지않게 비쳐지는 세이야라는 인물은 지나칠정도로 희생정신도 강해서 솔직히 피곤함을 느끼게 하는 인물의 표상이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실수도 하고 뒷일을 생각지않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그의 동생인 후유키에게 개인적으로 더욱 매력을 느끼게 한다.바뀐 세상속에서 그들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바뀐세상에서는 다른 가치관이 적용된다는 게이고의 생각은 나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남들도 생각할만한 소재를 가지고 그만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이고...역시 대단한 작가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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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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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행운은 과연 진짜 행운일까? 아님 행운의 모습을 한 독일까?

얼마전에 뉴스에서 복권당첨이나 로또 당첨으로 이른바 대박을 맞은 사람들의 그 후일담을 기사화한걸 본 적이 있는데..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이 거의 폐인수준이나 쫒기는 사람 혹은 파산자들이 많고 가족과 연을 끊은 사람도 많았다.

대체로 그렇게 큰 돈을 평소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내려진 갑작스런 돈벼락은 그들에게 감당키 어려웠나보다.

가정이 깨지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자며 꾀는 사람들때문에 친구관계나 인간관계도 엉망이 된 그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복권 당첨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온 악마의 유혹이었던 셈이다.

이 책 `죽은 자들의 방`역시 갑작스럽게 다가온 돈의 유혹앞에 굴복해서 모든걸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인자의 이야기보다 더 처절하고 냉혹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익숙하지않은 프랑스의 스릴러물이란 점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비고와 실뱅은 갑작스런 해직을 당한 후 재취업을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다 그 보복의 일환으로 자신들이 다녔던 회사의 담벼락에다 저주의 말과 욕설을 속시원하게 휘갈겨 쓴다.그리고는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적고 풍력발전기가 시끄러운..마치 활주로와 같은 도로에서 전조등을 끈채 시원하게 내달리다 그만 사람을 치여죽인다.

차는 실뱅의 차지만 운전한 이는 비고이고 둘은 신고하는 문제로 티격태격거리다 발견하게 된다.200만 유로가 든 돈가방을

비고의 지시대로 주변에 흔적을 지우고 그 돈을 가져오지만 그 돈이 한 장애아 소녀의 몸값임을 전혀 모른채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발견된 소녀..멜라니는 미소를 지은 얼굴에다 정성들여 빗질한 머리 그리고 목구멍엔 늑대의 털이 있는 상태로 죽은 채발견되고 뺑소니로 죽은 사람은 멜라니를 구하기 위해 돈을 갖다주러간 그녀의 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경찰들은 사건해결이 급해지는데...

우리보다 훨씬 여성들의 목소리가 크고 권리가 잘 보장됐다고 생각했던 유럽의 프랑스도 특정 직업군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을 받는것 같다.갓 쌍둥이를 출산한 여형사 뤼시에게는 그녀의 능력과 상관없이 늘 경찰서 내에서 허드렛일이나 사무적인 일만 하게 하고 마음대로 서류나 사건현장을 볼 권리조차 없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그런 그녀에게 이 사건은 하나의 계기가 되고 평소부터 관심가지고 꾸준히 공부했던 프로파일링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 사건들을 반기는 자신의 모습과 그런 자신에게 역겨움과 죽은 소녀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이중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평소에 담당하고 싶었던 사건을 만나고 사건에 참여하게 되어서 느끼는 기쁨과 희열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모습과 차이가 없다.그 소녀들이 안되긴했지만 내 가족이 아니 제3자의 일이기에 막연한 동정과 한발 떨어진 관찰자로서의 시선으로 바라볼수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여기에 이 사건을 잘 해결한다면 앞으로는 서류작업이나 별볼일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지않아도 될것이란 기대도 있기에...

그리고 불쌍한 남자들..

한 순간의 유혹에 져서 결국은 모든걸 잃고 마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그들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고 부정적인 상황이기에..그리고 엄청난 돈가방의 유혹에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사건현장은 그들에게 충분히 유혹적일수밖에 없는것 같다.물론 그중에서도 비고의 잔인함은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자신도 몰랐을 내면의 악의 모습이기도 한데...결국 인간에게는 넘어선 안되는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잔인하고 잔혹한..마치 막심샤탕의 소설을 보는것 같은 장면들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이런 부분에선 은근히 부정적인 나에겐 좀 안맞는것 같다.

