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복수 - 평균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가?
홍석기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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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속의 묵직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청계천 뒷골목 철공소, 소하리 자동차 공장,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구조조정, 명예퇴직.... 이것은 저자의 한 세상이다.

청계천 공고, 공장, 과외, 노조, 라스베이거스, 벤처 사업, 총리... 이것은 한세상의 한 세상이다.

삶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명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 삶이 흘러가는 것을 우리는 참.. 징그럽게 반항한다.

내 인생을 왜 이럴까, 내 삶은 왜 이럴까. 나는 왜 이렇게 기회를 놓칠까... 수많은 불만과 슬픔과 좌절이 삶의 대부분을 이루면서 지나간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면서도 어떤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미련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역할을 했음을 떠올린다.


한세상의 세상은 참.. 거지 같다. 그런데 한세상도 살려도 바득바득 악착같이 하는 것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 가슴이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아마도 이 가슴이 원하는 대로... 이것이 한세상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도전정신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누구나 다 삶에 대해 도전하는 마음은 있다. 그것을 모르고 넘어갈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것은 그 사람의 무의식이 갖고 있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한세상이라는 이름보다 '미친놈의 새끼'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지는 한세상의 삶을 쫓아가다 보면 갑갑한 마음뿐이다. 그런데 이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먹고살기 때문에 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도 나의 생활여건은 나아지는 게 없다. 못 배워서, 기술이 없어서, 눈치가 없어서. 인맥이 없어서.. 여러 상황이 나를 주저앉게 만든다. 그래도 어째.. 살아가야지. 왜냐고?? 그냥 살아야지..

가장이어서 살아간다는 것도, 엄마라서 살아간다는 것도 어쩌면 나를 위로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살아가야 하니까 살아가는 거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가는 대로 적응하고 살아가는 게 삶이다.


한세상이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삶을 들여다본다. 농사를 짓고 지지리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버지를 벗어나서 한세상은 세상 속으로 발을 디딘다. 가진 게 없는 놈이 참 열심히 살았다. 때론 공장 뒤편에서 두들겨 맞아가면서 때론 나이 들어 쭈글 대는 여인들과 시시덕거리면서 또 때론 배워서 써먹기 위해 독한 마음으로 한 세상을 살아간다.


소설 속의 한 세상은 우여곡절도 겪고, 노력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가장 밑바닥의 인생부터 가장 위의 인생까지 경험한다. 돈이 없어 부모 땅을 팔아먹었던 한세상이 한 나라의 총리까지 올라가 보고, 주변인들에게 찬사를 받는 그러한 위치까지 올라간다.

소설 속에서의 에피소드는 참 허황스럽다. 어이없음도 있다. 이 전개는 뭐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상황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독백처럼 내뱉는 인물의 모습은 예전 구닥다리 시절의 사람들 같다.

뭐..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찾아낸다면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를 잘 파악한 것이겠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듯한.. 읽으면서 거북한 점은 여전히 남는다. 이것도 저자의 의도일까???


저자의 전공이 5가지나 된다는 소개 글이 없었다면 좋았겠다. 전공이 5개나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그것을 한정된 글 속에 녹여내려니 버겁다.

그래도 한세상이 한 세상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공감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사람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네가 판단 받을 지니라."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그들을 대접하라"


웃기는 개소리.

새빨간 거짓말.

와우... 이런 통쾌함..


...오늘만 잘 살기로 했어. 매일매일, 오늘만 잘 살기로 했지. 내일은 없어. 내일은 몰라. 내일은 생각하지 않는 거야. 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한 논리인가? 논리인가 감정인가, 생각인가 마음인가?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오늘만 살면 되는데. 그리 생각하고 결심하니 모든 게 쉬워졌어. 간단해졌어. 글을 쓰든, 사람들 만나든, 밥을 먹든 오늘만 충실하면 되고, 지금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지. 무엇을 하든 그래. Carpe Diem~!!...

