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도살장 (리커버 에디션) 커트 보니것 리커버 컬렉션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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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인류 전체가 하나이고 같은 동종이며 같은 인격체이고 같은 생명체라는 분명한 사실을 가장 확실하게 망각시키는 수단이다. 전쟁과 동시에 적국의 모든 사람들은 악한 사람이거나 다른 개체이자 증오의 대상으로 박멸시켜야할 존재로 전락한다. 그리고 전쟁에 참가한 군인은 적과의 전투로 수많은 전우의 죽음과 전쟁자체의 참상을 목격하고 스스로가 적으로부터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되므로 이런 인식이 더욱 강화된다.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적이 아군으로부터 당한 비인간적 공격을 문제시할수 있다는 것은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인간적인 그 무언가를 넘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인 커트 보니컷은 2차대전에 참전했고 독일군에 포로로 잡혀 독일 도시 드레스덴으로 끌려가 노역에 동원된다. 당시 연방군의 무차별 폭격에 시달리던 독일의 주요도시와는 다르게 드레스덴은 문화유산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폭격 역시 한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방심의 상태에서 일어난 드레스덴 폭격은 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포로였던 보니컷은 이렇다할 숙소도 없어 형편없던 도살장에서 작업장이자 쉼터였던 형편없던 도살장에 머물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소설에 의하면 폭격이후의 도시는 마치 달의 표면과 같았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전개방식은 매우 독특한데, 처음 읽을 때에는 작가가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순차적으로 소설로 구성하여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과 전쟁중 함께 있었던 것 같은 혹은 자신을 투영한 듯한 가상의 인물 빌리 필그림을 만들어 소설을 전개해나간다. 그리고 빌리 필그림이 진행해나가는 이 소설은 전쟁에만 집중하지도 않는다. 소설은 빌리가 1967에 라디오에 출연하여 자신이 과거에 외계인에 납치되었고, 수년간 외계행성에서 생활했지만 그들이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이 있어 실제로는 몇백만분의 1초만 지구에 없었기에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인지할수 없었으며 심지어 그 기간중 유명 여배우의 같이 납치되어 함께 있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 사실을 믿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여튼 빌리는 이 납치사건 이후, 자신의 외도할순 없지만 시대를 살아가며 계속 자신의 과거 시간대로 이동하여 그 시절을 살아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때론 길게 어쩔땐 짧게, 그리고 어느경우느 먼 과거로 어느 경우엔 약간의 과거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2차대전때의 빌리와 현재와 근접한 빌리, 그리고 현재의 빌리, 아주 어릴적의 빌리가 계속 나타난다. 그래서 이 책은 반전소설인 것 같기는 한데 과학소설 같은 느낌도 강하게 나타난다. 빌리를 납치한 외계인은 트랄파마도어인이다. 그들은 4차원 이상의 존재로 시간을 다룰수 있다. 빌리는 시간이동능력을 갖게 된 후, 그리고 트랄파마도어인의 영향을 받은 후로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뭐 그런 거지."라고. 트랄파마도어인들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마지막에 시공을 초월해 과거의 시간을 볼 수 있었던 것 처럼 언제든 과거의 순간을 볼 수도 거기에 들어가 생활할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어떤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죽는다는건 일정 순간에 그 개체가 그져 상태가 나쁜 것이고 죽기전의 과거로 가서 그를 얼마든지 만나고 이야기하며 함께 지낼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걸 이해하고 어느정도 할수 있게된 빌리에게 죽음은 뭐 그런거지가 될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의 죽음에 대한 이런 장치를 보니 그것이 마치 컴퓨터의 영화파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있지만 난 그걸 언제든 재생할수 있고, 볼수 있다. 그러면 그 영화에 끝에 주인공이 죽더라도 그는 죽는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다시 재생해서 그의 삶을 보고 경험할수 있으니 말이다. 트랄파마도어인처럼 언제든지 그의 과거에 참여해 같이 생활할 수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빌리는 트랄파마도어인에게 처음 납치되었을때 왜 나라는 말을 한다. 트랄파마도어인은 이걸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수많은 유인행성을 돌아다니며 왜, 어째서, 목적은 목표는 등처럼 항상 이유를 찾는 존재는 인간이 거의 유일했다고 한다. 우주의 과거에서 마지막을 볼수 있는 트랄파마도어인에게 모든 것인 그저 이유없이 정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정해진 것에 이유를 찾는 행동은 무척이나 무의미해진다. 네가 이유를 찾는 그것마저 정해진 행동이기 때문이다. 트랄파마도어인이 과거에 들어가 생활을 참여해도 그건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그렇기에 도덕이나 윤리니 하는 것들도 무의미해진다. 그건 애초에 그렇게 정해진 것들이었고, 매우 어지럽고 나쁜 순간이지만 그것역시 그들이 쭉 나열해 동시에 총체적으로 경험할수 있는 시간의 단지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전체중 한 부분이 좀 이상하다고 해서 그걸 나쁘다고 하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빌리는 자유의지도 묻는다. 그런데 그것도 무의미하다. 모든게 정해졌는데 자유의지란것 역시 무의미해진다. 빌리가 자유의지라고 착각하고 정하는 모든 것들도 역시 사실 그렇게 하기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도 자유의지는 착각이라는 걸 암시하는 연구결과를 보여주는데 인간은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기전 이미 무의식 차원에서 그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단지 무의식이 이미 결정을 한 아주 짧은 시간후 의식적으로 그것을 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착각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사실상 없는 셈이 된다. 다만 무의식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평소 나의 생각과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할텐데 그런 부분에서 자유의지를 어느정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처럼 자유의지도 없이 그저 우주에서 정해진 시공간에서 정해진 수순의 일을 정확히 수행해내니 트랄파마도어인의 시각에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들은 결국 '기계'에 불과하게 된다.

