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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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라는 제목은 충분히 실망스러웠다. 제목이 너무 최신 유행을 타는게 분명했고, 줄거리를 적당히 알아보니 많이도 여기저기서 우려먹은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 주 소재였다. 분명 사랑하는 두 사람 중 하나가 이런 병에 걸려있을 테고 그와 관련한 좌충우돌과 사랑이 나올게 뻔했으며 읽어보니 역시나 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뻔함에도 소설이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감동도 충분했고, 작중 인물들도 재미났으며 간간히 참신하고 좋은 문장이 있었고, 결국은 아름답게 끝나지 않아 더 큰 여운을 남겨주었다. 아는 맛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소설은 고교 2학년에 서로 만나는 카미야 토루란 남자아이와 히노 마오이란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토루는 우울하고 내성적이지만 항상 청결하며 정감있고 정의감 있는 남자아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의 사정이 딱하고 괴롭히는 녀석들의 행위가 어이가 없어 차라리 자기를 괴롭히라고 할 정도니 말이다. 집은 가난하다. 어머닐 일찍 여의었고, 어머니를 대신하던 누나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와 딸을 잃은 아버진 아버지 노릇을 하지 못한다. 그래도 가장으로써 토루를 부양하긴 한다. 반에서 괴롭힘을 주도하는 악당 녀석은 토루가 다른 반의 히노에게 고백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런 행위를 그만두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토루는 이걸 받아서 히노에게 고백하는데 웬일인지 히노가 이걸 덮썩 받아버린다.

 그렇게 둘의 연애가 시작된다. 연애는 조건이 3가지 있었다. 방과 후에 만날 것, 휴대전화 등을 통한 연락은 간단히 할 것, 그리고 진짜로 좋아하지 말 것이었다. 토루는 이런 이상한 연애를 그만 할까 하지만 아름다운 히노와 그녀의 매력에 곧 이끌린다. 사실 히노에겐 비밀이 있었다.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병인데 책엔 다른 아이를 구해주다 사고로 그리 된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히노는 뇌에 문제가 생겨 기억을 저장하지 못한다. 즉, 영원히 사고 전날만을 기억하는 것이다. 히노는 매일 일기와 수첩, 방 여기저기 붙여놓은 종이로 스스로를 이어나간다.

 즉, 자신이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고 이미 시간이 꽤나 흘렀으며 더 이상 무언가를 학습하지 못하고,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없음을 매일 아침 체감해야한다는 의미다. 스스로의 매일을 이어나가기 위해 기억하지 못하는 전날의 자신들의 메모를 봐야하기에 히노는 매일 일찍 일어난다. 사고 마지막 날 히노는 늦게 잠이 들었기에 충분히 자지 않고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자신에게 의문을 품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사실은 충분히 잤음에도 말이다. 

 그런 히노가 변화를 위해 남자친구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소설은 이런 상황에서도 둘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진행된다. 책은 충분히 재미있는데 토루의 복잡한 다단한 가정사정이 여기에 얽히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얻어주기도 한다. 책은 상당히 흥행한 듯하다 . 책띠지에 이미 75만부가 팔렸다고 하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것 같다.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젊은 시절의 감성과 연애의 달콤함도 느낄수 있다. 그리고 내가 선행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다면 나는 하루하루를 처신하며 나를 이어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게 된다. 

 하루하루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아 나를 쌓아갈 수 없을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직장에서의 일도,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아무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매일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음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통사고 후 의식을 찾았을때 신체 한 부위가 장애를 입게 되면 큰 충격이 올텐데 그 짓을 매일 해야한다는 셈이다. 또한 먼 훗날 내기 이미 나이가 상당히 들었음에도 현재의 나는 과거의 어릴 적에 머물러 있다. 이건 정말 충격일 것이다. 병이라도 걸려 있어 매일 투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 할 것이고. 하여튼 책은 재밌으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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