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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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역사학자 얀 모렐리의 전시 프로파간다 기본 원칙으로 시작한다. 

1. 전쟁을 원한 건 우리가 아니다.

2. 전쟁의 책임은 오로지 적에게 있다.

3. 적장은 악마나 흉악범의 얼굴이다.

4. 우리는 오직 대의를 위해 싸울 뿐 작은 이익도 탐하지 않는다.

5. 우리는 의도치 않게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으나 적은 고의로 그런다.

6. 적은 금지된 무기를 사용한다.

7. 우리의 피해는 미미하나 적의 피해는 대단하다.

8. 예술가나 지성인은 우리의 명분을 지지한다.

9. 우리의 대의는 신성하다.

10. 우리의 선전을 의심하는 자는 반역자다.


 벌써 개전 1년을 맞이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위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젤렌스키와 푸틴은 이미 양 진영에서 악마화 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잔혹 행위를 고발하고 자신들의 승전을 과장한다. 전쟁의 책임은 놀랍게도 침략국과 피해국 양쪽 모두 주장하는데 러시아의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자국 변경 보호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가 전쟁의 이유이며 우크라이나는 서구 자유 진영의 논리와 민족주의가 전쟁의 이유다. 

 이 전쟁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한국전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상당한 조짐이 있었다. 전쟁은 동계올림픽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이미 몇 달 전 서구 언론에서는 전쟁이 날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있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2021년 전 병력의 절반인 12만 5천 명을 러시아의 주 목표 지역이 될 돈바스 지역에 집결시킨 상태였으며 서구는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군을 상당히 훈련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전쟁이 상당 부분 러시아의 성공으로 진행된 것은 서구, 나토와 미국의 무능,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무능, 상대적인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의 우수함을 입증한다.

 우린 이미 서구에 속해있기에 이 전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듣는 논리와 가치 소식은 서구 중심적이다. 한국 정부 역시 철저히 그런 입장에 서있다. 여기서 러시아는 상당히 악마화 되어 있으며 그 중심이 푸틴이고 이미 국가 자체가 비정상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21세기에 반인권적 침략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름대로 전쟁의 논리를 갖고 있다. 시계를 크게 거슬러 올라가 냉전의 막바지를 살펴보면 소련은 1990년 붕괴를 맞이한다. 붕괴 당시 소련의 수장은 고르바초프 였으며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독을 내어주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었다. 동독의 상실은 서구 열강의 동진이었고 이는 무너져 가는 소련입장에서도 안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미국와 소련은 나토가 동진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독일의 통일에 합의한다. 이는 당시 미국부장관 베이커가 고르바초프와 구두약속한 것으로 정식문서는 아니자만 이런 구두합의사실이 문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냉전의 사실상의 패전국이었으며 단극화한 미국의 주도로 나토는 결국 동진한다. 러시아는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방은 유고를 침공했으며 1997는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수용하는 기본 조약에까지 서명하게 된다. 결국 러시아는 2007년 푸틴의 뮌헨 선언으로 나토 및 미국의 동진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조지아 전쟁을 계기로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후 힘을 키워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였으며 군비를 강화하고 내정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과도 오랜 숙원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동맹을 강화한다. 2021년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중단하는 최후통첩을 했으며 나토가 이를 무시한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단일한 민족세력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서방의 일원이 되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국가로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세 종족으로 구성된다. 우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주로 서부와 중부에 거주한며 이들이 다수를 구성한다. 두 번째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중남부와 동부에 거주하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없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두 개의 민족 국가상이 등장해 대결을 펼쳤다. 하나는 갈리시아(민족주의)패러다임으로 단일민족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동우크라이나 모델로 다종교,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양 모델은 생각보다 크게 대립하지 않았으며 2014년 이전까지 이렇다할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독립이후의 역사는 서부 갈리시아와 동부 돈바스의 서로 다른 정체성과 역사, 러시아에 대한 방향성을 둘러싼 지리적 대립과 정치적 투쟁의 역사였다.   

 2004년 서구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은 빅토르 유센코가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대선에서 패하자 키예프에선 반대와 시위가 일어나 오렌지 혁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친러성향의 돈바스 지역을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고도의 연방제를 요구했으며 2014년 마이단 쿠데타가 일어나자 반 러시아 반 러시아인 프로파간다가 우크라이나에세 집중 전개되었다. 마이단 반대 및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도전은 살해협박과 탄압, 피살로 이어졌다. 이런 극단의 대립에 대한 화해정책으로 당선된 젤렌스키는 권력 장악 후 민족주의로 급선회해 동남부 지역에 더한 배신감을 안겼다. 때문에 지금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2014년 마이단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육군 편성은 포병중심이다. 전투차량은 많지 않으며 포병위주의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군은 부가 남부 지역이 공략에서 야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북부 지역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강해 포격을 가할 경우 강한 저항이 우려되어서이고 남부는 친러시아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는 철저히 포격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군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사상자수를 늘려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서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 상당수는 러시아 군의 포격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서구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목표를  수도인 키예프의 점령으로 보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 및 동남부 지역의 해방이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전면적을 감행하는 수준보다는 지역 수준의 전쟁을 다루는 규모로 편성되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거쳐 키예프를 공격하여 우크라이나 군의 주력을 이곳에 묶어두고 동남부 지역을 상대적으로 쉽게 공략했다. 마리우폴 전투 후 전장은 우크라니아 동부에 형성되었는데 포파스나라는 도시 전체의 가옥이 지하요새로 연결된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한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는 이곳을 거점으로 사방으로 진격이 가능한 상태다. 