 빌리는 전쟁 후 아내 발렌시아와 결혼한다. 검안사였던 그는 돈이 많은 아버지를 둔 발렌시아를 실질적으로 공략한 셈인데 그녀는 무척 뚱뚱한 여자로 스스로도 자신이 결혼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빌리는 아내 발렌시아와 결혼하는 장면으로 돌아갔을때 자신의 결정이 정말 형편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40대 후반까지 인생을 살아낸 사람이 과거 자신의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서 선택을 하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면 어떨까란 생각이 든다. 트랄파마도어인에겐 그건 그저 결정된 것이지만 이후의 모든 걸 알고, 변해서 인생을 조금더 높은 곳에서 보게된 자신이 보기에 과거의 결정은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정도로 어리석고 부끄럽지 않을까나. 물론 빌리는 그것도 그저 결정된 것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긴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주제가 뭐랄까 무척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을 주제로 독특하고 재밌는 과학 소설을 쓴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학적인 부분을 들여와 전쟁의 참상을 강조하면서도 외계인의 시각을 빌어 세월의 힘으로 그것 역시 인간사의 당연한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관조하게되는 부분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무엇이든 이 책의 가치는 높게 생각된다. 재밌는 서술과 자신과 세계, 인생사를 소중히 하면서도 별것 아니것처럼 이야기하는 외계인의 시각을 빌려온 관점은 오래된 소설임에도 무척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소설에 대한 평가가 높은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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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1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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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한 권 정도 그 책 내용이 나의 지적 소양에 비해 어렵거나, 혹은 저자와 내가 지나치게 맞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저자의 글자체가 담은 함의나 내포를 내가 이해하지 못해 책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읽고도 소화를 하지 못한 비율이 적은 것은 그럴만한 책을 피하는 편이기 때문인데 과거보단 나이가 들어 두려움이 앞서는 책에 대한 도전정신이 확연히 떨어진 것 같다.

 여름비도 이해하지 못했다. 2년전에 본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그랬는데 페소아의 책은 어렴풋이 알것도 같아 이해도 못한 주제에 리뷰를 제법 길게 쓸수 있었지만 이 책은 그럴 자신도 전혀 없다. 배경은 집이 너무 가난하고 애들도 많아 과거 인줄 알았는데 시속 400으로 달리는 고속열차와 자동차가 있는 현대이다.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인데 특이하게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폴란드인이다. 아이들은 무려 일곱이나 되고 집은 부모가 모두 무직인 관계로 무척 가난하다.

 어쩌다 집에 많이 부분이 불탄 책이 들어왔는데 학력이 짧은 부모도 그 책을 보았고, 놀랍게도 글을 모르는 큰 아들인 에르네스토와 셋째인 잔도 그것을 이해했다. 책은 사라졌는데 아이들, 특히 에르네스토가 변했다. 갑작스레 아니 어쩌면 원래 그런걸 수도 있지만 세상을 모두 알면서도 알필요도 없고, 알지 못하는 것 같은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부처같다고 할까.

 에르네스토는 학교 가기도 거부한다. 이유가 어이없는데 학교에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에르네스토가 학교를 거부하는데는 4일정도 그리고 에르네스토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잔은 10일정도가 걸렸다. 에르네스토는 학교를 거부하고 이를 어머니에게 알린다. 어머니는 이를 이해하는듯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사실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직업도 없으면서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듯한 이부모도 의무교육의 굴레를 저버리지 못하고 교사에게 상담을 간다.

 교사는 에르네스토를 만나고 아이가 범상치 않음을 알게된다. 물론 이해한것 같지는 않다. 아이는 교사의 추천에 의해 프랑스 정부의 눈에 들게되고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된다. 비슷하게 뛰어난 잔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에르네스토와 잔을 잃게 되는것을 두려워했고, 동생들도 그러했지만 결국 그렇게 된다. 소설 말미에 부모는 상실속에 죽어버리고 아이들은 시설에 맡겨졌다고 나온다. 

