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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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증은 오래된 증상이다. 과거 인구 만명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68중 1 명 정도로 나타날 정도로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 때 자폐를 정신질환의 하나로 취급했고, 오늘날도 이런 전통적 관점은 상당히 남아있지만 최신의 연구결과는 자폐를 인간의 다른 특성 중 하나이거나 진화의 최신으로 보는 관점도 나타나고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예전에 본 영화에선 지구 멸망 직전 몇몇 인류를 구출하는 외계인이 자폐인을 꼭 챙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그 이가 인간 중 가장 진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영화의 장면은 이런 최신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겠다.

 이 책은 뇌과학자 헨리마크람과 그 가족의 일대기와 연구를 다룬 책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의 중심엔 마크람의 아들 카이가 자리한다. 카이는 마크람의 셋째 아들이며 유일한 아들이며 자식중 오직 자폐증을 갖고 있다. 마크람은 여느 다른 부모들처럼 자신의 아들이 자폐라는걸 늦게 알아차린다. 자폐의 전형적 모습은 공감능력의 결여와 사람을 피하는 증상인데 카이는 너무나도 사람을 좋아하고 보는 사람마다 말을 걸어 지나치게 사회친화적이었기 때문이다. 마크람은 단지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를 ADHD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을 자폐였다.

 마크람은 그런 카이에게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명한 동료뇌과학자들의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이스라엘과 독일, 스위스, 미국으로 연구거쳐를 자주 옮기기도 했다. 참고로 마크람은 남아공 태생이며 카이의 어머니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상당히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정환경이다. 대개 이런 환경은 다언어적 가정은 보통의 아이들에겐 중요한 경험이 되겠지만 카이에겐 오히려 독이된다. 이런 걸 마크람이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크람은 새로운 아내 카밀라와 카이를 키우며 자폐증을 연구한다. 자폐증과 관련한 유전자 200여개를 밝히고 자폐증에 관여하는 다양한 약물이나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내며, 그리고 어째서 자폐증이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지 밝히는 것이었다.(자폐증을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많은 자폐 부모들은 아이가 원래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증상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환경, 즉 자신들의 탓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들은 쥐를 통한 동물실험을 했는데 임신상태에서 약물을 주입해 쥐에게 자폐증을 유발하고, 뇌를 슬라이싱하고 죽지 않게 뇌수에 담근 상태에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처음엔 전통적 관점에 빠져있었기에 자폐는 자극에 대해 둔감한 것이라 생각했다. 낮은 지능과 공감능력의 부족, 사회성의 부족과 언어능력 및 낮은 운동능력이라는 자폐의 전형적 특징은 감안한다면 이는 필시 기능의 부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험결과는 정반대였다. 자폐증의 뇌는 자극에 둔감한게 아니라 일반뇌보다 훨씬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즉, 자폐증은 뇌의 기능이 약한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이 오히려 강하여 발생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크람과 연구팀은 이를 강렬한 세계 이론이라 불렀다. 자폐인은 뇌의 처리 능력 및 기억능력이 지나치게 우수하기에 일반 세계의 자극이 고통스러울 정도이기에 자폐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너무 잘 알아차리고 사람의 표정이 보여주는 미묘함을 너무 잘알기에 눈을 마주치는게 힘들다. 세계의 작은 소리가 너무나도 강렬하고 크게 다가오기에 귀를 막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공감하고, 관심이 있기에 오히려 다가가는게 너무힘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자극을 뇌가 감당하지 못해, 뇌가 무척이나 뛰어남에도 오히려 발달 및 학습이 늦어지고 만다. 이게 그들의 이론이다.

 이는 자폐인 그리고 그들의 부모,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불러온다. 결국 자폐인들이 일반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게 아니다. 그들은 일반인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오히려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감능력의 부족은 결국 일반인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렇게이 마크람에 의하면 자폐인은 어려서부터 보호받아야할 필요성이 생긴다. 뇌가 너무나도 자극과 그 처리에 예민하게이 비 자극적인 환경과 외부세계로의 노출이 천천히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빠른 학습도 필요없다. 준비하게 기다려주면 오히려 뇌 기능이 뛰어나기에 빠르게 학습하여 따라갈 수 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할 시간을 주고, 오래 기다려주는게 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주변에는 공감하고, 사랑해주고 힘이되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진정성이 필요한데, 자폐인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자폐인은 뇌가 안정된 환경에서 일반적인 뇌보다 42%나 빠른 정보처리 속도를 보였다. 또한 자폐인은 천재와 공통적으로 1번염색체에서 같은 유전 변이를 보였다. 양자의 공통점은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 기억력과 지각력이었다.

 현재 자폐인과 우울증 외 정신질환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진단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마크람은 그것보다는 현대과학기술의 발달과 도시화로 어려서부터 뇌가 강하게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꼽는다. 강렬한 세계 이론에서처럼 자폐인의 뇌가 계획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이런 안정적인 환경에선 자폐로 나타날 뇌도 안정을 찾고 자폐의 놀라운 기능은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자폐인은 책에서 나온것처럼 뇌가 꾸준히 진화한 산물일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의 뛰어난 정보처리능력과 민감성은 미래사회에 더 적합한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데이터라는게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이해하고 돕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우리의 후손은 모두 자폐인으로 가득찰지. 과거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호모족들을 모두 대체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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