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요 며칠간 실린 사설들은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몇 구절만 소개해 본다.

[이 나라의 평준화 교육은..어려운 집안 출신의 학생이 각고면려(刻苦勉勵)를 통해 이 나라 각계의 지도자로서 활약하고자 하는 의욕을 아예 앗아가 버렸다. 공교육은 폐허화되고,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어려운 집안 아이들이 어디서 자기의 실력을 기르고 무슨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이처럼 상승(上昇)의 통로가 봉쇄돼버린 사회에서 자라는 것은 좌절과 증오와 자포자기라는 독버섯뿐이다... (1/26, 평준화의 사이비 종교에서 깨어나라)]
아, 평준화가 그렇게 해로운 것을, 우리나라는 왜 30년간이나 평준화를 밀어붙였담?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지금의 입시제도와 교육시스템으론 가난한 집 아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입시 경쟁이 학교 교실이 아닌 학원 강의실에서 결판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원을 다닐 돈이 없으면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1/27, 가난한 집 자녀만 멍들게 한 평준화)]
가난하다고 서울대를 못들어온다니, 정말 말도 안된다. 이 문제를 왜 다들 방치했단 말인가?

[..지금의 공교육으로는 사교육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쟁의 승부가 학교 밖 학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가난한 학생들은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이하 같은 사설)]
가난한 사람을 경쟁에서 도태되게 하다니, 정말 문제가 많다.

[결국 학교는 잠자는 곳이 돼 버리고 돈 있는 집 아이들만이 저녁에 비싼 돈 내고 학원을 찾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가난한 아이, 불우한 집안 사정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힘으로 향상(向上)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주기 위해선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래, 바꿔야 한다니까! 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한단 말인지 들어보자.

[가난한 집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경쟁에서 탈락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평준화 제도는 이제 폐기처분할 때가 됐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눈 먼 나머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향상과 발전의 사다리를 앗아가는 것은 죄악(罪惡)을 범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평준화를 해제하면 된단다. 평준화만 없다면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서울대에 많이 갈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일 아닌가.

조선일보의 극진한 빈곤층 사랑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신문이라면 저소득층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신문다운 신문은 조선일보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딴지를 거는 애들이 있다. 누굴까?

[(문제의) 원인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시제도이며, 좀더 근본적으로는 일류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다는 ‘학벌사회’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에 전북·강원 등 전국 40% 지역이 비평준화로 돌아섰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사교육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 중·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가 개인에게 전가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1/27, 학벌 대물림, 평준화 탓인가)]
바로 한겨레다. 아니 애들은 왜 딴지를 건담? 40%가 비평준화로 됐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더 떨어졌다고? 이거, 확실한 통계야? 교육부 장관도 여기에 한마디를 보탠다.
[안병영 장관도 "평준화를 하지 않았다면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렸을 것이고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도 지금보다 낮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가난한 애들에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딴지를 걸다니! 설사 그들의 말대로 평준화 해제가 저소득층의 서울대 진학을 더 어렵게 한다해도, 조선일보의 빈곤층 사랑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조선일보가 빈곤층 뿐 아니라 부자들도 사랑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강남 때리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오고, 일련의 대책들이 과연 부동산 대책인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자극하기인지도 종잡기 어렵다(2003/11/5, 강남은 죄인 사는 곳이 아니다)]
음.. 강남 편을 들긴 했지만, 강남이 죄인 사는 곳이 아니라는 사설의 주장은 옳잖아? 뭘 이걸 가지고...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금리소득 수준을 넘는 부동산 투기 초과소득은 전액 과세로써 환수한다는 정도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더욱이 강남 집값이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지도 의문이다 (11/1, 강남 집값만 잡으면 경제 살아나나)]
어? 강남 집값의 폭등이 최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현안이 아니었나? 근데 조선일보는 왜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딴지를 거는거지? 그렇게 극빈층을 생각하면서 말야.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우선 주택에 대해서까지 공개념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1가구 다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걷어가겠다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토지공개념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겨냥해 서민층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혁명공약’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10/16, 토지공개념은 혁명공약인가)]
어,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반대를 하는군! 이거...조선일보 사설 맞아? 한겨레가 아니구?

