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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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를 드디어 다 읽었다.

거의 한달 가량 가방에 이 책을 넣어두고 다닌 느낌인데,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2013년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둘째, 저자인 엘리너 캐턴이 그 상을 받을 당시 무려 28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셋째, 책이 1권은 525, 2권은 670쪽으로 매우 두껍다.

내가 남자인 탓에 캐턴이 미녀작가라는 것도 얘기한다.

 

한달 가까이에 걸쳐 이 책을 읽은 건 단순히 책이 두꺼워서만은 아니었다.

예컨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이보다 더 두꺼워도 열흘 내에 읽어버리지 않았던가.

이 책이 힘들었던 건 이야기의 스케일이 큰데다

파면 팔수록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느낌을 준 까닭이다.

읽을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라 책을 덮을 때마다 배가 고팠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요즘 더 배가 나왔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한강 작가가 올해 이 상을 타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 기억을 상기해보면 한강 작가의 책도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 기억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그저 경이롭다.

한강 작가의 책이 1, 2, 4위를 독점하고 있으니 말이다.

상을 타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책이 좀 난해하다보니 한강 작가의 책을 읽는 게 독서량의 증대로 이어지기보단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외국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책을 읽기보단 평소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눈을 갖고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느낌표>라는 공중파 프로에서 선정된 책들이 날개돋힌 듯 팔렸지만,

그게 독서습관의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느낌표에서 내는 퀴즈를 맞춘 사람에게 60초 동안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다 가져갈 권리를 줬다.

내가 봤던 회차에서 당첨이 된 남자는 그 시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박스에 책을 쓸어담았다.

대충 봐도 200권 이상의 책이 박스에 담긴 것 같은데,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평소 책을 읽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했다.

그가 평소 책을 좋아했다면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은 안읽게 된다는 것도 잘 알았을 테니,

마구잡이로 박스에 책을 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날 그가 담은 책 중 과연 그가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

이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난 이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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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05-29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가지 다 동감입니다. 첫째 작가 한강의 책이 어려울 것 이라는 것. 저는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봤는데요 어려웠습니다. 영상이 그럴진대 책은 더 어렵겠지요. 사놓은지 오래된 한강의 시집이 한권있는데요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둘째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은 안읽게 된다는 것. 저는 자기 계발서가 영 맞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사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책을 한권이라도 더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9 02:06   좋아요 0 | URL
코난님 동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새벽 두시에 동감해주시니 더 감사하네요! 채식주의자가 영화로도 나왔군요 으음. 저도 자기계발서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미움받을 용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더군요. 책의 쟝르보다도 클라스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용.

stella.K 2016-05-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60초 동안 200권이 가능한가요? 자기는 안 읽어도 남 좋은 일 시켰겠죠. 아니면 나 느낌표에서 가져 온 책이라고 전시하고 자랑하던가.ㅋ 저도 마태님 생각엔 기본적으로 동감입니다만, 이렇게라도 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게 일견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가 그 상으로 인해 위상이 높아졌으니 이제라도 책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번역가들도 좀 대우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2:48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있는 걸 마구 쓸어담았으니, 사실 200권이 더 됐을 것 같습니다. 글구 스텔라K님처럼 ˝이제라도 책 읽어야겠다˝는 분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마지막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번역료가 너무 짠데다, 십여년 전과 비교할 때 전혀 오르지 않았답니다.

CREBBP 2016-05-29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님 기사를 본적 있는데, 그동안 년에 2천부 가량씩 팔렸대요. 그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 그리고 독자들이 책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고 미안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어렵게 써서 죄송하다는 것처럼.. 소설을 사회에 대한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고..

마태우스 2016-05-29 12:49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은 저렇게 썼지만, 사실 소설이 다 쉬워야만 하는 건 아니죠. 제가 너무 가독성 측면에서만 생각했네요.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雨香 2016-05-31 1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책을 읽기보단 평소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눈을 갖고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공감합니다.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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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체격이 크고...”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의 소설만 쓰는 작가가 이렇게 유쾌하다니.

한강 작가가 멘부커상을 받은 게 부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유치한 질문에도

정작가는 시종 재치있게 입담을 과시한다.