 서구 언론은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에 의심을 포하며 전황을 과대 포장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급자족 국가이고 전쟁으로 인한 서구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서구 이외의 다른 지역을 통해 충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년 이상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내 푸틴의 지지는 아직도 80%에 이른다.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착을 고려해도 자국내 상황이 전쟁으로 정말 견디기 어렵다면 이런 지지는 나오기 쉽지 않다. 오히려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서구다. 우크라이나는 60세 이하의 남성을 총동원한 상태이며 새로 징집한 이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곧 여성을 징집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며 재정적으로 파산상태로 전비로 매일 10억달러가 지출된다. 즉, 서구의 지원이 멈춘다면 전쟁도 파탄난다는 이야기다. 전쟁으로 힘든 것은 서구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오래전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 및 기술자본으로 변모하였기에 이번 재래식 전쟁에서 무기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보기고 있다. 이는 평화에 젖어든 나토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덕분에 한국이 폴란드에 방산수출로 큰 이득을 보았고 이런 미국의 유약함을 본 산업자본 공장국가 중국은 또 다른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사실상 실패했다. 우선 이 정책은 중러는 밀착시켜서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본 정책은 러시아를 동진시켜 중과 대결하게 만드는 구도인데 정반대의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이 냉정 이후 완성한 글로벌 자본주의는 이번 제재로 사실상 종말을 맞이했다. 향후 세계 경제는 과거 냉전 시대처럼 두 개로 쪼개져 서방의 금융자본주의와 중, 러의 산업 자본주의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재로 서방은 러시아의 외화자산을 압류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의 주 기득권인 달러패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데 러시아는 바로 중국 중심의 결제시스템으로 이동해버렸고 중과 러가 대규모로 미국의 달러 및 국채를 정리하여 막대한 적자에도 달러를 마구 발행하는 미국의 기본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러 제재로 고생하는 것은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5월 기준 상품가격지수 중 비료가격이 250으로 올랐으며 콩기름 및 식품, 곡물가는 170, 에너지는 160에 달한다. 기준 100은 2010년의 수치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유럽연합 각국은 크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 시장을 상실해 무역수지도 25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유럽연합 창설 이후 최대치이며 고물가로 인해 가계들의 부담을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저성장도 심화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내에서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서방의 알짜 기업을 덤핑 가격에 인수하여 이득을 챙겼고 오히려 해외 수출이 급증해 루블화가 폭등하여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이런 위기에도 트럼프 관세를 적용하여 이들의 산업을 위축시키고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전쟁으로 거둔 거대한 이익으로 인해 유로화와 파운드 화가 절하하여 유럽 연합내의 에너지 식량부분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즉,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유럽연합을 가담시켜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안기고 있는 셈인 것이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미국의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1년이지만 향후 미국의 전쟁수행의지 및 미와 서방 중러간의 대결구도, 타이완 등의 향배에 따라 그 예후가 정해질 것이다.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는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지속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쉽게 중단될 수 도 있다. 참고로 미국이 수행한 아프간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은 거의 10년의 세월 간 지속되었다. 

 전쟁 후 세계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중러 동맹에 기초한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브릭스의 전면화를 통한 다극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WTO나 IMF처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발생한 국제지구는 힘을 잃고 UN역시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니아 전쟁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데 우선 1994년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이 한반도 비핵화모델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어 북의 핵보유 명분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남북과 미중러일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맹대결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평화적 통일 보다는 과거 냉전시기처럼 대결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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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 기후변화 10년 후 한국의 미래와 생존전략
홍종호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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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 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적 화두다. 1-2년 전만 해도 버블 경제로 인해 메타버스와 암호화폐, NFT 등이 난리였는데 참 트렌드 변화도 빠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적 변화보다21세기는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가장 큰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 기술적 변화엔 상당히 민감하지만 아쉽게도 기후 위기엔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한국인은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기후위기는 가장 후 순위로 꼽고 있으며 1인 당 에너지 소비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를 불명예스럽게 차지하면서도 재생 에너지 발전율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여기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전기도 마음껏 쓴다. 한국의 전기 요금은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이로 인해 2023년 한전의 적자는 30조에 달하고 있다. 사실 전기 요금이나 대중교통 요금은 적당히 현실화 하는 게 필요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매우 무서워하며 일반 시민들도 너무 싼 요금에 대한 관성인지 지금도 비싸다고 아우성이다. 참고로 한국의 전기세는 일본의 절반, 독일의 1/3 수준이다. 그리고 전기세로 칭하지만 세금이 아니기에 엄밀히 말하면 전기 요금에 해당한다. 