억지로 하지 말자. 한세상의 삶은 억지로 하는 것이 없었다. 때론 부당하고 억울해 죽을 지경이라도 억지로 하지 않았다. 삶이라는 것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억지로 하지 않고 내가, 내 가슴이 동하는 대로 가는 것이 삶이 아닐까? 비록 후회할지언정 그 후회가 또 다른 나의 삶의 하나로 남는 게 아닐까?

한세상이 말하고자 한 한 세상의 의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한세상이 이렇게 말했다.

"너무 열심히 살았다. 이제부터 적당히 살자.자유롭게 천천히..."

얼마 후 나도 이런 말을 하면서 모든 악바리 근성을 내려놓겠지?? 그런 나는 참 잘 살았다고 나를 토닥여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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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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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생존자예요"

600페이지가 넘은 두꺼운 이 소설의 정점을 이루는 문장이다.


옛날 영화 속에 나올법한 작은 마을. 마을 사람들은 똘똘 뭉치고, 어느 가정의 비밀이 비밀이 될 수 없는 그런 마을.

하키라는 중심체가 없었다면 이 마을은 무언가조차 일어나지 않는 깊은 침묵과 고요 속에서 존재조차 희미한 마을...

베어타운의 모습이다.


마을 전 주민의 무조건적인, 그리고 그냥 당연한 듯한 하키 구단을 중심으로 마을의 모든 이야기가 일어난다.

<우리와 당신들>은 베어타운에서 일어났던 사건 이후의 마을 모습이다.

어느 날 한 여자아이가 성폭행을 당한다. 그것도 온 마을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열광하는 하키단의, 하물며 그들의 영웅이라는 남자아이에게 말이다.


마을은 침묵을 선택했다. 무관심을 선택했다.

전적으로 나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그런 침묵으로 도피를 했을까?

나의 식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때로는 그저 이웃이기 때문에 그냥이라는 이유로, 또는 내가 살아가는 것이 먼저라는 이유로, 범죄는 표면 속에 묻힌다.

그 속에 남아있는 모든 것을 그냥 그렇게 덮어버린다.


하지만 그 속에 치열하게 살아남는 이는 분명히 있다.

남아있는 자들과 떠난 자들. 방관하는 자들과 부딪히는 자들, 마을 사람들은 늘 치열하게 싸운다

나와 너. 나와 그들. 그리고 나와 조직들은 늘 치열하다.


무너지는 마을에서 하키 구단의 존재는 마을 그 자체이다.

베어타운과 헤드. 그들의 맞섬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이고 진실과 이익의 이야기이다.

베어타운에 나타난 새로운 코치와 하키 단장. 그리고 베어타운 하키팀의 선수들은 치열하게 맞선다.

사람들의 어긋난 시선과 불편한 시선들과 치열하게 맞선다.


베어타운의 사람들은 어찌 보면, 잘난 사람들이 정해놓은 룰에서 본다면 루저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했지만 내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단장. 성범죄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더 따가운 시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마야,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부끄러운 아나, 하키 주장을 맡을 자질을 가졌지만 타인과 다른 성 정체성 때문에 공격을 받는 벤이. 그리고 최고의 실력을 가진 최고의 말썽꾼 비다르.


이들의  모습은 잔잔하다.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

그들을 이해하지만 그들이 부딪히는 일상이 아프다.

루저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이들은 결코 루저가 아니다.

이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악착같고, 지독한 모습은 아니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누군가의 피해로 또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우리는 나와 당신들을 기억하게 된다.

비록 이어지지 못한 사랑이라고 해도, 비록 거머쥐지 못한 우승이라고 해도 나는, 그리고 당신들은 그 시간, 그장소의 사람들과 그 느낌을 그대로 기억할 것이다.

결코 잊지 않고 그들이 말하고 싶어 했던, 하고 싶어 했던 것을 묵묵히 같이 지니고 같이 기억하게 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그 분주한 소란과 이기심이 참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피하고 싶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더러워도 걸어가야 하고, 지긋지긋해도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 말이다.


사랑이 아름답게 남아줬으면 좋으련만. 어디 내 맘처럼 그렇게 되나.

사람 일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어느 일이 어느 때에 기쁨으로 나타날지 슬픔으로 나타날지..


