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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주를 삼키고 있는가 - 50년간 우주를 올려다본 물리학자의 30가지 대답
폴 데이비스 지음, 박초월 옮김 / 반니 / 2022년 7월
평점 :
20세기 들어 우주에 관한 중요한 발견이 많이 이뤄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중력이 힘이라기보다는 에너지와 물질이 시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고 이 우주에서 가장 빠르고 불변함을 알아냈다. 계속된 관측으로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이 적색편이를 보임이 밝혀졌고 이는 우주가 점점 가속 팽창함을 밝히는 근거가 되었다. 당연히 시간을 거꾸로 돌려 우주가 퍼지기 이전인 빅뱅의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빅뱅은 우주 전 곳에 균일하게 퍼진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된 게 그 입증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우주배경복사가 어디서나 균일하므로 우주는 초창기에 슷한 상태에서 급속히 팽창함한 것으로 밝혀졌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존재도 예상되었다. 우주의 모든 원소가 발견되자 이들의 수가 충분치 않음이 문제였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상정되었다. 이들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인데 거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검출이 되지 않고 있다. 블랙홀도 1970년대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무한정 커지는 것이 아니라 사건지평선 경계 부근에서 양자요동으로 생기는 쌍입자 중 하나만 흡수되고 하나는 남는 일로 인해 음의 에너지를 흡수하여 점차 증발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결국 블랙홀은 상당히 많이 흡수하지만 복사를 하는 셈으로 언젠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다. 우선 빅뱅이전이다. 빅뱅이 있었던 것은 확실한 편인데 그 이전엔 무엇이 있었냐는 것이다. 사실 시간은 엔트로피 법칙으로 인해 느껴지는 것이기에 빅뱅이전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변화하지 않고 그 변화가 빛에 의해 전달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음은 역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질과 에너지인 이것들이 무엇인지 밝히지 못한다면 우주가 무엇이라고 밝혀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다른 문제는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들이다. 물질은 쿼크와 전자 그리고 이들 사이의 힘을 전달하는 강력과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왜 이런 성질을 갖고 이렇게 움직이는지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또한 이 기본입자와 4가지 힘을 설명하는 대통일이론도 완성되지 못했다.
하여튼 책은 우주론을 전공한 저자가 우주에 대해 갖는 여러가지 의문과 궁금증등을 30개의 장으로 짧지만 깊게 풀어낸 책이다. 위의 언급한 내용과 중복되어 몇 가지만 살펴 본다. 일단 밤하늘이 어둡다는 점이다. 무척 당연한 것이지만 우주에는 무한히 많은 별이 있기에 아무리 멀어도 이들이 밝게 빛난다면 밤하늘이 사실 밝아야하는게 아니냐는 점이다. 하지만 하늘은 어두운데 그 이유는 우선 별의 갯수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다. 별은 끊임없이 명멸한다. 거기에 아무리 밝고 크다한들 빛의 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멀수록 엄청나게 어두워진다. 게다가 우주의 그 많은 별들의 빛이 지구로 모두 오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우주는 140억 년 정도의 역사가 있고 상당수의 우주는 팽창으로 인해 영원히 관측 못하는 지점에 있다 또한 지구와 너무 멀어 빛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도 있다. 이러니 하늘은 충분히 밝을 수 없다.
전자는 이상한 성질을 갖는다. 모든 전자는 정확히 같은 속도(이것도 왜 인지 모른다. 그리고 회전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얻는 것일까)로 끊임없이 회전한다. 이는 전자 고유의 특징이다. 과학자들은 무슨생각인지 자기력을 이용해 이 전자를 360도 뒤집어 보았다. 그러면 원래와 똑같은 상태이니 회전 방향도 같아야 하는데 웬일인지 전자는 반대로 회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360도를 한번 더 뒤집어서 결과적으로 두 바퀴인 720도를 뒤집자 원래대로 회전하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수 없다.
시간은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생겨났다. 사실 시간은 허구적 개념에 가깝다. 우주의 에너지와 물질은 모두 보존된다. 이들은 열역학 제 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확률적으로 더 일어나기 쉬운 무질서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것이 우주의 시작이고 엔트로피가 모두 매우 높아져 더 높아질수 없는 상태인 완전한 무질서에 이르렀을 때가 우주의 끝이다. 그리고 시간은 이 엔트로피가 높아진 물질이나 에너지의 상태 변화를 감지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물질과 에너지의 변화를 알려주는 시간은 사실상 이 변화 정보를 전달하는 빛에 의해서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빛이 도착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강한 중력과 빠른 속력에 의해 시간의 왜곡을 느끼게 된다. 엔트로피 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적용되고 있지만 중력이 강한 곳과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곳에서는 빛이 이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이상한 부분이다. 엔트로피 법칙이 완전히 절대적이라면 통상적인 곳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에서도 같은 정도로 엔트로피가 증가해야 하지만 빛이라는 정보가 전달되어야만 그것이 인정되므로 정보전달이 늦은 곳에서는 엔트로피도 늦게 증가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엔트로피 법칙이 우주 전역에서 균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중력이 충분히 강한 곳과 속력이 빠른 곳에서는 늦게 흐른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방식은 엔트로피를 국소적으로 늦추는 방법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 책을 짧지만 강렬한 의문과 우주에 대한 다양한 성과의 발견과 인류가 걸어온길 그리고 앞으로 밝혀내야 할 길을 알려준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갑자기 모든 문제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리고 우주는 어찌해서 아무것도 없는 기본 입자와 에너지에서 시작해 우리처럼 스스로를 성찰하고 원리를 알아낼 수 있는 물질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고 있다. 채사장은 이를 지대넓얕 제로편에서 우주가 우리를 통해 성찰능력을 갖게 되었음으로 논의한 바 있다. 생각이 깊은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편인듯하다. 정말 우리 인간은 우주의 성찰도구인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알아냈을때 어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무섭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인간이 하고 싶고 해내고야 말듯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