 우주는 열역학 제 1법칙과 제 2법칙 하에 있기에 갇힌 환경인 지구에 사는 인간이 자원과 에너지를 이용해 경제행위를 할수록 환경오염은 반드시 증가하게 되어 있다. 1법칙에 의하면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의 총량은 변화하지 않는데 우리가 물질과 에너지를 씀으로써 그에 상당하는 폐기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열역학 2법칙으로 무질서가 증가하기에 질서 있는 에너지와 물질을 소비할 수록 이를 완전히 이전의 쓸모 있는 모습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를 완화하는 것은 지구의 기후위기를 해결해나가는 접근법이 될 것이다.

 인간이 지난 100여 년간 자신들의 탄소기반경제가 탄소를 대기중으로 방출하여 온실효과를 일으킬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지 않은 데는 경제적 요인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회적 할인율 때문이다. 사회적 할인률은 미래에 발생할 소비나 소득을 현재의 관점에서 얼마의 가치로 환산할 것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다. 사회적 할인률이 낮다면 미래의 편익을 현재 시점에서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 사회적 할인율이 높다면 미래의 편익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이 할인률은 개인의 소득이나 문화, 연령, 교육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데 학자들은 금리와 경제성장률은 반영하여 4.1%를 적당한 할인률로 대개 책정한다.

 하지만 할인률을 0보다 높은 값으로 측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할인률이 0보다 높으면 미래의 편익은 반드시 현재의 가치보다 어쨌든 낮아지기에 이것이 미래 세대에게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할인률이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현재의 상당한 투자를 정당화 하느냐 안하느냐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할인률이 낮다면 기후 위기는 당장 큰 돈을 들여서 수행해야 하는 사업이 되며 할인률이 높다면 당장의 현안에 밀려나게 된다.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할인률을 낮게 책정하려면 사람의 생명가치와 자연의 가치 두 가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인간의 생명을 화폐로 환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실제로 보험료와 보상 등 현실경제에서 사람에 대한 화폐환산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인적자본접근법으로 그 사람이 평소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느냐와 연령에 의해 보상하는 방식이다.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 젊다면 보상액이 커지며 낮은 소득을 올리며 나이가 많다면 보상액은 낮아진다. 하지만 이 방식은 가정 주부의 경우처럼 충분한 사회적, 개인적 기여를 하면서도 그 보상이 경제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직업에 대해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다른 하나는 통계적 생명가치 방법이다. 지역주민이 100만인 지역에 연간 1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의 설치비가 100억이라면 주민 1인은 1만원을 부담하면 된다. 사람들이 이를 기꺼이 할 의사가 있다면 이 경우 1인당 10억이라는 통계적 생명가치가 환산된다. 한국인의 인적자본접근법에 의한 화폐가치는 2-3억에 불과하지만 통계적 생명가치는 25-37억에 달한다.

 자연은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산소 공급과 탄소흡수, 홍수조율과 가뭄회복, 농수산물의 공급, 목재, 연료의 공급, 관광 및 여가의 제공 등이다. 1994년 세계의 학자들은 이를 33조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당시 세계경제규모 18조 달러의 두 배치에 달한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대해서 자연과 인간의 생명 가치가 입을 피해를 제대로 계산한다면 사회적 할인률은 0에 수렴하거나 매우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대비는 당장해야만 경제적 편익이 높은 사업에 해당하게 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탄소배출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두 가지 경제학적 방법이 있는데 하나가 탄소세다. 탄소세 도입을 천명하면서 등장한 원칙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선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탄소세라는 것이며 탄소세율은 탄소 감축 목표에 이를 데까지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탄소세의 도입과 더불어 다른 세금을 깎아 세수중립을 달성하는 거시며 탄소세 도입과 동시에 다른 비효율적인 탄소 관련 규제는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탄소국경조정시스템이 필요하며 탄소세로 거둔 세수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탄소세는 새로운 세금이기에 조세저항을 불러오고 생산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세수를 줄이는 것인데 그 대상은 주로 소득세나 사회보장세가 된다. 탄소세는 경제적 효과를 갖는데 이는 환경의 개선과 경제활동의 효율성이다. 탄소국경조정은 모든 나라에 탄소세를 부과하여 국가간 비용차이를 상쇄하여 동등한 경제를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나라만 탄소세를 도입하면 그 나라 상품의 가격이 올라 가격경쟁력이 약화하고, 국내 기업은 이를 피하기 위해 탄소세가 없는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여 오히려 국내 탄소 배출만 줄뿐 세계적 탄소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게 된다. 때문에 탄소국경조정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탄소배출거래제는 정부가 환경오염 행위에 무상 또는 유상으로 배출한 권리를 우선 부여한 후, 이를 오염행위 주체 간 서로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총배출량의 상한선을 지정한 뒤, 일정한 방식에 따라 기업에 배출권을 부여하는데 기업은 확보한 배출권을 기반으로 탄소감축을 위해 각자 노력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로 필요 시 배출권을 거래하게 된다.  