때론 너희들은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냐고 묻고 싶다. 왜 그렇게 멍청하게 당하냐고..

아니. 이들은 당하는 게 아니다. 이들 나름의 방법으로 버티고 헤치고 나간다.

불편하고 아픈 마음을 가진 독자는 이들의 여정을 내내 쫓아가게 된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깊은 한숨 속에서, 그리고 갈등 속에서 이들이 가슴속에 간직하는 그 단단함을 보게 되면서 독자는 비로소 웃게 된다.

울면서 웃는.. 딱.. 그 모습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느 곳을 가던지 이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세상에서 배척을 받게 된다고 해도 이들은 다시 꿋꿋하게 생존해 나갈 것이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에요. 생존자예요"


독자들은 이 말의 여운을 오래 느낄 수밖에 없다.

생존... 그 지독한 악랄함 속에서 생존했다.

그래서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따뜻함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무 말도 필요 없이. 그저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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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사용설명서 - 내 삶을 사랑하는 365가지 방법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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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을 잘 보내야겠다는 새해 다짐을 시작한 것이 벌써 1개월이 지나간다.

이런 다짐을 몇 년을 반복하고, 번복하고  다시 마음먹기를 해왔는지 슬쩍 민망해진다.

 

어느 날 문득 떠올린 나의 다짐이 어떤 것이었더라?는 생각이 들 때쯤 우연히 신간 한 권을 접하게 되었다.

작가 김홍신 님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제자들에게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공감할 수 있고 화두가 될 만한 가볍고 짧은 글"을 날마다 하나씩 써보라는 과제를 내주며 자신도 함께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덧 1년을 채웠다는 책 소개 글이 눈에 띄었다.

"작가 김홍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궁금한 책이지만 무엇보다 1년 365일을 매일 글을 적었다는 그 상황과 진득함에 궁금했다.

과연 작가는 어떤 공감을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어떤 이야깃거리를 매일 꺼내볼 수 있는지를 말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일매일의 기록에는 작가의 삶과 생각, 인생관 또는 여러 분야의 관심과 철학이 있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이라기보다는 글을 써 감으로써 나를 다시 생각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할까?

길지 않은 글이라 읽기 쉽고. 전문적인 철학이나 지식을 언급하지 않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샘을 청소할 때는 바가지로 물만 퍼내기만 하면 안 된다. 마구 휘저어서 바닥의 흙을 일으켜 구석구석에 가라앉는 미세한 오물들을 걷어내야 비로소 맑은 샘이 된다.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게 마음공부요, 마음을 청소하는 건 사랑이고 용서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바로 그때가 마음 청소를 할 때이다.(-들여다보고 청소한다 중에서)

 

살면서 마음을 정리해야 할 때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일까. 좌절했을 때? 아니면 잠시의 여유를 느낄 때?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와의 갈등으로 지쳤을 때??

작가는 마음이 복잡할 때, 그때가 마음 청소를 할 때라고 했다.

청소는 습관이다. 매번 쓸고 닦고, 정리하고.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매일 일어나서 움직이면서 하는 것이 청소이다.

이런 청소를 마음 청소에도 습관처럼 쓸고 닦으면 마음을 늘 개운하게 갖고 있지 않을까? 마음이 개운하다면 복잡할 일도 적어질 때고 원망과 갈등도 적어지지 않을까?

 

...(중략) 참으로 신기하게도 우리 뇌가 마음의 쓰레기를 버리기 어려운 걸 알고 건망증이란 걸 생성해낸 것 같다. 건망증이 잦으면 '에라, 내가 버려야 할 게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건망증 중에서)

건망증이 생겼다고 실망하고, 더 늙어가는 아닌가라는 좌절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일 것이다. 민망함에 가볍게 얘기를 하면서 넘어가는 때도 있겠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어감을 서글프게 여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망증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가는 색다른 생각을 보여준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건망증이 생활의 불편함을 주는 증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때론 내가 움켜쥐고 아등바등 가진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그런 의미로 말한다.

