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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두근두근 내인생>은 조로증에 걸린 아이를 모델로 한 소설이다. 조로증(Progeria)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으로 1886년 Hutchinson이 가장 먼저 발견했다 (그래서 Hutchinson-Gilbert syndrome이라고도 한다). 걸릴 확률이 800만분의 1이니 거의 로또에 근접하는데, 로또야 안되면 할 수 없는 거지만 조로증 환자야 어디 그런가? 정상 노화의 7배나 되는 속도로 늙어 가는데, 생후 6개월 때부터 대머리 증상이 나타나는 여자아이도 보고된 바 있다. 기대수명은 13년 정도인데, 대개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이 질환이 무서운 건 치료약이 없다는 것.
<두근두근 내 인생>의 주인공 역시 젊은 나이에 병원에서 목숨을 잃는다. 도입부에 주인공 엄마와 아빠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그게 전부다. 방송에도 나오고, 펜팔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지만, 내가 무뎌서 그런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았다. 단지 주인공이 참 말을 잘한다는 것 정도가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너무 어른스러워서 현실과 괴리된 느낌을 줬다. 정리하자면 1) 줄거리가 단순하다, 2) 조로증 환자의 고통이 잘 묘사되지 않았다, 3) 주인공이 너무 어른스럽다, 이게 나로 하여금 이 책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인 듯. 작가의 전작인 <침이 고인다>를 읽었었는데, 장편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으니 김애란 작가는 차라리 단편으로 승부를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막바지를 읽던 어제, 경향신문에는 <두근두근 내인생>에 대해 이게 소설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황석영 씨는 이 책을 옹호한 반면 김윤식 씨는 ‘장편소설로 볼 수 없다’고 한 모양이다. 그 기사를 읽고 나니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같은 감정을 느꼈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을까를 생각해 본다. 난 끝내 답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