 유럽연합을 필두로 세계 기후위기에 경각심을 느끼는 선진국 위주로 탄소 배출과 관련하여 각종 규제를 실시 및 선포하고 있다. 이는 얼핏 자유무역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WTO의 주요무역규정인 GATT20조 b항은 인간, 동물, 식물의 생명과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인 경우, g항은 자국 내의 생산 또는 소비에 대한 제한과 관련하여 실시되는 고갈성 자원의 보호에 관한 경우는 자유무역의 예외로 둔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위기는 양자 모두에 해당 될 수 있기에 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기후 위기는 인간의 삶 여러 부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가 있다.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부유층은 고지대를 선호하게 되고 이 지역의 지가가 올라가 고지대의 원주민이 저지도로 이주하게 된다. 또는 기후 위기의 대두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방수벽이나, 축대, 높은 단 등 주거지에 많은 비용이 요구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부유층은 이런 것이 가능하기에 기후위기 피해지역에 그대로 거주가 가능하지만 이를 대비할 수 없는 하층민은 이주하게 된다. 세 번째 유형은 지역 사회가 온난화에 대비해 선제적 공공투자로 인프라를 구축한 경우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의 홍수위험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지가가 상승하게 된다. 반면 인프라로 인해 지역의 세금은 상승한다. 이에 버티지 못한 원주민은 또 이주하게 되는 것이다. 

 기후 위기는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버클리, 시카고 대학은 1950-2008년 열대성 태풍이 각 국의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태풍이 있는 경우 없는 경우보다 20년 후 1인당 평균 소득이 무려 7.4%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간이 경제행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별다른 대응을 안할 경우 2100년이면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720ppm이 되며 이 경우 동아시아의 온도는 3.3도나 상승하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의 GDP 손실액은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4.5조 달러이고 중국 역시 큰 손실이 예상된다. 

 기후 위기는 학생의 학업 성취도와도 관련한다. 연구 결과 21도를 기준으로 0.56도 상승마다 성적이 1%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냉방시설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온난화에 따라 이에 대비할 냉방 시설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간의 학업 성적 차가 나타날 것을 의미한다. 실제 미국 같은 경우 온난화에 따라 흑인과 히스패닉의 학업성취도가 더 낮아졌는데 이는 이들의 거주 지역에 냉방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온난화는 냉방시설의 가동을 더 요구하며 냉방시설은 온난화를 더 가속화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이다.

