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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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심오하며, 그래서 내가 그의 세계를 다 이해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원래 문학이란 저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번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을 때 내가 모르는 김연수의 책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로부터 보름 뒤부터 그 책을 읽기 시작해 일주일만에 다 읽었다.

책은 참 재미있었는데, 무엇보다 내가 알던 김연수 작가와 많이 달랐다.

작품이 어렵지 않고 이해가 잘 됐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의 평은 어떨지 궁금해 검색을 해보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읽은 책 <캐비닛>은 김연수 작가가 아니라 김언수 작가의 작품이었다!

나같은 사람이 좀 있는지, 친절하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다.

"김연수 작가와 헷갈리는 김언수 작가...."

놀라서 책 표지를 봤더니 작가 이름은 과연 김언수였는데,

내가 헷갈렸던 건 이전 책주인이 거기다 획 하나를 더 그어서 김연수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수'에다가도 획을 더 그어서 김연주가 돼있었다.)

그전 주인이 그은 획 덕분에 난 캐비닛이라는,

매우 기발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의 작품에 매료돼 <설계자들>과 <잽>도 구매했으니,

그 '획'은 그야말로 고마운 한수였다.


이 책이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이라, 책 뒤에 심사평과 작가가 쓴 수상소감이 있었다.

심사평은 건성으로 읽고 수상소감을 좀 자세히 읽었는데

김언수 작가는 안해본 게 없을만큼 어려운 삶을 살았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IMF 때문에 집안이 쓰러졌어요. 집안 빚도 그때 생긴 거고.

생활비를 벌려고 단란주점 웨이터도 하고 공사판도 가고 공장도 다니고....." (376쪽)

훌륭한 소설은 삶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는지라

앞으로 김언수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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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8-05 05:58   좋아요 0 | URL
왓 제 글이 님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니, 괜히 으쓱해지는데요. 멋진 댓글이 평범한 글을 멋지게 만들어주는구나,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stella.K 2016-08-0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맞아요. 저도 연술줄 알았는데 언수더군요.
저도 캐비닛 오래 전에 읽었어요.
나름 재밌긴 했지만 약간의 낮선 느낌도 들었죠.

참, 오늘 아침에 TV에 나오셨던데
반갑더라구요.^^

마태우스 2016-08-05 05:57   좋아요 0 | URL
님의 방대한 독서량에 감탄합니다. TV는...부끄럽습니다.ㅜ

다락방 2016-08-04 14: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처음 몇 문장 읽고 이 작가는 김언수 에요, 라고 댓글 달려 했어요 ㅋㅋㅋ

마태우스 2016-08-05 05:55   좋아요 0 | URL
님의 방대한 독서량에 그저 고개가 수그러집니다. 다락방님 짱.

cyrus 2016-08-05 0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에 교과서나 책 표지 이름에 낙서로 장난 치는 일이 재미있었어요. 친구 교과서에 적힌 친구 이름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6-08-05 05: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랬었죠... ^^ 갑자기 학창시절 생각이 나네요.

Conan 2016-08-08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저는 설계자들을 먼저 읽고 캐비닛을 읽었습니다. 둘다 아주 특이하고 흥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다른분들처럼 저도 김연수와 김언수가 헷갈렸는데요 저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김언수 작가의 소설이 더 좋습니다^^

마태우스 2016-08-10 02:32   좋아요 0 | URL
내친김에 설계자, 잽 모두 다 읽었습니다. 정말 특이하고 재밌더라고요. 좋은 작가를 알게돼 기쁩니다

2016-08-1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9-29 17:39   좋아요 0 | URL
우와 이게 누굽니까. 반갑습니다. 제가 그쪽 관련 글로 칭찬 비슷한 말을 듣다니, 호호호. 근데 넘 오랫만이군요. 옛친구라서 그런지 가슴 한쪽이 아련해집니다그려...! 답 늦어서 죄송해용.

2016-08-11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9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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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에 있는 하늘도서관에서 강의가 있었다.


천안에서 인천공항까지 KTX를 타면 대충 1시간 반이 걸리니,

왕복 세시간 동안 마음껏 책을 읽자며 집어든 책이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슬럼버>,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라는 홍보카피만으로도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갔다.

