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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 ㅣ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과거 포르노는 엄청 귀했다. 비디오가게에서 몰래 빌리거나 잡지를 사서 봐야했고, 모든게 노출되는 진정한 포르노를 구하려면 용산이나 다른 상가에 암암리 가야했다. 그래서 이처럼 야동이 귀하던 시절 그 어려운걸 해낸친구들은 묘한 권력을 갖기도 했고 무용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포르노는 일상화되었다. 약간의 구글링만으로도 얼마든지 포르노를 볼 수 있고, 그 수위는 과거 우리가 보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단지 쉽게 구할수 있게 된 것만도 아니다. 포르노가 이처럼 쉽게 구해지고 허용되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포르노가 암암리 파고 들었다. 부부간의 성생활, 남녀간의 성생활,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인식과 광고, 상품, 심지어 여성자체의 자기인식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말이다.
이 책 프로노 랜드는 포르노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포르노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파고들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었는데 사실상 포르노의 본고장이 미국이고 우리가 접하는 상당수의 포르노가 미국산이란 점에서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고 하겠다.
1. 포르노의 창시자들
미국에서 포르노의 시작은 '플레이보이'다. 50년대 생긴 이 잡지는 여전히 유명하다. 창립자 휴헤프너는 센터폴드라는 여성의 전라사진이 들어가는 잡지를 생각해낸다. 그의 의도는 명백히 도색잡지의 가능성을 보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광고수익의 저하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플레이보이는 전쟁과 공황을 겪으며 물질적 빈곤의 시대에 자라는 높은 수준의 물질적 소비에 익숙치 않은 50년대 미국백인 남성들에게 새로운 소비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플레이보이는 도색잡지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단편문학도 수록되었으며 유명인사와의 인터뷰, 차, 술, 의류, 음식, 소비재, 여자에 대한 조언등 수록되었다. 이런 플레이보이의 스타일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곧 경쟁자가 나타난다.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는 플레이보이와 경쟁하기 위해 단기적 광고수익의 감소를 염두에 두더라도 보다 성적으로 여성의 음모가 드러나는 노골적인 화보를 제시한다. 단기적 광고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플레이보이를 무너뜨린 후 시장을 장악해 광고수익마져 얻겠다는 전략이었으며 어느정도 플레이보이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잡지는 아직 소프트코어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본격적인 하드코어의 길을 연 잡지가 레리플린트가 만든 허슬러다. 허슬러는 매우 노골적인 이미지를 수록하기 시작했고 사실상 소프트코어랑 대비되는 곤조포르노 영역을 사실상 만들걸로 평가받는다. 이 세잡지는 시대의 변화로 예전과 같은 판매고를 기록하진 못하고 쇠퇴한 것들도 있지만 플레이보이의 경우 고급스튜디오를 만들거나 다양한 소비재에서 라이선스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이미 웹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해놓은 상태다.
2. 포르노 산업의 공범자들
우리는 포르노 산업이 그자체로만 있을 뿐 다른 영역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르노는 주류산업과 상당한 유착관계를 가지며 자신들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데 케이블 티비와 유통사, 웹사이트, 검색엔진, 은행과 부동산이 그렇다. 케이블 티비는 포르노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통사는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포르노 유통으로 돈을 번다. 웹사이트에는 단일주제로는 최대의 사이트가 포르노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글을 비롯한 유명한 검색엔진들은 이 사이트로의 접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약간의 검색으로 매우 쉬운 접근을 허용한다. 또한 은행은 포르노 업자들이 포르노를 통해 번 검은 돈을 주식, 채권, 뮤추얼 펀드등에 투자하게 허용하고 있으며 부동산 업자들인 인근에 포르노 스튜디오라도 생기면 막대한 시세상승으로 수익을 거둔다. 모두가 공범자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르노 산업은 이런 파트너 기업들과의 협력 뿐만 아니라 정당성을 추구하며 번듯한 주류이미지를 치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상당히 성공적인데 과거 우리는 포르노를 즐기면서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회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지만 오늘날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포르노에대해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느낌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과거 음지에서 활동했던 포르노 스타들이 다른 스타들처럼 거리낌 없이 주류언론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포르노는 거대 비즈니스화하고 있다. 이미 양지에서 국내, 국제시장에서 과감히 진출하거나 정치적, 입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향후 소유집중이 극대화하고 브랜드 파워와 광범위한 운영능력까지 갖춘다면 그 영향력은 엄청나 질 것으로 예상된다.
3. 포르노의 문제점은?
그렇다면 대체 포르노의 문제점은 뭘까? 과거 우리는 희소성이 높은 포르노를 즐겼지만 비판했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지금은 어떨까? 포르노의 수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졌음에도 비판을 하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은데 이는 포르노가 그 만큼 우리의 인식저변에 일상화 되었고 파고들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앞서말한 것처럼 포르노 선구자들의 오랜 노력에 의한 것이다.