[부동산 투기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부동산값 안정은 국정(國政)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그러나 보유세 인상이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은 아니다(10/7, 이 정부 부동산대책은 세금밖에 없나)]
10억짜리 아파트가 세금이 몇십만원이라는데, 3배 정도 올린다고 큰일날 건 없지 않을까? 아니 외국에 비해 턱없이 싼 보유세를 올린다는데, 왜 이리 반대를 한담? 그것도 조선일보가!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정리를 하자. 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빈곤층의 자녀가 서울대에 많이 가기를 원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빈곤층은 강남에 살고,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그런 빈곤층이다. 아, 그렇구나. 이제야 정리가 된다. 그래, 빈곤층은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그러면...자기 집도 없는 사람을 조선일보는 뭐라고 부르지? 부유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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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가기 전까지 난 음악과 담을 쌓고 살았다. 그때까지 난 고교야구, 그리고 뒤를 이어 발족한 프로야구에 흠뻑 빠져 살았는데, 주요 선수의 타율과 방어율은 줄줄 외울 정도였다. 음악을 싫어한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난 음치였다. 목소리도 좋지 않고, 고음처리는 더더욱 엉망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6학년 때 음악시험을 볼 때 딱 한소절을 불렀더니 담임이 중지를 시킨 뒤 양을 줬던 사건이었다. 양이 좀 충격적이긴 했지만, 다른 때도 늘 미를 받았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놀랄 건 아니다.

그런 내가 대중가요에 심취하게 된 것은 대학 1학년 말, 은근히 좋아하던 써클 여자애한테 노래를 옴니버스로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받은 이후였다. 뭔가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차리는 나는 그 후부터 닥치는대로 LP판을 샀고, 엄마를 졸라 기타를 사가지고 밤마다 노래를 불렀다. 그 결과 나는 웬만한 노래의 가사는 거의 다 외울 수 있게 되었고, 엠티 같은 곳을 가면 제법 인기가 좋았다. 음치라는 단점을 노래를 많이 아는 걸로 극복한 셈이다.

그러다 노래방이 나왔다. 이제 가사를 외우는 건 전혀 쓸모가 없어졌고, 풍부한 성량과 율동, 그리고 누가 신곡을 더 많이 부를 수 있는가가 새로운 척도가 되었다. 노력하면 된다는 생각에 난 불법복제 테이프를 열심히 들어가며 노래를 연습했고, 노래방에 갈 때는 최신곡을 불렀다. 베이비복스의 '머리하는 날'을 불렀을 때, 교실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되는 여자애는 "감동을 받았다"며 내 앞에서 울먹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음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던 건 아니어서, 내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은 대개 딴전을 피워댔다. 춤이라도 잘 췄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건만, 나이트 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던 나로서는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춤이 없었다.

그 결과 노래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점 시들해졌다. 신곡은 쏟아져 나오는데, 난 <화장을 고치고>가 고작이었다. 이러면 안되지, 하며 잠시 노력해 보기도 했지만, 그래봤자 얼마 못가서 시들해지곤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싫어져 버렸다. 부를 노래도 없는데 거길 왜간담? 하지만 내 윗사람은 술만 마셨다면 노래방을 가며, 자기가 노래를 부를 때는 모든 사람이 나와 백댄서를 하기를 강요한다. 이 나이에 백댄서라니, 팔다리를 휘젓고 있으면 가끔씩 비애가 몰려왔다. 힘이 뭔지... 엊그제도 그랬다. 1차로 고기를 먹고 2차를 어디갈까 정하라고 하는데, 보드게임을 원하는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XXX 갈까, 아니면 XXXX 갈까?"

고를 것도 없었다. 둘다 노래방이었으니까. 그래도 우리가 후자를 고른 건 값이 더 싸서였다. 윗사람이 노래할 땐 백댄서 노릇을 한 걸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 동안 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번호책을 보고 노래를 고르는 척하면서 결국 한곡도 부르지 않는데 성공했다. 나도 부르기 싫고, 다른 사람도 내 노래를 듣길 원하지 않으면서 번호책을 들이미는 행태는 술을 못마시는 사람에게 소주를 강권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노래방이 싫다! 이젠 백댄서도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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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여행자 2004-01-30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는 서민정이란 분(?)이 좋아지더군요. 그 분께서는 저보다 노래를 못하시는 것 같아요. 와~ 그런 사람도 있다니! 세상에~ 나보다 음치인 사람이! ㅋㅋ 그래도 얼굴이 밝은 그 분이 참 좋아 보입니다. // 제 6학년 통지서에도 "음정이 불안하고..." 따위로 적혀져 있습니다. -_-
 

