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전쟁과 신세계질서
이해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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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역사학자 얀 모렐리의 전시 프로파간다 기본 원칙으로 시작한다. 

1. 전쟁을 원한 건 우리가 아니다.

2. 전쟁의 책임은 오로지 적에게 있다.

3. 적장은 악마나 흉악범의 얼굴이다.

4. 우리는 오직 대의를 위해 싸울 뿐 작은 이익도 탐하지 않는다.

5. 우리는 의도치 않게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으나 적은 고의로 그런다.

6. 적은 금지된 무기를 사용한다.

7. 우리의 피해는 미미하나 적의 피해는 대단하다.

8. 예술가나 지성인은 우리의 명분을 지지한다.

9. 우리의 대의는 신성하다.

10. 우리의 선전을 의심하는 자는 반역자다.


 벌써 개전 1년을 맞이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위 프로파간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젤렌스키와 푸틴은 이미 양 진영에서 악마화 되어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잔혹 행위를 고발하고 자신들의 승전을 과장한다. 전쟁의 책임은 놀랍게도 침략국과 피해국 양쪽 모두 주장하는데 러시아의 나토의 동진으로 인한 자국 변경 보호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 보호가 전쟁의 이유이며 우크라이나는 서구 자유 진영의 논리와 민족주의가 전쟁의 이유다. 

 이 전쟁은 갑작스러워 보이지만 한국전쟁이 그러했던 것처럼 상당한 조짐이 있었다. 전쟁은 동계올림픽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는데 이미 몇 달 전 서구 언론에서는 전쟁이 날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상당히 있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미 2021년 전 병력의 절반인 12만 5천 명을 러시아의 주 목표 지역이 될 돈바스 지역에 집결시킨 상태였으며 서구는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군을 상당히 훈련시켜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전쟁이 상당 부분 러시아의 성공으로 진행된 것은 서구, 나토와 미국의 무능,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무능, 상대적인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의 우수함을 입증한다.

 우린 이미 서구에 속해있기에 이 전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듣는 논리와 가치 소식은 서구 중심적이다. 한국 정부 역시 철저히 그런 입장에 서있다. 여기서 러시아는 상당히 악마화 되어 있으며 그 중심이 푸틴이고 이미 국가 자체가 비정상 국가 취급을 받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국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21세기에 반인권적 침략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러시아는 나름대로 전쟁의 논리를 갖고 있다. 시계를 크게 거슬러 올라가 냉전의 막바지를 살펴보면 소련은 1990년 붕괴를 맞이한다. 붕괴 당시 소련의 수장은 고르바초프 였으며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동독을 내어주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었다. 동독의 상실은 서구 열강의 동진이었고 이는 무너져 가는 소련입장에서도 안보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미국와 소련은 나토가 동진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독일의 통일에 합의한다. 이는 당시 미국부장관 베이커가 고르바초프와 구두약속한 것으로 정식문서는 아니자만 이런 구두합의사실이 문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냉전의 사실상의 패전국이었으며 단극화한 미국의 주도로 나토는 결국 동진한다. 러시아는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방은 유고를 침공했으며 1997는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수용하는 기본 조약에까지 서명하게 된다. 결국 러시아는 2007년 푸틴의 뮌헨 선언으로 나토 및 미국의 동진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조지아 전쟁을 계기로 이를 확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후 힘을 키워 크림 반도를 합병하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였으며 군비를 강화하고 내정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 중국과도 오랜 숙원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동맹을 강화한다. 2021년 러시아는 나토의 확장을 중단하는 최후통첩을 했으며 나토가 이를 무시한 결과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단일한 민족세력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서방의 일원이 되어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국가로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세 종족으로 구성된다. 우선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주로 서부와 중부에 거주한며 이들이 다수를 구성한다. 두 번째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중남부와 동부에 거주하며 러시아에 대한 적대감을 없다. 세 번째는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이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두 개의 민족 국가상이 등장해 대결을 펼쳤다. 하나는 갈리시아(민족주의)패러다임으로 단일민족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동우크라이나 모델로 다종교, 다민족, 다문화 국가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 양 모델은 생각보다 크게 대립하지 않았으며 2014년 이전까지 이렇다할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독립이후의 역사는 서부 갈리시아와 동부 돈바스의 서로 다른 정체성과 역사, 러시아에 대한 방향성을 둘러싼 지리적 대립과 정치적 투쟁의 역사였다.   