 

인터뷰에서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종의 기원>은 좀 아쉬운 작품이었다.

물론 정작가가 굉장히 글을 재미있게 쓰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 책 역시 책 첫머리부터 가졌던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며 읽는 나를 빨아들인다.

책장을 넘길수록 드러나는 진실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더 커다란 궁금증을 낳는다.

그게 완전히 해소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소설의 결말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아마도 이건 사이코패스에 대한 저자와 나의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그렇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인간미도 있는 반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악의 교전>에 나온 그 선생처럼

별다른 이유없이 수십, 수백명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정작가는 이번 책에서 그 사이코패스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는데,

그게 궁금증의 해소로 이어지기보단 아쉬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7년의 밤>을 읽고 정유정 작가에 꽂혔던 나는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와 그 이후 작품인 <28>을 읽고 실망한다.

그리고 다시 <종의 기원>이 아쉬움을 던져준 걸 보면,

<7년의 밤>이 정작가의 대표작으로 계속 남아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 해법은 <종의 기원>

앞으로 쓸 시리즈의 프리퀄이 되는 것이다.

스포일러긴 하지만 사이코패스를 표방한 유진은 잡히지 않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그 이후 그가 벌이는 잔혹한 범죄극이 시리즈로 나온다면 괜찮을 듯 싶다.

정작가를 포기할 마음이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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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5-2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무 보고팠던 책이어요

마태우스 2016-05-28 23:42   좋아요 0 | URL
네 재미는 있답니다 읽으셔도 후회는 안하실 듯요

남희돌이 2016-05-2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게 이어져도 재미있겠네요. 유진의 행보가 갑자기 뚝. 그렇게 끊겨서 저도 아쉽긴 했어요.

마태우스 2016-05-28 23:43   좋아요 0 | URL
그죠 미드 중 덱스터라고 있는데, 전 한번도 안봤지만 그게 사이코패스 살인마 얘기 아닌가 싶네요. 암튼 주인공인 유진이 덱스터처럼 그려진 시리즈를 기대하려고요. 사실 맨 마지막에 주인공이 탄 배 안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 아무도 없는 배가 발견되는, 그런 시나리오라면 아쉬움이 해소됐을 듯요

북프리쿠키 2016-05-2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7년의 밤밖에 아직 접해보지 않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8 23:43   좋아요 0 | URL
아직까진 그게 베스트예요!!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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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아버지의 밥을 차리느라 결혼을 꿈도 꾸지 못하는 여자 (한파특보),

 

사업을 말아먹고 남편과 떨어져 시골에 숨어사는 여자 (흉몽)

 

남편을 교통사고로 보낸 뒤 트럭을 몰며 사는 여자 (폭염),

 

김이설의 단편집 <오늘처럼 고요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극한상황에 몰려있다.

 

아니 어떻게 이리도 불행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면

 

그에 필적할 또 다른 주인공이 나타나곤 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이전의 단편은 까맣게 잊고 새 단편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근 하루만에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어제 강의록 준비 때문에 새벽 4시에 자면서

 

오늘 아침 천안에서 가락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며 눈을 붙이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졸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극한상황을 설계할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그저 감탄하고

 

사람들이 왜 김이설!”을 외치는지 알겠다.

 

 

외부강의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소설은 왜 SF가 없느냐고,

 

과학 전공자들이 소설을 좀 써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게 우리가 외면하던 현실을 드러내 줌으로써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면,

 

SF보다는 <오늘처럼 고요히>가 소설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한 게 아닐까 싶다.

 

십년쯤 전 김이설 작가님과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둘이서 만난 건 아니고, 내가 속한 모임에 잠시 나오신 건데

 

그때가 작가님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였나 그 전이었나 헷갈리지만,

 

아무튼 그 당시만 해도 난 김이설 작가님이 이렇게 잘되실 줄 몰랐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말도 거의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작가님이 이렇게 멋진 책을 연달아 내실 줄 미리 알았다면

 

그때 좀 잘할 걸 그랬다.

 

 

참고로 난 작가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작가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신 같은 존재니, 어찌 평범한 인간과 같을 수 있겠는가?

 

가끔 날보고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원래 있는 기생충에 대해 기술하는 책을 냈다고 해서 작가가 되는 건 아니기에

 

그때마다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곤 한다.

