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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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를 통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소식을 접하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들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특히 국제분쟁 전문 PD 김영미의 "중동백과사전"은 생생한 현장성이 살아 있어 재미와 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코너였다. 서가에서 김영미 PD의 책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책을 펼쳤다. 처음 나의 눈에 들어온 나라는 레바논이었다. 그런데, 최근 폭발 사고가 일어난 베이루트가 책속에 소개된 레바논이라는 사실을 책장을 한참 넘긴 다음에게 머릿속에 떠올렸다. 분명, 김영미 PD가 자세히 설명해준 베이루트 폭발사고를 머릿속에 담고 있었는데, 책으로 만난 베이루트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뉴스를 통해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은 조각난 상태로 파편이 되어 나의 머릿속을 떠돌뿐, 하나의 지식으로 머릿속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파편화된 정보를 하나의 지식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다읽기로 마음 먹었다. 


1. 강대국의 욕심은 끝이 없다. 

  분쟁이 일어나는 지역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가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분쟁이 일어나는 원인도 다양하지만, 상당수는 강대국들의 욕심이 분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그 사례 두가지를 살펴보자. 

  '블랙 위도우(Black Widow)'를 아는가? '어벤져스' 스리즈에 미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매혹적이면서도 악당들을 유연한 몸놀림으로 제압하는 강한 여성 전사이다. 그런데, 현실 속의 '블랙 위도우'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이다. 사랑하는 이의 원수를 갚고자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는 슬픈 존재이다. 2002년 10월 23일, 체첸군이 모스크바 돔쿨투리 극장에 난입하여 "러시아군의 일주일 내 체첸 철수"를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러시아는 마취제를 사용해서 인질로 잡혀 있던 민간인을 포함해서 체첸 '자살 특공대'를 제압했다. 50여명의 체첸 '자살 특공대' 중에는 19명의 여성 시신이 있었다. '검은 미망인(Black Widow)'이라 불리는 여인들이었다. 러시아군에게 가족과 남편을 잃은 '블랙 위도우'들은 원수를 갚기 위해서 '자살 특공대'가 되었다. 

  소련이 붕괴했지만, 러시아는 체첸의 독립을 허락하지 않았다. 체첸 국경 지대인 캅카스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의 180억~35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기에 러시아는 체첸을 놓아 주지 않았다.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석유를 비롯한 다아야몬드 등의 갑비싼 광물들이 많은 나라들은 강대국들에 의해서 저주를 받는다는 말이다.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과 분쟁에 고통받는 나라들이 많다. 이들 나라들은 '자원의 저주'를 받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풍부한 지하자원을 지킬수 없다면, 풍부한 자원은 오히려 재앙이 된다. 체첸의 풍부한 석유와 가스가 체첸에게는 행복을 주기보다는 러시아의 식민지배라는 고통을 가져다 주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지하자원도 풍부한 러시아의 욕심은 끝이 없다. 999석을 가진 부자가 1000석을 채우려 가난한자의 1석을 빼앗으려는 모습을 국제 사회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도 자국의 욕심을 채우는데 혈안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사담 후세인은 '중동의 헌병'이라 불릴 정도로 친미적인 사람이었다. 미국을 대신해서 이란과 대리전쟁도 치뤘으며, 미국은 이란의 병력 배치를 인공위성으로 찍어 후세인에게 알려줄 정도로 미국과 후세인의 관계는 돈독했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할 때도 이라크 외교관이 미국 외교관에게 침공여부를 물었다. 미국은 "그건 당신들 일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것을 후세인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해도 미국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했다. 결국 걸프전쟁이 일어나 이라크는 경제제제를 받았다. 아버지 부시에 이어서 아들 부시도 이라크를 침공해서 후세인은 제거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강대국의 외교정책이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한 업보가 있기에 미국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쿠르드족 문제를 떠올리면 미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영국의 처칠이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을 좌절시키기 위해서 독가스로 쿠르드족을 죽이기도 했으며, 후세인이 독립운동을 하는 쿠르드족을 독가스로 살해하기도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때는 물론이고, 미국이 IS를 제거할 때도 쿠르드족은 미국을 믿고 이라크와 IS를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벌였다. 여성들 까지 전투에 참여할 정도로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미국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것은 쏟아 부었다. 그러나, 미국은 연이어서 쿠르드족을 배신했다. 약속했던 독립국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강대국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약자를 배신하는 것을 너무도 쉽게 생각한다. 

  '세계를 만나는 시간 NOW'에 출연한 쿠르드족 출신 기자 알파고 시나씨는 미국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버림받는 쿠르드족을 "막대기"에 비유했다. 필요할 때 강대국의 적을 때리는 막대기로 상요하다가 필요가 없으면 언제든지 버림받는 "막대기"가 바로 쿠르드족이이다.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의 잘못이지만, 두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못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쿠르드족은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강대국들에게 수차례 이용만 당하고 있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강대국의 외교정책을 우리는 반면 교사로 삼아야한다. 서울시 광장에 성조기와 태극기, 심지어는 이스라엘기를 가지고 시위하는 철없는 노인들이 있다. 미국의 비위만 맞추려 간도 쓸개도 다 내어주려하는 철부지들이 있다. 이들이 냉혹한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날이 오길 소망해본다. 


