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과 영성의 만남 믿음의 글들 300
이어령.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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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자식을 낳으면 신자로 만들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한다.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성당에 끌려가 미사를 봤는데,
그때 빌었던 소원은 “제발 성당에 안가게 해주세요”였다.
그 소원은, 엄마보다 달리기를 잘하게 된 초등학교 4학년 때 비로소 이루어졌다.
대학에 막 들어가서 개신교 동아리였던 선배에게 끌려가 마음에 없던 기도를 한 적이 있었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그 동아리에서 빠져나왔다)
대학 때 만났던 친구들이 성당파여서 몇 번 끌려간 적도 있지만,
결국 난 그런 유혹을 다 뿌리치고 무교로 살고 있다.
어려울 때마다 시시때때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긴 하지만,
종교기관을 통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없다.
특히 우리나라 대형교회들의 행태를 보면서,
무교로 남은 내 선택에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스텔라 K님으로부터 <지성과 영성의 만남>을 선물받았을 때 좀 당황했다.
아니 나처럼 종교라면 학을 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다니!
하지만 난 스텔라K님을 좋아하고 또 신뢰하는지라 짬이 날 때마다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내 예상과 달리 종교가 아닌, 삶에 대한 책이었다.
이재철 목사님과 뒤늦게 기독교인이 된 이어령님의 대담집인데,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가족이 생산단위에서 소비단위로 변하면서 가정이 붕괴됐다는 얘기 (31쪽),
부모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같이 늙어가야 한다는 대목 (44쪽)엔 깊이 공감했고,
영화와 결혼의 발달사가 반대라는 대목은 읽다가 웃음이 나와 어머니한테 얘기해드렸다.
안읽을 분들을 위해 요약하면 이렇다.
영화; 무성영화--->흑백-->컬러---> 3D
결혼: 입체적---> 컬러---> 흑백---> 무성영화

 

하느님이 인간을 만들 때 결핍은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에
모자라는 부분은 채울 수 있지만 넘치는 것을 버리는 장치는 없다,
그래서 인간은 과잉이 되었을 때 속수무책이 된다는 대목에 역시 격한 공감. (139쪽)
이렇게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삶을 관조한 분들이 삶에 대해 나누는 얘기들이라 그런 것이리라.
나도 나이들면 이렇게 삶을 관조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혼자 웃었다 (말이 되냐)

 

딱 하나, 공감 안되는 구절을 옮겨본다.
“그렇게 된통 (박정희를 칼럼으로) 때렸는데 내가 잡혀가지즌 않았거든요. 때문에 그들을 독재자라고만 몰아세우는 사람들은 반은 거짓말이다 이거지요.” (200쪽, 이어령의 말씀)
뒤에 설명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해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이 구절이 책의 위대함을 훼손시키진 않는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종교를 믿을 것 같진 않다.
이 책의 의도도 독자를 종교인으로 만들려는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은 덕에 조금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 이 책은 좋은 책이다.
그리고 스텔라K님은 나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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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7-12-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재의 나이까지만 볼 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다. 신체 능력, 지적 능력, 열정이 줄었지만, 관용, 집착하지 않음 등의 새로운 것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보다 더 나이 많으신 (70~80대) 분들을 보니, 자기 중심적이 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등, 나이 들어서 좋은 점까지 퇴행을 하더군요. 마치 자기 중심적인 유치원생 같습니다.

90대까지 되면 3세 아이처럼 걷지도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고, 혼자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사람도 못 알아봅니다.

tv책한엄마_mumbooker 2017-12-27 08:24   좋아요 0 | URL
96세 저희 시할머니는 걷고 대소변 가리시고 혼자 드시고 사람도 알아보세요.^^
물론 70-80대 분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남의 말 듣지는 않으십니다.

내년이면 97세시네요.저도 과연 그렇게 정정할 수 있을까-싶어요.

마립간 2017-12-27 10:57   좋아요 0 | URL
저는 직업적인 이유 때문에 95~100세의 정정한 어르신을 보게 되는데, 자녀가 70대에 먼저 돌아가시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가 감정이 있습니다.

제 커다란 바람은 우리 가족은 이 세상에 오는 순서대로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것입니다.

tv책한엄마_mumbooker 2017-12-27 12:40   좋아요 0 | URL
ㅠㅠ그렇네요.

