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쟁점으로 읽는 20세기 한일관계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8
정재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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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깝지만 먼 이웃 일본! 지구상에 있는 나라들 대부분이 이웃나라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중국과 베트남 사이, 영국과 프랑스 사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웃나라끼리는 사이가 좋지않다. 그 중에서 한국과 일본 만큼 상대국을 싫어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특히 광복 이후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더 없이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갈등의 뿌리를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일관계는 언제부터 이렇게 뿌리 깊게 불신의 늪을 헤메고 있었을까?

  20세기 한일관계의 실타래가 본격적으로 뒤엉퀴기 시작한 것은 식민지배였다. 일본인은 한국인을얕잡아 보게 되었으며, 한국인은 일본인에게 깊은 원한을 갖게 되었다. 일본이 만들어 놓은 식민사관과 식민지 노예교육은 한국인들에게 식민지 노예 근성을 만들어 놓았다.


 "한국이 일본과 공식적으로 교전한 적이 없고, 독립 운동세력이 국제 사회의 정식 승인을 받으납도 없기 때문에 ... 일본은 배상할 의무가 없다."(60쪽)


  이말은 보수당 국회의원 정00이 한 말이 아니다. 일본의 보수파들이 한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보수당 국회의원이 한 말과 너무도 비슷하지 않은가? 공주의 친일파 집안에서 자라난 정00의원은 식민사관의 세례를 충실하게 받았다. 식민지에서 벗어난지가 80여년이 되어가는데 우리는 식민지 노예 근성을 버리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념과 체제면에서 남한은 일제시기와 단절적인 혁명을 거쳤다면, 북한은 정치, 경제의 근본에 관련된 이념이나 가치등에서 일제와 연속된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친일 청산을 했는데, 남한은 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인데 '20세기 한일 관계사'의 저자 정재정은 인적 청산보다는 이념과 체제, 정치, 경제적 관점에서 신선한 지적을 한다. 남한과 일본은 일제 말기의 대척점에 있는 미군의 통치를 받은 반면, 북한은 일제 말기와 친연성이 강한 소련군의 통치를 받았다. 일제의 전체주의적 통치는 북한 공산정권에 의해서 전체주의 공산국가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참으로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6.25 전쟁 중에 일명 '모셔가기' 계획에 따라서 남한의 지식인들을 북으로 끌고갔다. 민족주의 역사학자를 끌고갔고, 그들의 학설이 북한의 정설이 된 경우가 많다. 악질 친일파를 청산하고 항일의 역사를 가진 그들이지만, 그들은 모든 역량을 전쟁에 쏟아 붓는 일제 말기의 통치 시스템을 지금도 구사하고 있다. 그들은 일본을 싫어하지만, 6.25전쟁을 일으켜 기아에 허덕이는 일본이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가장 반일적인 정권인 가장 친일적인 행동을 했다. 조선민족을 강조하는 그들이, 민족의 가슴에 총뿌리를 겨누며 증오의 마음을 불타게했다. 

  6.25 전쟁은 일본에 있는 재일동포에게도 상처를 주었다. 조련계통은 일본전쟁 개입 반대, 군수물자 생산 및 수송 협력 반대 투쟁을 하며 화염병을 투척하기도 했다. 그에 반해서 민단은 700명의 의용병을 모집하였다. 그들은 한국군에 편입되어 전투에 참가했다. 이러한 역사가 있었는지 우리는 몰랐다. 외국 군대가 공산주의 침략에 대항해서 군대를 파병했다는 사실은 알았을지라도, 재일동포가 의용병을 모집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다. 6.25전쟁으로 재일동포 사회가 다시한번 분열되었고, 그들이 의용병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므로서 재일동포에게 2번의 상처를 주었다. 

  식민지배로 시작한 20세기 한일관계는 광복후에 일본을 배워 일본을 따라잡으려는 피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적대 추월할 수 없을 것 같던 일본은 추월하기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소니를 추월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웨이퍼 밑으로 파고도는 트랜치 방식을 구사하는 일본과는 달리, 쌓는 스택방식을 개발함으로써 일본 반도체를 추월해다. 식민지배를 받으며 일본보다 열등하다는 자괴감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가, 이제는 일본을 추월하며 그들을 애처럽게 바라보고 있다. 이제 20세기 초엽의 한일관계는 역전되고 있다. 이후의 역사는 과거의 역사와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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