포르노는 소프트코어에서 시작해서 곤조포르노로 대변되는 하드코어로 접어든지 오래되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져서인데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손쉽게 포르노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엄청난 수의 사이트와 프로노들이 범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심화는 점점 포르노의 수위와 강도가 심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항문성교나, 두구멍 섹스, 애스 투 마우스, 구토를 동반한 오렐섹스 등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식의 포르노의 수위 높아짐과 과격화는 여러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런 식의 격렬한 섹스가 여성 출연자의 몸에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 다는 것이다. 항문성교 두구멍섹스는 항문파열이나 탈장의 위험을 격렬한 오럴섹스는 턱관절이나 목구멍에 상당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에서는 성병감염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것이 주 사용자인 남성소비자의 인식과 행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부부사이건, 사귀는 남여사이건 남여사이의 정상적인 성행위는 손을 맞잡는 행위부터 포옹, 키스, 깊은 애무에서 섹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애정을 동반한 정신적 육체적 교감과정을 동반한다. 하지만 포르노의 성행위는 그런 과정이 없다. 정상적인 남여사이에서 섹스로 이어지게 하는 정서적 교감행위나 서로에게 매력을 갖게 되는 장면도 없으며 갑작스레 격렬한 애무와 성행위로 이어진다. 여기서 남배우는 주로 여배우를 학대하는 장면이 많으며 걸레같은 년, 정액받이, 창녀 등 비인격적인 용어도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여배우는 이를 모두 기꺼이 자발적으로 즐기는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포르노업자들이 정상적인 남성들은 이런 모욕행위를 불편해할수 있다는 걸 잘 알기에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이런 취급을 해 일상적인 여성과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다.
이처럼 포르노는 기본적으로 여성폄하의 의도를 갖게 되는데 여성이 가장 무력하게 폄하되는 성행위가 항문성교다. 때문에 항문성교는 포르노에서 상당한 인기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강제성을 띄는 모습을 보이거나 여성이 고통을 느끼는 모습을 보이거나 혹은 항문성교후 바로 성기를 여성의 입에 물리는 등 여성폄하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인기는 강해진다. 이런 섹스를 포르노로 학습한 남성은 비정상적인 포르노의 성행위를 일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현 하고자 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이 보지 않았음에도 포르노에 나오는 성행위를 하게 되고 강요받는다. 여성들은 성행위 및 인식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도 포르노배우처럼 되기를 강요받는데. 미끈하고 오일을 바른 날씬한 몸뿐 아니라 음모를 제모하는것을 강요받는다. 포르노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음모를 제모한 상태인데 이게 일상으로도 연결된 것이다. 실제로 음모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 여성들은 많은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불성실이나, 불결의 이유로 섹스를 거부당한다고 한다. 여성들중 일부는 만나는 상대와 섹스를 원하지 않는 경우 제모를 게을리한다고 하니 사태의 양상을 짐작할만하다.
그리고 포르노는 심지어 인종차별적이기 까지 하다. 포르노의 소비자들은 주로 자신과 같은 인종이 등장하기를 원한다. 때문에 미국의 포르노는 대부분 백인 남성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그렇다보니 여성출연자의 대부분이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백인이다. 때문에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은 이 업계에서 매우 차별받는데 항문성교가 없는 1대1 섹스의 경우 백인 여성출연자는 최저 8백달러이상의 보수가 주어지지만 흑인 출연자의 경우 최저가 5백달러가 최고가 8백달러에이른다. 백인의 바닥이 흑인의 천장인 셈이다. 이런 인종차별이 심한 포르노업계에서 아시아 여성은 그나마 인기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여기엔 백인중심주의적 시각이 짖게 깔려 있는데 그래서 출연하는 아시아 여성에게는 아시아를 대하는 오랜 백인의 고정관념인 순종적이거나 작고, 말을 잘듣는 등의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강자로써 약자 나라의 여성을 마음껏 취할수 있다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아시아 남성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매우 인종차별적인 업계임에도 이상하게도 흑인 남자는 자주 등장하고 인기가 있는 편이다. 여기서 흑인남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변태나 종마의 느낌을 많이 주는데 이처럼 흑인 출연자는 과잉남성화의 극단으로 표출된다. 이런 여성을 지배하는 극단적인 남성성이 포르노에서 표방하는 남성의 이미지이므로 이에 외모적으로 가장 잘어울리는 흑인은 유색인종임에도 거부감 없이 사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하는 포르노의 문제점은 아동포르노와 수위의 극단화다. 포르노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경쟁의 심화로 이용자의 관심을 끌 수단을 찾다보니 그 행위가 더욱 극단화하고 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 한방향이 아동 포르노다. 이는 자연스레 출연자의 연령의 하향화를 가져왔는데 1990년대 중반 미법원은 18세이하의 포르노출연에 대한 판결에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포르노업계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 이 때부터 포르노 업계에서는 18세 이상을 18세 미만처럼 치장에 출연시키는게 가능해졌는데 외모가 어려보이는 출연자를 사용하고 출연자가 막대사탕을 물고 있거나 양갈래 머리에 교복을 입고 출연하는 것들이다. 이런 방향전환은 실제 아동포르노의 증가를 가져왔는데 포르노 업계에서 출연 과정이 강압적이고 유혹적이라는 면에서 제작과정에서 학대당하는 아동의 수를 증가시킬 우려와 아동포르노로 인해 아동에 대한 실제 성범죄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책의 저자 게일다인스는 포르노에 반대하는 강연과 운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포르노에 대한 비판이 마치 성행위자체를 부정하는 것 같은 공격적인 반응을 많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를 먹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식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게일 다인스의 포르노에 대한 비판도 건강하고 열린 성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그것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르노에 대한 비판일뿐이다. 이런 반응이 많았다는 것자체가 포르노게 이미 일상화되었다는 증거가 아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