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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정혜윤 작가의 책 몇 권을 읽어본 경험으로 말하건대
정작가는 독서광으로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 결과 그녀는 삶에서 어떤 일이 닥칠 때마다,
그게 누군가가 하품을 한다든지 하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신이 읽었던 책의 특정 구절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다.
독서광이었던 시절이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매사를 책과 연관지어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 그지없다.
정혜윤 작가가 쓴 <여행 혹은 여행처럼>을 눈앞에 놓고
난 이 책이 정작가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의 상념을 표현한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런던의 하수구를 기어가는 바퀴벌레를 보니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바퀴벌레야, 넌 원래 뭐하던 놈인데 이렇게 변한 거니?“
대충 이럴 거야,라는 마음은 그리 오래지 않아 사라졌다.
여행 이야기인 건 맞지만,
세계의 유명 여행지를 둘러보는 게 아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기가 죄다 기가 막힌다.
예컨대 다음 구절들은 전후 사정을 듣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열화 우라늄탄 이후 이라크) 그 지역에선 아이의 30퍼센트가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곳에선 남자냐 여자냐 묻지 않고 기형이냐 아니냐를 먼저 묻습니다.”-기자였다 사진작가가 된 분의 이야기
“나는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눈 뜨고 나면 별일 없이가는 하루가 다인 그저 그런 삶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방황의 끝에서 시인이 된 송경동 시인.
“이마트를 위한 최적의 입지를 지도로 그린다면 그 지도는 누군가에게는, 예를 들어 그 지역의 소상인들에게는, 죽음의 지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지도를 그리는 분의 이야기
글자를 모르는 게 한이 되어 뒤늦게 글을 배운 할머니가 내친 김에 시를 배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를 쓴다.
“시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야/배운 사람이 시를 써 읊는 거지”
정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사연들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멀리 떠나는 그런 여행도 좋지만, 책을 통한 여행도 해보길 권한다.
* 개인적으로 정작가의 책들 중 이 책이 가장 좋았다만,
표지가 영 마음에 안든다.
수필 동호회 사람들끼리 만드는 문집 비슷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