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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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술수 그리고 서로 교묘하게 물고 물리는 정치관계에 대해 이 작가만큼 재밌고 흥미진진하게 쓰는 작가도 많지 않은듯하다.

다소 딱딱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읽다 보면 그런 것 따윈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소설 자체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할지...

어쨌든 이케이도 준이 이번에는 대기업과 자회사 그리고 하청업체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토대로 이들이 어떤 구조로 이뤄진 관계인지 그리고 기업이란 얼마나 비정할 수 있는 곳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니의 자회사인 도쿄겐덴의 잘나가는 영업 1부의 과장인 사카도는 누구나 인정하는 영업맨이기에 그의 느닷없는 실각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줬다.

게다가 그가 대기발령이라는 처분을 받게 된 원인이란 게 영업 1부의 만능 계장인 핫카쿠의 사내 괴롭힘 때문이라니 쉽게 납득할 수 없어하는 가운데 영업 2부의 하라시카 과장이 새롭게 영업 1부를 맞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맨 처음 한 행동이란 게 자재를 공급하는 하청업체를 바꾸는 것인데 이제까지 사카도의 계약으로 좀 더 싼 원가에 공급받았던 도메이테크와 계약을 종료한 건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다 들 의심만 할 뿐 샐러리맨의 본분을 지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영업부와 알력이 있던 경리부의 과장대리가 이 문제를 파고들기 시작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상부에서 그 건은 무시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하지만 회사의 경비 절감을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전한 뜻이 있어 이 건을 조사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면박을 준 영업부에 대한 보복 심리로 이 문제를 제기했기에 상부의 명령을 무시하고 은밀히 조사하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발견하고 쾌재를 부르지만 돌아온 건 지방으로의 좌천이었다.

이렇게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부조리한 일을 당했는지 그리고 조직의 생리란 게 얼마나 개인에게 철두철미한 복종을 원하면서도 뜻하지 않은 방해물을 만나면 그 사람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 나 능력, 실적, 근면함 따윈 상관없이 쉽게 버려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하청업자를 왜 바꿨는지에 대한 의문과 그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의문을 표하는 직원에게 상부는 그저 닥치고 있으라는 말뿐이었다가 여느 회사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그들이 한 행동이란 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태도 즉 힘없는 책임자 처벌이었다.

그들에게는 회사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명분을 가지고 너무나 쉽게 인사의 권한을 휘두른다.

그런 휘둘림에 떨어져 나가는 건 사태가 왜 이렇게 된 건지 누가 그들의 목줄을 조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랫사람이거나 사내 정치게임에 져서 나가떨어진 사람들뿐

게다가 조직은 누구에게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쉬운 희생양을 찾아 죄를 뒤집어 씌울 뿐...

그런 조직의 생리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 직원 내에서 만년 계장이라고 모두가 한심하게 바라보던 핫카쿠라는 게 아이러니다.

아마도 조직 내에서 출세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뿐 더 이상의 자기희생은 하지 않고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회사가 시켜도 양심을 팔면서까지 그 명령을 지키지는 않겠다는...

비록 나사라는 아주 작은 부품이지만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에게 목매 달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희생 요구를 하고선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이 있다면 오랫동안 서로 협력관계였다는 것조차 무시해버리는 도쿄겐덴의 행태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원청업체라는 갑의 위치에서 을인 하청업체에 가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고발하고 있다.

작은 나사 하나가 어떻게 한 기업 전체를 흔들어버리는지 그 커넥션 과정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상당히 재밌었고 기업윤리에 대한 철학도 좋았으며 가독성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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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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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한 집에서 벌어지는 으스스 한 일들을 그리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무서운 집 시리즈

그 마지막 결정판이 이 책이다.