 온난화는 출생과도 관련한다. 임산부가 열에 노출되면 탈수와 혈액 점도 변화가 일어나고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진통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조산 위험이 8.6-21%나 상승한다. 또한 더위는 자궁의 혈류를 줄여서 신생아의 성장을 막아 아기 몸무게가 3.7-29.7g까지 감소할 수 있다. 그리고 출산 직전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사산 가능성도 무려 6%올라 간다. 더위로 조기 진통과 양수감소, 태반 손상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위는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도 있다. 한국은 여름에 고온다습하여 소위 불쾌지수란 것이 심하게 올라가고 사람은 이것 만으로도 큰 스트레스 상태에 놓이게 된다. 연구 결과 더위는 인간의 보복심리를 강화하고 인간의 보복자제력은 감소시킨다. 즉, 정상적 기후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온난화로 인한 더위 상태에선 분쟁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다는 것이다. 이것이 본격화한다면 온난화로 인한 폭력 및 범죄, 사회적 분쟁의 증가로 치뤄야 할 사회적 비용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일반인까지 인식을 바꿔 동참해아 한다. 우선 정부는 기후 위기와 관련하여 탈탄소 및 탄소중립에 강한 의지를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게 필요하다. 그래야 일반 시민과 기업이 흔들리지 않는다. 기업은 re100 및 ESG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세계는 이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 대한 외부의 투자 및 평가, 그리고 물건의 구입에 이미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기업의 경쟁력이 예전과 다르게 품질과 가격경쟁력, 브랜드 이미지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개인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간 환경 운동가 및 집단은 기후위기를 당위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무신경한 일반인을 도덕적으로 공격하는 방향에 가까웠다. 이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접근 방법을 바꿔 공감대를 확장해야 하는데 기후위기 방지를 해야만 자녀의 미래와 사랑, 건강의 유지, 안전 보장, 우리 사회의 번영과 경제발전에 이바지가 가능하다는 보편적 차원이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에 불리하다고 말하며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바람은 아주 세지 않으며 일사는 적도지역 만큼 강하지도 않고 넓은 빈 평평한 땅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한국의 제곱미터당 일사량은 1459인데 비해 독일은 겨우 1056에다. 우리보다 부족한 지역도 재생에너지를 통한 자립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2050년까지 한국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설비가 지금의 2배 이상 필요하다. 태양광 설비는 350-400기기와트를 출력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 국토의 3.5-4%가 필요하다. 좁은 면적만 필요한 화력이나 핵발전에 비하면 무척 넓지만 농토가 전국토의 18%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그리 넓다고 할수도 없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더구나 태양광의 발전효율을 기술발전에 따라 계속 상승하고 있다. 지금 패널 효율이 18%인데 10-20년전 10%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며 이미 24%에 달하는 것도 나와 있다. 전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재래식보다 싸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시작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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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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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라는 제목은 충분히 실망스러웠다. 제목이 너무 최신 유행을 타는게 분명했고, 줄거리를 적당히 알아보니 많이도 여기저기서 우려먹은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 주 소재였다. 분명 사랑하는 두 사람 중 하나가 이런 병에 걸려있을 테고 그와 관련한 좌충우돌과 사랑이 나올게 뻔했으며 읽어보니 역시나 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뻔함에도 소설이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감동도 충분했고, 작중 인물들도 재미났으며 간간히 참신하고 좋은 문장이 있었고, 결국은 아름답게 끝나지 않아 더 큰 여운을 남겨주었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소설은 고교 2학년에 서로 만나는 카미야 토루란 남자아이와 히노 마오이란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토루는 우울하고 내성적이지만 항상 청결하며 정감있고 정의감 있는 남자아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의 사정이 딱하고 괴롭히는 녀석들의 행위가 어이가 없어 차라리 자기를 괴롭히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집은 가난하다. 어머닐 일찍 여의었고, 어머니를 대신하던 누나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와 딸을 잃은 아버진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장으로써 토루를 부양하긴 한다. 반에서 괴롭힘을 주도하는 악당 녀석은 토루가 다른 반의 히노에게 고백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런 행위를 그만두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토루는 이걸 받아서 히노에게 고백하는데 웬일인지 히노가 이걸 덮썩 받아버린다.

 그렇게 둘의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는 조건이 3가지 있었다. 방과 후에 만날 것, 휴대전화 등을 통한 연락은 간단히 할 것, 그리고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이었다. 토루는 이런 이상한 연애를 그만 할까 하지만 아름다운 히노와 그녀의 매력에 곧 이끌린다. 사실 히노에겐 비밀이 있었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병인데 책엔 다른 아이를 구해주다 사고로 그리 된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히노는 뇌에 문제가 생겨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다. 즉, 영원히 사고 전날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히노는 매일 일기와 수첩, 방 여기저기 붙여놓은 종이로 스스로를 이어나간다.

 즉, 자신이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고 이미 시간이 꽤나 흘렀으며 더 이상 무언가를 학습하지 못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없음을 매일 아침 체감해야한다는 의미다. 스스로의 매일을 이어나가기 위해 기억하지 못하는 전날의 자신들의 메모를 봐야하기에 히노는 매일 일찍 일어난다. 사고 마지막 날 히노는 늦게 잠이 들었기에 충분히 자지 않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자신에게 의문을 품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사실은 충분히 잤음에도 말이다. 

 그런 히노가 변화를 위해 남자친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이런 상황에서도 둘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토루의 복잡한 다단한 가정사정이 여기에 얽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얻어주기도 한다. 책은 상당히 흥행한 듯하다 . 책띠지에 이미 75만부가 팔렸다고 하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 같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젊은 시절의 감성과 연애의 달콤함도 느낄수 있다. 그리고 내가 선행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면 나는 하루하루를 처신하며 나를 이어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게 된다. 

