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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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어느새 협력과 그에 필요한 이타심, 그리고 이에 기반한 고도의 윤리체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기엔 적용범위가 있다. 어디까지나 이들이 나의 내집단에 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와 같은 언어와 비슷한 복장과 생김새, 주거지역, 먹는 음식등이 비슷해야 비로서 나의 내집단으로 여기고 협력과 윤리성이 적용된다. 이에 벗어나면 금방 적개심을 갖거나 적이되는데 최근 미국을 뒤엎고 있는 플로이드 사건만 해도 그렇다. 백인과 흑인은 서로 모든게 매우 다르다.

 이런 인간의 미개해보이는 특성은 상당한 장점이 있다. 내집단의 협력성은 나의 적합도를 현저히 높인다. 짝짓기 기회도 높이고 먹이도 나눌 수 있으며 외부 침입에서 나를 보호한다. 또한 외부에서 온 녀석은 알수 없는 전염병 같은 것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여러모로 이런 특성은 과거 분명 유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지나며 이런 작은 규모의 내집단은 다른 내집단에 잡아 먹히거나 합세하기도 하여 점점 그 크기를 키웠나갔다. 그래서 이룩된게 현대 국가다. 한국처럼 과거 여러 다민족이 서로 한민족이라는 신화에 하나로 융합되어 스스로가 단일민족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융화가 상당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는 분명 아니며 한 국가에 억지로 상당한 정체성과 반목을 가진 여러 민족이 공존하는 경우도 잦다. 이는 역사적 우연에 의해서이기도 하고 일부 힘있는 나라들의 장난질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로가 매우 이질적으로 생기고 문화와 종교가 다른 외집단들이 서로 같이 살고 있음에도 서로를 어느 정도 강한 내집단으로 여겨 같은 나라의 국민으로 스스로를 여기고 그 나라에 충성하는 국가가 하나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저자는 그래서 미국이 세계 주요 강대국중 유일하게 수퍼집단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수퍼집단을 이룬 강대국은 많지 않다. 영국은 국호는 영국이나  사실상 그 좁은 나라안에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가 따로 논다. 캐나다 역시 프랑스계와 영국계가 아등바등하고 살며, 프랑스내에서도 기존 프랑스 인외에 이민자 집단과의 갈등이 심하며 프랑스는 강제 통합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내 다양한 민족과 그들의 정체성을 허락한다. 그래도 미국이라는 하나의 수퍼집단으로의 통합을 자신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와 미국의 개척자 정신으로 하나가 되어온 오랜 역사적 전통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게 미국에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건 아니다. 우선 외교에서 그랬다. 우리한테 한 것만 봐도 미국은 전통적 지지를 얻던 민족주의 진영을 무시하고 친일파와 미국에 협력하는 우파 세력에만 손을 뻗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무지한 결과였다. 미국은 한국에만 그런게 아니다. 베트남에서도 헛발질을 했는데 그들은 베트남이 중국에 오랜 저항을 해온 역사를 갖고 있고, 소규모 집단임에도 오랜 지배로 기득권을 얻어온 중국의 후예인 화교집단에 대한 적대감도 몰랐다. 단지 한국에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안경만 끼고 바라 봤을 뿐이며 결과는 참당함 실패였다. 물론 미국이 이러는데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자신들의 성공적 통합 경험이 있다. 서로 작은 별볼일 없는 집단이 아둥바둥해도 강한 힘과 민주주의라는 정의 앞에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 국가를 이룰거라는 순진한 믿음 말이다. 또 거기에 미국은 다른 오래된 강대국들에 비해 식민지 운영 경험이 일천하다. 구 열강들은 원거리에 위치한 강대한 식민지 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그들의 역사와 민족을 철저히 연구했고, 반목집단을 서로 이용함으로써 지배를 유지해왔다. 미국은 이런 경험이 없다.

 하여튼 이런 정치적 부족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베트남에서의 실패, 아프간에서의 실패,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쪽 살펴본게 이 책이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예는 미국과는 조금 덜 상관있고 더욱 재밌는 예이기에 자세히 살펴본다.