 주인공 에르네스토의 선문답 같은 말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린시절 평범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글을 알게 되고 세상 이치를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사회나 문화, 지식, 종교등 큰 굴레에 얽매이고 지식이나 권력 다른걸 추구해서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더 알려고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걸 알게된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그런걸 하기 위해 지나가는 기관인 학교도 의미가 없어지고 가족도 사랑하지만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며 그런걸 소중히 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신도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다. 

 물론 저자가 이런 의도로 책을 썼는지는 알길이 없다. 도무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니 말이다.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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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2-11 0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끝까지 읽어내셨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겁니다 ^^

2020-12-11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20-12-11 14: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올해 활동이 뜸하셔서 안타까웠습니다 돌아오셔서 좋네요

닷슈 2020-12-1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해를 못했다는게 너무 아쉽네요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과 학습공동체 이야기 - 미래핵심역량을 키워주는
솔밭중학교 학습공동체 지음, 미래교육공감연구소 감수 / 테크빌교육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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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관련 글을 쓸때마다 동어반복하게 되지만 지금 세계 교육선진국들의 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이다. 그리고 그 역량은 자신이 학습한 지식, 기능 등을 실생활의 맥락에서 스스로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역량의 특징은 바로 프로젝트 수업과 맞닿는다. 프로젝트 수업은 실생활은 문제를 학생이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협력하여 학습한 내용을 이용하여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 역량 배양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각 교과가 실생활과는 유리된 분절적이고 비맥락적이며 탈지역적인 매우 일반적이고 이상적이며 이론적인 성격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교과 간의 통합 혹은 융합 혹은 연결이 반드시 수반된다. 초등학교에서는 이 교과 간의 연결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래된 성인들은 잘 기억이 안나겠지만 초등학교에선 담임교사가 거의 모든 과목을 혼자 가르치는 원맨쇼를 펼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이나 체육, 영어나 국어처럼 서로 기름과 물과 같은 교과마저 섞는데는 심리적인 혹은 어떤 물리적 저항도 없다. 오직 그 교과들을 학생 교육을 위해 화학적으로 융합시킬 교사의 교육적 역량이 문제가 될 뿐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는 다르다. 중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사범대학에서 자신의 전공 교과에 대해 준전문가 수준의 이론적 기능적 전문성을 쌓게 된다. 때문에 각 교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전문성을 갖게 되지만 다른 교과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게 된다. 때문에 중학교 이상의 학교에서 프로젝트 수업은 시작자체가 어렵다. 프로젝트 수업을 설사 잘 잡았더라도 각 교과에서 어떻게 서로 융합하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학습을 해나가야할지 어렵고, 교사마다 다른 생각의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솔밭 중학교의 선생님들은 그 어려운걸 해냈다. 상당히 여러개의 프로젝트를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합심하여 이뤄냈는데 그 성과가 놀랍고, 훌륭했다. 10개 정도의 프로젝트가 보였는데 흥미롭게도 프로젝트마다 상당한 규칙성이 있었다. 

 먼저 프로젝트 주제들이 공정무역이나 지구온난화, 다문화가족, 인권, 지진 등 사회과나 윤리과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각 교과의 성격에서 기인하는 어쩔수 없는 측면이란 생각인데 프로젝트 수업이 실생활의 문제해결을 다루는 만큼 교과중 실생활의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는 사회과나 가치의 문제를 다루는 윤리과가 아무래도 주제를 제공할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는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의 지식이나 개념을 심화하거나 그 문제자체에 대한 학습 또는 문제해결을 위한 기능을 배우는 단계에서 사회과나 국어과 과학과 수학과 등의 주지교과가 많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 역시 그 교과들이 그러한 지식과 기능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당연해 보인다. 마지막은 포로젝트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단계인데 이 부분에선 기술가정, 영어, 미술 등의 교과가 많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포스터나 카드뉴스, 동영상, 기계장치 등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성과물을 내는 과정이 해당교과들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정리하면 중등 아니 분명 초등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은 대개 주제 설정 단계에서 사회과나 도덕과에 주로 의존하게 되며, 프로젝트의 심화과정인 지식, 기능, 개념학습 단계에서는 주지교과인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교과에 주로 의존하고 마지막인 결과물의 산출에선 영어, 미술, 기술가정등의 교과가 주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제법 흥미로운 점이며 오래전부터 어렴풋하게 느껴오던 점이 이 책을 보면서 체계화된 느낌이다. 그 만큼 이 책들의 프로젝트는 일관성이 있었고, 각 주제는 다르지만 일관되게 유사했다. 