 하루하루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 나를 쌓아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직장에서의 일도,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아무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매일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음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통사고 후 의식을 찾았을때 신체 한 부위가 장애를 입게 되면 큰 충격이 올텐데 그 짓을 매일 해야한다는 셈이다. 또한 먼 훗날 내기 이미 나이가 상당히 들었음에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어릴 적에 머물러 있다. 이건 정말 충격일 것이다. 병이라도 걸려 있어 매일 투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할 것이고. 하여튼 책은 재밌으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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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너머에 존재하는 것들 - 우주의 95%, 보이지 않는 어둠에 관한 과학 서사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황호성 감수 / 북인어박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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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140억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생겨난 이후로 계속 팽창을 거듭하여 아직도 관측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 정도로 광대하다. 우주라는 시공간엔 물질이 있는데 우리를 비롯한 항성계 등을 구성하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5%에 불과하며 나머지 25%정도를 암흑물질이 나머지 70%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양자는 모두 인간이 밝혀낸 네 가지 힘에 반응하지 않으며 중력에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양임에도 관측이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이중 암흑물질은 우주의 생성과정에서 중력작용을 하여 터무니 없이 부족한 물질이 지금의 은하구조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하는 힘의 근원으로 생각된다. 양자는 관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그 존재를 의심받았지만 있다고 생각해야만 모든 것의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에 관측되어 실증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힉스입자처럼 반드시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대개 언젠간 관측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그 구조의 발견을 통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담고 있다. 우리는 태양 빛에 늘 의존하여 살아가는데 태양은 늘 핵융합을 하기에 방금 만들어진 광자가 우릴 향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7분의 시간차로 말이다. 하지만 방금 내몸을 덮힌 광자는 7분 전이 아니라 사실 수십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다. 태양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광자가 만들어지면 주변 온도가 매우 높아 다른 물질들이 플라스마 상태이기에 광자가 계속 튕기고 반사되어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다. 광자는 거대한 태양외부에 도달하는데 무려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을 소요한다. 방금 쬔 햇빛은 인류역사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셈이다.

 우주도 태양 내부와 비슷한 적이 있었다. 빅뱅 초기 에너지가 온도가 매우 높아 뜨거운 플라스마와 큰 에너지를 가진 수많은 광자가 가득했다. 이들은 서로 충돌하고 광자는 이동할 수 없는 소위 불투명한 우주에 있었다. 우주가 팽창하여 온도가 낮아지자 물질이 플라스마 상태에서 벗어나 하전입자들이 중성수소 원자가 되어 고아자가 우주로 퍼질수 있게 되었다. 이 시점이 빅뱅후 38만년정도 지난 시점이다. 이 때 온도는 3000k로 이는 태양의 광구 온도와 비슷하다. 이 뜨거운 복사들이 우주로 퍼져나갔고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복사의 파장도 팽창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고작 3k정도의 마이크로 무선파 정도로 변환되었고 이것이 우주배경복사다. 

 이처럼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해 현재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지평선은 약 500억 광년 정도이다. 물론 빛은 계속 이동하기에 우주 지평선은 조금씩 늘어나지만 우주도 계속 커지기에 관측 가능한 영역엔 한계가 자리 한다. 지금까지 관측 한 것중 가장 멀리서 일어난 것은 블랙홀이 붕괴되어 나오는 감마선 폭발로 우주가 생긴지 6억년 정도 된 후의 일로 추정된다. 그리고 우리가 관측한 것중 가장 오래되고 먼 신호는 당연히 우주배경복사가 된다. 

 우주배경복사가 생기기전인 빅뱅후 38만년전 이전은 광자가 나올 수 없었기에 우리에겐 사실상 영원히 관측이란게 불가능한 지점이 된다. 이걸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에 있는 원자에서 방출된 희미한 신호를 찾는 것이다. 빅뱅후 30만년에 중성수소가 이온화한다. 그리고 최초의 별이 방출한 자외선으로 인해 중성수소가 다시 양성자와 전자로 분해되었다. 우주를 돌던 우주 배경복사는 이 양성자와 전자와 상호작용을 하여 아무 방향으로나 분산하거나 편광되는데 이 흔적을 연구하면 초창기 별과 은하형성시기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우주의 곡률은 초창기 중요한 문제였다. 우주의 곡률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평균밀도와 관련하는데 이 평균밀도가 세제곱미터당 10의 -29보다 크면 우주는 구형이 되며 낮으면 쌍곡면이 되고 비슷하면 편평하다. 곡률이 양수이면 거대하나 하나로 연결되는 구체같은 형태가 된다. 즉, 우주는 무한히 크나 크기가 정해져있다. 때문에 안정적이고 정적이고 완결된 우주로 초기 학자들은 이 개념을 선호했다. 반면 곡률이 음수면 우주의 한계는 없고 영원히 팽창해 나간다. 곡률의 계산은 삼각형을 통해 할 수 있다. 공간에 삼각형을 그려 그 내각의 합이 180도이면 편평한 것이며 180이상이면 구형, 그보다 작으면 쌍곡면이다. 다만 우주의 곡률이 매우 작아 삼각형의 길이가 거의 우주지평선가지 펼쳐져야 했는데 관측결과는 우주가 편평한 평면 기하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모순이 발생했다. 이렇게 편평하려면 우주의 평균밀도가 위에 언급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관측 결과 우주의 물질이 터무니 없이 모자랐던 것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존재를 생각해내고 이를 상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암흑물질은 이렇게 등장했고 현재 모든 은하에 곳곳이 펴져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흑물질은 현재 직접 관츨은 어렵지만 중력렌즈효과 등으로 있는 것이 간접적으로 입증된다. 