 베네수엘라 하면 죽은 우고 차베스와 미인대회, 석유, 파탄난 경제가 떠오른다. 아마도 대중적으로 미인대회가 가장 친숙할텐데 베네수엘라의 미인대회의 수준은 상당하며 실제로 세계 미인대회에서의 성적도 좋은 편이다. 베네수엘라 자체내에서도 미인대회의 시청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대국민적 관심사다. 그런데 베네수엘라 미인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남미적 특성이 좀 섞여 더욱 매력적이긴 하지만 유럽인에 가까운 미인이 생각나지 않는가. 그래서 나도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대개 그런 스타일인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우고 차베스처럼 생겼다.

 이는 남미내에 깊이 뿌리 박힌 인종차별에서 비롯하는 정치적 부족주의를 강하게 상징한다. 헌데 이는 우리의 상식과 부합하지 않는다. 북미와는 다르게 중남미는 가족이민을 하지 않아 강하게 혼혈이 이루어졌고 그래서 인종차별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지역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그리고 현지인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결정적 증거는 빈부격차인데 중남미 국가는 하나 같이 혼혈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백인 지주의 후예들이 대부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중남미에서 혼혈인에 대한 인종차별의 역사는 매우 길다. 메시코에서는 백인과 아메리카 토착민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땅을 소유하거나 성직자가 되는걸 오래도록 금지했다. 그리고 칠레는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했을때 이를 칠레의 백인적 특성때문으로 여겼다. 중남미에서는 백인과 아메리카토착민, 흑인노예,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의 혼혈들의 마구잡이 뒤섞임을 무려 20여종으로 분리해놓았는데 차별할 필요가 없었다면 대체 이런 짓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차별의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코스모폴리탄적 성향을 보이는 것은 부유한 백인계층이다. 여유에서 나온 사치랄까.

 이런  틈새를 파고든게 우고차베스다. 그는 이미 존재하던 인종차별에서 비롯되던 정치적 부족주의를 날카로운 정치적 감각으로 파고들었고 대중에게 이를 일깨웠다. 백인이 차지하던 요직과 권력은 자신과 닮은 혼혈인과 토착민에게 부여했다. 차베스의 집권은 베네수엘라가 고유가로 호황을 누리던 시기와 함께 지속되었고 나라가 저유가로 흔들리는 낌새를 보이는 시기 그의 죽음으로 끝났다. 남미의 반목과 백인에 의해 만들어진 코스모폴리탄의 정체를 잘 파헤쳐준 사건이다.

 수퍼국가를 만든 미국도 사실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소수이면서도 정치, 경제, 사회의 권력을 잡은 시장지배적 소수가 있을때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오늘날 미국엔 이런 소수가 없어 위협을 모두가 느끼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정치적 부족이 위협을 느낀다. 권력을 장악한 백인도, 흑인도, 무슬림미국인도, 멕시코계 미국인도, 아시아계도, 미국의 여성도 모두 위협을 느낀다. 경제적 어려움과 중산층의 붕괴가 사회의 안정성과 통합을 해쳐 모두가 위협을 느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확실한 주도적 세력이 없기 때문엔데 주도적 세력의 경제, 사회, 정치 권력의 상실은 어이없게도 모두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된다. 확실한 헤게모니를 장악한 세력은 관용을 베풀 여유를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오랜 추구로 세계 여러 부유한 나라의 중산층은 붕괴하였고, 강함을 잃었다. 때문에 정치적 부족주의는 강하게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새로운 정치적 부족주의라고 할수 있거나 그것을 넘어서는 틀이었던 민주주의는 각국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이 이를 넘어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위기에 몰릴수록 내집단에 더욱 기대는 것이 우리의 오랜 본성이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이 발달할 수록 내집단은 새로운 이념과 정체성, 신화를 내세우는 더큰 하나의 집단으로 통합되어 갔다. 한국만 봐도 고구려,백제, 신라의 정체성은 통일신라에 그대로 남아있었고 고려시대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을 고려인이라고 칭하기 보다는 백제, 신라인으로 자신을 칭했다.거기서 벗어난건 조선에 이르러서였다. 새로운 정치적 부족주의로 갈아타는데 오백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계 각국도 언젠간 하나의 지구라는 신화로 통합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닐수도 있지만. 어릴적 좋아하던 일본 만화 '마크로스'를 보면 지구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외계 거대 모함이 지구의 한 섬에 불시착한다. 이 거대모함의 불시착은 전 지구에 큰 충격을 주었는데 글 결과는 지구 통합전쟁이었다. 강한 외부의 적을 인식해 지구인 전체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로 인해 수년간의 전쟁이 수행되어 통합정부가 수립된 것이다. 그리고 이 통합정부는 결국 외부의 적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의 진정한 코스모폴리탄 시각을 가지려면 둘중 하나겠다. 외부의 적의 등장과 인간을 하나로 묶는 새로운 신화의 등장이다.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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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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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증은 오래된 증상이다. 과거 인구 만명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68중 1 명 정도로 나타날 정도로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 때 자폐를 정신질환의 하나로 취급했고, 오늘날도 이런 전통적 관점은 상당히 남아있지만 최신의 연구결과는 자폐를 인간의 다른 특성 중 하나이거나 진화의 최신으로 보는 관점도 나타나고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예전에 본 영화에선 지구 멸망 직전 몇몇 인류를 구출하는 외계인이 자폐인을 꼭 챙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그 이가 인간 중 가장 진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영화의 장면은 이런 최신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겠다.

