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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백수린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평점 :
매년 한 권 정도 그 책 내용이 나의 지적 소양에 비해 어렵거나, 혹은 저자와 내가 지나치게 맞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저자의 글자체가 담은 함의나 내포를 내가 이해하지 못해 책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읽고도 소화를 하지 못한 비율이 적은 것은 그럴만한 책을 피하는 편이기 때문인데 과거보단 나이가 들어 두려움이 앞서는 책에 대한 도전정신이 확연히 떨어진 것 같다.
여름비도 이해하지 못했다. 2년전에 본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그랬는데 페소아의 책은 어렴풋이 알것도 같아 이해도 못한 주제에 리뷰를 제법 길게 쓸수 있었지만 이 책은 그럴 자신도 전혀 없다. 배경은 집이 너무 가난하고 애들도 많아 과거 인줄 알았는데 시속 400으로 달리는 고속열차와 자동차가 있는 현대이다. 공간적 배경은 프랑스인데 특이하게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폴란드인이다. 아이들은 무려 일곱이나 되고 집은 부모가 모두 무직인 관계로 무척 가난하다.
어쩌다 집에 많이 부분이 불탄 책이 들어왔는데 학력이 짧은 부모도 그 책을 보았고, 놀랍게도 글을 모르는 큰 아들인 에르네스토와 셋째인 잔도 그것을 이해했다. 책은 사라졌는데 아이들, 특히 에르네스토가 변했다. 갑작스레 아니 어쩌면 원래 그런걸 수도 있지만 세상을 모두 알면서도 알필요도 없고, 알지 못하는 것 같은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부처같다고 할까.
에르네스토는 학교 가기도 거부한다. 이유가 어이없는데 학교에서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에르네스토가 학교를 거부하는데는 4일정도 그리고 에르네스토를 이해하면서도 다른 잔은 10일정도가 걸렸다. 에르네스토는 학교를 거부하고 이를 어머니에게 알린다. 어머니는 이를 이해하는듯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사실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직업도 없으면서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는듯한 이부모도 의무교육의 굴레를 저버리지 못하고 교사에게 상담을 간다.
교사는 에르네스토를 만나고 아이가 범상치 않음을 알게된다. 물론 이해한것 같지는 않다. 아이는 교사의 추천에 의해 프랑스 정부의 눈에 들게되고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된다. 비슷하게 뛰어난 잔도 마찬가지다. 부모는 에르네스토와 잔을 잃게 되는것을 두려워했고, 동생들도 그러했지만 결국 그렇게 된다. 소설 말미에 부모는 상실속에 죽어버리고 아이들은 시설에 맡겨졌다고 나온다.
주인공 에르네스토의 선문답 같은 말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린시절 평범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글을 알게 되고 세상 이치를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인간이란 존재가 사회나 문화, 지식, 종교등 큰 굴레에 얽매이고 지식이나 권력 다른걸 추구해서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더 알려고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걸 알게된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그런걸 하기 위해 지나가는 기관인 학교도 의미가 없어지고 가족도 사랑하지만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며 그런걸 소중히 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자신도 의미가 없어지는 듯하다.
물론 저자가 이런 의도로 책을 썼는지는 알길이 없다. 도무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니 말이다. 힘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