이번에도 새로운 저택으로 간 10살 소년이 경험하는 비일상적이면서 무섭고도 괴이한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데 가만 보면 무서운 집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10세 전후의 남자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마도 사춘기를 겪지 않은 아직 어린아이의 맑은 눈에는 보통의 사람들이 볼 수 없는걸 보거나 혹은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왜 남자 아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어쩌면 집이나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재빨리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에게 알리는 여자아이들보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부모님에게 말할 생각을 잘하지 않는 남자아이들 쪽이 주인공으로 좀 더 적합해서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 아이들이 뭔가 이상하거나 무서운 걸 보고서도 부모나 어른에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혼자 겪고 느끼는 공포 혹은 두려움... 그것이 소설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이상한 점을 부모나 주위 사람에게 말하더라도 제대로 표현할 말주변도 없거니와 그런 부조리한 현상을 쉽게 믿으려 들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가 혼자 짊어져야 할 비밀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지고 끝내는 쉽게 풀 수도 있는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원인이 되면서 독자로 하여금 극강의 공포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책 마가에서도 마찬가지 경우인데 곁에서 무서워하는 아이의 말을 들어줄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엄마가 재혼을 하게 되고 새아버지와 친해질 시간도 없이 새아버지의 일 때문에 혼자서만 일본에 남게 될 예정인 유마는 새 집도 새아버지도 모두가 낯설기만 하다.

그런 마당에 유일한 가족인 엄마마저 방학이 되면 미국으로 갈 계획이라 방학이 기쁘지만은 않은데 새아버지와 가족이 되면서 삼촌이 된 도모노리가 집으로 가는 유마를 데리고 그의 별장으로 이끈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유쾌한 삼촌을 잘 따르던 유마에겐 다행스럽게도 엄마와 새아버지가 미국으로 가서 유마가 다닐 학교를 알아볼 동안 삼촌이 유마를 돌봐주기로 한 것

이제 걱정을 덜고 방학을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삼촌은 가까운 삼촌의 아파트가 아닌 삼촌 소유의 별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는 동안 그 별장을 삼촌이 소유하게 된 경위 즉 집 근처 숲에서 깜쪽같이 사라진 그 집 아이를 삼촌이 우연히 발견하면서 그 고마움으로 별장을 선물 받게 된 사정 이야기를 듣는데 들을수록 삼촌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다.

그가 향하는 별장 주변의 숲에선 이렇게 가끔씩 아이들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돌아온 아이들이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이다. 왜 며칠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건지 누가 자신을 데려간 건지 주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런 일이 잦아서 마을 사람들은 그 숲을 두려워하고 금기시하지만 어디에 가도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있기 마련... 더군다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보니 사고는 잊을만하면 일어났다.

유마 역시 별장을 처음 본 순간부터 뭔가 으스스 한 느낌이 들었고 잠을 자다 깨어나 집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느끼는 두려움을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서만 두려움에 떨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음으로써 더욱 괴이한 사건의 중심으로 휩쓸리게 된다.

옛날부터 귀신이나 유령은 사람을 무섭게는 해도 해를 끼치지는 않는데 사람을 해치는 건 항상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기에도 어김없이 사람을 해치려 드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교묘하게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나 괴이한 현상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이나 이득을 취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그들의 행태는 사람을 해치는 마귀나 악령의 행태보다 더 섬뜩하고 악의적이다. 또한 어느 정도 사건의 진상을 눈치챘으면서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른 척 외면했던 마을 사람들 역시 공범 아닌 공범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을 이용한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이 무서운 괴담이 되어가는 과정이 작가의 장점을 살려 섬뜩하게 그려졌고 현실과 괴이함이 뒤섞여 으스스함을 제대로 살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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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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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들을 모아 우타노 쇼고가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낸 일종의 콜라보라 할 수 있겠다.

환상과 공포, 괴기 그리고 추리의 영역을 넘어 참으로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쓴 란포의 작품은 지금 읽어도 그 내면에 흐르는 광기나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를 알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작품이 많은데 요즘 세대들에겐 아무래도 그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로 인해 깊은 몰입감을 방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현존하는 추리작가 우타노 쇼고가 원작의 훼손을 최소한으로 해서 현대에 맞는 소품과 소재를 섞어 새롭게 재탄생 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개중에는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도 있고 처음 보는 작품도 있다.

이를 발췌한 건 어디까지나 란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그를 오마주 한 작품을 이미 발표한 경력이 있는 쇼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유명한 작가가 된 옛 연인에게 메일을 보내며 협박하는 남자

그의 요구는 예전처럼 작품을 공동 집필하는 걸 원하지만 이미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여자는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을뿐더러 그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도 끔찍해 한다.