누명을 쓰고 국가권력으로부터 쫓기는 주인공이란 설정은

영화에서 수없이 변주된 소재였지만 책으로 읽는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아무튼 재미 면에서는 내 기대를 100% 충족시켜줬다.

 

 

강의는 두시부터였지만 도서관에 도착한 건 1시 경이었다.

40분 정도 책을 읽다가 들어가서 인사를 해야지, 라며 야외 벤치에 앉았다.

날은 더웠지만 책이 재미있다보니 그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10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픈 충동을 느꼈다.

할 수 없이 도서관 안에 있는 화장실로 가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난다.

“혹시 교수님 아니세요?”

뒤를 돌아보니 강의 때문에 내게 연락해주신 담당자였다.

책 내용이 궁금해 “저 아닌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밥만 먹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증상을 '위대장반사'라고 하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간단하게나마 점심을 먹은 게 화장실에 가야 했던 원인,

 

좋은 반사도 많으련만 하필이면 그런 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게 무지 아쉬웠다.

 


 

집으로 가는 내내 책만 읽었고,

날 기다리던 개들과 놀아준 뒤 다시금 책을 읽었다.

 

이런 장르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연성이라고 생각한다.

안정효가 글쓰기만보에서 잘 설명했듯이

개연성이 있다는 건 한 가지 거짓말을 하기 위해 다른 부분은 다 사실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걸 뜻한다.

아무리 좋은 스웨터라도 한 군데 구멍이 나면 그것만 보게 되는 것처럼,

개연성이 떨어지면 작품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책에서 안정효는 <하얀 전쟁>에 나오는 권총 얘기를 예로 든다.

우리나라는 권총이 합법화된 나라가 아니므로

권총을, 그리고 총알을 구하는 방법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하며,

안정효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 총을 하나 훔치는 설정을 한다.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좀비가 설치고 다닌다는 설정은 엄연한 허구지만,

그 좀비를 둘러싼 반응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아야 한다.

내가 <부산행>을 보고 실망한 이유도 바로 개연성의 부족인데,

<골든 슬럼버>는 그 아쉬움을 달래줬을 뿐 아니라

멀다면 먼 영종도 여행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줬다.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다.

 

 

* 소설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들었다.

내용 말고 구성이 그랬는데,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가 오가면서 그 상황이 연속되는 부분이 꽤 나온다.

예컨대 204쪽에서 주인공 아오야기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피해 화장실 창문으로 도망간다.

‘대체 안전한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하고 자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다음, 배경이 과거로 바뀌면서 다음 문장이 이어진다.


[“안전한 장소란 게 법률에 정확하게 쓰여 있지가 않아, 이게.”


예의바른 초등학생처럼 무릎을 꿇고 앉은 아오야기 일당 앞에서 도도로키가 말했다.]

이런 식의 구성을 난 스티븐 킹의 <It>라는 소설에서 본 적이 있다.

그 소설에선 현재의 주인공이 정신을 잃으면, 그 다음 장면에선 과거의 주인공이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다.

이걸 보면서 ‘와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구성을 또 보다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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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07-24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산행을 보고난 뒤 ˝몰입도는 작풍성하곤 전혀 별개˝란 걸 다시 일깨워줬어요~골든 슬럼버 영화를 언젠가는 봐야지 벼러왔는데
마태우스님의 좋은 평을 보니 조만간 들이대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16-07-25 10: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골든슬럼버 영화와 책은 그 분위기가 다르더군요. 영화 쪽이 더 밝은 듯해요. 소설에서 무거운 부분은 다 덜어내고 핵심만 잘 추린 듯요. 게다가 하이라이트인 공원 장면에선 원작과 달라서 더 몰입감이 있었어요. 들이대보셔도 될 듯요

tv책한엄마_mumbooker 2016-07-25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영화란 허구는 참 머리를 많이 써야해요.
즐겁자고 읽지만 창작자는 참 고통스러운..그런 작업일 듯합니다.

마태우스 2016-07-25 10: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기생충 관련 책은 있는 걸 그대로 쓰면 되니까 쉬운데, 소설은 새로운 세계를 창작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죠...! 전 그쪽 세계는 안가려고요 호호.
 

한달쯤 전, 강의 땜시 4호선 미아역에 내린 적이 있다.

