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 -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책 읽기 아우름 9
장석주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흔은 인생의 오후, 빛은 따듯하고 그림자 길어져, 걸음을 느리게 잡아당기면 곧 펼쳐질 금빛 석양을 기대하면서 잠시 쉬어 가도 좋은 시간.

아침부터 수고한 마음을 도닥거리고 어루만지면서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평온하고 지혜롭게 사유하라.

그런 이에게 오후는 길고, 충만하다"(졸저 <마흔의 서재>중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디엔가 기록을 해놓고 싶은 구절이 있다. 마흔 중반을 넘어서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전에도 읽기는 했지만 아이들 키운다는 이유로 나만의 독서 시간을 내지 않았었다. 우연히 시작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스스로 만족감에 뿌듯함을 느끼는 날도 있다.


주변 내 나이 또래의 중년 아줌마들보다는 조금 별스럽게 책을 많이 읽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한 사람으로 내 만족에 뿌듯하면서도 때론 숙제 아닌 숙제를 짊어지는 듯한 상황이 생길 때면 내가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나라는 반문을 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라는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 인생의 또 다른 그림을 위해 준비하고 있음을 다시 깨치게 된다.

아하... 이런 의미를 찾고 싶은 거였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샘터 아우름 시리즈의 하나인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를 읽는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다독가이자 인문학 저자인 장석주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다독가라는 점에 눈길이 간다.

책을 왜 읽을까?

재미있어서 읽고, TV에 매달려 사는 게 싫어서 읽기도 한다. 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알고 싶어서 책을 읽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또는 내가 읽은 책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뿌듯함이 읽기도 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었다는 것으로만 결론이 내려지는 것 아닐까?


솔직한 말을 하자면 책을 읽는 것도 상당히 힘들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책을 읽기도 어렵지만, 주부와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면서 책을 읽기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읽고, 내가 쓴 글이 하나씩 쌓여가는 재미와 뿌듯함이 더 배로 크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에서 이런 글이 있다.


나는 책읽기가 '지적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읽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노동이라는 점에서 거기에는 인내와 수고가 따릅니다. 인내와 수고 둘 중 하나라도 회피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책 읽기입니다.


우린 책읽기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우주의 경계를 더 넓게 펼쳐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제일 정확하다고 믿고 산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사건, 그리고 수많은 주장일 공존하고 살아간다. 그것을 이루는 여럿의 우주를 다 접하고 살기란 어렵다. 내 우주의 일도 제대로 흘러가지 못해 방황하고 좌절할 때가 있는데 다른 우주를 이해하기를 절대적으로 어렵다.

어려운데 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읽기 이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어본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 깊이 있게 읽어야 하나.

여기에도 여러 우주가 존재한다.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도 맞는 것이고, 쉽게 쉽게 읽어내려가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모든 책을 빨리 읽어야만 되는건 아니고, 반대로 모든 책을 천천히 정독할 필요도 없습니다. 책은 저마다 그 책이 갖고 있는 지식수준과 밀도에 알맞은 적정 속도로 읽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속이 후련하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지만, 언제부터인지 책에 눌린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저 책에 대한 욕심으로 일단 무조건 읽어보자 했고, 그냥 책을 읽었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의 깊은 곳까지 되새기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렇게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지 않음에 안타까움을 전한다. 물론 사느라 바빠서 시간도 없도 금전의 여유도 없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저자는 책 속에는 그 금전보다 열 배는 더 되는 값어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는 게 어려울수록, 좌절감에 빠질수록 오히려 책과 더 가깝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부터 지침을 느낀다. 늘 똑같은 일상에 지치는 것에 더불어 신체적인 변화에 스스로 위축이 되어간다고 할까? 그동안 달려온 시간에 대해 자꾸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억지가 생긴다. 한동안 밀어두었던 책읽기를 다시 시작한다.

오랜만의 일이라 글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래도 읽는다. 그렇게 그렇게 시작하고 2주정도 지나니 다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우울감이 있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나만의 글쓰기를 통해서 나를 다독인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읽은 책이 곧 나의 우주다>를 읽어가면서 많은 공감을 느낀다.