맞아요.시할머니도 그런 일 당하셨어요.
그래서 자녀 중에 오랫동안 연락 안 되면 온 군데 다 전화를 돌리세요.
딸(제 시고모)이 집에서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거든요.그 전 날 할머니댁에서 시고모 생신이라고 케이크에 노래부르는 사진이..흠-

그 정도면 작은 바람 아닐까 했는데 마립간님 말씀대로 커다란 바람 맞습니다.

마립간님도 마태우스님도 건강하세요.^^

마태우스 2017-12-28 22:46   좋아요 0 | URL
네 두분 말씀 나누시는데 끼어들면 안될 것 같아, 이 말씀만 드립니다. 두분도 연말 잘보내시고 내년에도 왕성한 활동 부탁드립니다.

마립간 2018-01-01 09:5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2017-12-27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8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9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02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nnydavis 2018-01-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마태우스님 책블로그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죽 읽어내려오는데, 이 글이 특히 마음에 많이 와 닿네요. 저도 비종교인이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이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마태우스 2018-01-13 07:38   좋아요 1 | URL
네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됩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삶에 대해 관조하게 되더군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 저수지를 찾아라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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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다.”
검찰의 칼끝이 점점 자신을 향해오던 2017년 11월, 강의를 위해 두바이로 출국하던 이명박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역시 이명박이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테니스 애호가인 그가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며 서울시 최대의 면수를 자랑하던 중지도 테니스코트를 없앴을 때, 동호인들은 그래도 문화사업을 하는 게 어디냐며 서운함을 달랬다. 하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됐고, 코트만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 그래도 이명박은 아쉬운 게 없었다. 자신은 남산테니스장에서 돈도 일체 안내는 ‘황제테니스’를 치면 됐으니까. 최근에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기무사에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4대강을 개발한답시고 녹조만 잔뜩 만들어 놓았다고? 상관없다. 모두가 그를 욕할 때, 자전거로 그 광경을 둘러보며 즐거워할 수 있는 사내, 그게 바로 이명박이니까. 이랬던 그가 자기 재임 중 있었던 적폐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면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이명박은 사이코패스다. ‘설마’ 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다 유영철처럼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비슷한 성정을 지녔지만,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고, 법을 어겨도 잡히지 않는 이들을 비범죄형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채널A <거인의 어깨>에 나오는 정신과의사 한창수는 이런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매우 매력적이다.
2) 거짓말을 많이 한다.
3) 주변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데 선수다.
4) 자기과시가 심하다.
5) 다른 사람에게 상처준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6) 다른 사람 기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7) 결코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창수의 얘기를 들으면서 강의를 듣던 패널 모두는 공통적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특히 4번 항목에서 그랬는데, 그때 한창수는 이렇게 얘기했다. “뭐만 물어보면 내가 다 해봤다는 사람이 있어.” 그러니까 정신과 의사로서 한창수는 이명박을 사이코패스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이하 추격기)는 끈질김 면에서 둘째라가면 서러울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을 취재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한창수의 강의를 듣고도 ‘설마’ 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그가 왜 사이코패스인지 너무도 잘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19쪽에 나온 중국집 사례를 보자. 이명박 소유의 건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모씨는 장사가 잘 되자 가게를 더 크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원래 1층이던 건물을 2층으로 증축하고, 그로 인해 늘어나는 세금까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대신 이씨는 이명박에게 증축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10년간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약속해달라고 했다. 이명박은 이씨가 요구한 장기임대계약을 거절하는 대신, 2년씩 계속 연장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이명박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년이 지나자마자 기간이 만료됐다며 이씨를 쫓아냈다. 이씨가 나간 뒤 그 중국집을 인수한 이는 이명박의 처남 김재정이었다. 증축에 6억을 쓴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됐고, 결국 인도네시아로 도망갔다고 한다. 이 한 건에서 이명박은 2) 거짓말을 했고 5)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지 않았으며, 7) 자신의 실수를 책임지지 않았다. 물론 이 행동이 ‘실수’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추격기’에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등장한다. 앞서 소개한 중국집은 정말 소박한 사건에 불과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사건들은 규모나 치밀성이 워낙 뛰어나,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중 백미는 다스에 관한 것으로, 이명박이 자신이 투자해서 날린 140억원을 받기 위해 국가기관까지 동원해 끝내 받아내고 만 사건이다. 이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말을 유행시킬 만큼 화제가 됐는데, 여기에 대해 주진우는 이렇게 말한다. “140억 원을 받으면 BBK는 이명박 것이라는 게 확실해지는데, 다스가 이명박 소유인 것이 명확해지는데, 이명박은 개의치 않는다. 돈을 벌고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돈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사람이다.” (266쪽)