본적 :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방교리 545

 주소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2417-10

 특징 : 신장 165cm, 체격 보통, 얼굴 미인형

신고 : 포항북부경찰서 형사계 054-247-1112

 

 

수배전단에 실린 이미혜의 사진과 프로필이다. 그녀는 이 사진 한장으로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름하여 강도 얼짱. Daum 사이트에 개설된 그녀의 팬카페에는 벌써 3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나처럼 호기심에서 가입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질렀기에 수배자 명단에 오른 걸까? [경찰청에 따르면 李씨는 애인 金모(32)씨와 함께 지난해 1월 초 경북 포항시의 한 카풀 승강장에서 피해자를 차에 태워주는 것처럼 속인 뒤 칼로 위협해 금품과 카드를 빼앗은 혐의다. 李씨 등은 이후에도 경주 일대를 돌며 동일한 수법의 범행 5~6건을 계속해오다 경찰의 지문감식으로 신원이 밝혀지자 자취를 감췄다는 것. 결국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경찰청은 최근 공개 수배에 나섰다]

그러니까 공개수배에 나선 사진이 그녀를 전국적 스타로 만든 거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는 언론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은 듯하다. 경향신문 기사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공개 수배자의 인터넷 팬클럽이 생기는 등 이른바 ‘얼짱’ 문화가 비뚤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놀이문화’의 하나로 치부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카페엔 ‘얼짱 이씨가 설마 범죄를 저질렀겠느냐’며 이씨에게 우호적인 글들이 수두룩하다. 한 네티즌은 “이씨가 석방될 때를 기다려 네티즌들이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자”며 “이씨 정도의 미모라면 탤런트를 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한 팬클럽 카페는 “이씨에게 자수를 권유해 새 삶을 살게 하자”고 호소했다...]

TV는 물론, 신문들 대부분이 이런 식의 비판을 하고 있다. 뭐,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읽으면서 자꾸 난 웃음이 난다. 뭐묻은 개가 어쩌고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서다. 누구보다도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던 게 우리 언론들이 아닌가.

-작년 말, 여자농구 드래프트가 끝나자 신문들은 1순위로 뽑힌 모 선수 대신 '얼짱' 신혜인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우리 스포츠신문들은 단지 섹시하다는 이유로 이효리의 시시콜콜한 동정마저 1면 톱으로 실었다. 이런 행태는 나중에 딴지일보에서 패러디되었는데, "이효리, 나는 자연산....광어가 좋아요"와 "이효리, 점심 걸러!"는 패러디 중의 백미였다.

-월드컵 당시 태극기로 옷을 해입고 거리로 나섰던 미나는 우리 언론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스월드컵'으로 불려졌던 그녀는 결국 '전화받어'라는, 한국 음반사에 길이 남을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지금은 뭐하는지...

여러 말이 필요없다. 가판대에 가서 스포츠신문 1면만 쑥 훑어봐라. 정말 안이쁘면 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신문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노래를 못불러도 이쁘고 몸매만 된다면 가수로 대성할 수 있고, 잘하면 연말에 가수왕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한 건 다름아닌 방송사들, 그런 언론들이 이제와서 "외모지상주의..."가 어쩌고 하며 점잔을 빼는 건 어이가 없는 일이다.

팬카페에 실린 글을 한편 감상해 보자.

[예쁜여자는 강도해도 훈방조치로 대신한다는 법안을 만들어라!

대신, 못생긴 년들은 길거리에 돌아다닐떼 통행세를 내게 하라!

다리못생긴 년들이 짧은 치마입고 다니면, 파출소에서 종아리를 때릴 수 있게 하라!

예쁜 여자에겐 세금도 면제하라!

이미혜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미헤가 지은 모든 죄를 사면해주는 긴급조치를 취하라!

이미혜대신, 아무 못생긴 년이나 잡아다가 대신 징역을 살려라!

미헤야. 사랑해. 기운내라. 용기를 잃지말고..]