아하...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 이래서 내가 책읽기를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다른 시선으로 결론도 내려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지게 되면 느닷없는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이 역시 하나의 경험으로 즐겁게 느끼라는 저자의 말도, 책을 읽되 책의 내용만 기억하기보다는 책에 몰입해서 여러 가지 상상을 동원할 수 있는 느낌을 즐기라는 저자의 말도 참 반갑게 느껴진다.

책을 읽되 아직 초보자의 선을 넘지 못한 내가 느꼈던 책에 눌린다는 느낌... 이것은 책읽기에 대한 어쭙잖은 인식 때문이었나 보다는 생각도 해본다. 나에게 맞춰서 책읽기를 하되 책에 몰입하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책읽는 방법일 텐데 말이다.

또한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강박적인 습관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후련하던지..


책 속에 모든 길이 있다.라는 말이 옳은 답인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간혹 다른 곳에서 길을 찾으려고 무던히도 헤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얻는 경계만큼 나의 우주는 더 넓어짐을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서도 혹여나 더 빠른 길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어리석은 기대감에 그렇게 움직인다.

저자는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냈고, 그것을 이어오고, 그것으로 인한 기쁨과 만족감이 가득하다고 한다.


인생의 모호함을 느끼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말처럼 책을 통해서 다시 매진해봄이 어떨까? 아직도 미래의 꿈에 대해서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청년 세대들 역시 차분하게 책을 통해서 나의 꿈과 나의 목표를 재정비함은 어떨까?

과연 그럴까?라는 의구심보다는 수많은 현인들이 남긴 책들과 그것이 여전히 읽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나의 인생을 통째로 뒤바꿔 보는 것도 획기적인 인생의 한 면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6-01-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글 속에서 저를 만나는 줄 알았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멋진엄마 2016-01-22 17:36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저도 책을 꾸준히 읽고 있지만, 제대로 읽는건지..왜 읽고 있는건지 문득문득 반문하게 되더라구요..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책읽기에 대해 자신감이랑 자부심이 생기더라구요^^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 시인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기 아우름 7
김용택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섬진강 시인...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또 어른이 되어 임실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에서 느끼는 감성을 고스란히 시로 표현한 김용택 시인이다. 문학의 중심지인 서울에서의 활동이 없는 상황에서도 김용택 시인의 독자층은 꾸준히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짧은 글귀로 압축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시의 특성상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의 표현에 앞장서는 것이 그것이지만, 김용택 시인은 그러안 이슈적인 면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김용택 시인이 그렇게 활동하지 않아도 독자들에게 각인되는 가장 큰 이유는 태어나서 자라고 일하던 곳의 자연 이야기를 묵묵하게 쓰기 때문일 것이다. 시골의 넉넉함과 풍요로움, 때론 겪어보고 싶은 체험을 글을 통해서 전달받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김용택 시인이 이번에는 시가 아닌 담담한 글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를 통해서 읽게 되는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라는 책이다.

알려진 대로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는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다음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으로, 또는 저자들이 경험했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속에서 느꼈던 지혜를 두루두루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생의 선배가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고, 작가의 작품성을 염두에 두는 것보다는 소통이라는 주제를 놓고 독자들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읽어 내려가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편안한 글도 좋고, 저자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것이 바로 '아우름 시리즈'인 것 같다.


<새로운 생각은 받아들이는 힘에서 온다>

제목만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뭐랄까... 틀에 박힌 이야기만 들려줄 것 같지만, 전혀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글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대로의 것이 나의 생각이 되고, 나의 힘이 된다..는 아주 간단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시다시피 김용택 시인의 글 속에는 시골에서 자라고, 경험하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이야기가 있다. 서두름 없이 천천히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나무며 구름이며 하늘이 참 환하게 다가오는 그런 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소낙비가 내린 후에 거미줄에 맺힌 빗방울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늘 콩콩 밟고 건너뛰는 도랑의 디딤돌도 이야기도 있다.

시인은 모든 것을 천천히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그 모습을 글로 남기고 독자들은 그 글을 통해서 자연이라는 것을, 그리고 바쁨이라는 생활 속에서 잊고 있던 파란 하늘을, 싱그러운 시골의 공기 냄새를 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할 것은 그 자연 속에서 삶의 모든 것을 깨우치는 지혜를 저자도 얻고, 독자도 얻게 된다는 점이다.