 글을 마무리하며 중등에서의 역량중심 교육과정의 실현을 위한 프로젝트 수업 내실화 방안을 생각해보게 된다. 일단 떠오르는건 대학 단계에서의 부전공이다. 중등교사가 지식 기능 측면에서 반드시 준전문가 수준까지의 심화가 필요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데 주전공에 주력하면서 적어도 관련이 있는 교과가 다른 교과의 2,3전공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야 좀더 깊이 있고 연결성 있는 교과융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또 다른 생각은 교과간 융합을 유도하는 교육부 차원의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변경이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가 대표적인 예인데 그런 것들을 보다 활성화 하고 지원해나간다면 그런 기회는 자연히 많아질 것이다. 

 모처럼 책 내용과 관련해 여러 생각을 가질 기회였다. 좋은 책이며 프로젝트 수업에 관심이 있는 여러 사람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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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2-10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닷슈 2020-12-10 20:3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올해도 서니님 덕분에 알았네요

희망찬샘 2021-06-0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살펴봐야 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 드립니다. 대충 읽었던 프로젝트 관련 책 다시 읽기 성공 후 읽어봐야 겠어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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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책에서 주로 지식과 영혼의 흔들림, 깨달음, 재미와 감동, 분노 등을 얻는 편이다. 책에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의 느낌이 받아본 적이 거의 없는데(아무래도 보는 책의 종류 탓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책 자체가 인간이 자신의 모든 걸 담아낸 것인데 그것이 인간에게 주지 못하는게 뭐가 있을까.  

 책의 저자인 애나 모지스는 1860년에 태어나 1961년에 죽었다. 무려 101세를 살았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인생엔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미국은 농업국에서 산업국으로 그리고 세계 제1의 강국이 되었다. 그리고 남북전쟁과 1-2차대전, 경제공황, 한국전쟁 등이 있었다. 

 애나는 미국 북부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형제자매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농가일을 돕기 전인 12살 이전까지는 마음껏 미국의 대자연과 농가의 평화로움을 즐기며 살았다. 봄이면 꽃을 꺾었고, 여름이면 형제들과 함께 방앗간 인간의 호수에 띄울 뗏목을 같이 만들어 띄워 놀았고, 가을이면 단풍수액으로 시럽을 마음껏 만들어 먹었고, 겨울이면 눈으로 놀고, 아버지와 썰매를 탔다. 애나의 집은 주도로와 좀 외진 곳에 있었는데 그래서 큰 눈이 내리면 아버지가 썰매를 꺼내어 말들에 매어 달려 길을 내었고, 아버지가 그럴때면 애나와 형제들은 볏짚이며 이불이며 추위를 견딜만한 걸 잔뜩 가지고 함께 썰매를 탔다. 애나는 어릴적 그게 가장 신나는 기억이었다고 한다. 정말 재밌었을 것 같다. 애나의 어린 시절은 정말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데 책엔 언급은 없지만 남북전쟁의 전투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는 걸 보면 아주 어릴적이지만 전쟁에 대한 기억도 있었던 것 같다. 애나는 형제중 나이가 가장 비슷한 아서와 친했다. 어릴적 같이 놀고 함께 모든걸 공유하는 사이였지만 아서는 일찍 죽는다.

 애나는 커서 농장일을 도왔다. 남은 기름과 잿물을 이용해 한해 동안 쓸 비누는 모조리 만들었고, 양털에서 실을 뽑아 천을 짜거나 뜨기도 했다. 이런 모든 일들이 여자의 일이었는데 워낙 바빠 남자아이들과는 다르게 여자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당시엔 워낙 옷이 귀해 옷에 풀을 먹이고 표백했는데 그래야 옷을 오래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애나는 더 나이가 들어 다른 집에 들어가 가정부 일을 시작한다. 그 일을 꽤 오래한 듯 한데, 그 집 사람들이 무척 좋았던 것 같다. 그 집의 아이들도 그리고 주인집 아주머니 아저씨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애나 만큼 오래살지 못해 이제는 더 이상 같이 있지 못함을 아쉬워한다. 애나는 그 집에서 자신의 남편이 된 토마스 모지스를 만난다. 책엔 나오지 않았는데 알아보니 토마스는 애나보다 연하란다. 

 결혼해서 애나는 처음으로 남부에 자리잡는다. 애나는 남편이 성실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돈이 많은 남자는 그로 인해 좋아하면 돈이 떨어지면 싫어지고 게으르고 불성실한 사람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애나는 여자라도 남편이 벌어다주는것만 먹고 사는게 아니고 똑같이 일하고 싶어 했다. 물론 형편이 충분치 않은 점도 있었을 것이다. 애나는 무려 열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애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제가 10명 이상있었던 것을 보면 당시 특별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니만큼 4명의 아이들은 죽어서 나왔고, 한 명의 아이는 출생후 6주를 살다가 죽었다. 애나는 그 아이들을 아름다운 셰년도어 벨레에 조그마한 무덤 다섯개로 남겨두었다.