 이 책은 뇌과학자 헨리마크람과 그 가족의 일대기와 연구를 다룬 책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의 중심엔 마크람의 아들 카이가 자리한다. 카이는 마크람의 셋째 아들이며 유일한 아들이며 자식중 오직 자폐증을 갖고 있다. 마크람은 여느 다른 부모들처럼 자신의 아들이 자폐라는걸 늦게 알아차린다. 자폐의 전형적 모습은 공감능력의 결여와 사람을 피하는 증상인데 카이는 너무나도 사람을 좋아하고 보는 사람마다 말을 걸어 지나치게 사회친화적이었기 때문이다. 마크람은 단지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를 ADHD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을 자폐였다.

 마크람은 그런 카이에게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명한 동료뇌과학자들의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이스라엘과 독일, 스위스, 미국으로 연구거쳐를 자주 옮기기도 했다. 참고로 마크람은 남아공 태생이며 카이의 어머니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상당히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정환경이다. 대개 이런 환경은 다언어적 가정은 보통의 아이들에겐 중요한 경험이 되겠지만 카이에겐 오히려 독이된다. 이런 걸 마크람이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크람은 새로운 아내 카밀라와 카이를 키우며 자폐증을 연구한다. 자폐증과 관련한 유전자 200여개를 밝히고 자폐증에 관여하는 다양한 약물이나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내며, 그리고 어째서 자폐증이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지 밝히는 것이었다.(자폐증을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많은 자폐 부모들은 아이가 원래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증상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환경, 즉 자신들의 탓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들은 쥐를 통한 동물실험을 했는데 임신상태에서 약물을 주입해 쥐에게 자폐증을 유발하고, 뇌를 슬라이싱하고 죽지 않게 뇌수에 담근 상태에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처음엔 전통적 관점에 빠져있었기에 자폐는 자극에 대해 둔감한 것이라 생각했다. 낮은 지능과 공감능력의 부족, 사회성의 부족과 언어능력 및 낮은 운동능력이라는 자폐의 전형적 특징은 감안한다면 이는 필시 기능의 부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험결과는 정반대였다. 자폐증의 뇌는 자극에 둔감한게 아니라 일반뇌보다 훨씬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즉, 자폐증은 뇌의 기능이 약한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이 오히려 강하여 발생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크람과 연구팀은 이를 강렬한 세계 이론이라 불렀다. 자폐인은 뇌의 처리 능력 및 기억능력이 지나치게 우수하기에 일반 세계의 자극이 고통스러울 정도이기에 자폐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너무 잘 알아차리고 사람의 표정이 보여주는 미묘함을 너무 잘알기에 눈을 마주치는게 힘들다. 세계의 작은 소리가 너무나도 강렬하고 크게 다가오기에 귀를 막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공감하고, 관심이 있기에 오히려 다가가는게 너무힘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자극을 뇌가 감당하지 못해, 뇌가 무척이나 뛰어남에도 오히려 발달 및 학습이 늦어지고 만다. 이게 그들의 이론이다.