간혹 도심 생활은 너무도 바쁘게 경쟁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자연에 눈을 돌리는 자체가 여유 있는 삶의 하나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모두 여유가 없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면서, 도심 속에서 살아가면서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인의 말처럼 억지로 보라는 것이 아니라 매일 내 눈에 스치는 모든 것을 찬찬히 들여다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똑같이 다니던 골목길에서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그 어떤 날 유독 파란 하늘이 각인될 때의 느낌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잠시 그 하늘의 색에 취해서 아무 동요가 일어나지 않던 그 잔잔함을 말이다.

시인이 말하는 자연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파란 하늘 때문에 속이 후련했다...라던가, 파란 하늘을 보니까 웃음이 저절로 피어난다 하던가 등의 내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떠올려보게 된다.


이 책의 부제가 <시인의 마음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고 표현하기>이다.

그만큼 표현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학창시절에는 글자 하나하나 정성 들여 쓰는 일이 많았다. 수업시간에 줄기 장창 써 내려가던 필기부터 가슴 설레던 첫사랑과의 소식도 예쁜 편지지에 꼭꼭 눌러 적어 보냈었다. 조금 더 발전하고 글에 자신이 있는 친구들이라면 심야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고 읽히기를 애타게 기다리기도 했다.

비록 솜씨는 부족했을는지 몰라도 모든 것을 글로 썼고, 글 속에서 표현이 되었던 그때가 있다.


그런데 요즘의 주변 모습을 그렇지가 않다. 출근길에 보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는 사람이 귀한 정도이기도 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시대 속에서 사는 아이들은 속도전에서는 무척 빠르다. 지구 곳곳의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눈으로 보고 바로 인식되는 이 방법 때문에 내 속에 있는 감정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싫다 좋다, 다르다 틀리다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생각하고 정리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내가 가진 정보를 날리고 있는 동시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의견을 말하기 전에 전하는 이의 감정을 그대로 인식하고 또 다른 곳으로 날려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인문학이 강풍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인문학을 듣는 청년들이 과연 인문학을 이해하고 싶어서 듣는지, 아니면 또 다른 스펙을 위해서 듣는지 모르겠다. 그 어려운 책에 대해서 열심히 듣고 본 이들에게 그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하라고 한다면 거의 태반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자세히 보아야 생각이 일어난다.

무엇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도 우선이겠지만, 그 과정에 있는 것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는 어떨까?


시인은 가르치던 올망졸망한 아이들에게 자기 나무를 정하게 했다 그리고 매일 '네 나무는 뭐하고 있대?'라고 물어본다. 몇 번을 보라고 하고 물어봐도 그냥 '나무가 있다'라고 말하던 아이들이 어느 날은 나무 아래 할아버지들이 있고, 냇물이 있고, 하늘이 있다는 것을 말했단다.

매일 똑같은 자리에 있던 나무의 존재도 기억하지 못하던 것이 그 자리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좀 더 들여다보고 천천히 보니까 나무 옆에 시냇물이 있고, 나무 그늘에서 할아버지들이 한가로이 앉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이라는 것이 그렇다.

내가 뭘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계획은 거창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매일 조금씩 나를 보고 주변을 보고, 세상을 보는 힘 때문에 결론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시인이 독자들에게, 특히 다음 세대들에게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야를 갖기 원함이 아닐까?

책을 읽고, 글을 읽고, 글을 쓰고, 나를 표현하는 것.

이것이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되고, 정리한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이 겹쳐지는 것

이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어느 날 뚝 떨어지는 삶의 지혜는 없다. 인생의 깊이는 없다.

어떤 일이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것, 그래서 내가 잘하게 되는 것.

이것이 삶의 의미이고 인생의 목표가 아닐는지.

그렇게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 아우름 10
엄홍길 지음 / 샘터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사나이 엄홍길 대장에 대한 이야기는 늘 이슈가 됩니다.

어디 어디 등반에 성공했다더라를 시작으로 엄 대장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이야기 중의 가장 최고는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터라.. 엄 대장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쉽지가 않습니다.

산도 가까이하지 않지, 엄 대장님이 겪었다는 자연의 경외함을 알지도 못하지,

그래서 그저 '대단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를 통해서 엄홍길 대장이 말하는 산 이야기, 동료 이야기, 그리고 그가 도전했던 꿈 이야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산을 모른다고 했지요?