책 곳곳에 주기자가 발로 뛰며 정보를 얻어낸 흔적이 엿보이고, 여기 실린 것들 중 많은 수가 사실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책에 실린 사건들의 진위에 회의적인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께 팩트에 근거한 사실을 하나 말씀드린다. 그가 2000년에 건강보험료를 매달 1만3천원씩 냈다는 것. 이건 그가 자신의 소득을 월 94만원으로 신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건강보험에는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이 있다. 직장보험은 가입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반면, 지역보험은 가입자의 나이, 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따져서 보험료가 산출된다. 이미 수백억 자산가였던 그가 지역보험에 든다면 최고보험료 (110만원 추정)를 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를 세우고 자신이 그 회사의 근로자로 등록한 뒤 직장가입자가 된 것이다. 월급이 94만원이니 그는 여기에 해당되는 1만3천원만 내면 됐다. 머리가 좋아서 법을 어기지 않는 비범죄형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늘 그렇듯이 이명박은 이게 제도상 허점의 결과일 뿐이라고 변명한다. 물론 이런 편법을 쓴 이가 이명박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가 고위공직자를 넘어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는 건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사이코패스는 늘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한창수의 말처럼, 이명박 재임 5년간 우리나라는 저 밑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의 후임으로 박근혜를 선택한다.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은 엄청난 것이었는데, 길거리에 나와 “이게 나라냐?”를 묻게 만든 것도 그 비용 중 하나지만, 이명박에 대한 단죄가 4년이나 늦어졌다는 건 치명적이다. 범죄의 증거가 많이 없어진데다, 이전 대통령이 물러났으면 됐지, 전전 대통령까지 조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정서가 대두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박이 ‘적폐청산이 아니라 정치보복’이라고 날을 세우는 것도 다 믿는 구석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그를 포기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자기 이익에만 몰두했던 희대의 사이코패스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명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진우 기자 하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그의 처벌을 주장해야 한다. 사이코패스 앞에선 보수와 진보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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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2017-12-22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자키 보았습니다. 멘탈이 강하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걱정되네요. 저는 유리멘탈이라... 거침없이 현재 생각하는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교수님이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날이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3   좋아요 0 | URL
어릴 때 구박 많이 받아서 그런지 멘탈이 정말 강하더라고요, 제가. 일 저질러놓고 너무 태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도 제가 문대통령의 건강한 지지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최욱의 불금쇼가 업로드되는대로 사과문 올리려 합니다.

2017-12-23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12-23 22:0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힘 낼게요...!

pericles 2017-12-25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며칠 교수님 관련 기사 댓글을 보면 좀 한숨이 나오더군요...
가끔 정상적인 사람들의 반론도 있지만 대다수가 외모 지적질, 학문 비하 따위 인신공격이고...
보수정권때는 아무 말 안 하고 뭐했냐며 박빠로 모는 내용들... 자기 편에 서지 않으면 당연히 이런 사람일 거라고 예단하는 단순한 이분법...
그동안 어떤 얘기들을 해오셨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아니, 제목만 봤거나 읽어보고도 풍자라는 걸 못 읽어내는 건지...

저런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도 사실 좀 듭니다...
암튼, 태평하시다니 다행입니다... ^^;;...

마태우스 2017-12-27 00:01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었는데요, 2000년대 초반 딴지일보에서 댓글싸움을 하면서 멘탈이 길러졌어요. 지금은 욕먹는 댓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죠. 근데 박근혜 땐 찍소리도 못했다, 이런 말엔 좀 울컥하죠. 심지어 박빠로 몰릴 땐...ㅜㅜ 근데 뭐 어쩌겠어요. 그래야 저들의 멘탈이 평화로울 수 있는데. 그냥 그러라고 하죠 뭐.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책구경 - 독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진 지음 / 포럼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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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학교교육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고 책만 읽게 하면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상상만으로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남들이 가는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굉장히 성가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를 안간 애가 게임과 TV 등 각종 유혹을 뿌리치고 열심히 책을 읽을지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책구경>의 저자 유진은 이런 가정을 실제로 구현한, 보기 드문 이다.

