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잠 (양장) - 말문 틔기 그림책 말문 틔기 그림책
신혜은 지음, 장호 그림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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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준지 2주일이 다 되어간다.  처음 아이는 이 책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이 파스텔톤 - 그것도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 노랑과 고동색, 밤하늘의 푸른색 정도의-  으로 채색된 데다가 윤곽조차도 어렴풋하게 그려져서 전체적으로 뿌연 간유리를 통해서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글도 조용조용하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진다.  요란스런 의태어 의성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니다. '부비부비'라든가 '아아-함'하는 하품소리가 나오지만 청각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니다.  잠으로 빠져들게 하는 주문같은 소리일 뿐이다

그런 이유들로 우리 아이에게 외면당하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하더니 이제 잠자기 전에 꼭 두세번은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아이가 하품하는 장면에선 자기도 하품하는 흉내를 내고, 그림책 속의 아기가 엄마품에 안길 땐 아이도 내품으로 파고 든다. . 아이가 잠이 와서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동물들의 행동과 대응된다.  아이는 자기와 닮은 행동을 하는 동물들(고양이, 하마, 원숭이, 강아지, 달팽이, 나비)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한 번에 아이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하지만 아이를 끌어당기는 은근한 힘을 가진 그림책인가 보다.  그림책 속의 아이나 동물들이 자기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그림책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달님 뿐이다.  처음엔 조그맣고 빛도 약하던 달님이 장을 넘길 수록 크고 환해져서 마지막 그림에선 펼친 양쪽 화면 전부를 차지하다시피 커지고 환하다. 환한 달빛을 받으며 날아다니는 나비들과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이 정말 꿈 속 같다.  그림책 속의 아기는 달님이 커질수록 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림을 뿌옇고 흐리게 그린 것은 잠이 쏟아져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다보면 정말 졸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펼치면 아지랑이 처럼 잠이 피어나는 그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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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 - 공원지기 퍼시 아저씨 시리즈 1 공원지기 퍼시 아저씨 시리즈 1
닉 버터워스 지음 / 사계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겨울이 왔다.  추운 겨울밤에 아이들이랑 나랑 이불 속에 다함께 들어가 누워 읽던 그림책이다.  수채화로 맑고 담백하게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그림과 주인공 퍼시아저씨의 인자하고 너그러운 웃음이 마음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책이다.

첫애와 둘째애가 크면서 다른 그림책들은 차곡차곡 정리절차를 밟아 창고로 들어갔는데 이 그림책과 몇몇은 아직도 책꽂이 한구석에 당당히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퍼시아저씨가 통나무집 현관에 앉아 새들과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장면을 집에서 장난삼아 따라 그려보곤 했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은 학교 미술시간의 펜화 과제를 이 책의 그림으로 선택했었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인데도 이 책의 그림이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었나 보다.

퍼시아저씨의 직업은 공원지기다.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통나무집에서 산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 밤, 퍼시아저씨의 통나무집에 누군가가 찾아온다.  추위에 벌벌 떨고 있는 다람쥐, 토끼, 여우, 오소리와 오리, 고슴도치에 생쥐까지 차례차례 퍼시아저씨의 현관문을 두드리며 잠자리를 청한다.

우리의 마음씨 좋은 퍼시아저씨는 동물친구들과 함께 침대에 눕지만 동물들이 너무 많아 침대가 비좁다. 서로 밀고 밀치고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아수라장이다.  그 때 마루 밑에서 들리는 소리.. 누굴까? 괴물이 아닐까?

동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너무 순수하고 귀엽다.  어느새 다들 아늑한 자기만의 안락한 잠자리를 찾은 동물들과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내는 퍼시아저씨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겨울은 이래야 한다.  서로 따뜻함을 나누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 혹독한 계절이 되고 마니까.  12월이다.  가족들과 친지, 친구들과 송년인사라도 따뜻하게 나누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겨울에 다시 펼쳐든 퍼시아저씨의 이야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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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똥?
미야니시 타츠야 글 그림, 한수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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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소재로 똥이 인기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온갖 종류의 똥들을 그림책들 속에서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똥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  '똥'이라는 말만 듣고도 자지러지게 웃어대곤 한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경우가 아마도 아이의 배변습관 형성과 관련된 이야기 속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도 금붕어, 염소, 애벌레, 코끼리의 똥이 등장하고 아이가 건강한 똥을 누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그런데 금붕어 똥과 애벌레 똥을 그림책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그림도 검정색의 굵은 테두리선이 둘러친 단순화된 그림이라 오히려 아이들이 보기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하려는 것들이 강조가 될테니까 말이다. 

22개월이된 비니는 아직 배변훈련에 들어가질 않았다.  내가 너무 느긋한 걸까? 별로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래도 화장실 변기를 보면 자기도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 보다. (아기변기조차도 장만해주지 않았다)  괜히 쉬~쉬~하며 앉혀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앉히면 가끔 성공하기도 한다. 