점점 집요하게 요구하며 협박해 오는 옛 연인은 급기야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없는 사실조차 나열하며 숨을 조여온다. 그는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

그는 그녀가 편히 쉴 때 사용하는 인체 맞춤형 의자 속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경악하는데... 원작 인간 의자를 재해석해 낸 작품인 의자? 인간?에서는 의자 속 빈 공간에 숨어서 그녀의 빈틈을 엿보고 있었다는 본래의 작품에다 그녀를 숨도 쉴 수 없게 조여오는 도구로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이메일과 휴대폰을 선택해 신구의 조화를 멋들어지게 섞었다.

시작부터 상당히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고 짧은데도 그 속에 긴장감과 의외의 반전까지 있어 다음 편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는 한 여자에 집착하고 스토킹하던 남자가 끝내는 자신이 만든 환상 속으로 침몰해간 사연을 다루고 있고 표제작인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은 우연히 들른 약국에서 사람이 죽어 뜻하지 않게 목격자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남자와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추리소설답게 사건 과정과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있다.

원작 D 언덕의 살인사건 속에 나오는 이상성욕이라는 소재에 IT 기술을 접목해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은밀한 만남으로 재해석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번뜩이는 반전이 돋보였다.

란포의 음울한 짐승을 재해석한 작품은 음울한 짐승의 환희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도덕적이고 근엄한 남자가 사실은 마음속으로 음흉하면서도 비틀린 성적 판타지를 품고 있었는데 잘 숨겨오던 그가 자신의 이상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여자를 만나면서 표면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끝내 맞이하게 된 파국은 뜻하지 않았던 진실을 드러내는데 그 비틀림이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마치 나쁜 놈을 벌주는 것 같았달까...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는 모습 뒤에 감춘 위선과 끓어오르는 욕망 그리고 추악한 진실을 통해 인간 본연의 내밀한 욕망과 진면목을 제대로 표현한 란포의 작품을 멋지게 재해석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은 작품을 골라 현대에 맞게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을 읽다 보니 그 원작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온다.

기발하고 독특한 소재가 많아 가독성도 좋고 몰입감도 좋아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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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조사관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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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시절에는 그저 범인을 잡는데만 급급해서 그 과정에 힘없고 빽이 없거나 아니면 돌봐줄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게 있었다면 요즘은 조금씩 달라져 범인에게도 인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악질범이자 인간으로 용서가 되지 않는 죄를 지은 죄인에게도 일반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권리를 보장해준다는 게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살 정도로 변화되고 있다.

그런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온 조직이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이고 이 책 달리는 조사관의 직업이 인권위원회를 모티브로 살짝 바꾼 인권증진위원회 조사관들이다.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립된 조사관들이지만 수사를 할 수도 조사대상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수도 없는 그저 수사 과정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있는지의 유무만을 판단할 자격이 있다.

그렇지만 인권침해를 받았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선 당연하게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수사 과정을 조사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결과나 증거와 맞닥트리게 될 때가 있는데 이럴 경우 조사관 역시 사람인지라 사법기관이 하는 일과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그런 극명한 경우의 에피소드를 그린 게 승냥이의 딜레마

늦은 밤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구치소에 있다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는 글을 남기고 자살한 남자

그 남자가 죽고 난 뒤에야 뒤늦게 그 남자의 무죄를 증명해줄 증인이 나타나고 사건은 인권증진위원회의 손에 들어왔다.

용의자 두 명의 자백이 있었던 사건인 만큼 수사 과정에서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던 건 아닌지 그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의 유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죽은 용의자가 명백한 누명을 쓴 피해자라는 것이지만 그를 수사했던 경찰들은 그가 자백하는 과정에서 강압적인 어떤 수단도 동원하지 않았고 오로지 스스로 범죄사실을 자백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무죄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가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이라 경찰이 폭력이나 어떤 강제수단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분위기로 그리고 적당히 구슬림으로 그 스스로 자백을 한 것처럼 만들 수 있었고 보호자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동석 없는 자백은 명백히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지만 조사관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그들이 여전히 유죄라고 믿는 경찰관에 대응해 그와 그의 동료가 무죄라는 걸 증명하고자 하면서 조사관들과 경찰들이 대립한다.

이에 처음부터 죽은 피해자의 죄의 유무를 따지는 건 법에서 따지고 자신들은 수사 과정에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유무만 밝히면 된다는 원칙주의자 윤서와 다른 조사관들 사이에서 분열이 생기게 되고 사건이 마무리된 후 인권증진위원회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이외에도 각 에피소드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 겪어봤음 직한 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는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직장 내 성희롱부터 살인사건까지 폭넓은 소재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문제를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조사관 캐릭터를 내세워 그 개성에 맞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지루할 틈 없이 그리고 가볍지 않게 그려져있어 인상적이었다.