 결혼해서도 농장일은 바빴다. 월요일엔 빨래를 하고, 화요일엔 다림질과 수선, 수요일엔 빵을 굽고 청소를 하고, 목요일엔 바느질, 금요일엔 바느질에 화단 가꾸기와 잡다한 일을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해가 뜨기전 옷을 갈아입고 불을 지피고 찻물을 끓였으며, 닭장에서 닭 모이를 주고 물을 주었으며 아침식사를 차렸다. 낮까지 들에서 일을 하고 점심을 준비한 후, 다시 밭에서 일을 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우유를 짰다. 자기전 성경을 읽고 기도를 했다. 이러한 일이 계속 반복되며 나이가 들었다.

 1927년 남편 토마스가 추운 겨울에 나무를 하러 갔다. 그냥 돌아와 몹시 피곤해하며 서너시간을 자다 다시 일어나서 죽었다. 협심증이었다. 남편이 죽고 이미 노인이 된 애나는 평생을 해오던 바느질을 계속한다. 하지만 손이 아파서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그림이 누군가에 눈에 들었고, 팔리기 시작했고, 전시회까지 하게 되며 미전역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타임지에까지 실리고 애나가 죽었을때 추도사를 케네디 대통령이 할정도였다.

 책은 애나의 그림이 무척 많이 실려있는데 비슷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이 그림을 애나는 무려 1600여점을 그렸다. 그림을 보면 애나가 살았던 미국 시골의 대자연과 4계절 그리고 동물들과 작물들이 많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배경이 넓게 보이는걸 보면 미국의 대 자연이 애나에게 어릴적 부터 무척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림엔 항상 사람이 많다. 서로 함께 일하고 놀고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목가적인 모습때문에 애나의 그림은 당시 세계 대공황과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도 울림이 큰게 아닐까 한다. 번외적 이야기지만 애나의 그림을 보면 유독 다리에 지붕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당시엔 다리에 지붕을 씌우는게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다리를 나무로 만들었는데 지붕이 없으면 눈비를 맞아 수명이 15년에 불과하지만 지붕을 건설하면 무려 100년가까이 유지가 되었다고 한다. 

 애나 모지스의 책은 연말이나 크리스마스를 둔 시점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의 그림과 긴 생에서 얻은 깨달음이 주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말과 생각을 즐겨보는 것도 연말을 보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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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0-12-07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해보니 책에서 영혼의 흔들림.
뒤 늦은 이해. 분노.. 등을 얻을 때가 많네요

긴 생애를 견디어 내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닷슈 2020-12-07 21:3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긴 생애를... 그리그 그것을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잘 살아낸 사람의 인생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큰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의 골든타임 - 팬데믹 버블 속에서 부를 키우는 투자 전략
박종훈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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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보면 시류를 타는 투자책 같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도 책 내용이 경제전반과 경제사를 꿰뚫는 흐름을 보여준다면 난 그 책이 경제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 '부의 골든 타임'도 그랬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처음 생겨난 미국의 양적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정책변화, 그리고 코로나 이후 앞으로의 경제동향에 대해 경제사적 관점에서 상당히 분석적으로 접근한다.  


1. 자기조직화 이론

 경기사이클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론이 있지만 저자는 폴 크루그먼의 자기 조직화 현상이 가장 그럴듯하다고 본다. 자기 조직화 현상은 한 현상이 일어나면 그게 심화되는 방향이로 경제현상들이 일거에 몰리며 그 현상 자체를 강화해나간다는 이론이다. 일단 경기가 호황국면이면 기업은 설비투자를 늘리게 되고 제품생산이 증가한다. 그러면 기업에 의한 고용이 이루어지고 고용이 많아져 소비가 늘어 기업의 투자는 더욱 확대된다. 이젠 너도나도 돈을 빌려 소비와 투자를 일삼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빚이 많아진다. 돈이 돌도 도니 자산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이 자산을 사기 위해 더욱 사회전체의 빚이 많아진다. 결국 각 경제주체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빚을 지게 되는데 이 시점은 자신의 수입으로 이자를 내가 어려워지는 지점이다. 이 상태는 임계상태로 약간의 경제적 충격으로도 붕괴에 이르는 상태다. 

 결국 작은 충격이 어디선가 반드시 일어나게 되고 자기조직화 현상에 의해 버블이 순식간에 붕괴되어간다. 작은 충격은 불황은 불러오고 기업의 설비투자는 급감한다. 이에 생산량도 줄고 고용과 소비가 동반 하락하니 기업의 설비투자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에 빚잔치에 돈을 마구 풀던 은행은 신용경색에 빠지고 대출의 회수에 나선다. 빚을 갖기 위해 너도 나도 무리해 사둔 자산을 헐값에 처분하며 자산가격은 떨어진다. 


2. 경기 사이클

자기 조직화 이론에 의해 경기사이클은 4단계를 거친다. 골디락스-버블-버블붕괴-디레버리징이다.

