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방 뤼시 엔벨 형사 시리즈
프랑크 틸리에 지음, 이승재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뜻하지 않은 행운은 과연 진짜 행운일까? 아님 행운의 모습을 한 독일까?

얼마전에 뉴스에서 복권당첨이나 로또 당첨으로 이른바 대박을 맞은 사람들의 그 후일담을 기사화한걸 본 적이 있는데..

충격적이었다.

대부분의 당첨자들이 거의 폐인수준이나 쫒기는 사람 혹은 파산자들이 많고 가족과 연을 끊은 사람도 많았다.

대체로 그렇게 큰 돈을 평소 만져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내려진 갑작스런 돈벼락은 그들에게 감당키 어려웠나보다.

가정이 깨지고 이런저런 사업을 하자며 꾀는 사람들때문에 친구관계나 인간관계도 엉망이 된 그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 복권 당첨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온 악마의 유혹이었던 셈이다.

이 책 `죽은 자들의 방`역시 갑작스럽게 다가온 돈의 유혹앞에 굴복해서 모든걸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인자의 이야기보다 더 처절하고 냉혹하게 느껴졌다.

우리에게 익숙하지않은 프랑스의 스릴러물이란 점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비고와 실뱅은 갑작스런 해직을 당한 후 재취업을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다 그 보복의 일환으로 자신들이 다녔던 회사의 담벼락에다 저주의 말과 욕설을 속시원하게 휘갈겨 쓴다.그리고는 평소 사람들의 왕래가 적고 풍력발전기가 시끄러운..마치 활주로와 같은 도로에서 전조등을 끈채 시원하게 내달리다 그만 사람을 치여죽인다.

차는 실뱅의 차지만 운전한 이는 비고이고 둘은 신고하는 문제로 티격태격거리다 발견하게 된다.200만 유로가 든 돈가방을

비고의 지시대로 주변에 흔적을 지우고 그 돈을 가져오지만 그 돈이 한 장애아 소녀의 몸값임을 전혀 모른채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발견된 소녀..멜라니는 미소를 지은 얼굴에다 정성들여 빗질한 머리 그리고 목구멍엔 늑대의 털이 있는 상태로 죽은 채발견되고 뺑소니로 죽은 사람은 멜라니를 구하기 위해 돈을 갖다주러간 그녀의 아버지임이 밝혀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경찰들은 사건해결이 급해지는데...

우리보다 훨씬 여성들의 목소리가 크고 권리가 잘 보장됐다고 생각했던 유럽의 프랑스도 특정 직업군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을 받는것 같다.갓 쌍둥이를 출산한 여형사 뤼시에게는 그녀의 능력과 상관없이 늘 경찰서 내에서 허드렛일이나 사무적인 일만 하게 하고 마음대로 서류나 사건현장을 볼 권리조차 없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그런 그녀에게 이 사건은 하나의 계기가 되고 평소부터 관심가지고 꾸준히 공부했던 프로파일링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이 사건들을 반기는 자신의 모습과 그런 자신에게 역겨움과 죽은 소녀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이중적인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평소에 담당하고 싶었던 사건을 만나고 사건에 참여하게 되어서 느끼는 기쁨과 희열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모습과 차이가 없다.그 소녀들이 안되긴했지만 내 가족이 아니 제3자의 일이기에 막연한 동정과 한발 떨어진 관찰자로서의 시선으로 바라볼수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여기에 이 사건을 잘 해결한다면 앞으로는 서류작업이나 별볼일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지않아도 될것이란 기대도 있기에...

그리고 불쌍한 남자들..

한 순간의 유혹에 져서 결국은 모든걸 잃고 마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그들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고 부정적인 상황이기에..그리고 엄청난 돈가방의 유혹에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사건현장은 그들에게 충분히 유혹적일수밖에 없는것 같다.물론 그중에서도 비고의 잔인함은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자신도 몰랐을 내면의 악의 모습이기도 한데...결국 인간에게는 넘어선 안되는 최후의 보루가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잔인하고 잔혹한..마치 막심샤탕의 소설을 보는것 같은 장면들은 장르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이런 부분에선 은근히 부정적인 나에겐 좀 안맞는것 같다.

그럼에도 두개의 사건이 엉뚱하게 하나로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하고 엄청난 폭발력을 가져오는 과정이 재미있는 소설이었다.하드보일드하고 특별한 사건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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