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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평점 :
심윤경 작가가 새 소설 <설이>를 냈다.
장편소설을 낸 건 <사랑이 채우다>가 마지막이니, 무려 6년만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소설집을 드문드문 내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퀄리티가 기다림의 고통을 다 없애주니 계속 좋아할 수밖에 없다.
<설이>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구조된 ‘윤설’의 이야기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설이는 공부를 제법 잘해서,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우수한 사립초등학교에 전학가게 된다.
기생수 (기초생활수급자)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게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몰아붙이는 그곳에서
설이가 싸워야 할 적들은 차고 넘친다.
그런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되니,
책을 읽는 게 마치 액션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이 생일파티에 초대된 것도, 엄마들이 나에게 이만큼 관심을 보이는 것도 모두 나의 성적과 관계가 있었다. 부모가 없다고 무시하던 사람들이 내 성적을 보고서는 갑자기 관심을 가졌다. (106쪽)]
그래도 그 학교 학부모들이 설이를 받아들여주는 건 오직 공부 때문이지만,
그 공부는 설이가 동경해 마지않던 부잣집 자식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이유였으니,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떠올리는 건 요즘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잘한 설이가
고액과외로 치장한 부잣집 아이들을 물리치고 성공을 쟁취할 것 같지만
이런 평범한 결론을 내는 건 심윤경 작가가 아니기에,
난 궁금증에 사로잡힌 채 소설의 마지막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다.
다 읽고 난 뒤 내가 했던 말, “거봐! 이게 바로 심작가라니까!”
주제의식에 걸맞게,
이 소설에선 아이를 위하는 척하는 어른들의 위선이 낱낱이 드러난다.
이 위선의 항연을 보면서,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땠을까를 잠시 생각했다.
나 역시도 바깥에선 마음껏 뛰놀 아이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내 자식에겐 ‘공부해야 잘산다’며 공부를 닦달하지 않았을까.
“넌 못생겼으니 공부라도 잘해야 돼!”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한 명은 지옥에 가는 걸 막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