 

그런 경우가 잦다보니 귀찮아서 네 작가 맞습니다라고 한 적도 몇 번 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난 내가 작가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작가면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쓴 분한테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잖은가?

 

아무튼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사람을 보면 같이 놀기 싫은데,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너무도 많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배려가 없고 비인간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책을 써가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이설 작가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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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4-28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님 저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마테우스님도 존경합니다:) ㅎㅎ 오늘 이 책 읽다 자야겠네요>_<

마태우스 2016-04-28 09: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hellas님, 저랑 좋아하는 작가가 같아 반갑네요. 근데 저는 저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나쁜놈이라는....-.- 근데 새벽에 안주무시네요. 저도 주로 밤에 일하는데 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기억의집 2016-04-28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의 책은 안 읽었지만,,,, 불행이라면 필립 로스만 하겠습니까! 네메시스 읽으면서 하아,,, 이렇게 불운한 삶을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그려내다니,하며 놀라워하며 읽었습니다. 김이설도 필립 로스과군요!

마태우스 2016-04-28 09:1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 집님, 필립 로스 책 딱 하나 읽었던 것 같은데, 그 책은 불행에 관한 책은 아니었어요. 네메시스를 제가 안읽었네요.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희망찬샘 2016-04-2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한 상황... 읽고 나면 맘이 좀 안 좋을 거 같아요.

마태우스 2016-04-28 23: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어요. 근데 의외로 맘이 안좋진 않아요. 극한상황 속에서 희망이 피어나는 내용도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절망하다 끝나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든가 그러지 않는 게 신기했어요.

페크(pek0501) 2016-04-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잖은가?
- 어떻게 요런 생각을 하셨는지... 마태우스 님의 유머는 죽지 않고 늘 살아 있군요.


<오늘처럼 고요히>, 이 책에 대해 호평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되네요. 장바구니에 담겠사와요.
궁금해서 구입하게 될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16-04-29 22:01   좋아요 0 | URL
헤헤 저만큼 그분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 암튼 이 책,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나비종 2016-04-3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궁금해졌으니 리뷰어의 역할을 충분히 하셨습니다. ^^

마태우스 2016-04-30 22:20   좋아요 0 | URL
아 네...나비종님 감사합니다. 리뷰에 대한 가장 좋은 찬사네요^^

나비종 2016-04-30 22:29   좋아요 0 | URL
뒤에 댓글을 더 쓰려했는데, 엔터키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그래서 그만 두었습니다ㅎㅎ
음. . 제가 쓰려던 댓글은, 저 역시 작가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요. 창의적인 면에서 치밀한 예술가이며, 세심하게 주변을 관찰해야 한다는 점은 과학자와 통하는 점도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같이 놀기 싫은 1인에 속하지 않아서요~ㅋ

다락방 2016-05-17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처음 단편 하나 읽었는데 너무 쎄요, 마태우스님. 흑흑. 쉬었다 그 다음 편을 읽어야겠어요 ㅜㅜ

북프리쿠키 2016-06-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추천감사드려욤~읽고싶은 책에 담아놨어요!! 제가 이런 분야에 취약했는데 이 기회에 김이설 작가님 입문토록 할께요˝
 
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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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당신>을 읽은 뒤 뒤늦게 박범신 작가의 팬이 됐다.


그 여세를 몰고 주문한 게 바로 <주름>,


소설의 주인공인 김진영은 시인인 천예린과 바람이 나는데,


이야기의 대부분이 둘 사이의 지독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 사랑이 어찌나 지독한지 나중에 읽다가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둘의 관계는 칼자루를 쥔 게 여자 쪽이라,


여자가 사랑을 나누다 도망가면 남자가 쫓아가고, 여자가 또 도망가고,


이런 과정이 책 전반에 걸쳐서 되풀이된다.


도망가는 것도 스케일이 커서,


서울에서 대전, 대전에서 부산, 뭐 이렇게 가는 게 아니라


케냐에 갔다가 모로코에 갔다가 스코틀랜드와 북극해를 어우르는 장대한 도망인데,


너무 긴 여정이다 보니 나중엔 지겨웠다.