TV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있는데 소재나 캐릭터들의 강한 개성이 드라마적으로도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 괜찮은 선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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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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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들 일행은 해미시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웬만해선 그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래서 그들에게 보기만 해도 왠지 우울해지고 어두운 드림 마을을 소개해준 거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그곳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의 마음을 들쑤셔놓기 충분했다.

매일매일 같은 날 매일 보는 사람에 지치지만 이곳을 오는 낯선 사람이라곤 그저 가끔 오는 시끄러운 관광객을 제외하고 없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도 아닌 TV 제작자와 배우들의 출현은 그들을 들뜨게 했고 당연히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해미시는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이번 팀의 공공의 적은 자신이 잘난 각본가인척하는 남자 제이미 갤러거였다.

그는 원작 소설 속의 귀족 숙녀를 헐벗은 채 남자들과 방탕한 모습을 하는 히피로 바꿔 원작자 퍼트리샤 마틴브로이드를 대경실색하게 만들어 놓는 걸로 모자라 제작자인 피오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여자 스태프인 실라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면서 틈만 나면 그녀의 속살을 노리고 매일 밤 술에 취해 말하지 말아야 할 것도 여과 없이 사람들에게 말하는 골칫거리였고 모두에게서 미움받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 의해 죽고 촬영팀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아내가 매번 옷을 거의 벗고 출연해 다른 남자들에게 속살을 노출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던 여배우의 남편이 양손에 피를 묻히고 죽은 채로 발견, 모든 혐의는 그에게로 돌아간 덕분에 모두가 평온을 되찾는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처리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해미시지만 그는 그의 소원대로 일개 한 동네의 순경일 뿐이라 더 이상의 권한은 없다.

모두에게 군림해 잔소리를 하던 연출가가 죽고 새로운 연출가로 새롭게 촬영을 시작하지만 이번에 또 다른 내부의 적이 출현해 모두의 분노와 원망을 사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여배우 퍼넬러피

그녀의 신경질과 짜증, 잘난 체는 도를 넘었고 자신의 비위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거리낌 없이 해고하겠다는 말을 하는 독불장군이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떨어진 그녀, 당연히 사고사라 생각했던 그 일이 살인사건임을 해미시에 의해 밝혀지면서 그녀를 미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용의선상에 오르고 그전 각본가의 죽음도 새롭게 의심스러워진 상황

이제 조용하던 마을은 온갖 소문과 시기로 들끓고 사건 내부에 있지만 용의선상에는 오르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여기저기 소문을 퍼트리기 바쁜데 하필이면 이번 사건에 새로 온 경감이 해미시를 제외한다.

그도 첫눈에 해미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해미시가 은근히 사람들의 복장을 뒤집거나 비위를 틀어지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듯...

이제 용의자와 접촉을 금지당한 해미시는 그야말로 손발이 묶인 거나 마찬가지 처지가 되고 구두쇠에 요령이 좀 부족해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지만 언제나 새로운 여자들로부터 호감을 사 그녀들로부터 도움도 받고 짧은 연애도 하는 알고 보면 은근히 바람둥이 기질이 있던 그가 이번 편에선 매력 발휘에 실패해 매번 여기저기서 바람을 맞고 사건 추리도 평소의 실력에 못 미치는 수난을 보인다.

그런 해미시의 부진을 이번 편에선 등장하는 여자들이 메워주는데 늘 남편에게 억압받고 간섭받으면서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렸던 목사의 아내, 그리고 앞으로 연출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아 몇 년째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은근한 손길을 뿌리치기 바빴던 실라와 같은 여자들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져있다.

또 원작자인 퍼트리샤의 불만을 잠재우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도록 실력 발휘를 하는 피오나도 그렇고 이번 편에서는 고지식하고 강압적인 남자들 밑에서 나름대로의 기지를 발휘해 활약하는 여자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다소 부진한 해미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과연 모두가 싫어할 만한 퍼넬러피를 죽일 정도로 미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사람의 본질을 간파하고 살짝 비트는 유머와 냉소 그리고 고지 마을 사람들의 타인을 향한 심술궂은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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