아.. 그렇구나. 살아온 날이 많으면 쓸데없이 쌓여있는 한 조각의 미련, 한 조각의 원망, 또는 한 조각의 욕심이 있겠구나.. 무엇인가 잊어버린다면 그것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한 그 무엇이 아니겠구나..

그래.. 증상의 슬픔보다는 또 다른 나를 한 번 정리하는 그런 것으로 보면 좋겠구나..

시선의 다름을 생각해보게 한다.

 

<하루 사용 설명서>는 무심코 지나는 일상의 소소함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던 생활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를, 또는 세상의 이야기를 작가는 한번 더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깊이를 짚어본다.

 

산다는 것이 참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매일매일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남들의 평범함이 때론 나에게는 큰 사건이 되고,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정답이 없지만 정답을 찾기 위해 매번 고민하는 것이 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좋게좋게 좋은 방향의 결과를 얻게 된다면 삶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겠냐만. 결코 이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좋게좋게를 찾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하루 사용 설명서>를 가볍게 읽어가면서 그 속에서 또 다른 삶의 결과를 미리 생각해보게 한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방법도 사는 방법이고. 저런 방법도 정답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쉬운 것은 결코 없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돌리면 그 쉬운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짜증 내던 원인을 조금은 다르게 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가지고 있던 욕심을 조금을 덜어내려는 노력을 스스로 해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고민스럽고, 여전히 불만에 쌓여 살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더 멀리 보는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지도 모르겠다. 작은 변화.. 이것을 얻을 수 있어서 스스로 다행이라고 여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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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3 - 진실의 문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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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에서 만난 하딘은 잔인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롭게 시작하려는 테사에게 하딘이란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거운 남자이다.

표현하자면 순진하고 고루한 테사에 비해서 하딘은 모든 것을 섭렵한, 모든 욕망의 정점에 다다른 남자이다.

사랑에 서툴고 표현에 서툰 테사와 하딘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르겠다.

키스만으로도 두근거림과 황홀함에 빠지는 테사에게 섹스가 우선인 하딘의 표현은 감당하기 힘든 그 자체이니까.


하지만 하딘은 정말 미숙하다 못해 영혼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어린 시절 친부의 잘못으로 겪었던 자신과 엄마의 고통은 하딘의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하딘이 여자를 대하는 방식은 너무 가볍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분노와 상처를 그렇게 해소하였는가 보다.


첫 경험의 황홀함. 부끄러움, 그리고 기대감은 3권 진실의 문을 지나면서 독자들에게 밝혀진다.

충격이다.

정말 충격이다.


사랑? 욕망?

차라리 욕망이라 부르자 그게 낫겠다.


애프터 3. 진실의 문을 읽는 독자들은 호불호가 분명해질듯하다.

사랑과 욕망 딱 두 가지의 표현을 놓고 본다면 나는 욕망이라고 하고 싶다.

욕망에 먼저인 두 남녀가 그 욕구를 먼저 채우고 그다음을 수습하는 그런 미숙함의 존재들이라고 하고 싶다.


그 악랄한 하딘의 행동 앞에서 테사는 어떤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소설 속의 인물에 동화되어서 그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테사의 그 사랑을 감히 표현할 수가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 하딘을 마구 욕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 속의 테사의 입장에서는 그런 짓을 벌인 하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테사의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찌른다.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어디까지 허용이 되고,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수많은 사랑 이야기를 읽어오면서도 이렇게까지 극과 극을 표현하는 소설은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사랑하고 상처 주고 때론 보듬고 때론 분노하는 그 모든 사랑의 일정이 예상된다.

하지만 애프터 3의 하딘과 테사의 사랑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들이 서로에게 내지르는 사랑의 말과 의미와 몸짓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던져댄다.


숨이 막힌다.

독자는 뻔히 알고 있는데 그것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시선은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반면 다른 의미로 본다면 이렇게 지독한 사랑이 어디까지 깊어질는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하딘과 테사, 두 주인공은 미숙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결코 이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가정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아내와 아들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하딘의 친부가 있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사랑을 찾은 친부와 그의 새 아내가 있다.

그들 사이에서 그나마 온전하고 표현되는 랜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지독한 집착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테사의 엄마가 있다.

