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죽지 마세요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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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교사들은 학교나 교사가 을은 커녕 병도 아닌 '정'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권한이 없고 동네북이란 셈인데 교사에게 갑은 악성 학부모와 교육청, 교장, 교감 등의 관리자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런 교사의 처지는 시민 사회에 알려져 교권 4법이 제정되는 계기를 가져왔지만 아직 큰 틀에서 교권이 온전히 보호 받진 못한다.

 이 책은 중학교 교사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와 학교에서 부딪힌 각종 적폐에 대해 말하는데 하나하나 놀랍기 그지 없다. 중등교사는 고교까지 근무하기에 필연적으로 이 나라의 가장 큰 병폐인 입시와 부딪힌다. 학생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그걸 교사에게 풀어낸다. 각종 사건사고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업을 전혀 듣지 않는다. 수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가 끝나면 안 듣고 정시로 가는 애들은 수시 반영이 끝나면 수업을 듣지 않으며, 공부를 포기한 애들은 그 것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 평소에도 학원 및 다른 공부를 핑계로 수업을 듣질 않는다. 

 이걸 지도라도 하려 들면 학생은 학생대로 저항하며, 학부모는 어처구니 없게 입시로 고생하는 아이 학대하지 말라한다. 교사는 입시에서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하나라도 하향안정 지원을 하게 하려 한다. 하지만 학생은 늘 성적 이상의 학교를 원한다. 나중엔 다들 교사의 시각을 인정하지만 당시엔 자신의 실력을 몰라준다고 섭섭해들 한다. 그게 교사에겐 또 상처로 다가온다.

 미국에서 온 한 학생이 이런 붕괴한 한국의 교실을 보고 어이 없어 하는 일화가 있다. 미국에선 수업 방해행동을 하거나 교칙을 어기면 학교 경찰에 끌려가거나 부모가 소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런 것에 아무런 제재가 없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신경쓰기 시작했는데 만시지탄이다. 

 중등에선 초등과 달리 절반 정도의 인원만 담임교사를 해야하기에 담임을 안 맡는 것이 갈등의 요소가 된다. 누가봐도 수업만 하고 담임을 하지 않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임수당이란게 있긴 하나 당연히 충분한 요인이 되지 않기에 안하고 만다. 여기에 업무도 문제다. 업무는 학교마다 다소 다르고 절대 공평하지 않다. 때문에 중등에선 누가 담임을 하고 누구 조금 더 어려운 업무를 맡으며 그리고 누가 더 수업을 적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담임을 하게 된다면 다소 적은 수업시수와 적은 업무가 배정되야 하지만 누군가는 모두를 가져가고 누군가는 모두를 잃는다. 저자는 한 관리자의 농간으로 자신이 담임에 많은 수업시수에 업무까지 가져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토로한다. 

 책에서 안타까운 부분은 학생의 자살을 다룬 부분이었다. 청소년 자살 1위의 대한민국인만큼 교사로 근무하며 자신의 학생이 자살하게 되는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저자는 늘 학생들에게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꼭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약속을 받아내곤 했다. 그리고 몇년 후 한 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그날 업무가 과다해 그만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있고 있었는데 향후 찾아온 제자들을 통해 그 아이가 자살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전화는 아마 자살 직전의 전화였을 것이다. 

 저자는 여러 스트레스로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고 병휴직을 하게 된다. 병휴직을 하면서 우울증 진단과 각종 정신병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책의 거의 절반 부분이 이런 정신 질환에 대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책의 제목처럼 자신같이 정신병을 앓는 교사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고 싶어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 같은데 학교의 병폐에 대해서 더 많이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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