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스반테 페보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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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반테 페보 박사는 수만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해독한 과학계의 스타다. 페보박사는 또한 오래된 인류로부터 DNA를 뽑는 게 가능하며, 그 방법을 정립하기도 했다. 내가 속한 ‘미라팀’에서 하는 일이 과거 미라에서 기생충과 기타 질병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니, 우리 연구팀에서 페보박사는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는 그 페보박사가 자신의 30년 연구인생을 정리한 책이다. <사이언스 칵테일>에서 강석기 박사가 {원서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번역되기만 기다렸는데, 그 책이 드디어 나온 것. 페보박사가 과학자다보니 책 시작부터 어려운 과학얘기가 나오지만, 워낙 설명을 잘해 줘서 일반인도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고 믿는다). 게다가 과학적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책을 읽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게 과학적 상식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과학계의 신이 됐느냐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

 

실제로 페보박사는 연구 과정에서 숱한 난관에 직면한다.
그와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신기술을 이용하겠다고 몰려들 괴짜 과학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통로로 시도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187쪽)
위기를 겪을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금요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아무래도 오염이 일어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자고 말해 버렸다.” (260쪽)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DNA를 통해 인류진화의 비밀을 벗기려는 페보의 의지는 이 난관들을 차례로 극복해 냈다. 그가 더 존경스러운 점은 자기 밑에 있는 팀원들이 언제든 자기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었다. 이건 그 팀의 약점이기도 했다.
민주주의가 그렇듯이 가끔은 불합리한 생각들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243쪽)
그래서 페보는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는 교수의 말이 곧 법이던 독재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씩 했다.” (같은 쪽) 하지만 페보는 끝내 그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다수의 의견에 잠자코 따랐다.” (같은 쪽)
인내의 열매는 달았다. 이게 자기 일이라고 생각한 연구원들은 더 열심히 일해 결과를 냈고, 문제점이 생기면 자기 일처럼 걱정하며 해결책을 찾아냈다.

 

페보로부터 배워야 할 또 다른 점은 남의 지적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가 바로 페보였으니 심사위원이 지적해도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페보는 달랐다. 페보에 대해 한 심사위원이 쓴 글이다.
저자가 사용한 방법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면...저자들은 보통 설명하고 끝낸다. 하지만 페보는 내 논평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내가 제기한 문제들을 조사하고 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수정을 가했다.” (400쪽)
이런 점들이 그가 이 업계에서 신이 되도록 만든 게 아닐까. 읽을수록 존경이 커졌는지라 나중에 페보가 동료의 아내와 잠자리를 함께 하는 대목을 읽을 때도 저항감이 생기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 감명깊게 읽은 대목은 그 페이지를 접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접힌 곳이 수두룩하다.

마지막으로 페보가 부러웠던 점.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유명 학술지는 좀 오만하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그 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려 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한 편집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학술지에 자주 투고하면서 언젠가 받아주겠지, 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시라. 우리는 그런 곳이 아니다.”
그래서 난 그쪽 학술지엔 논문을 아예 보내지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 학술지 편집장들이 페보한테 “이왕이면 우리 학술지에 실어달라”고 사정을 한다. 역시 신과 인간은, 다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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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08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팀원들이 언제든 자기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건 정말 신이 아니면 어려운 일 같아요. 저도 애들한테 ˝엄마한테 솔직한 니 의견을 말해봐. 엄마 생각이 틀리면 틀리다고 해도 좋아˝ 했다가 애들이 너무 가차없이 저를 비판해서 결국은 이런 저런 핑계로 권위를 이용해 애들을 굴복시켜 버리곤 하거든요 ㅎㅎ
그나저나 이런 신적인 분이 대관절 왜 동료의 아내와 잠자리를 하게 됐을까 궁금해서라도 어렵지만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만병통치약 2015-10-08 13:58   좋아요 0 | URL
우리 나라 같았으면 사생활 폭로되고 난리 나지 않았을까요? 잘못하면 일자리 까지 물러났을지도요 ㅎㅎ

마태우스 2015-10-09 19:3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오로라님 동료 아내랑 원래 좀 섬을 타다가 헤어졌는데, 나중에 동료 부인으로 왔을 때 이 여자다, 이런 거죠. 정말 웃긴 건 그 부부를 자기 연구소에 초대하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한답니다. 게다가 이분이 혼외자식에 또 bisexual이거든요. 울나라 같으면 만병통치약님 말씀대로 그걸로 엄청 까였겠죠... 글구 자유로운 분위기는 정말 웬만한 성격 아님 힘들 거 같아요. 저도 불가능...