 

시간이 40분 가량이 남아있는지라 커피나 한잔 할까 했는데

 

길 건너편에 '알라딘 중고서점'이란 글귀가 보이는 게 아닌가.

 

이 상호를 전에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시간여유가 있을 때 본 건 처음이었다.

 

당장 길을 건너 2층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다.

 

헌책방에 간 적은 있지만 중고서점은 처음이었는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환경이 좋았다.

 

아주 깨끗한 환경에서 몇 명의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책들의 상태가 믿기지 않을만큼 좋았다.

 

난  나중에 다시 찾아보고픈 대목이 있으면 책을 접거나 빨간색 줄을 치는데

 

거기 있는 책들은 혹시 사자마자 다시 내판 게 아닐까, 싶을만큼 깨끗했다.

 


 

원래는 두세권 정도만 살 생각이었지만

 

'중고'라는 단어가 내게 용기를 준 탓인지 마음에 드는 책이 우르르 눈에 띄었고

 

하나둘 고르다보니 어느새 두 손에 들 수 없을만큼 책이 많아졌다.

 

이걸 어떻게 들고가지, 라는 고민을 했지만

 

계산도중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5만원을 넘기면 무료로 보내준다"는 게 아닌가?

 

내가 산 책의 총 가격은 7만7천원이었고,

 

그 책들은 그로부터 이틀 후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은 1Q84였다.

 

이 책이 시중에 나와 한창 베스트셀러가 됐을 무렵,

 

난 이 책을 일부러 외면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반감보다는

 

베스트셀러를 쫓아읽는 것에 대한 쓸데없는 거부감이 날 휘감았던 탓인데,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다들 하루키, 하루키 하는구나!"

 

날마다 읽을 책이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그날 중고서점에 가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으니

 

이건 '괜한 반발심에 대한 중고서점의 승리'다.

 

 

또한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대한 내 입장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하루키가 책을 내면 늘 베스트셀러에 들어갈 테니

 

베스트셀러라고 괜히 피할 일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앞으로 중고서점을 본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들어가리라.

 

'중고'라는 건 늘 자신감을 주고,

 

 

그 자신감은 가끔 월척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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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7-19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 자신감이론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 베스트셀러도 항상 나쁜건 아니죠. 아침에 마태우스님 글보니 뭔가 상쾌한 기분이예요>_<

마태우스 2016-07-20 00:52   좋아요 1 | URL
하하, 그죠. 근데 생각만큼 싼 건 아니었어요. 절반 정도의 가격이었으니깐요. 물론 책의 상태로 봤을 땐 그 가격이면 만족입니다만, 중고에 대한 편견이 있다보니 3분의 1 정도를 생각했거든요. 밤늦게 hellas님 댓글에 상쾌해집니다^^

세실 2016-07-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만원 무료배송도 해주는군요^^
1Q84 우리집엔 3권만 있는데 중고서점에서 1.2권 찾아봐야 겠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총,균,쇠 저렴하게 구입했어요. 뿌듯뿌듯^^

마태우스 2016-07-20 00:53   좋아요 2 | URL
아 총균쇠 그책도 소장가치 만땅인 책이죠. 근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뭐랄까 훨씬 더 흥분됩니다! 참, 어제 괴산 다녀왔어요!

Conan 2016-07-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상실의 시대를 읽고 하루키의 책을 너무 좋아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후 저도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유없는 반감으로 베스트 셀러는 잘 사지 않았었는데요. 많은 좋은책을 외면한 저만 손해였습니다^^. 지금은 베스트셀러도 잘 사보구요 1Q84도 며칠전에 샀습니다. 저는 온라인 중고서점을 애용합니다. 세실님 말씀하신 총.균.쇠도 몇년전 중고서점에서 사서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마태우스 2016-07-20 00:54   좋아요 0 | URL
오옷 이유없는 반감이 저만의 전유물은 아니었군요. 글구 1Q84를 며칠전에 사다니, 흠. 저랑 코스가 같군요! 이참에 저도 베스트셀러파로 전향하려고 합니다. ^^

2016-07-20 0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7-21 18:45   좋아요 0 | URL
오옷 님도 매니아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중고서점 위치 파악해서 근처 갈 일 있으면 꼭 들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거기서 뵈용