“나는 초졸 학력의 열아홉 살 청소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구절에 당황해하는 우리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다닐 곳이 못 된다.” (9쪽) 그는 “책 읽을 시간도 없는 하루하루가 언짢아서” (같은 쪽) 학교를 때려치우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 저자는 미증유의 탄핵 사건을 경험하고, 이 사태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를 위해 본격적으로 책을 읽는다. “<책구경>은 촛불,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작년 가을부터 올여름까지, 나의 독서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7쪽)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거기서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미처 몰랐던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많이 배운 사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의 책을 읽는 게 보다 안전한 선택이다. 이 책이 팔리는 책이 되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용만 놓고 본다면 <책구경>은 여느 독서 에세이보다 훨씬 재미있고, 책이 주는 깨달음도 쏠쏠하다. 만일 이 책의 저자가 ‘이동진’이나 ‘유시민’쯤 됐다면 사람들은 “역시 xxx!”라며 이 책에 찬사를 보내지 않았을까?


<책구경>의 최대 장점은 시각의 참신함이다. 책이 재미있게 느껴진 건 그 덕분이기도 할 텐데, 가장 공감했던 것이 <삼국지>에 대한 비판이었다. “나도 재밌게 읽었다....하지만 이 책에서 어떤 대단한 깨달음을 얻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삼국지를 읽으면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다시 읽어도 나에겐 해당사항 없었다.” (31쪽) 이런 비판은 다른 사람들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 구절이 내 마음에 와닿는다.
[책은 ‘남 무시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삼국지>도 대표적으로 잘난 척하기 좋은 책이다....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지금 사회의 현실과 연결해서 해석하고 설명해낼 능력도 없고, 자신의 삶 속으로 이야기를 끌어오지도 못하는 인간들의 잘난 척이 우습다는 말이다. (32쪽)]
나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난 “삼국지 열 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을 하지 마라”는 아버지 말씀 때문에 내 독서이력으론 보기 드물게 다섯 번이나 읽었다. 그런데 그 책이 살아가는 동안 내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난 <삼국지> 좀 읽은 사람들을 만나면 배틀을 하곤 한다. 누가 더 많이 아는가 배틀 말이다. “다음 중 여포가 죽인 사람이 아닌 것은?” “조자룡이 10만대군을 압살한 전투 이름은?” 이게 책을 읽긴 했는데 써먹은 적이 없어서 나온 결과물이리라. 내가 만나는 상대들도 다 여기서 벗어나지 않아, 내가 낸 문제를 못맞추면 씩씩거리면서 더 어려운 문제를 내곤 했다. 이거야말로 ‘삼국지’가 남을 무시할 자격증으로 쓰이는 좋은 예이리라.


그밖에도 저자는 왜 청소년들에게 헌법처럼 중요한 존재를 가르치지 않는 것인지 따져묻고, <총균쇠>를 읽고 나선 위도에 따른 삶의 격차도 중요하지만 한국 내에서 마주치게 되는 삶의 격차는 도대체 뭐냐고 항변한다. 자신이 읽은 페미니즘 책들에 대해 코멘트를 한 뒤 우리 사회의 성교육은 형편없다, 라고 일갈하기도 한다. 읽다보면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마친, 하지만 별 생각없이 세상을 사는 듯한 주위 사람들과 저자를 비교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저자 유진이 좀 특별나긴 하지만, 나보다 어린 저자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 이제는 인정하자. 그래도 10대 청소년의 책이다보니 정신승리 차원에서 한 가지 반박 정도는 해야겠다. 74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책을 읽지 않고 책을 쓰는 작가란 없다.” 아니다. 내가 쓴 첫 번째 책 <마태우스>는 참고문헌 없이 쓰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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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 2017-11-2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 권을 읽어도 정약용처럼‘ 작가 이재풍입니다. 제 책도 한 번 읽어보세요. 새로운 관점에서 정약용선생님의 독서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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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는 도대체라는 필명을 가진 분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라서 책이 나왔다는 말에 그럼 내가 사줘야지, 라며 10권을 질렀는데,
엄청나게 높은 세일즈포인트에 까무라치게 놀랐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냐?”라며 숫자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것도 믿기지 않아 그래스물넷을 비롯한 다른 서점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도대체가 드디어 떴구나, 라는 걸 알았다. 