산에 대해 관심도 없습니다. 동네 뒷산도 몇 번 시도하다가 음... 뭐랄까... 뒷산 등산로에 자리 잡고 떠나가라 웃어젖히는 몇몇 무리들을 보고 나서는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만, 그래도 엄홍길 대장의 이야기는 TV를 통해서 조금씩 알고는 있었습니다.


이번에 상영된 영화를 통해서 엄 대장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산의 이야기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지요?

한 편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쫓아가는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참 고집이 센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얻었으면 하는 것은 천혜의 자연에 도전하는 엄 대장의 용기와 그것을 자신의 능력보다는 하늘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겸허함이 아닐까 합니다.


사람은 뒤로 물러설 수 없을 때 강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죽을 각오를 하고 임하는 사람은 결국 살아남습니다. 절실한 마음, 이루어 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해요, 그 의지와 투지가 성공을 이끌어 내는 데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엄홍길 대장이 산을 원정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엄대장의 행보를 보면서 많을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구나 흔히들 말하듯이 인생이라는 것이 산이라고 표현을 하곤 하지요.

그런 산은 늘 우리 앞에 있습니다.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높은 산등성이가 눈앞에 펼쳐지는 아찔함을 겪곤 합니다.

그런 인생, 삶의 산에 대한 이야기를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책에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나 자신은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 즉 극복의 대상인 동시에 믿어야 할 존재입니다. 자기를 이긴다는 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의지가 박약하다고 생각하면 '난 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자기 암시를 해보세요, 생각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는 겁니다. 그러자면 그전에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합니다.

--- 중략 ---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인정해야 해요, 나 자신에게 "너 멋있는 놈이야. 좋아.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말해 보세요.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도 나의 가치를 인정해줘요. 내가 나를 믿지 않는데, 누가 나를 믿어 주겠어요?

--- 중략 --- 진정으로 하고 싶고 이뤄야 할 일이 있다면 먼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엄 대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의 아이들은 이젠 장성을 하였습니다. 나이도 이젠 중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고요.. 더구나 육체의 이곳저곳이 나이가 들었다고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정확히 말할만한 것은 없습니다만,

도전할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직장을 다니면서도 제대로 된 자격증이 없음이 늘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누워서 떡 먹기로 쉽게 처리하게 되는 업무에 자격증이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만, 그것은 저와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엄 대장의 말처럼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한다기보다는 그것으로 인한 나를 칭찬해주고, 나 스스로 값어치를 높이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번의 도전이었지만, 솔직히 나 자신에 대한 자만심으로 홀라당 떨어졌습니다.

창피하기만 했었죠. 다 아는 문제인데 왜 떨어졌을까. 그것도 커트라인에서 겨우 1,2점의 점수로 떨어진다는 것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그토록 원했던 목표인 만큼 이번에는 차근히 준비를 시작했지요.


그뿐인가요?

중년의 나이를 살아오면서 왜 어려운 고비가 없었겠습니까? 완전한 바닥까지 내려가본 경험이 있지요.

참 좌절도 많이 하고, 싸움도 많이 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닥까지 내려갔으니.. (지구가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이상) 올라올 일 밖에 없습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에 저의 그때의 심정, 지금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엄 대장의 글이 참 와 닿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넘어집니다.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가는 삶은 없어요. 모든 과정이 순탄하기만 하다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고, 행복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왜 하필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런 상황에 안 처했다면, 앞으로 살아가다가 더 큰 장벽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하는 겁니다. 쉽게 말해 액땜이라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인생의 초반에 액땜을 크게 했지요. 물론 지금도 잔잔한 액땜은 늘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좌절할 만한 일은 아니더라고요. 이거 죽을 일이라고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액땜의 시간을 겪으면서 세상에 대해 천천히 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책의 제목처럼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지요.

그때의 경험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일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두드려보는 습관이 생겼고요. 확신하는 일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고요.. 더구나 어려운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겪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나로 성장하고 있더란 얘기죠.


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삶의 시선이 달라지고 마음의 풍족함이 달라지니까 말입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책이 그렇습니다.

엄홍길 대장이라는 산악인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나를 가장 아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깨우치게 됩니다.

모든 인생으로 나로 인새 시작하고 움직이기 때문이죠.