Volkswagen 2016-07-2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랜만입니다.
마태우스님~울산에도 알라딘 중고서점 있던데 한번 꼭 가봐야겠군요.
아 맛다! 올해초 울산에 교보문고 오픈했는데 5월 23일인가 그때 교보 다녀가신거 맞나요?
오신다는 현수막 보고 무지 반가웠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못뵈었는데 아쉽네요

마태우스 2016-07-21 18:4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때 5월달에 갔었어요. 교보에서 불러주다니 황송하더군요^^ 한편으론 알라딘에 대한 충성심이 흐트러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답니다. 다음번에 기회 있으면 뵈용.

alummii 2016-07-2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구지 정기적으로 가는 이유가 바로 이 월척 때문입니다 ㅎㅎ 저도 괜시리 베스트셀러라고 멀리했다가 이번에 베베님 시리즈 득템 했네요

마태우스 2016-09-29 17:37   좋아요 0 | URL
앗 베베님 시리즈가 뭔가요. 저도 알아봐야겠습니다. 글구 답이 늦어 죄송해요.

강가 2016-09-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희 가족들이 기회만되면 부담없이 들르는 곳이 알라딘 중고서점인데, 아이들에게 ˝맘껏 3권씩 골라˝ 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준답니다. 저도 얼마전에 들렀다 월척을 건졌답니다.ㅎㅎ^^

마태우스 2016-09-29 17:38   좋아요 0 | URL
오오...이곳이 월척을 낚는 곳이군요. 반갑습니다. 중고서점에서 낚시하다 만나는 인연이 있음 좋겠네요.

alummii 2016-09-2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죄송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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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열전>을 낸 인연으로 을유문화사의 책을 종종 증정받는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을유가 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라는 점이다.

이번에 거기서 신간을 내면서 그 비결을 알 수 있었다.

내 책의 편집자는 편집을 하는 와중에 내게 수백통이 넘는 문자와 메일을 보냈다.

낮 동안엔 문자로 질문에 답을 하고,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켠 뒤 메일함에 들어가면 열통이 넘는 메일문의가 와 있었다.

그 편집자는 한 문장, 아니 한 단어조차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앞부분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표현 말고 좀 다른 표현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이쯤되면 귀찮을 만도 하지만, 그의 지적이 모두 타당한 것들이고,

내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편집자가 고생을 하는구나 싶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밤 늦게는 물론이고 주말까지도 그 편집자의 메일은 계속됐다.

이런 편집자와 같이 일하는 건 행운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비단 내 책에만 이런 꼼꼼함이 발휘되지는 않았을 터,

그 결과가 바로 을유에서 나온 책들은 다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돼요라는 독자의 평이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은 아주 유명한 저자가 아니면 팔리기 어렵다.

동화작가인 사노 요코는 매니아들 사이에서야 유명할지 몰라도,

난 그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다.

왜 이름이 낯이 익을까 생각해본 결과 존 레논의 아내였던 오노 요코랑 발음이 비슷한 탓이었다.

하지만 저자를 모르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고,

난 곧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유머도 곳곳에서 발휘되지만, 특히 좋았던 건 매사 조급해 하지 않는 여유였다.

예컨대 저자의 집 근처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은 저자에게 전날 밤 행적을 물었다.

그런데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게 아닌가?

여기에 대한 저자의 결심, “알라비아를 기억해 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날조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일기를 쓰기로 했다.” (221)

다 읽고 나니 책을 보내준 을유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책이긴 해도,

을유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사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아파지는 대목이 있었다.

211쪽을 보면 내가 나이 아흔다섯에 뇌연화로 편안하게 잠들 듯이 간다면....이리저리 상상해 본다.”는 구절이 있다.

실제로 저자는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데,

저자 바람대로 95세까지 이런 유의 에세이집을 더 낸 뒤 뇌연화로 가셨다면 좋을 뻔했다.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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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책한엄마_mumbooker 2016-05-2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그 말같이 생각해요.
참 한국을 사랑했던 할머니세요.
제가 알 때 살아계시지 않았단 것이 안타까워요.

