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 :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방교리 545

 주소 : 경북 경주시 안강읍 산대리 2417-10

 특징 : 신장 165cm, 체격 보통, 얼굴 미인형

신고 : 포항북부경찰서 형사계 054-247-1112

 

 

수배전단에 실린 이미혜의 사진과 프로필이다. 그녀는 이 사진 한장으로 전국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름하여 강도 얼짱. Daum 사이트에 개설된 그녀의 팬카페에는 벌써 3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그 중 상당수는 나처럼 호기심에서 가입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질렀기에 수배자 명단에 오른 걸까? [경찰청에 따르면 李씨는 애인 金모(32)씨와 함께 지난해 1월 초 경북 포항시의 한 카풀 승강장에서 피해자를 차에 태워주는 것처럼 속인 뒤 칼로 위협해 금품과 카드를 빼앗은 혐의다. 李씨 등은 이후에도 경주 일대를 돌며 동일한 수법의 범행 5~6건을 계속해오다 경찰의 지문감식으로 신원이 밝혀지자 자취를 감췄다는 것. 결국 수사가 미궁에 빠지자 경찰청은 최근 공개 수배에 나섰다]

그러니까 공개수배에 나선 사진이 그녀를 전국적 스타로 만든 거다. 하지만 이번 일을 보는 언론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은 듯하다. 경향신문 기사다.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공개 수배자의 인터넷 팬클럽이 생기는 등 이른바 ‘얼짱’ 문화가 비뚤어진 방향으로 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놀이문화’의 하나로 치부하지만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카페엔 ‘얼짱 이씨가 설마 범죄를 저질렀겠느냐’며 이씨에게 우호적인 글들이 수두룩하다. 한 네티즌은 “이씨가 석방될 때를 기다려 네티즌들이 새로운 삶으로 인도하자”며 “이씨 정도의 미모라면 탤런트를 해도 무방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한 팬클럽 카페는 “이씨에게 자수를 권유해 새 삶을 살게 하자”고 호소했다...]

TV는 물론, 신문들 대부분이 이런 식의 비판을 하고 있다. 뭐,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문에 난 기사를 읽으면서 자꾸 난 웃음이 난다. 뭐묻은 개가 어쩌고 한다는 속담이 생각나서다. 누구보다도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던 게 우리 언론들이 아닌가.

-작년 말, 여자농구 드래프트가 끝나자 신문들은 1순위로 뽑힌 모 선수 대신 '얼짱' 신혜인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우리 스포츠신문들은 단지 섹시하다는 이유로 이효리의 시시콜콜한 동정마저 1면 톱으로 실었다. 이런 행태는 나중에 딴지일보에서 패러디되었는데, "이효리, 나는 자연산....광어가 좋아요"와 "이효리, 점심 걸러!"는 패러디 중의 백미였다.

-월드컵 당시 태극기로 옷을 해입고 거리로 나섰던 미나는 우리 언론들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스월드컵'으로 불려졌던 그녀는 결국 '전화받어'라는, 한국 음반사에 길이 남을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지금은 뭐하는지...

여러 말이 필요없다. 가판대에 가서 스포츠신문 1면만 쑥 훑어봐라. 정말 안이쁘면 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반신문도 크게 다를 건 없다. 노래를 못불러도 이쁘고 몸매만 된다면 가수로 대성할 수 있고, 잘하면 연말에 가수왕 타이틀까지 거머쥐게 한 건 다름아닌 방송사들, 그런 언론들이 이제와서 "외모지상주의..."가 어쩌고 하며 점잔을 빼는 건 어이가 없는 일이다.

팬카페에 실린 글을 한편 감상해 보자.

[예쁜여자는 강도해도 훈방조치로 대신한다는 법안을 만들어라!

대신, 못생긴 년들은 길거리에 돌아다닐떼 통행세를 내게 하라!

다리못생긴 년들이 짧은 치마입고 다니면, 파출소에서 종아리를 때릴 수 있게 하라!

예쁜 여자에겐 세금도 면제하라!

이미혜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미헤가 지은 모든 죄를 사면해주는 긴급조치를 취하라!

이미혜대신, 아무 못생긴 년이나 잡아다가 대신 징역을 살려라!

미헤야. 사랑해. 기운내라. 용기를 잃지말고..]

 

이 사람을 욕하지 말자. 이분은 우리 매스컴의 계도를 충실히 따른 사람에 불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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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1-2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햄버거집 알바를 하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고(햄버거집 알바한 사람은 연예인 될 자격이 없다는게 아니라 들은바에 의하면 그녀는 별로 하고싶어 하지 않았지만 언론과 기획사들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가만 놔두질 않았다고 합니다.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이렇게 하라고 지랄하는데 함 해주지 뭐 하는 심정이 아녔을까 싶습니다.) 룸싸롱에서 술을 따르다가도 이쁘면 연예인이 되는 세상인데 강도도 이쁘면 연예인 해야겠죠. 암요. 저러다가 하던 지랄이 있어 마약이라도 복용하면 최음제인줄 알았다며 한 몇년 가만 있다가 대대적으로 컴백해야죠. 그게 수순이죠.

쎈연필 2004-01-28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안강읍 산대. 언뜻 기억나진 않지만 제가 아는 사람일수도 있겠네요. 요본 설에도 그 동네 갔다 온지라...

고냥이 2004-01-2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를 짓고도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동정심을 받는 다면 안 예뻐지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렇게 예쁘다는 이유로 편애를 하니 너도 나도 고치려고 야단이죠!
요즘엔 주위를 돌려봐도 못생긴 사람 하나두 없어요~ 평범한 사람들은 더럭 있겠지만

연우주 2004-01-2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순간 받은 열을 식히려고 잠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너무 열 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