따로 배변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가끔씩 그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배변훈련과 관련된 그림책들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특히나 배변훈련 그림책들 중에서 재밌어 하는 그림책이다.  얼마전에 다른 그림책을 보았는데 문장이 너무 길고 많아서 아이가 잘 보려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그림책에서 리듬을 타는 짧은 글과 단순한 그림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배변훈련에 대한 은근한 압박을 아이에게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엄마들은 고민이다. 그림책에게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해보긴 해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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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0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6-12-1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마음 느긋하게 그냥 기다리고 있어요. 때 되면 다 하겠지.. 하면서. ^^
 
괜찮아 꼬까신 아기 그림책 3
최숙희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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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라는 말, 참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좋은 말이다.  너무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고, 자로 재듯이 똑바로 앞을 보면서 완벽해 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어물쩡어물쩡 스리슬쩍 넘어가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그런 말인 것 같다.  아주 품넓고 따뜻한 깊이를 가진 말이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안되는 말이기도 하지만..^^)

여기 그림책 속에서 개미는 작아도 괜찮은 힘센 곤충이고, 고슴도치는 가시가 많아도 괜찮은 무서울 게 없는 동물이고, 뱀은 다리가 없어도 괜찮은 잘 기어다니는 동물이고.... 그림책 속의 깜찍한 여자 아이는 누구보다도 크게 웃을 줄 알아서 괜찮은 아이다.  

모든 단점을 덮어주는  한마디 말, "괜찮아"  22개월짜리 딸 비니에게 읽어주며 내 마음에도 새롭게 박힌 말이다. 

난 우리 아이들의 정말 괜찮은 점을 찾아주고, 갖고 있는 단점정도는 속상해하며 마음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열 가지 장점을 두고 한 가지 단점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누가 그랬더라? 사람의 장점과 단점은 서로 통하고 있어서 단점을 없애려 들면 장점까지도 사라져 버린다고. 

아이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줄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다.  장점을 찾아내는 눈을 갖게 해 줄 것 같다. 22개월 비니도 "괜찮아"라는 말의 위력을 알고 있는 걸까? 이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그림도 정감있다.  사자가 발에 고슴도치 가시가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그림을 보며 아이는 자기 손을 들여다보며 "아따거"한다.  동물들 하나하나에 입을 맞추고 그림책을 품에 안고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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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5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6-12-0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물론이지요. 자주 뵙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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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나라 시리즈는 처음 우리나라에 출판되면서부터 적지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정확히 언제였더라?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족히 10년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첫애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까.

그 때까지만해도 우리나라 그림책이 많이 나오질 않았었는데 보림에서 세밀화 그림책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반갑게도 우수한 그림책이 출판되기 시작했었다.  솔거나라 시리즈가 세상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전통문화를 유아들 수준에 맞추어서 세심한 기획을 거쳐 출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에 그림책과 애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아줌마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었던 그림책이다.  살림이 넉넉치 못했던 나는 아이들 데리고 집근처 큰 책방에 가서 그림책 구경을 하다가 오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슬쩍슬쩍 책방 직원들 눈치를 봐가면서.. 어쩌다 맘먹고 그림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신나는 날들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는 우리나라 전통 탈에 대한 이야기다.  '가면'하면 베트맨 가면, 스파이더맨 가면 등 미국 헐리우드 영화상품에 더 박식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탈의 개성있고 해학이 섞인 탈의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거기에 늘 바쁜 맞벌이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건이는 도시 어린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건이의 마음은 말썽과 심술로 나타나고 이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건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건이가 말썽을 부리고나서 다락방으로 숨어든다.  방에 놓여진 사진을 보니 아마 건이네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전통 탈을 만드시는 분인가 보다.  어두운 다락방에는 탈이며 요강이며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려있다.  무서움도 잠시, 우리의 용감한 건이는 탈을 쓰며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하고 더 꼭꼭 숨어버리려 한다.  네눈박이 탈도 써보고, 소탈도 써보고, 양반탈, 말뚝이탈, 각시탈... 엄마처럼 예쁜 각시탈... 엄마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 때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 할머니 탈을 쓰고 한번만 더 자기를 불러주기를 바란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다락문을 살짝 열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다 와 있다. 건이 눈에서 눈물이 질끔..

건이는 엄마, 아빠가 자기를 봐주길 바랬던 아이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절대로 모르게 숨어버리고 싶었던 아이가 아니다.  그런 건이가 하나씩 쓰고 보여주는 탈들을 아이들은 차곡차곡 마음에 쌓아둘지 모를 일이다.  뒤쪽에 이 책에 나왔던 탈들이 사진과 함께 좀더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다.  부모와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을 것 같다. 

이혜리씨가 그린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이 재미있다.   탈과 건이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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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혜리님 그림은 늘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서 좋아요.^^

섬사이 2006-12-0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이혜리씨만큼 아이들의 표정을 실감나게 잡아내는 작가도 드문 것 같아요. 이혜리씨 그림을 보다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