 이는 자폐인 그리고 그들의 부모,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불러온다. 결국 자폐인들이 일반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게 아니다. 그들은 일반인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오히려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감능력의 부족은 결국 일반인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렇게이 마크람에 의하면 자폐인은 어려서부터 보호받아야할 필요성이 생긴다. 뇌가 너무나도 자극과 그 처리에 예민하게이 비 자극적인 환경과 외부세계로의 노출이 천천히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빠른 학습도 필요없다. 준비하게 기다려주면 오히려 뇌 기능이 뛰어나기에 빠르게 학습하여 따라갈 수 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할 시간을 주고, 오래 기다려주는게 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주변에는 공감하고, 사랑해주고 힘이되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진정성이 필요한데, 자폐인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자폐인은 뇌가 안정된 환경에서 일반적인 뇌보다 42%나 빠른 정보처리 속도를 보였다. 또한 자폐인은 천재와 공통적으로 1번염색체에서 같은 유전 변이를 보였다. 양자의 공통점은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 기억력과 지각력이었다.

 현재 자폐인과 우울증 외 정신질환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진단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마크람은 그것보다는 현대과학기술의 발달과 도시화로 어려서부터 뇌가 강하게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꼽는다. 강렬한 세계 이론에서처럼 자폐인의 뇌가 계획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이런 안정적인 환경에선 자폐로 나타날 뇌도 안정을 찾고 자폐의 놀라운 기능은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자폐인은 책에서 나온것처럼 뇌가 꾸준히 진화한 산물일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의 뛰어난 정보처리능력과 민감성은 미래사회에 더 적합한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데이터라는게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이해하고 돕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우리의 후손은 모두 자폐인으로 가득찰지. 과거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호모족들을 모두 대체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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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취도시, 서울 - 당신이 모르는 도시의 미궁에 대한 탐색
이혜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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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고란 말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지옥고는 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을 말한다. 모두 우리사회에서 주거의 질이 가장 낮은 곳이라 볼 수 있는데 희안하게도 이들의 단위면적당 주거비용은 그 품질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옥고보다도 더 위에서 노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쪽방'이다.

 쪽방은 방을 여러 개로 나누어 작은 크기로 만든 방으로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의 방이다.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인데 보증금 없이 월세 혹은 일세로만도 살 수 있어 홈리스나 홈리스전단계의 빈민들이 선호한다. 이처럼 쪽방은 홈리스로 전락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증없는 낮은 문턱으로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실제로 외국에선 쪽방같은 것을 없애버렸다가 오히려 홈리스가 늘어나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 드러난 우리나라의 쪽방 실태를 보면 순기능보다는 부정적기능이 압도적으로 보인다.

 지옥고나 쪽방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한국엔 놀랍게도 최저주거기준이란게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인데 14제곱미터, 즉 4.3평정도의 면적에 부엌과 전용목욕시설, 화장실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지옥고와 쪽방은 물론 이것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 이는 이들이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쪽방은 그 어느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듯하다. 실체가 불분명하다보니 숙박업도 아니고 임대업도 아니어서(물론 사실상 임대업이다.) 공중위생관리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및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 애매한 공간에 사는 이들이 서울만 3296명이며 다른 지역 및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를 더한다면 배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쪽방은 놀랍게도 난방 및 냉방기능이 없다. 힘없는 쪽방의 사람들은 쪽방의 대기수요도 많기에 세입자로서 당연한 요구를 감히 하지 못한다. 목욕시설도 당연히 바깥에 있으며 화장실도 공용이다. 창문은 언감생심이다. 이런 쪽방의 주인들은 대부분 타지인인데 놀랍게도 임대투자목적으로 대개 쪽방건물을 구입하고 운영한다. 운영은 주인이 직접하는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개 쪽방에 거주하는 사람이나 근처 중개사를 이용한다. 때문에 쪽방주민들은 대개 이 관리자들을 주인으로 착각하며 살며, 정식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아니기에 서류상 주인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당연히 이들의 임대수익은 정식으로 잡히는 돈이 아니며 탈세로 이어진다. 삼층짜리 쪽방건물에 방이 10개라면 쪽방의 평균임대수입이 22만원이므로 한달에 220만원의 임대수익이 주어진다. 일년이면 2600만원 가량되는 셈이다. 이 금액은 면접대비로 친다면 강남 타워펠리스의 수배에 달한다. 질은 수십배 낮음에도 말이다.