알고보니 이 책은 오래 전 나왔던 책인데 원래 내용을 줄이고 또 줄여


2006년에 개정판으로 나온 거란다.


그 이전 버전 대신 개정판을 읽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전 버전을 읽었다면 읽다가 지쳐 쓰러질 뻔했다.

 


이 소설엔 둘간의 정사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너무 많이.


나이가 나이다보니 불륜을 비롯해 야한 장면이 나오는 이야기에 솔깃해하긴 하지만,


이건 뭐 시도때도 없이 하는 장면이 나오고,


심지어 몇 달씩 벌거벗고 사는 광경까지 연출하니,


야하기는커녕 적당히 좀 하지!’란 한숨이 내 입에서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단순히 부도덕한 러브 스토리로만 읽지 않기를 바란다.” (430)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꽃뱀에게 넘어간 남자, 그 남자를 사랑한 꽃뱀”, 이렇게밖에 이 소설을 정리할 수가 없다.


회사돈까지 횡령하면서 여자를 쫓아가고, 그녀의 노예로 살겠다고 날뛰는


50대 아저씨를 저거 말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편을 연달아 읽었으니 이제 당분간 박범신 작가를 멀리할 생각이다.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 김진영이 몸이 안좋아 열이 팔팔 끓을 때,


그녀는 ...얼음주머니를 내 이마에 문질러주고 있었다.” (270)


소아과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안 사실인데 열이 날 때 얼음주머니는 별로 좋지 않단다.


물수건으로 이마를 문질러 주면 열이 내려가는 건 사실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며,


얼음주머니는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열 발산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한다.


그래서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게-이마보단


면적이 넓은 가슴 쪽을-훨씬 좋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난 결론.


역시 돈거래는, 아무하고도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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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16-04-2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게 쓰셔서 이밤에 막 웃었어요ㅎㅎㅎ근데 여자는 왜 도망가는 건가요? 그게 참 궁금하네요

마태우스 2016-04-27 04:00   좋아요 0 | URL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가 도망가는 이유는 돈 떼어먹고 도망가는 첫번째 도망 말고 두번째부터는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 때문인가 그렇게 추측되는데요, 몇번을 그러니까 ˝이젠 좀 죽어도 될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

hellas 2016-04-2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그만들둬! 라고 할만큼 정사씬이 많다니 궁금은 합니다만. 그러기엔 작가분의 글이 너무 남성남성하신지라 읽게 될진 모르겠네요. ;ㅂ; 유쾌한 리뷰입니다

마태우스 2016-04-27 04:01   좋아요 0 | URL
정사씬 묘사가 처음엔 아주 리얼해요. 차에서 격정에 휩싸여 처음 하는 장면....근데 그 다음부터는 ㅠㅠ 아유 정말 그대로 말할 수도 없고, 아무튼 좀 거시기합니다.

nomadology 2016-04-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망하셨다는 리뷰같은데 오히려 궁금해지네요.

마태우스 2016-04-28 00:33   좋아요 0 | URL
앗 그런가요. 사실 아주 실망은 아니구요 처음에 둘이 막 그러고 그럴 땐 재밌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길어지니까 짜증이 났다는 거고요.^^

세실 2016-04-2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승같은 사랑! 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어요. 주름은!
바이칼호수, 알흔섬은 가보고 싶은~~

마태우스 2016-04-28 00:34   좋아요 0 | URL
바이칼호수는 말이 호수지 바다 아닐까 싶어요 가본 적은 없고, 아마 평생 못갈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싶긴 합니다. 구글로 찾아보면서 위안하려고요.

stella.K 2016-04-2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 작가는 저도 좋아하는 작가긴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다
좋은 건 아니더군요. 전에 고산자를 읽었는데 저는 그닥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은교는 좋았는데...
소금과 당신은 마태님이 좋으시다고 하시니 저도 나중에 읽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야한 게 끌리시던가요?ㅋㅋ

마태우스 2016-04-28 00:35   좋아요 0 | URL
사실 나이 들기 전에도 야한 게 끌렸죠 근데 그땐 안그런척 하고 살았고 지금은 그냥 솔직해진 거죠. 음하하하. 제가 은교 안읽은 게 좀 트라우마예요. 지금이라도 읽으면 되는데 왠지 뒷북같고요

blanca 2016-04-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리뷰 읽다 빵 터져요 ㅋㅋ 이런 내용인지는 몰랐어요.