만병통치약 2015-10-09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DNA쪽 까막눈이라 그런지 연구내용은 어려웠지만,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는 유럽이 역시강하구나와 남녀관계는 역시 스웨덴출신이 자유롭구나를 느꼈습니다 ^^ 저도 스웨덴으로....

마태우스 2015-10-09 19:3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아무래도 DNA를 알면 읽기가 편하겠지요. 그래도 전 연구내용보다 페보박사의 태도가 더 인상적이었답니다. 이런 식이면 뭘 해도 성공하겠구나 싶었다는... 글구 울나라도 많이 자유로워졌구나, 이런 걸 많이 느껴요. 전 스웨덴 안가려고요^^

2015-10-09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10-09 19:38   좋아요 0 | URL
아 네...선생님 말씀 동의합니다. 선뜻 도전하기 어렵긴 한데, 이걸 읽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글구 인내심도 길러지고요. 참, 답변은 선생님 서재에다 했습니다

2015-10-09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9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0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10-20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발음상 묘하게 들리네요.ㅎㅎ 잠시 생각했습니다, `개`놈을 찾는게 지금 한국에서 (세계적으로 물론) 그리 어렵지는 않을테니, 책을 한번 써볼까???ㅎㅎㅎㅎ 저는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치는데, 선생님은 책 페이지를 접어두시네요. 또 다른 방법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마태우스 2015-10-23 04:25   좋아요 0 | URL
하하 게놈, 개놈이라뇨. 정말 그렇네요. 자주 쓰는 단어라 전 생각 못했답니다^^ 글구 밑줄도 열심히 치지요. 근데 거기에 더해서 접는 겁니다. 그래야 나중에 다시 찾을 때 유리하더라고요. 종이책의 장점이 그거 아니겠습니까.

2015-10-23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3 0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10-2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글도 글이지만, 책 페이지를 접은 사진을 보니 어려울것을 알면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ㅎㅎ

마태우스 2015-11-17 04:13   좋아요 0 | URL
너무 어려운 책을 추천한 게 아닌지 뒤늦게 후회가 됩니다 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ㅠㅠ

도시여행자 2015-10-2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놈 발음이 좀 그렇죠. 저도 참 어려운 용어인데 순간 웃음을 준다는 생각을 잠시했습니다~^^ 책을 접는 습관이 계시군요. 전 접힌 게 싫어서 쫙쫙 펼칩니다. 이상하죠. 같은 세상 살아가는데 이렇게 다른 생각과 습관을 가졌는지 참 묘합니다. 서민적 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출판계에서 평판도 좋고 강연회도 활발히 여시고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11-17 04:12   좋아요 0 | URL
답이늦었네요 죄송합니다.ㅜㅜ 저도 책접는 습관을 갖게 된 게 그리 오래 안됩니다. 그전엔 책 뒤에다 페이지를 적었었죠. 근데 언제부턴가 바뀌더라고요. 한 개인도 이런데 사람들이 습관이 다른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응원 감사드려요.

2015-11-08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11-17 04:11   좋아요 0 | URL
윽....마태우스를 빌려읽으시다니 그, 그럴 수가 ㅠㅠ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사지 않아서 다행. 암튼 저도 님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덕담 감사드려요!
 
이기적 논어 읽기 -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본 논어
김명근 지음 / 개마고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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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깨우치려면 재물과 멀어질수록 좋다는 건 거의 상식적인 얘기다.

과거의 어떤 성인도 재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없다시피한데,

나이가 들어 생활인으로 살아갈수록 돈이란 건 어느 정도는 있어야지 않나 싶다.

시주를 받으며 도를 닦는 것보다는

밭을 일군다든지 하면서 자기 먹을 것은 직접 만들어 가면서 도를 닦는 게 더 멋져 보인다. 

절에서 만든 무말랭이를 사려다 가격에 흠짓 놀라긴 했지만

시주 받기 어려운 각박한 세상에서 직접 뭔가를 하는 게 존경스러워 

값을 치르고 무말랭이를 산 적도 있다 (사실은 물리고 싶었는데 스님이 계셔서...).


그런데 정말 옛 성인들은 돈의 중요성을 경시했을까.

<이기적 논어읽기>는 그게 아니라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논어 ‘선진 18장’의 한 구절.

“회 (안연)는 거의 (도에) 가까웠지만 자주 쌀독이 비었다. 

사(자공)는 명을 받지 않았지만 재산을 늘렸고, 생각한 것이 잘 들어맞았다.“

여기서 ‘명을 받지 않았지만’는 “공자님 말씀을 따르지 않았다”로 해석하는 게 주된 이론이다.