그럼에도 두개의 사건이 엉뚱하게 하나로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고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오는 과정이 재미있는 소설이었다.하드보일드하고 특별한 사건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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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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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제목의 프랑스영화로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당시의 나에겐 어처구니없고 납득하지못할 결말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뒷맛조차 찜찜함을 남겼던 영화였다.

어린마음에 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한것인지 너무나 이기적인 선택이고 납득하지못한 선택이라 더욱 짜증이 났지만 대부분 프랑스영화의 결말이 우리상식과 다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대부분이라 이 영화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애써 납득하며 넘어갔었는데 이책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보면서 새삼 그 영화가 떠올랐다.

아마도 어린나이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젊은 시절 내가 그 영화를 보며 납득을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하거나 짜증이 날수도 있을것 같다.그만큼 기존에 우리가 아는 사랑이라는 것과 많이 다른 형태의 파격적일 정도의 사랑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누카타 마호카루의 작품은, 예순을 훌쩍 넘긴 세상을 많이 경험한 노령의 작가만이 쓸 수있는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을 그저 DVD를 빌려 몇편의 영화를 보는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 토와코

자신보다 열 다섯살이나 많은 남자이자 자신이 지독히도 혐오하고 경멸해마지않는 남자 진지에게 모든것을 의탁하며 그저 기생하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현재모습에 대한 자각이 없는듯 진지에게 한없이 마구 대하고 있고 그런 토와코를 곁에서 보살피며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로 그녀의 안부를 확인해대는 남자 진지의 모습은 그녀의 태도에 상처를 받거나 아랑곳하지않고 그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눈치를 보기 바쁜 비굴하기 그지않는 모습이다

그녀 토와코는 자신을 냉정하게 내친 전 남자친구 쿠로사키를 잊지못하고 늘 진지와 그를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면서 진지도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상처를 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게 되면서 진지와의 생활에도 긴장감이 흐르는데..

 

너무나 경멸하고 혐오하면서도 그런 그의 곁을 떠나지도 떠날생각도 하지못한채 그저 자신의 몸을 의탁한채 부유하며 기생하며 살아가는 토와코란 여자가 매력적으로 비쳐질리 없지만 그런 그녀에게 헌신하며 눈치를 보는 진지라는 남자 역시 매력적이거나 공감이 가지않는다.그럼에도 진지라는 캐릭터는 마치 주인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지길 바라는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 들어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는 게 진지라는 캐릭터의 특징인것 같다.

어렸을때부터 가난하여 늘 먹을것이 부족해서 배고픔에 허덕이던 그가 나이가 들어 자신이 번 돈으로 음식을 사 먹을수 있을때가 됐음에도 음식앞에선 늘 허기진듯 배고픈듯 허겁지겁 먹어대고 그래서 늘 여자들로부터 경멸적인 시선을 받던 그에게 토와코는 마치 어린시절 자신이 몰래 키우던 그 게와 같다는 토와코의 자조적인 관찰은 이 글 전체를 통하는 진지와 토와코의 이상한 관계를 제일 잘 요약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 흔한 장난감도 하나없고 오롯이 자신만의 것을 가져보지못한 진지이기에 자신이 먹을것도 거처할곳도 마련해 주고 모든걸 보살펴줘야할 토와코는 자신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늘 부유하듯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토와코에게 현실에 굳건히 버티고 서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지야말로 이상적인 짝이 아닐까 싶다.토와코의 경멸에도 불구하고

흔하게 보는 사랑의 형태가 아닌 어쩌면 아버지와 딸과 같은 한 쪽으로 치우친 맹목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에 묘하게 공감도 가고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일치감에 동화되어간다.

파격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가의 글이 그래서 늘 논란에 서게 되는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섬세하고 세심한 심리묘사에 어쩔수없이 빠져들게 한다.결국 사랑이란건 정형화된 틀도 당위성도 없기에...

아마도 젊은 사람들보다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조금은 그 비틀린 사랑에 동정을 때로는 연민을 가질수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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