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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ㅣ 전복과 반전의 순간 1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6월
평점 :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지기지우가 내 생일이라며 책 한권을 보내줬다.
혹시 내가 읽은 책일까 걱정했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난 이런 책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술술 읽힌다”는 친구의 추천사는 사실이었다.
이 책은 재즈--> 우리나라 가요--> 클래식--> 근대노래로 구성됐는데
가요를 빼곤 내가 다 모르던 분야라, 깜짝 놀랄만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날 놀라게 한 정보들 중 딱 3개만 열거해 본다.
1) <아침이슬>
김민기가 만든 이 노래는 소위 운동가요로 불렸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만 봐도
뭔가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만든 이의 말은 달랐다.
[되는 일도 없고, 너무 가난해서 괴로웠다고....그러던 어느 날 학교 근처에서 술을 마셨는데 통금 때문에 어딘가 들어가야 해서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필름이 끊어져 버렸다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돈암동 어느 야산 공동묘지에 자기 혼자 자고 있었다고.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자신은 술에 취해 자다가 한낮의 찌는 더위에 깼다고.
깨어보니 너무 창피해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야 하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노래였다고.(139쪽)]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는 정권과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매일같이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하는 지난한 삶 속으로 가는 것이었다.
2) 모차르트를 죽인 건 살리에르다?
당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모차르트에 비해 살리에르는 36년간 빈의 궁정악장을 지냈다.
게다가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가 모두 살리에르의 제자였다.” (188쪽)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모차르트를 씹었겠는가?
빈 궁정 악장은 그 당시 음악가가 가질 수 있는 정규직으로서는 최고의 직위였다.“ (같은 쪽)
모차르트와 베토벤 모두 이 자리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나.
영화 한 편이 지닌 선동의 힘은 이렇듯 대단하다.
3) 베토벤의 진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바로 다음이다.
베토벤의 제자였던 체르니는 “그래도 가면 내가 말하는 것을 다 알아들으셨는데”라고
회고했단다.
즉 베토벤은 소리가 아주 안들릴 정도로 귀가 먹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또다른 좋은 점은, 읽다가 가끔씩 해당 곡을 찾아서 듣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대해 “언제나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면 전 세계의 모든 교향악단이 이 곡을 연주한다”고 쓰여 있기에,
유튜브에서 찾아서 다시 들었다.
내게 익숙한 그 구절은 4악장이었다는 것도 다시금 알았다.
가요무대 등에서 자주 불리는 <감격시대>는 사실 전 세계를 향한 황군이 진군가였다는데,
이런 설명을 듣고도 난 다시 스마트폰으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신중현의 기구한 삶에 대해 읽을 때는 <아름다운 강산>을 듣고 싶어졌는데,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이선희가 ‘환상의 듀엣’에서 예진아씨라는 여고생과 같이 부른 게 있어서 그걸 듣다가, 예진아씨에게 완전히 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읽어서일까, 아니면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내게 전해진 덕분일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이 책만한 선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