즉 ‘안연은 쌀독이 비었어도 도를 지켰고 자공은 공자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재산을 늘렸다’는 뜻.

하지만 저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제자가 배를 곯는 것을 대견하다고 보는 건 스승의 도리가 아니며, 안타까워해야 한단다.

그의 해석은 어떨까.

“가장 도에 가까운 것은 안연이었으나 배를 곯는 것은 아쉬웠다.”

자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모으는 걸 나무랐다면 그 뒤에 나오는 생각한 것이 잘 맞았다는 칭찬을 해석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명을 받지 않았다는 벼슬을 하지 않았다, 로 보는 게 맞다는 것 (이상 90-91쪽)

실제로 안연은 가난을 감수하며 도만 닦은 반면

자공은 장사를 해서 모은 돈으로 공자 교단을 먹여 살렸고

그가 벼슬길에 오른 건 먼 훗날의 일이다 (같은 쪽).

즉 자공은 도를 쫓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았다는데,

공자의 저 말씀은 “도를 닦는 것에 대해서도 이를 절대적인 하나의 잣대로 들이밀지 않”았다는 증거다 (92쪽). 


우리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공허한 소리를 공자님 말씀이라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이기적 논어읽기>를 보니 공자에 대해 그런 편견이 만들어진 건

후세 사람들의 해석이 잘못된 것일 뿐,

공자님은 살아생전 공자님 말씀만 한 적이 없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공자에 대해 잘못 알려진 오해들을 풀어줌으로써

공자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갖게 만든다.

기존의 편견을 뒤집는 깨달음을 주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그간 논어에 대해 편견을 가진 분들도 이런 논어라면 좋아할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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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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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천안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은 인천이다.

거리로 따지면 더 먼 곳도 많지만,

부산과 울산, 여수 등 웬만한 곳은 다 기차로 갈 수 있는 반면

인천은 오직 버스로 가는 수밖에 없다 (터미널까지만 1시간 반이 걸린다).

버스는 기차보다 몇 배 더 피곤한 느낌을 주는지라

체감상 울산보다 인천이 더 멀게 느껴진다. 

어제, 그 인천을 갔다 왔다.

전날 경북대병원 모친상에 다녀온 것까지 겹쳐,

몸살이 나버렸다.


몸이 안좋을 때는 되도록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끙끙 앓는 와중에 전날 읽었던 책 생각을 하며 버티는 중이다.

<범인에게 고한다>라는 책으로,

저자인 시즈쿠이 슈스케는 내가 처음 접하는 작가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어떻게 범인을 잡느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소설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재미를 준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TV를 통해 범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나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내부정보를 흘리는 경찰 내부의 스파이와의 싸움이 더 재미있었다.

그 스파이가 정보를 유출하는 이유는 그걸로 좋아하는 여자를 사로잡으려는 욕망인데,

그런다고 해서 여자가 넘어올 리도 없지만,

이 가느다란 끈이라도 붙잡으려 하는 게 남자들의 일면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점들.

1) 청문회 때 시종일관 ‘모른다’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 대기업 총수가 고위직 공무원이 해명 기자회견에 임하는 모습을 접할 때마

...왜 저런 추태를 보이나 하고 의아했는데, 지금 자신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돌변한 뒤틀린 심사밖에 남지 않았다.“ (128쪽)

2) 내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326쪽을 읽다보니 갑자기 주인공 형사가 이렇게 묻는다.

아리가는 어떻지?”

질문을 받은 형사가 대답한다.

최근에는 밖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리가’가 도대체 누구였지? 그새 까먹다니 난 바보야, 바보!

마구 자책을 하다가 할 수 없이 그전 페이지를 다 뒤져가며 ‘아리가’를 찾으려 했다.

다행히도 ‘아리가’는 326쪽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었고,

그 인물에 대한 정보는 책 맨 마지막에 나왔다. 

3) ‘청출어람’의 의미에 대해 새삼 알게 됐다.

주인공이 묻는다.

남색 (쪽빛)과 청색 (파란색) 중 어느 게 더 진한 색일까?”

이 질문에 부하 형사가 대답한다.

남색 말씀이시죠? 청출어람이라고, 쪽은 푸른 물감보다 더 푸르다, 라는 말이 있으니 파란색보다 진한 색이겠네요.” (394쪽)

이 구절을 읽고 난 그게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주인공은 나와 부하 형사의 무지를 깨우쳐 준다.