자신의 불행한 삶을 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욕심뿐인 엄마이다.


사람 하나하나를 놓고 본다면 자신의 가슴속에 꽁꽁 숨겨놓은 사랑에 대한 갈망, 사람에 대한 간절함,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기 바쁜 어리숙한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나 그런가 보다.

다 잘나 보이고 성공해 보이고 때론 멋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그들 하나하나는 또 다른 형태로 미숙한 존재이다.


미숙함이 완성된 인물이 되기까지는 사랑이라고 한다.

좋게좋게 설명하고 싶다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

테사와 하딘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 있는 이들은 사랑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분노로 표시를 하던, 욕망과 섹스로 표시를 하던 결국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너와 나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이것이다.


뜨겁다.

이 책은 한마디로 뜨거운 책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갈 때만 다 분노로 뜨거워지고, 그들의 뜨거운 숨결로 뜨거워진다.

이런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


당장의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사랑하는 이와 뜨거움을 나누고 싶다. 그런 책이다.

마음껏 표현하는 것. 이것이 참 부럽다.

이해를 하다가도 다시 절망에 빠지는 하딘과 테사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래도 이들을 끝까지 보고 싶다.


독자의 바램이라면 그 구구절절한 싸움 끝에 서로를 보듬어 가겠지만.. 음... 3권까지의 하딘의 행태를 본다면 아직도 멀었다.

더 지독하게 버림받고, 더 지독하게 울어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태자면 지금의 사랑에 행복해하는 하딘의 친부를 벌주고 싶다.

자신이 버리고 간 아들과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용서를 빌고 싶다면 말이다.


책을 덮고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떠올려야 했다.

그토록 이들의 사랑은 벅차다. 감히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벅참과 숨 막힘이 크다.

4권을 기다려야 하는데.. 아주 큰 심호흡을 하고 4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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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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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을 상상하면 쓸쓸함. 외로움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뒷모습만으로도 따뜻함과 흐뭇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의 표지만 보더라도 한 컷의 그림으로도 충분히 따뜻함을 느낄 수 있죠.


행복을 전하는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 중인 박지영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이 그런 따뜻함을 독자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정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받기도 하지만 길도 보이지 않는, 풀이 무성한 길을 무거운 발길로 걸어갈 때가 많습니다. 겨우 길을 찾았다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풀들, 나무들이 길을 덮다시피해서 온몸에 생채기가 나기도 하죠.

이런 정글 같은 매일을 견디는, 응원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마음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행복을 전하는 그림은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행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그것도 동물의 뒷모습뿐인 그림에서 따뜻한 미소가 저절로 맺힙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누렁이의 뒷모습, 빗방울이 맺힌 창가에 올라앉아 잿빛 하늘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뒷모습, 흩날리는 꽃잎과 나뭇잎과 눈송이와 비눗방울을 올려다보는 얼룩 고양이의 모습...

뒷모습으로 이런 따뜻함을 얻을 수 있었음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참 무섭고 매서운 세상입니다. 그 속에서 매일매일 긴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역시 매섭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감성, 본성은 늘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때론 혼자여서 두려운 마음도 있고, 때론 좌절에 빠진 기운 없는 날도 분명 있겠죠.

실수를 해서 부끄러운 날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고, 가식에 빠진 사람과 맞닿아야 하는 불편함도 느끼고 있을 겁니다.


<나는 네가 좋은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의 친구들은 독자들이게 이렇게 전합니다.

걱정하지 말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 마음이 따뜻할 수 있게, 늘 나의 편이 되어 준다고 합니다.


변함없이 내 편이 있다는 것..

참 큰 선물이겠죠? 변함없이라는 그 든든함이 뒤에서 내 모습을 바라봐 주고 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용기를 낼 수 있고, 기운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뒷모습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많은 느낌과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의 스토리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제목 그대로 행복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구구절절한 긴 말의 위로보다 이렇게 짧은 그림 한 컷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입니다.

어제도 많은 고민이 있던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따뜻함에 바짝 예민하던 날카로움을 잠시 무디게 만들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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