잠시 삶에 투덜거림이 나오는 요즘이었습니다만,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를 읽으면서 제 마음을 다시 한번 정비해볼까 합니다. 그래야 내 앞의 인생이란 산을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할 테니까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6.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1월의 시작이 반을 달려 벌써 2월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입니다.

시간의 빠름을 간간히 느끼고는 있지만, 월간 샘터의 도착으로 새로운 달에 대한 가짐을 다져보는 계기를 가지곤 합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상에서 시간의 변화나, 삶의 변화를 크게 깨닫고 산다고 말하기는 드물기는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이웃의 소식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 메마름에 저 역시 한몫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따라 이런 생각이 더욱 잘 떠오르는 것은 <샘터 2016.2월호>의 이야기를 읽으며서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됩니다.


'함께 하는 행복'코너에 소개된 '사랑을 주세요'라는 짧은 글이 그렇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꼬박 30년을 함께 한 자원봉사자 유가형님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식구들의 안주인 역할을 하면서도 유가형님은 머고 자고 일하는 반복에 공허함을 느꼈고 마흔 즈음에 시작한 대구생명의전화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일상의 공허함을 조금씩 느끼고 있습니다. 여자의 나이가 깊어질수록 지혜도 얻겠지만, 스스로에 대한, 삶에 대한 또는 미래에 대한 공허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유가형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의 또다른 의미를 나도 찾아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것이 어쩌면 '옛사람의 마음'코너에 실린 '쉼의 의미'에 부합하는 것 아닐까도 떠올리게 됩니다.

경쟁속에서 살아가면서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건강한 시절을 누구나 엇비슷하고 나이가 들어 삶의 무게를 느끼는 시점도 엇비슷할 것입니다.

제대로 가는 인생을 짚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 제대로 된 길을 가기위한 쉼의 의미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샘터가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바쁨의 강도가 서로 다르겠지만, '바쁘다, 바쁘다'만 외쳤지 어떤 삶을 이렇게 살고 있다라고 조근조근 자신있게 얘기해보라고 하면 언뜻 말문이 막힙니다.

그만큼 달려오기만 했다는 말이겠지요.


매월 한달에 한번 이웃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들고오는 샘터가 바로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군대를 보낼 장성한 자식의 이야기를 미리 들어볼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이들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웃고, 동감함을 느끼면서 나의 삶에 대해 더 감사하는 생각을 들기도 합니다.


참 묘하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글에 대한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똑같은 샘터인데도 점점 더 깊이를 느끼게 됩니다.

이것 역시 삶의 진함을 나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몹시 추운날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샘터가 참 향기롭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탐독 - 나무 박사가 사랑한 우리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 샘터사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를 보고 싫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잠시 가려주는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의 느낌도 참 좋고요, 추운 겨울 눈꽃 속에서 푸른 모습을 한 소나무의 위상도 새삼스럽게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가을은 또 어떤가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 맞이하게 되는 낙엽들의 총천연색 속에서 잠시의 여유와 감성에 젖어볼 때도 있습니다.

이렇듯 나무는 우리의 주변에서 늘 함께하는 감정의 또 다른 표현을 대변해주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탐독>이란 책을 보게 됩니다.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들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보내게 됨을 느낍니다.


책의 저자 박상진 교수는 오랫동안 나무 문화재 관련 연구를 해왔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공주 무령왕릉 관재 및 고선박재, 사찰 건축재 등의 재질을 규명한 바 있는 분으로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서 선조들이 나무와 어떻게 더불어 살아왔는지를 찾아내고, 각종 매체와 강연을 통하여 이를 소개함으로써 일반 대중들이 나무와 친해지게 하는 일에 매진하고 계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나무를 공부하고 나무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분의 산문집이기에 책에서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가 참 평범하지만 참 솔직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나무탐독>에 실린 글들은 그동안 교수님이 각종 매체나 칼럼 등에 기고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묶어놓은 것입니다. 다시 정리한 교수님의 글은 매체나 형식에 얽매인 것이 아닌 좀 더 자유롭게 작가의 경험이 흠뻑 젖어있는 글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나무를 통해서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하고, 나무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평생을 나무와 함께 했던 추억의 단편도 적어가고 있고요,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문화적인 사실들과 함께 나무를 통해 앞의 이야기도 한 번쯤 떠올리게 되는 책입니다.