 더 기가막힌 것은 이 쪽방의 수리를 행정당국이 맞고 있다는 것이다. 마땅히 주인이 해야하나 타지인인 주인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관리자도 주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주거민의 생활안정을 위해 행정당국이 매년 국민의 세금으로 땜질식 수리를 한다고 한니 기가막힐 노릇이다.

 거기에 쪽방은 위험관리도 되지 않는다. 돈만되면 마구잡이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받다보니 전과자나 위험성향을 가진 인물이 입주하는 경우가 많고 이들의 주변 쪽방 이웃들에게 위해를 가해도 특별히 방법이 없다. 쪽방엔 장애인들도 무척 많이 사는데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이 거주한다고 한다. 또한 쪽방은 성차별적이기도 하다. 남성의 경우 홈리스 신세를 면하고나 면해가는 과정에서 임대주택의 전단계로 쪽방에 거주하기도 하는데 여성의 경우 쪽방촌의 거주민이 대부분 남성이고 사생활 보호가 전혀되지 않아서 거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쪽방의 가장 안좋은 점은 주민들의 발목잡기다. 쪽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시 이곳을 스쳐지나가는 목적으로 거주하기 시작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쪽방에 거주하는 평균 기간은 무려 11.7년에 달한다. 한번 들어가면 장기간 여기에 묶이는 것이다. 이는 쪽방에 사는 사람들이 경제적 능력이 취약하다는 점과도 관계하지만 아무래도 과도한 임대료도 한몫하지 않는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 쪽방이 대학가에도 있다고 하니 바로 대학가 신쪽방촌이다. 언젠부턴가 대학가에서는 기존 주택을 불법개조하건나 신축하여 쪽방크기의 원룸임대가 성행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대학이 학생 10명당 거의 1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형편없는 기숙사시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 신쪽방촌은 대개 노후한 다가가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원래 존재하지 않던 방을 둘이나 셋 만들어 호수를 부여한다. 신축하는 경우는 법에 맞게 사용승인을 일단 받은후, 이후 더 많은 가구로 나눠 방을 쪼개는 경우다. 1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102호와 103호가 나오는 형국이다.

 이들은 주로 대학가에 당연히 위치하는데 몇년전 한양대가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자 쪽방주인들이 나서 대거 항의한 적이 있다. 당연히 이 지역 정치인도 합세하여 더욱 문제가 된 사건인데 한양대는 이들과의 갈등으로 아직도 기숙사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주변 직장인들이 이 쪽방의 주 고객인데 이들은 사회초년생이라 자신들의 권리에 미숙한 면도 있고, 워낙 주거비용이 비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런 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한다. 이런 쪽방은 당국의 행정지도에도 불응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적발되어도 시정비율이 불과 5%에 못미친다고 한다. 이는 이행강제금보다 월세수익이 이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런 쪽방 사업은 투자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고수익 비즈니스 사업이다. 빈곤 비즈니스라 할 수 있는데 정상적인 임대업에 비해 자신들은 어떠한 책임과 임차인에 대한 기본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악랄하다 할 수 있다. 결국 해결은 당국에 있는듯하다. 법의 개정으로 쪽방과 대학가 신쪽방에 대한 관리. 또한 결국 임대주택의 많은 보급 그리고 대학의 책임있는 자세가 문제의 해결책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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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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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 책에 대한 수준 높은 리뷰가 무척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기회가 되어 보게 되었다. 책의 외양만 보면 도무지 과학 소설 갖진 않은데 저자는 포스텍 화학과를 나온 공대출신 작가다. 최근의 과학소설은 미래기술을 많이 다루어 좀 어려운 감도 없지 않은데 이 책에 나오는 미래과학들은 어렵지 않고 매우 쉽게 읽혀 소설로서 과학과 미래의 묘미도 살리고 드라마적 요소도 잘 살린 느낌이다. 그래서 두께가 좀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두시간 정도면 전체를 충분히 다 볼 수 있다.

