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 내 멋대로 읽고 십대 2
박균호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독서만담'의 저자 박균호 님의 책이라서 읽게 되었다.

나는 박균호 님의 유머러스함이랄까, 재치발랄함을 높이 사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런 유머코드로 무장했을 줄로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재미있지만 유머러스하지는 않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책의 곳곳에 유머코드가 포진해 있어서 배꼽을 쥐게 하는 게 아니라,

탄탄한 필력을 장작하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고전을 바라보는 지혜를 제시하고 안내하기 때문이다.

 

일단 책표지부터 재미있다.

어린시절 종종 하고 놀았던 뱀사다리 게임의 형태를 취한다.

뱀사다리게임은 주사위를 굴려 가고 싶은 곳으로 고속도로를 탈 수도 있고, 뱀꼬리를 타고 추락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의 겉표지는 뱀꼬리처럼 추락하는 것은 없지만,

주사위를 굴려 37권의 고전 중 읽고 싶은 고전을 선택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고전이지만)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방법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신선하다.

책 날개 안쪽을 보면 '고전과 고전 읽기의 틀을 깨는 색다른 독서 가이드'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고전은 많았고, 많고, 많을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고전이 존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많은 고전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정해진 방식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재미없다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남들이 떠받드는 책이라 해도 읽을 필요가 없다. 의기소침할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맞는 고전을 '아직' 찾지 못한 못한 것뿐이니까.

 

이 책에 나오는 37권 중 안 읽은 게 7권, 읽었으나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창시절 다이제스트로 읽은 것까지 합하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를 안 읽는 것은 나랑 똑 같았고,

난 역사서는 읽어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역사서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분석해내는 것도 흥미로웠다.

 

암튼 그동안 '독서만담'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쓸 수 있었던 내공의 근원을 짐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글을 써내려가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문장을 배치하는 기술도 멋지다는 생각이 곳곳에서 들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생님이어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그의 내공이 축적된 결과물인것 같다.

조곤조곤, 찬찬히 써내려가면서도, 강조할 말은 마지막에 다시 한번 정리해주는 방식이 참 좋았다.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방식을 취한 의도를 짐작할 수 있겠고,

이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이 책은 '읽기는 싫은데 왜 읽는지는 궁금하고 다 읽을 시간은 없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나처럼 독서에 관심은 있지만 고전 읽기는 등한시했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아울러 무릇 고전은 '그런 것이다', 책읽기는 '그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빠진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탈피하여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겠지만 지혜와 교양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그의 전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개(인)취(향)을 말하자면 가장 좋았다.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그동안 박균호 님의 책들에 열광을 한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의 창의적인 책 읽기와 나의 독특한(?) 책읽기가 결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창의적'이라는 부분이 유머와 재미라는 것으로 발현된 것이고 그게 나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편을 인용한 부분을 재인용하면서 이 글을 끝맺어야겠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야. 이 책을 읽은 어느 해외 독자가 찬 충고를 너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어.

"만약 네가 고통 속에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공포에 떨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가 행복하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게 시간이 난다면 이 책을 읽어라. 만약 네게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을 읽어라."(181쪽)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18-12-11 23:20   좋아요 4 | URL
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비평을 참 쓸데 없는 짓거리라고 생각을 했어요. 글 쓴 사람이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의도와 생각을 평론가들 머리속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비평이라고 믿었거든요. 양철나무님이 쓴 제 책 리뷰를 보니 그동안의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줌의 혈액으로 그 사람의 몸 전체를 분석 할 수 있듯이 한 편의 글로 작가의 내면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요. 맞습니다. 저는 학생부장이지만 조근조근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을 좋아합니다. 말이 그렇다보니 글로도 그렇게 표현이 되었나 봐요. 함박눈이 오네요. 산골학교의 관사 조그마한 방의 아랫목에서 누워있어요. 문득 일어서서 창밖을 보니까 여학생 몇 명이 눈장난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따뜻한 것이 좋은데 저 아이들은 눈장난을 치는게 즐거운가 봅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나서 양철나무꾼님의 따뜻한 글을 읽었습니다. 함박눈을 그저 아름답게만 볼 수 있는 여유가 양철나무꾼님에게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12-11 22:50   좋아요 0 | URL
요즘 읽게 되는 책들이 죽음이나 삶의 허망함 등 슬프고 우울한 정서의 것들이 많아서 요번 책도 유머 코드가 빵빵하게 탑재되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요번 책은 그간의 책들이랑은 좀 다른 의미로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음~, 그리고 한편의 글로 님의 내면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동안 님이 쓰신 책들을 모두 읽었고 님의 책 속에 등장하는 책들이 제가 읽은 책들이랑 제법 겹쳤고, 소개해 주신 안 읽은 책들은 찾아 읽는 등 노력을 좀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시키는 방법이 ‘부처님이 웃으니 가섭이 웃는다‘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저같은 범인은 조곤조곤 설명하는듯한 글쓰기가 차선인듯 합니다.
암튼 이렇게 따뜻한 댓글이라니 아랫목을 선물 받은 듯 황송할뿐입니다. 고맙습니다~^^

북극곰 2018-12-12 10:30   좋아요 1 | URL
두 분의 아름다운 댓글, 대댓글에 감동합니다. 저도 따뜻한 아랫목에 앉은듯 푸근해지네요. 저도 읽어 보겠어요! ^^

양철나무꾼 2018-12-12 14:13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 저자 분이 직접 찾아 주셔서 따뜻한 댓글을 남겨 주신게 감사할 일이지,
제 덧글은 보잘 것 없지요.
저는 늘 엄청 감동을 받으면서도 마음을 전하는 일이 서툴러서요,
그 감동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북극곰 님께서 푸근함을 느끼셨다니 다행이예요.
저 책은 음~~~~,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2018-12-1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2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4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