‘청출어람’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은 ‘이청어람(而靑於藍)’이고,

이걸 종합하면 이런 뜻이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즉 남색보다 더 진한 건 청색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기시감이 들 수도 있지만,

범인과의 싸움 말고도 공을 가로채기 위해 경찰끼리 다투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랑을 위해 배신을 일삼는 등 인간사의 온갖 면들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소설이니,

장거리 여행을 떠날 분들이 챙겨가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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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7-2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댓글이 사라져버렸다는ㅠㅠ;
어쨌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경북대병원까지 다녀가셨다니, 그이후 인천ㅠㅠ 몸살날 만도 해요ㅠㅠ
책은 바로 보관함으로^^

마태우스 2015-07-26 23:03   좋아요 0 | URL
네 덕분에 쾌차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낮잠을 좀 잤어요. 자는 동안 악당한테 쫓기는 꿈을 꿨지만, 몸은 한결 낫습니다 역시 잠이 보약...! 그나저나 경북대 근처엔 달밤님이 계셨군요 어째 어디선가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했더니ㅣ...!!!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차 안에서는 추리소설보다 좋은 것도 없지요.
차 안에서 < 제2의 성 > 읽어보십시오. 가뜩이나 짜증나는 데 더 짜증이 납니다.. ㅎㅎㅎ
저도 사람 이름을 까먹곤 해서 아예 사람 이름만 나오면 노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그래서 어라 ? 아리가 ???! 아리가가 누구지 ? 라고 할 때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 이름에 밑줄을 안 그으면 아리가 가 나오는 대목 찾느라 한참 걸리더라고요...

마태우스 2015-07-26 23: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추리소설 짱입니다. 글구 사람이름 나올 때마다 표시를 해놓으면 도움이 되겠군요! 이래서 나이 젊을 때 한권이라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나이들면 색연필이네요^^ 팁 감사합니다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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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에 다섯 명이 묶인 채 누워있다.

하필이면 기차는 제동장치가 고장났으니, 그대로 간다면 그 다섯 명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다섯명이 묶인 곳 직전에 지선이 하나 있어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기차의 방향을 그 지선 쪽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선에도 한 사람이 묶여 있는 것.

이럴 때 어떻게 해야만 할까? 

벤담 식으로 단순히 숫자만 따지면 기차를 지선으로 돌리는 게 맞지만,

그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일 경우에도 그게 가능할까? 


명확하게 판명이 나지 않는 딜레마를 다루는 학문을 트롤리학이라고 부르며,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는 이 트롤리학에 대한 책이다.

골치아프게 이런 걸 왜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쏜 미사일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졌지만,

처칠은 그것들이 런던의 중심부를 정확히 타격한 것처럼 정보를 흘렸다.

물론 런던 남쪽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처칠은 런던과 런던 시민을 택했던 것. 

홍수가 나서 양쯔강이 범람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정부는 대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양쯔강의 댐을 폭파하기도 했다. 

다음은 어떨까.

1884년 배가 침몰해 세 명이 구명보트에서 표류하게 됐는데,

마침 먹을 것이 떨어졌다.

일행 중 한 명인 17세 소년은 원래 몸이 약했기에 그냥 놔두어도 죽을 판이었다. 

그 소년을 잡아먹지 않으면 세 명 모두 죽고,

소년을 잡아먹으면 나머지 두 명은 살 수 있는 상황.

결국 둘은 소년을 잡아먹었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다.

그때 잡아먹힌 소년의 이름이 바로 리처드 파커였으니,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에 나오는 뱅갈 호랑이의 이름이 

리처드 파커인 게 우연은 아니었다.


이런 식의 헷갈리는 상황들이 잔뜩 나오는지라

시종일관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이렇게 주장해서는 안되겠다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짐이 곧 국가고, 짐에게 반항하는 건 위헌이다, 이런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꼭 한번 이 책을 읽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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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1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은 그 분으로 생각하셨겠지만, 저는 그 분이 마립간인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 이 문장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군요.

마태우스 2015-07-16 09: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저 책은 자기 확신을 가진 모든 분들께 다 해당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비록 옳다 하더라도 한번쯤 성찰을 할 필요가 있을 테니깐요. 근데 요즘 페미니스트 분들과 무슨 일이 있으신가봐요...?? 제가 사정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힘내십시오.

마립간 2015-07-16 11:27   좋아요 0 | URL
저는 자기 확신이 없지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페미니스트 분과는 무슨 일이 있기 보다 ... 아마 제가 요즘 페미니스트 관련 도서 판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기소침할 일은 없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5-07-16 23:07   좋아요 0 | URL
아...페미니즘 도서에 도움을 주고 계시다면, 결국 페미니즘을 도와주고 계시는 거군요;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모든 결정은 다른 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는 게 실감나네요. 아무튼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과거와 달리 나이가 드니까 더위보다 추위가 더 무서워졌어요 -.-
 
외딴집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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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2박3일 강의를 다녀왔어요.