현재 이 책의 스코어는 다음과 같다. 
세일즈 포인트 33,000. 종합 TOP 100 2주,
내가 한 번도 기록해 본 적이 없는 숫자다. 
내가 낸 책들의 세일즈포인트를 모두 합치면 어렵사리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게 내가 책을 많이 내는 이유다 ^^)

도대체는 오래 전부터 자신의 블로그-->지금은 페이스북에 
글과 만화가 섞인 작품들을 올려왔다.
도대체 작품의 강점은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나 웃을거리를 찾아내는 데 있다.
요즘은 잘 지내나, 하고 그의 블로그를 가보면
‘그래도 잘 버티는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가 견뎠을 힘듦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제법 많다.
냉장고에 있는 피자 한쪽, 맥주 한 캔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갈 희망을 갖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며
별 것도 아닌 일에 징징거렸던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진다. 

그런데 도대체의 책은 어떻게 대박이 났을까?
자료를 읽어보니 도대체가 뜬 건 ‘행복한 고구마’라는 작품 덕분이었다.
인삼들 사이에서 태어난 고구마가 자신도 인삼이려니 하면서 행복해하는 이야기를 담은
짧은 만화인데,
이게 무려 500만 뷰를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했고,
책까지 나오게 된 거였다.
그리고 이젠 도대체 곁에 수많은 팬들이 있다.
억지로 단순화시키면, 언제 어디서나 웃을거리를 찾는 도대체의 긍정에너지가
그를 유명작가 반열에 올렸단 얘기다. 
주위사람 중 누군가가 뜨면 
마음 한구석엔 ‘내가 떠야 하는데’라는 시기심이 조금은 생기기 마련이지만,
도대체의 성공엔 그런 마음이 단 1%도 없다.
도대체님, 축하드려요!
다음 책도 대박 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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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0-0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자 필명이 도대체라~~ 독특합니다.
저도 축하드립니다.
마태우스님이 이리 애정을 보이시니 더 기대되네요^^

심술 2017-10-1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장미영님을 딴지일보에서 안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 때 딴지일보에 도대체님 팬이 많았죠.
딴지에 실렸던 수많았던 도대체님의 명문 및 명화 가운데 엉삼대사도가 기억나네요.
어느 해 설에 설 기념 인터넷카드로 달마대사도에 YS얼굴 합성한 거였죠.
배경음악으로는 ‘까치까치 설날은‘이 흘렀고요.
카드 내용글이 ‘ 너거뜰 지난해도 힘들었제? 이기 다 데중이가 정치를 못해서 그런 기 아이가.
그래도 느그들 내 땜에 많이 웃었제? 내 올해도 느그들 위해 이 한몸 불사르련다‘
정확하진 않은데 대충 이런 내용이었죠. 그거 보고 하도 웃어서 아직까지 어렴풋하지만 기억이 납니다.

29만원대머리 때 국민학교, 그 땐 초등학교가 아녔죠,에서 하던 반공교육의 역겨움을 고발한 글도 있었죠. 공산군의 횡포를 그린 묘사가 국민학생들 보기에 너무 잔인해서 토했다는 이야기였죠. 그 글은 강준만 교수님이 한국현대사 80년대 네 권 가운데 어느 한 권에 인용하기도 했었던 거 같은데 언제 시간나면 찾아봐야겠어요.

심술 2017-10-11 11:01   좋아요 0 | URL
찾아보니 80년대편이 아닌 68년 항목에 있네요.
북한공비가 이승복 어린이 죽인 사건.
이 사건 뒤 박정희정부는 반공교육을 강화했고
그 영향력이 8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강준만교수는 말하고
87년 초등3학년이었던 어느 네티즌의 글을 소개하는데
이 글이 바로 도대체 장미영님의 글이었죠.
그러다 90년대 들어 너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와 이승복 및
무장공비 관련 내용교육을 줄였다고 하네요.

다시 찾아보니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에는 미친고기 지점이 없네요.
가장 가까운 지점이 남구 주월동 봉선중앙로123번길20에 있는 주월동지점인데
여기도 지도로 보기엔 농성동에서 최소 3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듯하네요.
마태님을 못 알아봤지만 한 사람도 받아준 미친고기가 과연 어디였을까?