 

이 사람을 욕하지 말자. 이분은 우리 매스컴의 계도를 충실히 따른 사람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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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햄버거집 알바를 하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고(햄버거집 알바한 사람은 연예인 될 자격이 없다는게 아니라 들은바에 의하면 그녀는 별로 하고싶어 하지 않았지만 언론과 기획사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가만 놔두질 않았다고 합니다.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이렇게 하라고 지랄하는데 함 해주지 뭐 하는 심정이 아녔을까 싶습니다.) 룸싸롱에서 술을 따르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는 세상인데 강도도 이쁘면 연예인 해야겠죠. 암요. 저러다가 하던 지랄이 있어 마약이라도 복용하면 최음제인줄 알았다며 한 몇년 가만 있다가 대대적으로 컴백해야죠. 그게 수순이죠.

쎈연필 2004-01-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안강읍 산대. 언뜻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겠네요. 요본 설에도 그 동네 갔다 온지라...

고냥이 2004-01-2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를 짓고도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동정심을 받는 다면 안 예뻐지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예쁘다는 이유로 편애를 하니 너도 나도 고치려고 야단이죠!
요즘엔 주위를 돌려봐도 못생긴 사람 하나두 없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더럭 있겠지만

연우주 2004-01-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순간 받은 열을 식히려고 잠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열 받아서...
 

 

 

 

 

내가 아는 사람 대부분은 '좋은 사람'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이지만, '안좋은 사람'에 속하는 사람도 몇명 있다. 좋은 사람만 보고 살면 얼마나 좋게냐만, 가끔은 좋지 않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희한하게도 좋지 않은 사람의 존재는 매우 크게 느껴지며, 내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내가 '절대악'으로 분류해 놓은 모 여사 역시, 끊임없이 나와 마주치며 나와 내 지인들을 괴롭힌다. 그 여자가 그간 저지른 악행을 모두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기서는 그저 그 여자의 얄미운 점 한가지, 굳이 표현하자면 '물귀신 작전'이라고 할만한 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SOD

SOD는 효소 이름으로, 방사선 같이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생명체는 이 효소를 분비함으로써 방사선 조사로 인한 산소독성을 중화시킨다. 그러니 이에 관한 실험을 한다는 게 별로 새로운 것은 없지만, 연구라는 게 어떻게 매번 창조적일 수 있는가. 남이 해파리의 DNA가 이중나선 구조라는 걸 밝히면, 다른 사람이 "불가사리의 DNA도 이중나선이다!"라는 걸 새로운 것인 양 논문으로 쓰는 게 대부분의 연구, 그러니 내가 기르는 생명체에 방사선을 조사해 SOD가 증가하는 것을 밝히는 걸 무작정 비난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사흘간 약리학교실에 가서 SOD를 측정했다. 양해는 구했지만, 다른 과에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가운데 일을 한다는 게 나처럼 숫기 없는 놈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데이터가 제법 잘나와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악의 축이 다가왔다.

"마선생, SOD 재고 있다면서요? 나도 잴 거 있는데, 좀 해줄래요?"

맹세코 말하지만, 그녀는 이전까지 SOD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여자가 우리 과에 온 몇년간, 단 한번도 그에 관련된 일은커녕 논문 한편 읽어보지 않은 터였다. 그런 사람이 왜 갑자기 SOD 타령일까? 기계 잘 썼다고 인사를 하고, 아이스크림까지 사다준 마당에 또다시 거기 가고픈 마음이 없었기에, 적당히 얼머부렸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건만 그 여자가 SOD를 측정했다는 얘길 난 들은 바가 없다.

2) 뱀

실험을 위해 뱀을 몇마리 잡아야 했다. 연구비가 없는 나로서는 그냥 내 돈으로 뱀 열다섯 마리를 사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악의 축이 등장했다.

"마선생, 뱀 사왔다면서요? 몇마리 필요해요? 나도 뱀을 좀 써야 하거든"

아니 갑자기 웬 뱀타령? 내가 열마리쯤 쓰면 될 것 같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다섯 마리로 들었어요. 열마리 값 줄테니 다섯마리만 써요"

아니 내가 사온 뱀을 다섯마리를 쓰건, 열마리를 쓰건 무슨 상관이람? 열이 받은 나는 그 여자와 대판 싸웠고, 결국 "그 뱀, 너 다 가져!"라고 소리를 치고는 곧바로 가출해 버렸다. 휴대폰도 끈 채로. 생각 같아서는 그 뱀 모두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뱀이란 놈은 매우 징그럽고, 목을 조르려 해도 구체적으로 어디가 목인지가 확실치 않으니까. 결국 난 하려던 일을 때려 치웠다. 그 여자? 모르겠다. 그 뱀을 가지고 어떤 훌륭한 일을 했는지. 하지만 그 여자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그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을.