 골디락스는 디레버리징이 마무리 되면 시작된다. 부채기업이 정리되고 효율적인 기업으로 경제가 재편되었기에 기업의 순이익과 가계의 소득이 회복되어 생산투자가 조금씩 회복된다. 고용은 비탄력적이기에 서서히 회복된다. 부채가 서서히 늘어나지 버블 붕괴때 무너진 자산가격이 회복되지 않아 담보여력들이 모두 적어 부채 증가 속도도 매우 더디다. 사람들은 불황의 경험으로 투자에 조심스러워져 확실한 기업에만 투자하며 성공하게 되면 이후 과감한 대출 및 투자를 시작한다. 이에 자산가격도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버블에 이르면 자산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너도나도 자산투자를 시작하여 가격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에 자신의 소비가 증가한것처럼 착각하는 순자산효과로 소비가 더욱 늘어나고 기업 이윤도 올라간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소득 및 이윤의 증가속도를 곧 앞지르며 주식이 부동산보다 먼저 오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제주체는 풍요를 느끼며 이쯤이 정점일거란 합리적 예측을 넘어서서 더욱 오르고 길게 지속되어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고 경제적 사이클이론도 끝난 것만 같다. 은행은 대출기준을 매우 쉽게 하여 돈을 마구 시중에 풀고 쉬운 이윤에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매우 고수익고위험투자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곧 버블붕괴가 온다. 버블의 정점에서 과도한 빚투로 인해 많은 주체가 임계상태에 이른다. 어디선가 작은 충격이 시작되면 가격하락이 일어나고 자기조직화 이론에 의해 더욱 하락을 부채질한다. 버블과는 반대로 자산가격의 하락은 가난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역자산효과를 가져와 소비가 더욱 줄고 기업 이윤이 감소한다. 뱅크런에 대한 우려로 은행이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려 하고 이로 인해 신용경색이 발생하여 실물경제마저도 불황의 골로 빠져든다. 3년에서 5-6년간 원래의 성장경로로 복귀하지 못하게 되는데 버블붕괴 전날이나 가까운 시점혹은 버블붕괴 시작후에도 자산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에 버블붕괴의 시작은 그 예측이 매우 어려우며 모두가 버블이 붕괴되었음을 알아차린 후는 대개 이미 탈출이 늦은 경우다.

 이제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이다. 그 진행과정은 금융당국이 긴축을 하든지 완화를 한든지에 따라 달라진다. 중앙금융당국이 불황초기에 신속히 개입해 신용경색을 최대한 막고 시간을 확보해 부실기업을 정리해나가는 구조조정과 부채감축을 한다면 다시 골디락스는 찾아온다. 하지만 불황에 대응할 시점을 놓치거나 잘못된 정책을 펴나간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20년 이상의 불황의 늦에 빠질수도 있게 된다. 호황은 자연스레 오지는 않는 법이다. 


3. 불황의 시그널

 그렇다고 정말 불황을 알아채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다. 책은 2가지 방법을 든다. 우선 장기 단기 금리차의 역전현상이다. 금리는 대개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보다 단기가 당연히 높다. 하지만 버블이 정점에 가까울수록 버블의 마지막을 눈치챈 세력이 많아지며 둘은 수렴하다 마침내 역전한다. 경기침체가 다가올수록 단기금리는 현재 호황을 반영해 금리가 높아지는 반면 장기금리는 경기불황을 예측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은 통화가치의 급락이다. 불황의 조짐이 보이면 신흥국에 있던 글로벌 자금이 선진국으로 회귀하고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급락한다. 신흥국은 이 경우 금리는 낮추어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금리를 낮추면 글로벌 자금의 유출 속도는 더욱 빨라지게 된다. 결국 신흥국은 금리인상과 자금유출이 겹쳐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고 경제위기에 은행파산이 이르게 된다. 

 

4. 양적완화는 무엇인가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양적완화는 불황20년으 겪은 일본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그 규모가 작았고 성공경험도 없어 파급력이 없었지만 미 연준에게 그 정책이 준 인상은 강렬했다. 양적완화는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등을 사들이는 대신 금융회사에 현금을 찍어 지급하는 정책이다. 

 과거 2000년대 버블위기전까지 미연준은 불황의 조짐이 보이면 반드시 금리를 인상해 불황에 대비했다. 이는 세계경제공황이후 꾸준히 이어진 그들의 전통적 성공 공식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연준은 디레버리징 강도를 약화하고 부채를 정리하기 보다는 속도는 늦추는 전략으로 나갔다. 이는 결국 과잉생산과 실물불황을 가져왔고 빈부격차도 확대했다. 반면 증시는 크게 부양된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퍼부운 돈의 규모는 천문학적인데 1차시기인 2008-2010년간 1조7520억 달러, 2차인 2010-2011년 6천억 달러 3차인 2012-2014년 1조 8550억 달러 이상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지금도 돈을 시장에 퍼붓고 있다. 