마태우스 2017-10-15 02:49   좋아요 0 | URL
딴지 시절의 도대체님을 아시다니, 반갑습니다. 강준만교수님 책에도 나온지 미처 몰랐네요. 떡잎부터 달랐군요

심술 2017-10-17 13:57   좋아요 0 | URL
^^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1
<어쩌다 어른> 제작팀 노래 / 교보문고(단행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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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 탔던 비행기 안,

한 승무원이 날 보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승무원: 아...어디서 뵀는데, 무슨 프로인지를 모르겠네요.

나: 혹시 컬투의 베란다쇼인가요.

승: 아니요.

나: 그럼 아침마당?

승:  (단호하게) 그것도 아닌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내가 미안해졌다.

한참을 바닥에 쭈그리고 있던 그가 갑자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억났어요! 어쩌다 어른!"

 

tvN의 어쩌다 어른은 정말 멋진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은 1%도 채 안나오지만,

수십차례 재방송을 함으로써 10%짜리 프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니 말이다.

이 프로를 통해 설민석 선생이 스타가 됐지만,

내가 받은 혜택도 컸다.

방송을 나가지 않던 지난 2년간, 내가 잊히지 않았던 건 순전 이 프로 덕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어른>을 책으로 만든다고 제작진이 연락해왔다.

이런 기획은 아주 흔하디 흔해서,

나랑 관계된 것만 따져봐도 기억나는 게 여러 건이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란 강연도 책으로 만들어졌고,

<상실의 시대> 역시 2016년 2월 경희대에서 있었던 여러 강연들을 엮은 책이다.

이런 제안이 오면 대부분 수락하긴 하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하진 않다.

글은 메시지만 전하는 반면,

강연은 메시지뿐 아니라 현장 분위기에 좌우되기에,

반응이 좋았던 강연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공저에 대해 좀 부정적이다.

두세명이면 모를까,

여럿이 쓴 책에 대해 저자가 애정을 갖기가 어려운 게 첫번째 이유다.

독자 측면에서도 공저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저자마다 다 스타일이 다르다보니, 책을 읽다보면 울퉁불퉁한 길을 차로 달리는 느낌이 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공저 중에서 잘 되는 책이 별로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이 내 강의를 글로 옮긴 뒤 교정을 부탁한 건 지난 7월이었다.

이 책이 나온 건 9얼 10일이지만,

난 책이 나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내게 보내줬는지 그것도 사실 좀 헷갈린다).

오늘 아침, 구글로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의 존재를 알았는데,

정말 놀랍게도 이 책은 공저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잘 팔리고 있었다.

 

예스: 판매지수 28572  무려 종합순위 20위

알라딘: 판매지수 9910, 자기계발 4위

교보: 종합순위 64위, 인문베스트 11위


최대스타인 설민석 선생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대단해 보이는데,

종합순위 몇백위에 잠깐 오른 것이 최대 영광이었던 나로서는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 이런 높은 순위에 있다는 게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기쁘다는 게 아니라 왠지 좀 묘한 느낌?

과학자답게 이 책의 성공요인을 분석해 보려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이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알라디너 님들의 리뷰를 보다보니 공저에 대한 내 마음이 좀 달라졌다.


외계인교신장치: ...강의의 원래의 질감들인

목소리의 생생한 현장감 (그 속의 말투와 유머와 해학과 위트와 감정들의 활기와 온도)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콘텐츠의 질들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굳이 어쩌다 어른이라는 강연쇼 프로그램의 명성을 실추하면서까지

이 책을 펴내야 했을까


<----이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분의 리뷰를 읽으면서

기존 신념과 달리 강연을 묶은 책은 나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강사들의 영상을 일일이 찾아볼 여유가 없다면, 책을 통해 그 메시지를 얻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아서다.

이 책이 잘 팔리는 게 그 근거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리뷰 하나만 더 보자.

예준: 프로그램에서 처음 보고 느낀 감동을 책으로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뤠잇하다고할 수 있다. 몇 분의 강의만 실려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다양한 강사들의 명강의를 넣었다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으로 내는 것에 모든 강사가 동의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많은 강사들이 자신의 강의를 엮어서 책으로 내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슷한 내용이 실린 다른 책이 있다는 게 좋을 거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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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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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7 15: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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