교수님도 나무를 좋아하고 연구하는 분이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는 지치기 마련이겠죠. 그럴때 훌쩍 떠나보는 길에서 만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간혹 만나게 되는 아름드리나무나, 잘 정리된 나무에 딸려있는 푯말을 보면 참 어렵습니다. 과명에,, 학명에,, 꽃 모양이나 열매 모양 등을 참 어려운 전문용어만 써서 달아놓은 것이 태반이죠. 교수님도 이런 것은 참 싫어하는가 봅니다,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했던 작업에서 이런 형식을 벗어던지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예를 들어 진달래는 이런 식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노래할 때 단골로 등장한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바른 곳에 널리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죠. 삼월 삼짇날에는 찹쌀 부침개에다 진달래 꽃잎을 얹는 화전을 부쳐 먹는 멋스러운 풍습이 있었습니다'라고 하여 소월의 시로 시작했다.

한편 물푸레나무는 '물을 푸르게 한다는 뜻으로 물푸레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린 가지 꺾어 맑은 물에 담그면 정말 파란 물이 우러납니다. 아름다운 이별과는 달리 예전에는 주로 죄인의 볼기짝을 치는 곤장 나무로 쓰였습니다. 그 외 도리깨 등 농기구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고 야구방망이나 라켓 등 운동 기구를 만드는 데에도 빠지지 않았답니다'라고 하여 우리 문화 속에서 물푸레나무를 잠깐 되돌아보았다.(본문 중에서)


자작나무의 이야기를 하면서 강원 인제 원대리의 지명이 있습니다. 우연찮게 여행을 갔었고 맛있는 메밀국수를 먹은 곳이라 참 반갑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자작나무 숲을 보겠다고 잘 걷지도 않던 우리 부부는 느릿느릿 40분을 걸려서 기어코 보고 왔습니다만,
때가 때이니 만큼 나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소음에 실망했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여름 한자락의 기억 중 하나가 바로 등나무 아래 벤치인데요.. 시원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왠지 등나무 아래 벤치를 생각하면 여고시절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이 등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말 갈등(葛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갈'은 칡이고 '등'은 등나무를 뜻한다죠. 둘이 만나 뒤엉키게 되면 풀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식물이라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칡과 등나무의 얽힘을 빗대어 사람들의 얽힘을 설명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봄의 절정을 알리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벚꽃이 아닐까 합니다. 연분홍빛의 꽃잎이 사방에 흩날리는 모습이야 정말 아름답지요. 언제부터인가 벚나무의 수가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한데요. 우리가 이 벚나무에 대해 이면의 생각을 한 번쯤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주장이 있다 하더라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벚꽃 천지를 굳이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은 해봐야겠습니다.


5월이 되면 마치 눈꽃이 하얗게 내려앉은 듯한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이팝나무죠. 그런데 이 이팝나무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옛날 보릿고개를 견뎌야 했던 사람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던 때가 있습니다. '이(李) 씨의 밥'이란 이름의 이밥은 조선시대 벼슬을 해야만 이 씨 왕조가 내린 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의 이밥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이팝'인 것입니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굶주림에 사람들은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지요.

천연기념물 214호 이팝나무가 있는 자리 근처에는 아이들의 무덤 자리였던 곳이 있다고 합니다. 굶주림에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묻으면서 그 부모의 마음을 얼마나 처절했을까요? 하얀 밥이 수북이 쌓인 모습을 가진 이팝나무를 심어서 혹여나 배고픔에 세상을 등진 아이들을 위로하는 뜻이 담겨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나무탐독>의 후반부에는 나무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굳이 나무와 역사를 엮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아름답다고 칭송하고 바라보는 나무들의 원산지나 그에 얽힌 사실은 꼭 한번쯤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남 아산 현충사, 충남 금산 칠백의총 그리고 경북 안동 도산서원의 금송이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그저 여름날의 그늘 한자락을 만들어주는 나무라고 생각할 뿐이었고, 가을 한자락에 삶의 여유를 과시하러 단풍 구경을 갈 때 새삼스레 아름답다라고만 칭하던 나무들입니다. 작은 화분에 화초는 키워보면서 아름드리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무탐독>은 이런 문외한의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와 상식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간혹 지나가는 여행길에서도 나무를 한번 더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적지를 찾게 되는 일정에도 그 마당에 있는 나무의 역사를 한번 더 들여다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