 초기 양적완화는 과거 세계경제공황때 돈을 민간과 중소기업에 직접 뿌렸던 헬리콥터머니로 비유되었다. 하지만 정작 풀린돈은 은행에 머물렀다. 불황을 경험한 은행들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결국 돈은 부유층에만 머물렀고 실물경제는 그대로 두고 자산가격만 부풀려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더욱 큰 부를 안겨주고 만다. 양적완화는 증시를 크게 부양하는데 이는 양적완화가 금리인하와는 다르게 국채매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채의 대규모 매입으로 국채가격은 올라가는데 이 경우 국채가격과 역의 관계인 국채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대개의 금융회사나 펀드는 자산으로 국채나 주식을 갖고 있는데 국채 가격이 비싸지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식으로 돈이 몰리게 된다. 때문에 증시가 부양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양적완화를 하면 과거와는 다르게 실물경제와는 무관하게 증시가 부양되는 경험을 지난 20년간 연속적으로 하게 되었다. 자기조직화 현상으로 이는 마치 공식처럼 여겨져 시장은 연준이 양적완화를 할때마다 주식시장으로 몰려가게 되었다. 그 결과 본래 고위험 고수익 시장인 주식시장이 안전자산이 되어버렸고 이에 부유층이 주로 참여하던 주식시장에 중산층과 청년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결국 연준은 과거 버블에 맞서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는 시장의 파수꾼에서 자산의 버블을 지켜주는 버블의 파수꾼으로 전락했다는게 책의 평가다. 최근 연준은 더 나아가 미국국채같은 안전자산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뿐만 아니라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사들이는 질적완화마저 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가계와 기업에 돈을 지원해주는 특수기구까지 설립했다.  

 오랜 양적완화에 버블은 매우 커졌고, 이로 인해 붕괴의 충격을 감당하기 힘든 중산층과 청년마져 자산시장에 합류했다. 그로 인해 연준은 실물경제가 회복될때까지 양적완화를 정치적으로 멈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제로가 되면 더 이상 내리기 힘든 금리와는 달리 양적완화는 현실적으로 국채를 매입하는 이들만 있다면 얼마든지 더 지속할수 있다. 거기에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자국으로 국채역시 만들어 낼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기축통화국이기에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화폐를 찍어낼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미국의 양적완화에도 한계 요인이 있다. 먼저 달러 가치 하락이다. 기축통화국이므로 상대국이 달러를 충분히 많이 보유한다해도 돈을 마구 찍어내면 결국 달러 가치는 하락한다. 그리고 가치의 하락은 기축통화의 위치 자체를 위협한다. 그리고 펜데믹이다. 현재 코로나로 미국은 원래 인상하려던 금리를 내리고 양적완화를 오히려 강화했다. 사실 무리한 선택이었는데 코로나가 종식되면 양적완화 요인이 사라지고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로 국채발행도 쉽지 않아진다. 마지막은 인플레이션의 우려다. 양적완화는 시중의 돈이 대겨 풀림으로써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신용경색으로 돈이 부유층과 은행 및 일부기업에만 머무름으로써 오히려 실물경제 불황과 디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스테그 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반면 어떤 계기로 묶여 있던 돈이 시중에 대거 풀리게 되면 폭발적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양적완화는 유지가 어렵게 된다.


5. 다른 나라의 여력은 어떤가

 그렇다면 미국발 세계적 양적완화 정책에 다같이 휘둘리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 여력은 어떨까? 먼저 신흥국이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대수렴시대를 맞아 선진국 이상의 높은 고성장을 누려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이들의 성장이 매우 주춤한데 이는 우선 제조업시장에서 선진국에 대한 기술 모방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단순 기술은 모두 카피했으니 성장을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한데 신흥국엔 그런 기술 및 창의적 역량이 부재하다. 다음은 플랫폼 경제다. 미국등 선진국이 사실 독점하고 있는 플랫폼 시장에 신흥국의 자리는 없다. 이 시장의 특성상 선제적 사용자 확보 기업이 이후에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차지하는 만큼 후발주자에겐 오히려 제조업보다도 자리가 없는 편이다. 다음은 리쇼어링이다. 자국 중산층의 붕괴로 인한 정치적 압박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국제적 분업 공급망의 붕괴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리쇼어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이는 신흥국에 좋지 못하다. 기업이 철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흥국은 경기 후퇴기에 미국만큼 경제적 부양정책을 쓸 여력이 없으며 이 경우 국제적 눈치와 글로벌 자금에 휘둘리기도 한다. 다음은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다. 온난화로 지구촌이 신음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환경기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는 신흥국 산업에 대해 비용증가와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것이다. 마지막은 양적완화로 흘러 넘친 돈의 유입이다. 이로 인해 신흥국은 화폐 가치가 상승하고 이는 확실한 경쟁력이 없는 신흥국 산업에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신흥국의 시대는 저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G2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펼쳤다. 수치상으로 경제는 성장했지만 대가는 혹독하다. 중앙의 성장명령으로 지방정부는 대규모 토지개발로 부동산 정책을 실행했고, 그 결과 중국은 부동산 버블과 지방정부와 기업이 천문학적 부채를 지니게 되었다. 중국의 부채는 4700억에서 2경 3500조로 늘어났는데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거기에 경제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아직은 5-6%의 성장률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질적 성장은 3%정도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고용을 보장하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때문에 중국은 과거 성장기와 달리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이 떨어지는 기업도 대규모의 보조금으로 유지시켜주고 있다. 이들 좀비기업은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면 영업을 계속하여 과잉생산을 유발하므로 시장에서 가격을 떨어뜨려 건전한 기업마저도 위기로 몰아넣는다. 중국의 좀비기업은 무려 3만여개로 전체기업의 15%에 달한다. 미국이 양적완화가 중단되고 금리가 인상된다면 많은 부채를 달러화로 갖고 있는 중국 기업을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거기에 미국과의 갈등으로 국제적 분업 사슬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그 타격을 실로 엄청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다음은 유럽 연합이다. 유럽연합의 4대 위협은 심각한 고령화와 천문학적 국가부채, 국가간 격차확대, 공조의 실패다. 유럽은 고령화로 조세 및 사회부담이 매우 높다. 청년은 소득이 줄고 소비도 줄었으며 기업의 투자도 없고 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유럽도 미국처럼 양적완화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실물경제는 메마르고 자산가격만 올랐는데 이는 결국 자산을 보유한 기성세대만 풍족한 노후를 보내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청년층은 오히려 크게 불리해졌고 이들은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면서 고령화가 더욱 심해져 문제가 악순환하고 있는 형국이다. 