 이 책도 단편집을 모은 책인데 수록된 거의 모든 작품들이 상을 받았지만 가장 높은 상을 받은 단편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며 그래서 이게 타이틀이다. 하지만 단편집들이 많이 그렇듯 타이틀이 가장 재밌진 않다.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낀 단편은 '공생 가설'이다. 미래에 류드밀라란 사람이 있다. 외롭게 자랐는데 그는 언젠가부터 한 행성의 모습을 그리기 사작했다. 당연히 우주를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라 상상화로 여겼는데 그의 그림은 묘하게 전 인류의 마음속 깊은 무언가를 건드리는 힘이 있어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그는 어른이 되어서는 행성의 구체적 물리수치까지 제시하며 그림이 구체성을 띠었드며 말년엔 이별의 감정을 토로하는 색채가 강한 추상화를 남기곤 했다.

 그런데 류드밀라가 죽은 후 우주를 관측하던 천체우주선이 실제 류드밀라가 그린 행성과 물리적 수치가 일치하는 행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관측한 빛은 오래전의 빛으로 실제 류드밀라의 행성은 그 항성계의 태양풍으로 모두 타버린 후.

 그리고 인간의 뇌파와 동물의 뇌파로 언어가 아직 미숙한 존재와의 의사소통 체계를 연구하던 팀은 이상한 연구결과를 얻는다. 아직 언어전 이해가 없어 사고가 미숙해야 할 어린 아이들이 고도의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던 것. 아이들의 뇌파가 말하는 언어는 고도의 윤리, 철학, 이타성에 관한 것이었고, 이런 뇌파는 이상하게도 아이들이 7세가 되는 시점에 사라진다. 그리고 7세이후로는 아이의 생각과 말, 뇌파가 일치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 모순되는 결과에 고민하던 연구팀은 류드밀라의 행성을 본 아이들이 상당한 집중력을 보였고, 엄청난 감정의 고양이 일어났음을 알아낸다. 충격적이게도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인간이 태어나면 외부환경과의 접촉을 통해 뇌에 특정 생물들이 자리잡고 이 생물들이 7세이전 인류의 특성인 고도의 사회성과 윤리 및 철학체계의 기초를 뇌에 만들어놓는 다는 것. 즉, 결론은 류드밀라 행성의 멸망과 함께 지구로 오게된 미생물들이 초기 태아의 머릿속에서 문명의 기본을 만들고 7세가 되면 사람의 몸에서 사라지는 일종의 공생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류드밀라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어른이 되면서도 이 미생물들이 사라지지 않았고, 그로인해 류드밀라의 행성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던 것. 이 작품은 몇몇 생물학자들은 지구 생물진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 외계도래설을 제시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여기에 영향을 받은 소설인듯하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다른 재밌는 단편집들이 많은데 나 같은 경우 공생가설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모두 비슷한 수준의 재미와 여운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다 읽고 보니 단편소설들의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었다. 처음 겪는 일인데 이것도 이 단편집의 또 하나의 매력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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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과거 포르노는 엄청 귀했다. 비디오가게에서 몰래 빌리거나 잡지를 사서 봐야했고, 모든게 노출되는 진정한 포르노를 구하려면 용산이나 다른 상가에 암암리 가야했다. 그래서 이처럼 야동이 귀하던 시절 그 어려운걸 해낸친구들은 묘한 권력을 갖기도 했고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포르노는 일상화되었다. 약간의 구글링만으로도 얼마든지 포르노를 볼 수 있고, 그 수위는 과거 우리가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단지 쉽게 구할수 있게 된 것만도 아니다. 포르노가 이처럼 쉽게 구해지고 허용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포르노가 암암리 파고 들었다. 부부간의 성생활, 남녀간의 성생활,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인식과 광고, 상품, 심지어 여성자체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말이다.