마태우스 2016-05-29 17:54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 글에서도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는 분이구나, 싶었는데 사랑하기까지... 제가 살아계실 때 잘할 걸 그랬네요

갱지 2016-05-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곱씹어보면 되려 무슨 경지에 다다른 듯한 늬앙스 입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7:55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제목이 아주 맘에 들더라고요. 근데 말이 그렇지, 자기 일은 열심히 하신 건 아닌지 싶던데요.

희망찬샘 2016-05-2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절반은 편집자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읽지 못한 기생충열전이 급 땅기는데요. ^^ 사노요코님 새 책이 두 권 정도 더 최근에 눈에 띄네요.

마태우스 2016-05-29 17:56   좋아요 0 | URL
아, 글쿤요 책은 저자와 편집자가 만드는 거로군요. 사노요코님 새책이 또 나왔다니, 기대되네요

희망찬샘 2016-05-29 23:11   좋아요 0 | URL
아! 마태우스님같은 전문적인 글쓰기에는 이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제가 책을 내면서 느꼈던 점이랍니다. 편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고생이 많으시구나... 하는! 점점 나아지는 책의 모양새를 보며 그런 생각 했더랬습니다. ^^

마태우스 2016-05-30 00:00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갑자기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제가 님 댓글에 대한 답을 좀 건조하게 달았네요. 죄송합니다. 님 표현이 딱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이번에 책 내면서 그걸 절실히 느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편집자 또한 이 책이 자기 거라는 인식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책은 무수한 오타와 비문이 가득한 책이 됐을 거예요. 본인이 고치면 못잡아내는 게 많거든요

희망찬샘 2016-05-30 00:03   좋아요 0 | URL
제가 실례를 했나 살짝 걱정 되었는데 다행이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책이좋아 2016-05-3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신간은 교수님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밝히신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겠죠? 너무 재밌어서 여러번 웃었어요 ^^ 게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대박 날 거라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16-06-06 02:34   좋아요 0 | URL
아...네. 맞습니다 ^^여러번 웃어주셨다니 저랑 코드가 맞는 것 같네요. ^^

북프리쿠키 2016-06-0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전과 콘서트 꼭 사볼거이야요!!반드시ㅋ

마태우스 2016-06-06 02: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 돼야 할텐데 갑자기 걱정이네용.

북프리쿠키 2016-06-0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담되세요?ㅎ 저에게 새로운 분야의 마중물이 될듯합니다. 또한 마태우스님께서 가장 잘하시는 분야라 믿~씁니다ㅎㅎㅎ (부담팍팍)

마태우스 2016-06-06 18:04   좋아요 0 | URL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꺼이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2016-06-13 0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3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9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3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19 0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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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위화 작가를 참 좋아한다.

 

아마 <허삼관 매혈기> 이후부터인 것 같다.

 

허삼관이 피를 판 후 돼지 간볶음에 황주를 마시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에세이집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에세이집답지않게 탁월한 재미를 줬다.

 

다만 요즘 트렌드가 짧은 제목을 선호하는데 저게 뭔가, 하는 불만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낸 에세이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도 똑같이 긴데,

 

글자수를 세어보니 14자로 같다.

 

이걸 보면 위화 번역자는 에세이집 제목은 14자로 쭉 가려나보다.

 

 

울산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들고 갔는데,

 

역시 위화의 에세이집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르케스나 포크너, 매큐언, 오스터 등 유명 작가들이

등장해 심심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갈 때 환승을 하느라 2시간, 올 때 1시간 40분에다

 

울산에서 일을 보기 전 50분 정도가 있었으니 충분히 다 읽을만 했지만,

 

강력한 훼방꾼 때문에 앞으로 30쪽 가량을 더 읽어야 책을 덮을 수 있다.

 

그 녀석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기차에서 내가 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책을 좀 읽다가 (20분 가량) “아 참, 강정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아 참, 이대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 오늘 농구 결과가 어떻게 됐지?”라며 스마트폰 확인 & 농구중계 시청 (20분 가량).

 

당연한 얘기지만 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못했을) 행동들이다.

 

조금 궁금하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놈의 스마트폰이 내 독서시간을 잘라먹고 있다!

 

내가 스마트폰 사기를 두려워하며 3년을 버틴 것도 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서였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있다.