 유로화의 도입도 문제를 낳았다. 당초 달러를 위협할 기축통화의 가능성까지 있었던 유로화지만 독일만 이득을 보고 남유럽 경제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경쟁력이 높은 독일은 남유럽 시장을 장악했는데 남유럽은 단일 통화권으로 묶이며 경쟁력 회복을 위한 통화정책을 실시할수없어 크게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애초 남유럽을 위해 국가간 공조와 공동의 통화정책이 필요했는데 이게 실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19의 위기로 처음으로 공동기구가 설치되는등 어느정도 개선의 여지는 보이고 있다. 


6. 코로나 이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는 미국발 양적완화 시기로 버블이 점점 커져가는 시기다. 버블의 붕괴는 물론 위험하지만 버블시기에 붕괴만을 기다리며 현금만 보유하는 것은 자산형성의 골든타임을 높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우선 금을 추천한다. 금은 현금과는 달리 이자가 발생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기회비용이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자율 이상으로 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국면이면 금은 유리한 자산이 된다. 어떤 계기로 양적완화에도 묶여 있는 돈이 시중에 풀려나간다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은 이 경우 매우 유리한 상품이 된다. 

 수요 공급측면에서도 금은 나쁘지 않다. 전세계의 금은 19만톤인데 3/4가 금광에서 공급되며 1/4는 생활 전자제품등에서 분리되어 공급된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 위기에 대비해 금보유량을 서로 늘리고 있으며 공급도 일정한 편이다. 때문에 현재의 상태는 금 수요가 더 많은 편이라 볼수있다. 다만 금자체가 다른 자산과는 달리 변동이 심하고 신용경색이 일어나면 현금확보를 위해 대규모 처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축통화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이 금의 가격상승으로 위협을 느낀다면 과거와 다르게 금리인상으로 금을 공격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저자가 최고로 추천하는 방법은 역시 주식투자다. 지난 100년간 금이나 부동산, 채권, 주식등 모든 자산중 가치가 압도적으로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은 주식이다. 다만 주식은 늘 버블 붕괴시점에 폭락하는 위험이 있는데 폭락에서 회복까지 수십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매입 시기가 매우 중요해진다. 하락기간은 보통 최단 45일에서 최장 3년에 이른다. 때문에 하락의 바닥도 예측하기가 어려우므로 20%이상 떨어졌을 때를 하락장으로 보고 1-3개월간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증시도 미국 증시를 추천하는데 한국 증시는 2000박스권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한국증시가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주력산업이 수출산업으로 경기변동에 취약하고 따라서 가격변화도 크며 가격경쟁을 해야하기에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향후 미래 IT산업에서 플랫폼 개발등을 통한 생태계 상층부가 아닌 배터리나 반도체등의 하층부를 담당하고 있어 수익의 과실도 가장 누리지 못한다. 또한 한국은 인구가 급감하는 구조로 주식을 살 인구수도 줄어든다. 때문에 미국증시 투자를 권하며 한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주도주 중심의 투자를 권한다. 가격변동이 심하지만 크게 오르기 때문인데 대체로 모두가 그 주식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그게 탈출시점이라 말한다. 


 책을 보며 양적완화와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역사와 그들의 정책변화, 그리고 현시점 세계의 경제흐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양적완화의 시대에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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