 이 책 프로노 랜드는 포르노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포르노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었는데 사실상 포르노의 본고장이 미국이고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포르노가 미국산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1. 포르노의 창시자들

미국에서 포르노의 시작은 '플레이보이'다. 50년대 생긴 이 잡지는 여전히 유명하다. 창립자 휴헤프너는 센터폴드라는 여성의 전라사진이 들어가는 잡지를 생각해낸다. 그의 의도는 명백히 도색잡지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광고수익의 저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플레이보이는 전쟁과 공황을 겪으며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라는 높은 수준의 물질적 소비에 익숙치 않은 50년대 미국백인 남성들에게 새로운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플레이보이는 도색잡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단편문학도 수록되었으며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소비재, 여자에 대한 조언등 수록되었다. 이런 플레이보이의 스타일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는 플레이보이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적 광고수익의 감소를 염두에 두더라도 보다 성적으로 여성의 음모가 드러나는 노골적인 화보를 제시한다. 단기적 광고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무너뜨린 후 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익마져 얻겠다는 전략이었으며 어느정도 플레이보이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잡지는 아직 소프트코어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하드코어의 길을 연 잡지가 레리플린트가 만든 허슬러다. 허슬러는 매우 노골적인 이미지를 수록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소프트코어랑 대비되는 곤조포르노 영역을 사실상 만들걸로 평가받는다. 이 세잡지는 시대의 변화로 예전과 같은 판매고를 기록하진 못하고 쇠퇴한 것들도 있지만 플레이보이의 경우 고급스튜디오를 만들거나 다양한 소비재에서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이미 웹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놓은 상태다.

 

2. 포르노 산업의 공범자들

우리는 포르노 산업이 그자체로만 있을 뿐 다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르노는 주류산업과 상당한 유착관계를 가지며 자신들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데 케이블 티비와 유통사, 웹사이트, 검색엔진, 은행과 부동산이 그렇다. 케이블 티비는 포르노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통사는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포르노 유통으로 돈을 번다. 웹사이트에는 단일주제로는 최대의 사이트가 포르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글을 비롯한 유명한 검색엔진들은 이 사이트로의 접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약간의 검색으로 매우 쉬운 접근을 허용한다. 또한 은행은 포르노 업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번 검은 돈을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등에 투자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부동산 업자들인 인근에 포르노 스튜디오라도 생기면 막대한 시세상승으로 수익을 거둔다. 모두가 공범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르노 산업은 이런 파트너 기업들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추구하며 번듯한 주류이미지를 치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상당히 성공적인데 과거 우리는 포르노를 즐기면서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회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포르노에대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과거 음지에서 활동했던 포르노 스타들이 다른 스타들처럼 거리낌 없이 주류언론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포르노는 거대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이미 양지에서 국내, 국제시장에서 과감히 진출하거나 정치적, 입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향후 소유집중이 극대화하고 브랜드 파워와 광범위한 운영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 질 것으로 예상된다.

 

3. 포르노의 문제점은?

 그렇다면 대체 포르노의 문제점은 뭘까? 과거 우리는 희소성이 높은 포르노를 즐겼지만 비판했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지금은 어떨까? 포르노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에도 비판을 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은데 이는 포르노가 그 만큼 우리의 인식저변에 일상화 되었고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앞서말한 것처럼 포르노 선구자들의 오랜 노력에 의한 것이다.

 포르노는 소프트코어에서 시작해서 곤조포르노로 대변되는 하드코어로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져서인데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손쉽게 포르노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수의 사이트와 프로노들이 범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심화는 점점 포르노의 수위와 강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항문성교나, 두구멍 섹스, 애스 투 마우스, 구토를 동반한 오렐섹스 등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식의 포르노의 수위 높아짐과 과격화는 여러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런 식의 격렬한 섹스가 여성 출연자의 몸에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다는 것이다. 항문성교 두구멍섹스는 항문파열이나 탈장의 위험을 격렬한 오럴섹스는 턱관절이나 목구멍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성병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것이 주 사용자인 남성소비자의 인식과 행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부부사이건, 사귀는 남여사이건 남여사이의 정상적인 성행위는 손을 맞잡는 행위부터 포옹, 키스, 깊은 애무에서 섹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애정을 동반한 정신적 육체적 교감과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포르노의 성행위는 그런 과정이 없다. 정상적인 남여사이에서 섹스로 이어지게 하는 정서적 교감행위나 서로에게 매력을 갖게 되는 장면도 없으며 갑작스레 격렬한 애무와 성행위로 이어진다. 여기서 남배우는 주로 여배우를 학대하는 장면이 많으며 걸레같은 년, 정액받이, 창녀 등 비인격적인 용어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여배우는 이를 모두 기꺼이 자발적으로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포르노업자들이 정상적인 남성들은 이런 모욕행위를 불편해할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이런 취급을 해 일상적인 여성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다.