 탄성의 법칙은 두 물체 간의 힘이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소하는게 아니라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당기는 힘인 인력이 아니라 미는 힘인 장력으로 작용한다. 이 반발력이 우주가 팽창하는 요인인데 우주적 규모에서는 중력과 균형을 맞추는 정도지만 더 짧은 거리에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다. 우주가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팽창함에도 태양계나 은하내에서 서로간의 거리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이유다.

 허블상수는 일정한 거리만큼 떨어진 두 은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상대적인 속도로 우주의 팽창률이다. 이는 비례법칙으로 두 은하가 두 배의 거리라면 두 배의 속도로 멀어진다는 뜻이다. 즉, 우리은하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우리와 더욱 빠른 속도로 팽창하여 멀어진다는 셈이다. 우주의 팽창을 정확히 알려면 광원들의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이는 Ia초신성으로 가능했다. Ia초신성은 쌍성계에서 하나가 수소의 고갈로 백색왜성이 되고 이후 다른 항성과 행성의 물질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다 어느 시점에 질량이 너무 커지면 격렬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폭발 후 밝기가 감소하는 속도는 최대 밝기와 관련하는데 Ia초신성은 최대 밝기가 매우 짧아 방출되는 빛의 시간적 변화를 관측하면 폭발의 실제 광도가 유추되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Ia초신성 관측 결과 우주의 팽창은 감속 팽창이 아니라 가속 팽창인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암흑물질을 포함하여도 물질의 밀도가 부족했는데 광활한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그 밀도를 충족하기에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암흑에너지도 팽창의 설명을 위해 필요해진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누군가 관측해낸다면 반드시 노벨상 감이라 생각된다. 우주의 생성원리나 근원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설명해낼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날이 기대되면서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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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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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 혹은 포스트 밀레니얼은 글자처럼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를 칭한다. 이들은 인터넷이 등장한 1995년 이후 출생하여 이전 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이전의 세상, 즉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책 Z세대는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이들 세대를 연구한 책이다. 디지털 플랫폼와 인터넷 공간에서 이들이 사용한 언어와 심층면접으로 연구를 구성하였는데 그래서 좀 더 흥미롭다. 물론 영미권 연구이기에 한국의 Z와는 또 다른 측면도 많다.

 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을 말할 때 새로운 어휘를 사용한다. 이들은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개인의 행복과 자기돌봄을 중시한다. 또한 탈위계적이면서도 협력적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이들의 경험은 상당히 역설적이고 모순적인데 과거 어느 세대보다도 디지털 도구의 등장으로 발언권(유튜브, 밈, 틱톡 등의 SNS)의 수단이 많으면서도 현실 세계에선 자신의 힘이 위축되었다고 느낀다는 점이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세대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 해결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나 윗세대에게서 물려받은 문제들, 그러니까 기후위기, 폭력, 젠더문제, 인종차별, 정치체제의 실패와 부유해질 가능성의 낮아짐에 대해서는 심히 비관적이다. 

 Z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그들은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지니고 원치 않는 압박과 요구에 그 선명한 정체성을 이용해 자신을 규정한다. 이들은 개인의 정체성, 목적의식, 그리고 공동체 또는 그것을 지지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공동체에 소속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목소리와 권력이 고르게 배분되는 수평적 리더쉽을 지향하고 확고한 가치관을 갖는다. 

 먼저 정체성을 살펴보다. 디지털 시대에 정체성은 개인의 여러 특성이 복잡 다단하게 얽힌 혼합물이자 신중한 탐색의 결과물이 된다. Z세대에게 정체성이란 거대한 사회집단 내에서 스스로 주장하고 개인적으로 형성해야 할 사회적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하고 미세한 조각들로 구성되며 유연하고 심지어 교차적이다. 또한 형성과정에서 인터넷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의 정체성이 매우 복잡하고 유연하며 교차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것이 성정체성이다. Z세대의 성정체성은 매우 다양하다. 논바이어리(남성, 여성 정체화 거부), 시스젠더(태어난 성과 일치하는 성정체성), 트랜스(남성, 여성 어디도 아니며 심지어 논바이어리도 아님), 젠더 비순응자(젠더의 표현과 정체성이 남성, 여성, 양성을 오감), 젠더 플루이드(남성, 여성쪽으로 확실한 정체화가 아님, 양자를 오감), 젠더 퀴어(사회적 범주로서의 젠더를 부정)가 그런 것들이다. 물론 이것도 범주화 한 것이며 이것조차 오가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 양상은 더 복잡다단하다. Z세대의 정체성 중 성이 유독 복잡한 것은 민족, 인종개념 등은 거의 주어지고 스스로 탐험할 여지가 적은 반면 성정체성은 그렇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인종과 민족 정체성의 이면과 다문화주의, 인종 간 관계,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존중하려는 욕구가 고도화하면서 이조차도 점점 미세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Z세대의 대부분은 종교를 거부한다. 그러나 이것을 정체성과 관련지어 받아들이면서 자신들의 유산, 문화나 민족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탐험할 만한 가지 정도는 있다고 본다. Z세대는 이처럼 남들과는 달리 매우 세분하여 자신의 정의하는 미립자 정체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며 이 정체성은 남에게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디지털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디지털 도구들이 개인의 어떤 삶은 디지털 플랫폼에 공개할지 신중하게 선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한편 디지털 기술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은 도전 받기도 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에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되고 진정성을 요구 받기에 이를 지켜나가고 실천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실제 정체성과 디지털 플랫폼의 다른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정체성이 다른 경우 양자의 경계선이 흐려져 진정성이 도전 받는 경우도 생겨난다. 