 2004년 서구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은 빅토르 유센코가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대선에서 패하자 키예프에선 반대와 시위가 일어나 오렌지 혁명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친러성향의 돈바스 지역을 이를 쿠데타로 규정한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서 벗어나 고도의 연방제를 요구했으며 2014년 마이단 쿠데타가 일어나자 반 러시아 반 러시아인 프로파간다가 우크라이나에세 집중 전개되었다. 마이단 반대 및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에 대한 도전은 살해협박과 탄압, 피살로 이어졌다. 이런 극단의 대립에 대한 화해정책으로 당선된 젤렌스키는 권력 장악 후 민족주의로 급선회해 동남부 지역에 더한 배신감을 안겼다. 때문에 지금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상 2014년 마이단에서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육군 편성은 포병중심이다. 전투차량은 많지 않으며 포병위주의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 군은 부가 남부 지역이 공략에서 야포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북부 지역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강해 포격을 가할 경우 강한 저항이 우려되어서이고 남부는 친러시아 지역이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는 철저히 포격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군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사상자수를 늘려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서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군 상당수는 러시아 군의 포격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서구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목표를  수도인 키예프의 점령으로 보았다. 하지만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극단적 민족주의 세력 및 동남부 지역의 해방이었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전면적을 감행하는 수준보다는 지역 수준의 전쟁을 다루는 규모로 편성되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를 거쳐 키예프를 공격하여 우크라이나 군의 주력을 이곳에 묶어두고 동남부 지역을 상대적으로 쉽게 공략했다. 마리우폴 전투 후 전장은 우크라니아 동부에 형성되었는데 포파스나라는 도시 전체의 가옥이 지하요새로 연결된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한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는 이곳을 거점으로 사방으로 진격이 가능한 상태다. 

 서구 언론은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에 의심을 포하며 전황을 과대 포장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급자족 국가이고 전쟁으로 인한 서구의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서구 이외의 다른 지역을 통해 충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년 이상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내 푸틴의 지지는 아직도 80%에 이른다. 푸틴에 대한 러시아인의 애착을 고려해도 자국내 상황이 전쟁으로 정말 견디기 어렵다면 이런 지지는 나오기 쉽지 않다. 오히려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서구다. 우크라이나는 60세 이하의 남성을 총동원한 상태이며 새로 징집한 이들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곧 여성을 징집한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인력이 부족하며 재정적으로 파산상태로 전비로 매일 10억달러가 지출된다. 즉, 서구의 지원이 멈춘다면 전쟁도 파탄난다는 이야기다. 전쟁으로 힘든 것은 서구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오래전 제조업을 포기하고 금융 및 기술자본으로 변모하였기에 이번 재래식 전쟁에서 무기 생산능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보기고 있다. 이는 평화에 젖어든 나토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덕분에 한국이 폴란드에 방산수출로 큰 이득을 보았고 이런 미국의 유약함을 본 산업자본 공장국가 중국은 또 다른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사실상 실패했다. 우선 이 정책은 중러는 밀착시켜서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본 정책은 러시아를 동진시켜 중과 대결하게 만드는 구도인데 정반대의 상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이 냉정 이후 완성한 글로벌 자본주의는 이번 제재로 사실상 종말을 맞이했다. 향후 세계 경제는 과거 냉전 시대처럼 두 개로 쪼개져 서방의 금융자본주의와 중, 러의 산업 자본주의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재로 서방은 러시아의 외화자산을 압류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의 주 기득권인 달러패권을 붕괴시킬 수 있는데 러시아는 바로 중국 중심의 결제시스템으로 이동해버렸고 중과 러가 대규모로 미국의 달러 및 국채를 정리하여 막대한 적자에도 달러를 마구 발행하는 미국의 기본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러 제재로 고생하는 것은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2022년 5월 기준 상품가격지수 중 비료가격이 250으로 올랐으며 콩기름 및 식품, 곡물가는 170, 에너지는 160에 달한다. 기준 100은 2010년의 수치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으로 유럽연합 각국은 크게 고통을 받고 있으며 러시아 시장을 상실해 무역수지도 25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유럽연합 창설 이후 최대치이며 고물가로 인해 가계들의 부담을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저성장도 심화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자국내에서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서방의 알짜 기업을 덤핑 가격에 인수하여 이득을 챙겼고 오히려 해외 수출이 급증해 루블화가 폭등하여 이득을 보고 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이런 위기에도 트럼프 관세를 적용하여 이들의 산업을 위축시키고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전쟁으로 거둔 거대한 이익으로 인해 유로화와 파운드 화가 절하하여 유럽 연합내의 에너지 식량부분 적자를 심화시키고 있다.

 즉,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전쟁에 유럽연합을 가담시켜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고통을 안기고 있는 셈인 것이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지 못하는 유럽연합의 국가들은 미국의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1년이지만 향후 미국의 전쟁수행의지 및 미와 서방 중러간의 대결구도, 타이완 등의 향배에 따라 그 예후가 정해질 것이다.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는데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지속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쉽게 중단될 수 도 있다. 참고로 미국이 수행한 아프간 전쟁이나 베트남 전쟁은 거의 10년의 세월 간 지속되었다. 

 전쟁 후 세계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중러 동맹에 기초한 양극화,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브릭스의 전면화를 통한 다극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WTO나 IMF처럼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서 발생한 국제지구는 힘을 잃고 UN역시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니아 전쟁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데 우선 1994년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이 한반도 비핵화모델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어 북의 핵보유 명분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남북과 미중러일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사실상 실효성을 잃게 될 것이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맹대결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평화적 통일 보다는 과거 냉전시기처럼 대결의 전초기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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