여행갈 때면 늘 챙기는 게 바로 책인데요

가기 전에 검색을 해보니까 제가 미야베 미유키 팬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빼먹고 안읽은 것들이 다섯권쯤 있더라고요.

폼으로 지참하는 과학책 원서 한 권과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 집>을 들고 갔습니다. 

상하 두권인데다 권당 400쪽을 넘었으니 2박3일은 버틸 수 있을 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베트남까지 가는 동안 상권의 90%를 읽어버렸고,

있는 동안 짬짬이 책을 읽었더니 돌아오는 날 아침에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전 원래 현대물을 더 좋아하는 편인데 외딴집은 정말 재미있더군요.

부잣집 도련님이 하녀를 건드려 아이를 낳았는데 그 하녀는 아이를 낳자마자 죽었으니,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그 아이가 겪는 고초가 이야기의 도입부를 이루는데, 

거기서부터 확 빨려들어가더니 마지막까지 숨가쁘게 저를 달리게 하네요.

그 아이의 삶을 보고 있자니 꼭 혈연관계가 아니더라고 유사가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그들이 진짜 가족보다 더 잘 해줄 수 도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건 진짜 가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평소의 지론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투리 시간에 큰 재미를 준 이외에 외딴집은 제게 큰 은혜를 베풀었지요.

외국에 나가면 일체 아무것도 못먹는 저를 위해 아내가 라면과 햇반 등을 몇 개 싸줬어요.

그런데 그만 젓가락, 숟가락을 싸주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저는 먹지도 않을 호텔 조식뷔페에 가서 포크 하나를 훔쳐 왔는데,

그 포크를 이 책에다 숨겨가지고 왔거든요. 

덕분에 햇반과 라면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랠 수 있었지요.


남들은 외국 가는 거 좋아하고, 제가 베트남 간다니까 좋겠다고 부러워하던데,

전 역시 국내에서 마음껏 먹으며 우리 강아지들 배나 쓰다듬는 게 좋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여권을 만들면서 10년짜리를 선택한 걸 보면

혹시나 세계적인 강사가 돼 다른 나라에서 또 부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딱 한가지, <외딴집>이 아쉬웠던 점은 책이 재미있다 보니 떠나기 전에 다 읽어버렸다는 것이지요.

3일째 되는 날엔 읽을 게 없어서 폼으로 가져간 과학원서를 줄을 치며 읽는데,

제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어서 그다지 재미는 없었습니다 (사실은 영어를 못하는 탓이지요 하하)

그러니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두껍다고 해서 방심해지 말고,

좀 과하다 싶을만큼 챙겨서 가져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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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7-04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제가 이렇게 유명하신 분 강의를 앞에서 네째자리에 앉아서 듣고 사인도, 제 닉네임 적은 사인도 받았다는 거 아닙니까~~~~~ 브이^^/ 만세인가요? ㅋㅎㅎ

마태우스 2015-07-07 00:59   좋아요 0 | URL
음, 저의 유명세는 스스로 선전하는 거고, 남들은 저 잘 몰라요^^ 그래도 뭐, 님한테 사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세실 2015-07-04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세계적인 강사라니~~
혹시 영어로 강의하셨으려나요!!
곧 청주에도 오시니 기대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오오 청주는 겁나 가깝고 좋지요. 베트남보다는 물론이고 서울보다도 가깝죠. 글고보니 청주에 몇번 간 적이 있네요. ㅠㅠ 앞으론 꼭 연락드릴게용.

blanca 2015-07-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너무 아기자기한 내용이에요. 숟가락 숨겨 들어오시는 모습이 상상이 가서 ㅋㅋ 너무 재미있네요. 저도 예전에 여행갔다 읽을 거리 떨어져서 막 사용 설명서 정독하고 ㅡㅡ;; 했던 기억이 나네요.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오오 사용설명서를 정독하셨다고요.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Juni 2015-07-0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적인 강사가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

마태우스 2015-07-07 01:00   좋아요 0 | URL
아 네..자칭 세계적 강사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7-05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님의 책은 그러하지요??^^
그나저나 세계적인 강사라니??
역시~~~~!!!
축하드려요^^

마태우스 2015-07-0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님과 알게된 것도 벌써 십년이 넘었네요. 맞죠?? 그 동안 제가 많이 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