마태우스 2016-04-28 00:35   좋아요 0 | URL
우왓 블랑카님이닷. 님처럼 멋진 리뷰 쓸 능력은 없고 하니 엽기로 나가는 겁니다 하하.

Conan 2016-04-2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테우스님 리뷰를 보고나니 꼭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전에 소금을 읽고나서 너무 여운이 남아서 후배한테 책을 사주고 읽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 매력있는 작가인것 같습니다~

2016-04-2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정 본능 -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아지트 바르키 & 대니 브라워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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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키>라는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경제학자 장하준이 쓴 <사다리걷어차기>의 리뷰를 쓰고 난 뒤부터였다.


그 당시 난 장하준 선생이 내 누나랑 선을 본 얘기로 리뷰를 채웠는데


그걸 눈여겨 본 모양이다.


그 뒤 부키에선 시시때때로 책을 보내준다.


그 중 하나가 작년에 나온 <부정본능>이었다.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인식의 지평을 넓게 해주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이 가독성까지 뛰어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내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면 그 자체로 만족하려 한다.


<부정본능>은 “왜 인간만이 고도의 문명을 건설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른 동물들에서는 지능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인간에서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 제시한 해답은 필멸성의 부정, 


즉 인간은 스스로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평소 그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를 개발한 덕분에


고도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단다.


그런 방어기제가 없는 동물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고,


죽을 게 무서워 아무 것도 안하려 하지만,


사람은 그걸 인식하지 않기에 암벽등반처럼 위험한 일도 할 수 있다는 것.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50년 후의 자기 모습을 생각하고,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 받는 선택을 한다. 


이런 선택들이 바로 우리가 지구를 제패한 이유라니 정말 탁월한 분석이 아닌가!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주긴 하지만,


책은 빨리 읽히진 않는다.


번역문제가 아니라 원래 책 자체가 아주 친절하지 않은 탓인 듯한데,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고난 뒤 한동안 숨겨진 진리를 알아낸 기분이 들어 우쭐했었다.


이 책에 정말 고마워할 점은


엊그제 보낸 경향칼럼 1회분을 이 책으로 채웠다는 것.


탁월한 식견은 응용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는 걸 이 책 덕분에 배웠다.


숨겨진 진리가 궁금하신 분들, 부정본능에 도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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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3-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리뷰는 넘 잼나잖아요

마태우스 2016-03-08 10:35   좋아요 0 | URL
오옷 이런 격한 칭찬을.... 감사드립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몰라뵈서 죄송했습니다^^; 박사님 열혈팬입니다^^

마태우스 2016-03-08 12:18   좋아요 0 | URL
넹...? 지난번이라면 언제요? 암튼...방금 님 서재에 방문해서 한국인에 관련된 책 리뷰를 읽었습니다. 확실히 책을 읽으면 냉철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울나라 사람들이 다 책을 읽는다면, 좋은 사회가 될텐데 넘 안타깝네요. 책 안읽는 사람들에 의한 투표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4월 13일이 두렵습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2:24   좋아요 0 | URL
아, 정희진처럼 읽기 페이퍼에서 댓글을 다셨는데 제가 그랬죠 `설마 서민 박사님은 아니시죠?` 답이 없으시길래 마태우스님 서재 방문해보고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 아직 알라딘 온지 얼마 안돼서요.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책 읽는 사회 자체가 천국일텐데...... 말씀처럼 두렵네요 ^^;

마태우스 2016-03-08 13:08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님 질문에 답을 못드렸군요. 부끄럽습니다 ㅠㅠ 제가 좀 게으르다보니 그런 사태가 발생한 듯합니다. 앞으로 엻심히 하겠습니다.

시이소오 2016-03-0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니에요. 미리 서재에 방문했어야 했는데요^^ 알라딘 유명인을 몰라본 제 불찰입니다^^

2016-03-08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3-08 14:46   좋아요 0 | URL
오옷....그 기사를 보는 분이 계실 줄이야. 부끄럽습니다.....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