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요 며칠간 실린 사설들은 정말이지 감동적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몇 구절만 소개해 본다.

[이 나라의 평준화 교육은..어려운 집안 출신의 학생이 각고면려(刻苦勉勵)를 통해 이 나라 각계의 지도자로서 활약하고자 하는 의욕을 아예 앗아가 버렸다. 공교육은 폐허화되고,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어려운 집안 아이들이 어디서 자기의 실력을 기르고 무슨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겠는가. 이처럼 상승(上昇)의 통로가 봉쇄돼버린 사회에서 자라는 것은 좌절과 증오와 자포자기라는 독버섯뿐이다... (1/26, 평준화의 사이비 종교에서 깨어나라)]
아, 평준화가 그렇게 해로운 것을, 우리나라는 왜 30년간이나 평준화를 밀어붙였담?

[‘누가 서울대에 들어오는가’라는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의 보고서는 지금의 입시제도와 교육시스템으론 가난한 집 아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입시 경쟁이 학교 교실이 아닌 학원 강의실에서 결판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학원을 다닐 돈이 없으면 아예 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다....(1/27, 가난한 집 자녀만 멍들게 한 평준화)]
가난하다고 서울대를 못들어온다니, 정말 말도 안된다. 이 문제를 왜 다들 방치했단 말인가?

[..지금의 공교육으로는 사교육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쟁의 승부가 학교 밖 학원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가난한 학생들은 경쟁의 대열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이하 같은 사설)]
가난한 사람을 경쟁에서 도태되게 하다니, 정말 문제가 많다.

[결국 학교는 잠자는 곳이 돼 버리고 돈 있는 집 아이들만이 저녁에 비싼 돈 내고 학원을 찾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가난한 아이, 불우한 집안 사정의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힘으로 향상(向上)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을 주기 위해선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그래, 바꿔야 한다니까! 하지만 어떻게 바꿔야 한단 말인지 들어보자.

[가난한 집 아이가 제대로 된 교육을 못 받고, 경쟁에서 탈락해 다시 가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재의 평준화 제도는 이제 폐기처분할 때가 됐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눈 먼 나머지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에게 향상과 발전의 사다리를 앗아가는 것은 죄악(罪惡)을 범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평준화를 해제하면 된단다. 평준화만 없다면 가난한 집 아이들이 서울대에 많이 갈 수가 있다니, 정말 좋은 일 아닌가.

조선일보의 극진한 빈곤층 사랑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신문이라면 저소득층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신문다운 신문은 조선일보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딴지를 거는 애들이 있다. 누굴까?

[(문제의) 원인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입시제도이며, 좀더 근본적으로는 일류대학을 나와야 출세할 수 있다는 ‘학벌사회’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에 전북·강원 등 전국 40% 지역이 비평준화로 돌아섰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사교육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준화 이전으로 돌아가 중·고등학교까지 서열화한다면 훨씬 더 많은 사교육비가 개인에게 전가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1/27, 학벌 대물림, 평준화 탓인가)]
바로 한겨레다. 아니 애들은 왜 딴지를 건담? 40%가 비평준화로 됐지만 서울대 진학률은 더 떨어졌다고? 이거, 확실한 통계야? 교육부 장관도 여기에 한마디를 보탠다.
[안병영 장관도 "평준화를 하지 않았다면 사교육은 더 기승을 부렸을 것이고 고소득층 자녀의 서울대 입학률도 지금보다 낮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가난한 애들에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조선일보에 딴지를 걸다니! 설사 그들의 말대로 평준화 해제가 저소득층의 서울대 진학을 더 어렵게 한다해도, 조선일보의 빈곤층 사랑은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조선일보가 빈곤층 뿐 아니라 부자들도 사랑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강남 때리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래서 나오고, 일련의 대책들이 과연 부동산 대책인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자극하기인지도 종잡기 어렵다(2003/11/5, 강남은 죄인 사는 곳이 아니다)]
음.. 강남 편을 들긴 했지만, 강남이 죄인 사는 곳이 아니라는 사설의 주장은 옳잖아? 뭘 이걸 가지고...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금리소득 수준을 넘는 부동산 투기 초과소득은 전액 과세로써 환수한다는 정도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자본주의 경제원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더욱이 강남 집값이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지도 의문이다 (11/1, 강남 집값만 잡으면 경제 살아나나)]
어? 강남 집값의 폭등이 최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현안이 아니었나? 근데 조선일보는 왜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딴지를 거는거지? 그렇게 극빈층을 생각하면서 말야.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우선 주택에 대해서까지 공개념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1가구 다주택에 대해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걷어가겠다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토지공개념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겨냥해 서민층 지지를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혁명공약’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10/16, 토지공개념은 혁명공약인가)]
어, 그러니까 조선일보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반대를 하는군! 이거...조선일보 사설 맞아? 한겨레가 아니구?

[부동산 투기가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부동산값 안정은 국정(國政)의 핵심과제 중 하나다...그러나 보유세 인상이 이를 위한 적절한 수단은 아니다(10/7, 이 정부 부동산대책은 세금밖에 없나)]
10억짜리 아파트가 세금이 몇십만원이라는데, 3배 정도 올린다고 큰일날 건 없지 않을까? 아니 외국에 비해 턱없이 싼 보유세를 올린다는데, 왜 이리 반대를 한담? 그것도 조선일보가!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정리를 하자. 조선일보가 빈곤층을 사랑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빈곤층의 자녀가 서울대에 많이 가기를 원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말하는 빈곤층은 강남에 살고,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그런 빈곤층이다. 아, 그렇구나. 이제야 정리가 된다. 그래, 빈곤층은 그런 사람들이었구나! 그러면...자기 집도 없는 사람을 조선일보는 뭐라고 부르지? 부유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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