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다리느라고 D도넛에 들어가 앉아 있는데,
조금 후 예닐곱 살 먹은 사내 아이와 여고생, 사내 아이의 엄마가 요란스럽게 들어왔다.
셋이 도떼기 시장을 안고 들어오는 듯 시끌벅적하였다.
'으앙~' 우는 아이를 향하여 빨리 빨리를 외쳐대고 있었다.
"빨리 김밥 먹으러 가야 하니까 아무거나 대충 먹자."
잠시 후 시킨 음료가 나오자, 음료를 보고서야 아이는 좀 잦아들었다.
"빨리 먹어, 시간 없단 말야."
종주먹을 들이대는데, 아이가 시킨 것은 핫코코아였다.
급기야 보다못한 여학생이 자신의 음료에 있던 얼음을 슬쩍 빼서 아이의 것에 넣는다.
"너무 잘해주지 마"
예닐곱살의 사내아이를 가리키며,
"특히 남자한테는......배려하는 게 아냐."
난 속으로 '아동학대 신고센타' 같은 게 없나 머리를 굴리며, 아즘의 오지랖을 발휘해 계산대로 가 컵 케리어를 하나 얻었다.
그대로 놔두었다간 꼬마의 입이 다데일 것 같았다.
한쪽에 아이의 핫코코아를 담고, 또 한쪽에 여학생의 얼음 음료를 넣어 여학생의 손에 쥐어주었다.
"엄마가 드시고 싶은 김밥을 먹으면서 코코아 먹으면 되겠네."
아이의 손에 두부과자 한봉지를 들려 내보냈다.
엄마는 어쩜 아이에게 아이의 아빠를 투사한 것은 아니었을까?
비록 데일 정도로 뜨거운 핫초코를 들이대긴 했지만,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음료를 사주는 성의를 보이고 있고,
어찌보면 아이 엄마는 아이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밥을 먹은 후 커피집을 찾았다면, 엄마는 좀 넉넉해질 수 있었을까?
최근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구입하고 읽지 못해서 책장에 꽂히지 못하고 방 한귀퉁이에 덩치로 쌓인 책들.
적어도 이 책들의 반은 읽을 때까진 새 책을 구입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 동네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리며 신간 마실을 다닌다.
실은 내가 안 읽은 책을 덩치로 쌓아두고 신간 마실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루신P님이 달아주신 댓글 때문이다.
좋아하지 않는 독서에 저는 일부러 시간을 쏟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는 나름 단호해요. 푸훗. 양철댁님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길~ 세상사 신경 쓰는 일도 많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도 잘 없는데 나름 인생에서 조그마한 사치인 독서마저 세상사에 휘둘리며 읽는다면 완전 우울이죠. 좋아하시는 독서 많이 하세요. (이하 생략)
난 책을 제외하곤 지극히 검소하고 소박한 소시민이다.
뭔가, 하나를 향하여 사치스러울 수 있다면 그게 책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사치 운운하며 구입하려는 책은 바로 이 책이다,ㅋ~.
상상목공소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