 

이 책처럼 재미있는 책에서도 집중을 못하면 어려운 책은 아예 못읽는 게 아닌가!

 

작년 알라딘에서 낸 통계를 보면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몇천시간 정도밖에 안남았다고 하던데,

 

그 시간을 쪼개서 스마트폰에 내주는 건 문제가 있다.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기 삶을 기록하고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이렇게 처절한 반성문을 쓴 것 역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겠다는 결심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거대한 스마트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빠져나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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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5-29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역시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ㅎㅎ
저 역시 스마트폰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음, 전 스마트폰에 살짝만 손가락을 담그렵니다. 필요한 정보와 궁금해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가려내는 혜안과, 과감하게 클릭질을 자제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0:0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걸 어떻게 길러야 할지, 기르는 게 가능하긴 한 건지 몰겠네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뭔가를 좋아하면 궁금함도 그만큼 커지잖아요....

나비종 2016-05-29 10:13   좋아요 0 | URL
궁금함의 범주를 조절하면 됩니다. 좋아하시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나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하는 거죠. 대개의 인터넷 서핑에서 훅 지나가는 시간은 기사를 확인하고 난 후에 이루어지거 같거든요. 다른 신문에서는 그 뉴스를 어떤 식으로 썼나. .다른 인간들의 견해, 그게 은근 궁금해지는 거라ㅎㅎ

마태우스 2016-05-29 12:51   좋아요 0 | URL
옷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나비님 전문가시군요. 전 기껏해야 충전을 하지 말자, 정도였는데.ㅠㅠ 글구 제가 정말 나쁜 건 남들 댓글 보는 걸 즐겨요. 그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답니다 ㅠㅠ

나비종 2016-05-29 13:36   좋아요 0 | URL
다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ㅠㅠ 본문보다 댓글을 더 즐겨보는 1인입니다. 북플에서도 마찬가지구요ㅡㅡ;

마태우스 2016-05-29 13:50   좋아요 0 | URL
아아 님도 댓글을...ㅠㅠ 댓글읽는 재미가 좀 쏠쏠해야 말이죠. 정말 재미있는 댓글이 많아요. 한심한 댓글도 없진 않지만, 천재적인 댓글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답니다. 근데 그러다보면 시간이 한두시간은 금방 간다는...ㅠㅠ

나비종 2016-05-29 14:05   좋아요 0 | URL
방앗간에서 가래떡 나오는 걸 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락모락 따끈하고 부드러워보이는 떡이 끊임없이 꾸역꾸역 나오죠. 님의 댓글이 가래떡 댓글이라^^; 끊임없이 그 댓글에 댓글을 달고 싶어지게 하신다는ㅋㅋ
저 역시 공감가는 댓글을 보고 그분들의 공간에 들어가서 머물다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훅 갔네요ㅠㅠ 아, 그렇다고 상주하면서 댓글이 탄생하기만 주시하는 스토커는 아닙니다. 책읽다가 댓글 알림음에 다만 손빠르게 반응할 뿐ㅎㅎ

마태우스 2016-05-29 17:57   좋아요 1 | URL
방앗간 가래떡에 비유하시다니, 멋지십니다. 이런 비유력을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배워야 한다고 봐요. 저도 님 덕분에 즐거웠어요. 감사드려요!

비연 2016-05-30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야구를 틀어놓고 책보다가 몇 점 났지? 라며 보고 또 좀 보다가 그럼 어제 메이저는? 이러면서 보고... 스마트폰을 끄던가 해야지 정말... 이란 생각을 하고 꺼봤는데 왜 이렇게 불안? 암튼... 마태우스님의 말씀에 심히 동감요...=.=;;

마태우스 2016-06-02 02:28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반갑네요 그래도 전 길가면서 스맛폰하는 건 절대 안하려고 합니다. 안하려고 한다는 건 가끔 한다는 뜻..ㅠㅠ

북프리쿠키 2016-06-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잠자기전 습관적으로 30분 정도봐야 허한 마음이 달래지는것 같아 괴롭습니다. 특별히 볼 것도 없으면서~~

마태우스 2016-06-02 02:29   좋아요 0 | URL
오옷 30분밖에 안하신다고요. 부럽습니다ㅠㅠ 전 한바탕 보고나면 1시간은 훌쩍 간다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