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아주 오래전에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는 제목의 프랑스영화로 너무나 사랑했던 연인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당시의 나에겐 어처구니없고 납득하지못할 결말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뒷맛조차 찜찜함을 남겼던 영화였다.

어린마음에 왜 그녀는 그런 선택을 한것인지 너무나 이기적인 선택이고 납득하지못한 선택이라 더욱 짜증이 났지만 대부분 프랑스영화의 결말이 우리상식과 다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가 대부분이라 이 영화 역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애써 납득하며 넘어갔었는데 이책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을 보면서 새삼 그 영화가 떠올랐다.

아마도 어린나이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젊은 시절 내가 그 영화를 보며 납득을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하거나 짜증이 날수도 있을것 같다.그만큼 기존에 우리가 아는 사랑이라는 것과 많이 다른 형태의 파격적일 정도의 사랑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누카타 마호카루의 작품은, 예순을 훌쩍 넘긴 세상을 많이 경험한 노령의 작가만이 쓸 수있는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매일매일을 그저 DVD를 빌려 몇편의 영화를 보는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 토와코

자신보다 열 다섯살이나 많은 남자이자 자신이 지독히도 혐오하고 경멸해마지않는 남자 진지에게 모든것을 의탁하며 그저 기생하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현재모습에 대한 자각이 없는듯 진지에게 한없이 마구 대하고 있고 그런 토와코를 곁에서 보살피며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로 그녀의 안부를 확인해대는 남자 진지의 모습은 그녀의 태도에 상처를 받거나 아랑곳하지않고 그저 그녀의 안색을 살피며 눈치를 보기 바쁜 비굴하기 그지않는 모습이다

그녀 토와코는 자신을 냉정하게 내친 전 남자친구 쿠로사키를 잊지못하고 늘 진지와 그를 자신도 모르게 비교하면서 진지도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상처를 준다.

그런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게 되면서 진지와의 생활에도 긴장감이 흐르는데..

 

너무나 경멸하고 혐오하면서도 그런 그의 곁을 떠나지도 떠날생각도 하지못한채 그저 자신의 몸을 의탁한채 부유하며 기생하며 살아가는 토와코란 여자가 매력적으로 비쳐질리 없지만 그런 그녀에게 헌신하며 눈치를 보는 진지라는 남자 역시 매력적이거나 공감이 가지않는다.그럼에도 진지라는 캐릭터는 마치 주인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지길 바라는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 들어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는 게 진지라는 캐릭터의 특징인것 같다.

어렸을때부터 가난하여 늘 먹을것이 부족해서 배고픔에 허덕이던 그가 나이가 들어 자신이 번 돈으로 음식을 사 먹을수 있을때가 됐음에도 음식앞에선 늘 허기진듯 배고픈듯 허겁지겁 먹어대고 그래서 늘 여자들로부터 경멸적인 시선을 받던 그에게 토와코는 마치 어린시절 자신이 몰래 키우던 그 게와 같다는 토와코의 자조적인 관찰은 이 글 전체를 통하는 진지와 토와코의 이상한 관계를 제일 잘 요약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 흔한 장난감도 하나없고 오롯이 자신만의 것을 가져보지못한 진지이기에 자신이 먹을것도 거처할곳도 마련해 주고 모든걸 보살펴줘야할 토와코는 자신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늘 부유하듯 현실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토와코에게 현실에 굳건히 버티고 서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진지야말로 이상적인 짝이 아닐까 싶다.토와코의 경멸에도 불구하고

흔하게 보는 사랑의 형태가 아닌 어쩌면 아버지와 딸과 같은 한 쪽으로 치우친 맹목적인 사랑의 형태가 아닐까 싶은데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에 묘하게 공감도 가고 책을 읽다보면 그들의 일치감에 동화되어간다.

파격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는 작가의 글이 그래서 늘 논란에 서게 되는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섬세하고 세심한 심리묘사에 어쩔수없이 빠져들게 한다.결국 사랑이란건 정형화된 틀도 당위성도 없기에...

아마도 젊은 사람들보다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조금은 그 비틀린 사랑에 동정을 때로는 연민을 가질수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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