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도시락을 싸오지만,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때 난 늘 책을 가지고 간다. 식판에 밥을 받아 자리에 앉은 뒤 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거기서 밥을 먹는 사람들의 태반이 내가 아는 사람이지만, 난 간호사와 직원들이 앉는 가운데, 거기서도 맨 구석 자리로 가서 밥을 먹는다.
옛날만 해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봤었다. 친구도 없어서 저러는 모양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점점 혼자 밥먹는 게 좋다. 조교 때야 빨리 먹고 들어가서 실험을 해야 했으니 이해가 되지만, 별반 중요한 일도 안하는 요즘은 왜 그러는 걸까. 어중간하게 아는 사람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밥을 엄청나게 빨리 먹는다. 대략 3분 내외로 먹어버리니, 다 먹고 나면 상대가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재수가 없으면 그가 말하다 튀기는 밥풀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 (차라리 그게 낫지, 내 밥풀이 글루 튀면 죽고싶다). 이래저래 혼자가 편하다. 책을 보면서 먹으면 재미도 있고.
우리 아버님은 식사를 하시면서 늘 신문을 보셨다. 때문에 내가 밥을 먹을 때 책을 들고 있으면 어머님은 늘 “니네 아빠가 그러는 것도 지겨워 죽겠었는데 너까지 그러냐”고 날 나무랐다. 사실 신문을 보면서 밥먹는 사람을 보면 왠지 불성실해 보이고, 저렇게 먹으면 밥맛도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밥먹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다 먹고 신문보면 되잖아? 야단치는 거 말고 우리에게 별로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님이 식사 때조차 신문만 보셨던 건,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가족 간의 대화가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까.
그럼에도 내가 책을 들고가서 밥을 먹는 건 어쩌면 미래를 대비한 연습일지 모른다. 지금이야 엄마가 밥을 차려주시지만, 어머니가 안계시면 나 혼자 밥을 먹어야 할 것이니까. 혼자 사는 어느 여자애가 말한 것처럼, 혼자 먹으면 뭘 먹어도 맛이 없고, 대충 먹게 된다. 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 건 외로움에 맞서기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애인조차 만들기가 싫고, 앞으로도 쭉 혼자 살고 싶은 나로서는 외로움에 맞서는 무기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 인이 ‘人’인 것은 둘이서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뜻이라고 하고, 어느 유명한 철학자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왜 자꾸 혼자가 되려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내가 인간이 아닌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