2.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장 가까운 존재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팔레스타인에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마르라는 소년의 누나는 자살 폭탄테러를 일으키고 폭탄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졌다. 오마르는 자신의 누나가 너무도 자랑스러우며, 자신도 누나의 뒤를 따르겠다고 말한다. 김영미 PD는 오마르의 말에 너무도 놀란다. 


"나는 내 운명을, 아니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알아요. 난 한 명이라도 이스라엘 사람을 죽이라고 태어났어요"


  오마르는 너무도 일찍 철이들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축구하고, 부모에게 응석을 부려야할 나이에 철이들어버렸다.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알고, 자신도 그 운명을 따라가야하는 사실을 너무 일찍알아버렸다. 너무 어린 나이에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행복해야한다.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은 너무도 이른 나이에 자신의 운명을 알아버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극단 세력들은 갈등을 부추긴다.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부정부패를 숨기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 의해서 자식이 죽음을 당한 이스라엘 어머니에게 팔레스타인 어머니가 찾아가 위로했다. 얼마 후, 이스라엘인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소년이 시신이 되어 발견되었다.그 장례식에 자식을 잃은 이스라엘 어머니가 찾아가 위로했다. 자녀를 둔 어머니라면, 팔레스타인이든 이스라엘이든 자식 잃은 고통은 같을 것이다. 그런데, 피의 보복을 통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화해의 꽃를 피울 수는 없을까?

  죽음 곁에 살아야하는 사람은 팔레스타인 사람만이 아니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젊은이들 중에서도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아프가니스탕에 파견된 미군의 나이는 18살에서 23세이다. 김영미 PD가 군대에 지원한 동기를 묻자, "대학에 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전쟁에서 희생되는 존재들은 사회의 가장 약한 자들이다. 무기와 군수물자를 파는 부자들은 돈을 벌고, 가난한 자들은 시체를 내어준다. 미국은 모병제 국가이다. 군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돈이 필요한 가난한자들이다. 그들은 방금전까지 자신과 대화했던 전우가 시신이되어 돌아오는 것을 보아야한다. 그리고 자신도 언제 죽은 전우의 품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한다. 

  미국의 군인과 팔레스타인의 어린이들은 다 같이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미군은 죽음을 곁에 둔 댓가로 자신이 필요한 돈을 얻는다면,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죽음을 통해서 가족과 민족의 울분을 토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이들을 죽음 곁으로 내모는가?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개혁할 방법은 없을까?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사람들을 우리가 직접적으로 도울 방법이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바라만 볼 수도 없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들부터 해야한다. 김영미 PD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소개한다. 공정무역을 통해서 콜롬비아 초콜릿을 먹는 방법이다. 납치와 마약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는 콜롬비아에서 코카인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커피나무나 카카오나무를 재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우리가 콜롬비아 초콜릿과 커피를 마신다면, 마약관련 범죄가 줄어들 것이다. 나의 소비를 바꿔서 세상을 보다 안전하게 만든다면 해볼만한 일이지 않을까? 


 서울에서 체첸에 가는 시간과 서울에서 동티무르에 가는 시간 중에서 어느 시간이 더 오래 걸릴까? 체첸은 러시아 서쪽 끝에 있고, 동티무르는 동남아시아에 있다. 정답은 동티무르이다. 체첸까지 12시간, 동티무르까지 12시간 30분이 걸린다. 평면지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좌우는 멀게 느꼊지만, 위 아래는 가깝게 느껴진다. 지구는 둥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우리의 평면적 사고가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알된다. 국제 분쟁 전문 PD 김영미의 '세계는 왜 싸우는가' 세계를 평면적으로 인식했던 우리에게 입체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주고 있다. 알리의 죽음을 묻자 마치 눈앞에서 자신의 부모가 죽은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시야파이야기와 포르투갈지배가 계속되길 바라며 친포르투갈 성향을 드러낸 동티무르인과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바라는 친인도네시아 민병대를 이야기, 엄마폭탄이 터지면서 아기폭탄이 사방으로 튀어나와 수많은 살상자를 낳는 끔찍한 집속탄을 우리나라가 생산해 수출한다는 이야기들은 씁쓸하면서도 오늘을 제대로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 책에서 아쉬움은 있다. 전쟁이 없어지기를 바라며 분쟁지역을 누비는 김영미 PD의 노고는 감사하지만,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종교와 민족의 갈등 이전에, 강대국의 이익과 자본가와 군산세력들이 전쟁을 원한다는 사실을 김영미 PD는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을 없애려면 전쟁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자들을 먼저 없애야한다는 평점한 진리를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또한가지, 로잉야족 사태에 침묵하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서술하면서 "수치여사를 보며 민주화투사라도 정의를 제대로 보고 배우지 않으면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미얀마의 상황에서 아웅산 수치여사는 실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권은 군부가 장악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여사가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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