3) 노래

뱀 사건 이후 말도 안건네던 우리 사이는 다른 선생님의 중재로 말은 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다시 그 여자를 만날 때마다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1월 6일, 우리 과 신년회가 있었다. 거기서 그 여자는 나이에 비해 신곡이라 할만한, 미나의 <전화받어>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그에 대항해서 내가 부른 노래는 자두의 <김밥>, 연습이 덜되어 잘 못불렀고, 반응도 썰렁해 부르다 정지 버튼을 눌러버렸다.

어제, 우리과 사람들이 다시금 술자리를 가졌다. 보드게임방에 가자는 다수 의견을 무시한 채, 우리 교수님은 노래방을 강행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새로운 노래를 준비했다면서 <김밥>을 부르는 게 아닌가. 신곡이라곤 그거밖에 모르는데다, 그동안 충분히 연습을 해 이번엔 잘 부를 수 있었는데. 그 여자의 <김밥>은 엉터리였다. 음정도 틀리고, 박자도 영 안맞았다. 그러니까 그 여자는 한 두어번 들어보고 노래를 불렀던 거다. 왜? 내가 못부르게 하려고. 왜 그리 내 일마다 초를 치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내가 하는 일들이 좋아 보여서,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것일까? 어찌되었건 난 한곡의 노래도 부르지 못했다. 이 정도면 그 여자를 악의 축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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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1-2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아주 정확하게 잡아낸 책이 있습니다.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인데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2011-05-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죠 (죄송)

2011-05-2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 생각엔 저 당시에 서민님이 되게 착해보이셔서 그랬을수도 있어요 뭔가 못되게 행동해도 다 들어줄거 같아서..ㅋ 그런데 저런 행동은 인터넷소설같은데서 쌈짱들이 학교 청순녀꼬실때 하는짓인데..."너 나 원래 이렇게 싸가지 없는거 몰라?"이러면서
 

 

 

 

총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찌보면 대선보다 더 큰 한판승부가 바로 총선인 바, 지금부터 하는 일은 모두 총선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맞을 거다. 노무현이 4월 1일 만우절날 고속전철을 개통하겠다고 하는 거나, 한창 수사중인 대통령 측근비리를 가지고 한나라당에서 청문회를 하겠다는 거나, 총선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다. 김대중이 대통령을 할 때 총선 사흘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받아 참패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겨냥해 한탕 하려는 버릇은 여전한 것 같다.

1) 이만기
누구나 다 아는 대선후보에 비해, 총선후보는 대개 알려져 있지 않다. 정치신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각 당에서는 지명도가 있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박원순, 최열같은 시민운동가는 물론 이계진 같은 아나운서도 각 당에서 러브콜을 받는다. 이만기. 천하장사를 열번이나 한 그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경남에서 나온단다. 그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던 것은 그가 씨름선수 출신이어서가 아니다. 난 씨름선수 출신도 얼마든지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특히 몸싸움을 많이 해야하는 우리 국회의 특성상 이만기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와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4년전을 생각해 보자. 이만기는 그때도 경남에 공천신청을 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말이다. 막판에 김호일한테 밀려 공천이 취소되자 "업어치기를 하겠다"느니 하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공천을 낸다?

열린당과 한나라당은, 물론 별 차이가 없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념적으로 제법 차이가 있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의 존페여부나 햇볕정책에 관한 관점 등은 두 당이 다르다. 그렇다면, 두 당에 모두 공천 신청을 한 이만기의 소신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소신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당 저당을 왔다갔다 하는 철새도 수두룩하지만,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신인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열린당도 그렇다. 힘들게 민주당을 깨고 나온 이유가 '새로운 정치'라면, 그에 걸맞는 새로운 인물을 공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인 김혁규 지사를 영입하고, 강금실의 출마를 목놓아 바라고, 한나라당에서 공천 탈락한 이만기를 끌어들이는 걸 보면 당을 왜 따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2) 황수관
난 그가 싫지도 좋지도 않다.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가 나오는 TV프로를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별로 웃기지도 않는 그가 왜 그리 TV에 자주 나오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런 그가 4년 전 내 터전인 마포을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 마포을은 사실 몇십년 전부터 전통적인 야당지역이었고, 그 유명한 신성일마저 공화당 공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낙선시킨 곳이다. 그 전통은 봉두완이 민정당 후보로 전국 최다득표를 하면서 깨어졌지만, 그래도 난 나름대로 마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노승환이란 사람이 마포의 터줏대감이다). 그런데... 황수관이 구야당을 계승한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고? 그땐 내가 다른 곳에 살고 있어서 투표를 못했지만, 거기 계속 살았다면 아마도 기권했을게다 (당시 민노당은 후보를 안냈다). 정치에 대한 아무 철학도, 소신도 없는 사람을 단지 TV에 나왔다는 이유로 마포에 공천한 건, 적어도 내게는 마포에 대한 모욕으로 느껴졌다.