 이처럼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여성폄하의 의도를 갖게 되는데 여성이 가장 무력하게 폄하되는 성행위가 항문성교다. 때문에 항문성교는 포르노에서 상당한 인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강제성을 띄는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이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항문성교후 바로 성기를 여성의 입에 물리는 등 여성폄하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인기는 강해진다. 이런 섹스를 포르노로 학습한 남성은 비정상적인 포르노의 성행위를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 하고자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보지 않았음에도 포르노에 나오는 성행위를 하게 되고 강요받는다. 여성들은 성행위 및 인식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도 포르노배우처럼 되기를 강요받는데. 미끈하고 오일을 바른 날씬한 몸뿐 아니라 음모를 제모하는것을 강요받는다. 포르노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음모를 제모한 상태인데 이게 일상으로도 연결된 것이다. 실제로 음모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여성들은 많은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불성실이나, 불결의 이유로 섹스를 거부당한다고 한다. 여성들중 일부는 만나는 상대와 섹스를 원하지 않는 경우 제모를 게을리한다고 하니 사태의 양상을 짐작할만하다.

 그리고 포르노는 심지어 인종차별적이기 까지 하다. 포르노의 소비자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인종이 등장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미국의 포르노는 대부분 백인 남성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그렇다보니 여성출연자의 대부분이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백인이다. 때문에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이 업계에서 매우 차별받는데 항문성교가 없는 1대1 섹스의 경우 백인 여성출연자는 최저 8백달러이상의 보수가 주어지지만 흑인 출연자의 경우 최저가 5백달러가 최고가 8백달러에이른다. 백인의 바닥이 흑인의 천장인 셈이다. 이런 인종차별이 심한 포르노업계에서 아시아 여성은 그나마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엔 백인중심주의적 시각이 짖게 깔려 있는데 그래서 출연하는 아시아 여성에게는 아시아를 대하는 오랜 백인의 고정관념인 순종적이거나 작고, 말을 잘듣는 등의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강자로써 약자 나라의 여성을 마음껏 취할수 있다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아시아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매우 인종차별적인 업계임에도 이상하게도 흑인 남자는 자주 등장하고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여기서 흑인남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변태나 종마의 느낌을 많이 주는데 이처럼 흑인 출연자는 과잉남성화의 극단으로 표출된다. 이런 여성을 지배하는 극단적인 남성성이 포르노에서 표방하는 남성의 이미지이므로 이에 외모적으로 가장 잘어울리는 흑인은 유색인종임에도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포르노의 문제점은 아동포르노와 수위의 극단화다. 포르노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경쟁의 심화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단을 찾다보니 그 행위가 더욱 극단화하고 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한방향이 아동 포르노다. 이는 자연스레 출연자의 연령의 하향화를 가져왔는데 1990년대 중반 미법원은 18세이하의 포르노출연에 대한 판결에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포르노업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이 때부터 포르노 업계에서는 18세 이상을 18세 미만처럼 치장에 출연시키는게 가능해졌는데 외모가 어려보이는 출연자를 사용하고 출연자가 막대사탕을 물고 있거나 양갈래 머리에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것들이다. 이런 방향전환은 실제 아동포르노의 증가를 가져왔는데 포르노 업계에서 출연 과정이 강압적이고 유혹적이라는 면에서 제작과정에서 학대당하는 아동의 수를 증가시킬 우려와 아동포르노로 인해 아동에 대한 실제 성범죄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책의 저자 게일다인스는 포르노에 반대하는 강연과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포르노에 대한 비판이 마치 성행위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반응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식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에 대한 비판도 건강하고 열린 성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그것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르노에 대한 비판일뿐이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는 것자체가 포르노게 이미 일상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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