 Z세대 두 번째 특성은 조립식 소속감이다. Z세대는 안정성과 사회적 정착을 원하면서도 한 집단에 모든 정체성을 투사하거나 평생 한 집단에 메이지 않는다. 인터넷은 정체성의 경우처럼 자신이 속할 수 있는 집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준다. 심지어 없다면 자신이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모든 SNS 플랫폼들은 저마다의 거품방울 아래로 고유한 하위문화와 언어를 생성하여 여러 유형의 조립식 소속감을 갖는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낸다. 

 Z세대는 조립식 소속감을 실천하며 새로운 사회 실험을 시작한다. 저마다 고유한 조합으로 구성되고 복수의 커뮤니티에 소속됨으로써 표출되는 이들의 정체성은 고유함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각자에게 다층적인 사회적 지지를 제공한다. 이들의 소속감은 본질적으로 유연하며 비공식적이고 담화적이다. 

 Z세대의 마지막 특성은 위계의 거부와 평등성이다. Z세대는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기성세대, 전문가들과 교훈적 진리, 그 밖에 전통적 형태의 위계적 권위를 경계하고 불신한다. 위선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며 진정성에 집착하는 이 세대는 종교처럼 물려받은 가치와 관행의 상당수를 거부하거나 변형하여 수용한다. 그래서 전통적 제대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옅다. Z세대는 과거 제도에 의존하여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스스로의 힘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으며 그래서 자급자족, 자기의존, 자기의지를 선호한다.

 Z세대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그룹을 위해서 기꺼이 책임지려는 수평적이고 헌신적인 리더를 선호한다. 그들에게 리더는 더 잘난 사람이 아니라 남을 위해 헌신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며 리더십은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수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지시보다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이들은 협업을 매우 중시하는데 기존 세대는 위계 구조에서 시키는 대로 해왔기에 모든 것을 협업하려는 이들의 등장이 모든 사회조직에서 당황스럽다. 협업과 가벼운 리더쉽을 선호하는 경향을 이 세대의 지향성과 가치, 특히 개인 정체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공정에 대한 열망과 관련이 깊다. 협업을 지향하면서도 개인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해주는 사회구조의 새로운 탄생이 어쩌면 Z세대의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학자들은 이들의 동료생산 방식이 새로운 사회 위계구조를 대체할 수 있을지 바라보고 있다. 

 Z세대는 이렇게 당차면서도 불안하고 의존적인 면도 있다. 우선 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세대의 이존한다. 경제적 위기로 인해 부모 세대는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Z세대가 어려서 부터 프로젝트 관리자처럼 일상의 문제를 세심하게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왔다. 이에 의존해온 이 세대는 이런 문제로 인해 경제적, 정신적 독립심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또한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정신건강문제가 좋지 않다. 수천수만가지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관계의 가능성이 무한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선택이 더 어렵고 여기서도 소속되지 못하면 더욱 큰 고립감과 외로움에 시달린다. 또한 이들은 급격한 사회변화와 포격, 갈등, 경제성장에 대한 불신, 정치불안정을 바라보며 자라났기에 정보 과부하와 스트레스성 뉴스에 시달렸다. 이들은 사회와 어른을 믿지 못하기에 이런 정서적인 문제해결은 자신(45%)과 또래집단(25%)에 상당히 의존한다.

 이처럼 Z세대는 많은 사회 문제를 양산하고 중첩시켜 악화시킨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며 수평적 리더십과 협력, 민주시민성으로 이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대다. 하지만 의외로 취약한 면이 있으며 전통의 의지하지 않기에 정체성이나 소속감도 쉽게 흔들리기 쉽다. 이런 이들은 기성세대가 잘 이해하고 사회에 잘 안착시켜주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이들은 향후 100년을 살아가며 기후위기 문제, 미중갈등, 경제위기, 민주주의 실패, 정치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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