박주천에 밀려 낙선했던 그는 이번에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신청을 냈단다. 정치에 관한 철학이 없다는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었다. 그래서 씁쓸하다.

3) 누굴 찍지?
박주천은 마포에서 3선을 했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그렇지만, 박주천도 집이 부자다. 그냥 부자이기만 한 게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 그가 3선을 한 것도 그 점을 높이 산 것이리라. 하지만 난 국회의원을 지역발전을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 챙기려고 예산을 끌어간다면 이 나라는 도대체 누가 지킬까? 하지만 조순형의 지역구에서조차 "지역에는 신경안쓴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기 지역을 따지는 유권자들은 아직도 많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한다해도 난 박주천이 싫다. 그가 한나라당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기업을 잘 봐주겠다며 돈을 받아먹은 게 탄로가 나, 감옥에 있어서도 아니다. 별의 별 국회의원이 있긴 하지만,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국회의원을 하기에는 자질이 너무 떨어진다.

김현철의 주치의였던 박경식이 청문회에 나왔을 때, 그의 행태는 가관이었다. 박경식에게 쩔쩔 매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이렇게 땀까지 흘리는데 잘 좀 답변해 달라"는 소리나 하고... 박경식이 그랬다. "그러는 의원님은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하셨냐"고. 그 얘기를 듣고도 박주천은 찍소리 한번 하지 못했다. 그때 난 체육사에서 테니스 라켓의 줄을 매고 있었는데, 줄을 매던 사람이 이랬다. "으이그, 저거 어느 동네 출신이야?"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걸 반사적으로 답했다. "우리 동네요!" 그 후부터 그 아저씨는 날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듯하다.

감옥에 있긴 해도 그는 옥중출마를 한단다. 군사독재 시절 옥중출마가 아주 멋지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시절인가? 모르긴 해도, 한나라당 역시 세간의 화두인 물갈이를 외면할 수 없을테고, 비리로 감옥에 간 그를 공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나올까? 모르겠다. 우리집에 걸려온 ARS 전화에서 후보를 쭉 불러 줬는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물론 앞으로 차차 알아가면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굴 찍을지 아무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당보다는 인물을 보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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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1-2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만기같은 사람들이 국회우원을 하려고 할까요? 그러고보면, 우리는 국회우원들 항상 욕하지만 국회우원되면 그 권력이 정말 대단하겠죠. 욕 암만 먹어도, 비리 혐의로 교도소에 처박혀 있어도 뻔뻔하게 국회우원을 해먹으려는 걸 보면.. 그 우수운 국회우원이 정말 너무너무 괜찮은 권력의 자리인가봐요.
저도 열린우리당이 당선가능성이나 대중인기도에만 집착하는것 같아 무척이나 우려가 됩니다. 더군다나 개혁적인 마인드가 검증되지도 않은 한나라당 출신들까지도 가능하다는게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 선대위쪽에서도 모르는바가 아닐텐데... 왜 이런거때문에 이미지 실추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정말로 지역에서 묵묵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 사람들을 띄울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 당원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습니다. 저같이 당원이면서 아무것도 안하는 당원이 많은게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인데... 정치 욕만 하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니 정말 웃긴 일입니다. 뭘 하자니.. 뭘 해야하지 모르겠고, 그것마저도 "열린우리당이 다른 당과 다른 점이 뭐야? 뭘 할 수 있게 멍석이라도 좀 깔아줘야하는가아냐?"식으로 있답니다.

마태우스 2004-01-28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원이 되신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야말로 하는 일이 없는 거죠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