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와 노랑이 - 물구나무 그림책 016 파랑새 그림책 16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이경혜 옮김 / 물구나무(파랑새어린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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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리오니의 첫 그림책이라는 <파랑이와 노랑이> , 경제학 교수,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미국 광고 회사 <포츈>의 아트 디렉터, 만화영화 제작자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레오 리오니가 손주들과 기차에 탔다가 산만하게 구는 손주들을 진정시키려고 <라이프>지에서 노란색과 파란색 종이만 뜯어서 즉석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다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그 그림책이다.  (누군 한 가지 직업만 일구고 살아가기도 힘들건만 이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여러가지로 <라이프>지는 미국 그림책 역사에 기여를 했던 것 같다.  에즈라 잭 키츠의 피터도 라이프 잡지에서 걸어나온 아이가 아니었던가. 

아무튼 달리는 기차 안에서 잡지를 뜯어 콜라주 기법으로 즉석에서 우연히 탄생한 그림책답게 그림이 섬세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파랑이와 노랑이>라는 이 그림책의 그림이 섬세하고 정교했다고 해도 우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글과 내용이 참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단순한 그림, 짧은 글이지만 서로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화합하며 살아가라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파랑이와 노랑이가 서로를 만난 게 너무 반가워 꼭꼭 껴안고 있다가 초록이가 되었듯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각자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함께 사이좋게 살아가다 보면 우리도 좀 더 근사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겠냐는..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묵직한 메세지를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책化 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부럽기만 하다. 

그런 작가의 역량이 어린 시절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던데,,  다른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 때 레오 리오니는 집근처 박물관에 가서 드로잉 연습을 하던 아이였다고 한다.  현대 미술 수집가로 일하던 삼촌들이 어린 레오 리오니의 방 벽에 샤갈의 그림을 걸어주기도 했고,  건축가였던 삼촌은 제도용구를 선물해 주기도 했었단다.  그래서 레오 리오니는 '램브란트, 반 고흐, 몬드리안 그리고 건축과 음악이 자기에게 'one big mood'라고 고백하기도 했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무척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아이가 무엇을 바라보며 자라게 하느냐는 고민을 많이 많이 해야할 듯..   아이는 바라보는 쪽을 향해서 걸음을 옮길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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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0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 리오니" 책은 생각을 참 많이 하게 하죠?

섬사이 2007-05-01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 생각을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담아내는 재주가 돋보이죠.^^
 
넉 점 반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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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옛날 구멍가게, 가게 이름이 九福이다.  팔복에 하나를 더한 구복.  그림책 첫장에서부터 내 입꼬리가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살짝 올라갔다.  담배도 팔고 복덕방 노릇도 하고 죽은 닭고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닭도 파는 그 구멍가게를 빨간 깡통치마에 까만 고무신을 신을 단발머리 여자 아이가 들어가고 있다.

가겟방 방문이 빼꼼 열리고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하고 묻는 여자 애.  구멍가게 할아버지는 방안을 온통 어지럽혀가며 라디오를 고치고 있다.  비가 새는지 방안 벽지는 얼룩덜룩.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방안이다.  팔각 성냥통, 목침, 주판, 금색에 빨간 꽃무늬가 요란했던 둥그런 양은쟁반,  날마다 한장씩 뜯어내야 했던 달력, 까만 다이얼식 전화기... 어릴 적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들에 다시 또 살며시 웃음..

"넉 점 반이다." 돋보기 너머로 눈을 치켜 뜨고 대답하는 무표정한 할아버지.  가게 안 물건들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벽에 붙어 있는 원기소 광고지.  이쯤되면 그린 이의 주민등록 앞번호 두자리가 궁금해진다.  얼른 그린 이에 대한 소개글을 보니 1966년생.  어쩐지..  내 어릴 적 기억의 한 부분을 자꾸 건드린다 했더니만.

"넉 점 반, 넉 점 반."  아이는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중얼중얼.. 하지만 눈은 푸드득 날개짓하는 닭에게 가있다.  물 먹는 닭을 구경하며 무심히 서있는 아이.  

닭 구경을 하던 아이는 빨간 접시꽃이 피어 있는 담장 아래를 걷고 있다.  영차영차 지렁이를 끌고 가는 개미 떼를 구경하고 있다.  그래도 입으로는 "넉 점 반 넉 점 반."

힘들게 끌고 온 개미들의 지렁이를 잠자리가 날아와서는 낚아 채갔다.  얄미운 잠자리 떼를 따라 한참을 돌아다니면서도 "넉 점 반 넉 점 반"

날아다니던 잠자리가 분꽃 위에 앉았다.  아이는 아예 분꽃밭 속으로 들어가 앉아 꽃 따물고 니나니 나니나 ...

해가 꼴딱 져서야 집에 돌아오는 아이. 헉, 그런데 아까 아이가 들렀던 "구복상회"가 아이 집 바로 앞이다.  가게 밖에 나와 있는 할아버지가 부채질을 하며 곁눈질로 아이를 보고 있다. 
"조 녀석이 아까 와서 시간을 물어보더니 이제야 집에 들어가는 게여?" 하는 눈빛이다.

양 손에 분꽃 한 두송이 들고, 저고리 고름에도 꽂고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아이야.  지금 "시방"은 아까 그 "시방"과는 너무 멀구나..ㅋㅋㅋ  아이네 집 열려진 방문 너머로 아이의 언니 오빠인 듯한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있다.  툇마루에 걸터 앉아 갓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아이의 엄마와 고무신을 벗어 놓고 툇마루를 오르는 아이의 마주치는 시선이 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게 한다.

이 그림책에 등장한 여자 아이는 귀여운 미소를 머금은 깜찍한 얼굴도 아니고, 장난끼가 반짝반짝 흐르는 개구장이의 생생한 표정도 없다.  아이는 오히려 무심한 듯한 고집스런 얼굴에 표정도 없이 골똘하게 자기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들에  몰입하는 그런 얼굴이다.  그 시절 아이들의 머리 스타일이 그랬듯이 아이도 앞머리를 가르마를 타서 옆으로 넘겨 실핀으로 고정시킨 단발머리이고 오동통한 두 뺨이 차라리 심통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난 그림책 속 그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기분이 좋아진다.  적당히 향수를 자극하는 토속적인 냄새가 풍기는 그림도 정겹고, 시간의 흐름에 무심한 아이의 동심도 사랑스럽다. 

두 말이 필요없는 윤석중 님의 동시에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생동감 있는 그림을 그려서 나에게 즐거움을 선물해 주신 이영경님,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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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2007-05-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동화책 너무 좋아요~

섬사이 2007-05-03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너무 좋았어요. ^^
 
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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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태어난 막내 아이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이 책을 다시 펴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빨간 옷을 입은 자그마한 흑인 꼬마, 피터,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다.

에즈라 잭 키츠,  소수민족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낸 폴란드계 유대인.  뉴욕 부르크린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흑인 꼬마를 주인공으로 그려진 그림책이 밝고 환하고 따스하다.  늘 색안경을 끼고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미국 백인 사회에다 대고 "우리도 이렇게 밝고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림책이다.  1950년대 반유대적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티가 너무 확연히 드러나는 "Jacob Ezra Katz"라는 자기 이름을 버리고 "Ezra Jack Keats"로 바꿔야 했던 아픔이 이 그림책으로 승화된 듯.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꼬마 피터는 빨간 코트를 입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길조차도 눈에 파묻혀 사라진 아침.  피터는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이렇게 저렇게 남기며 걸어보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막대로 건드리다 쏟아지는 눈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아직 어려서 형들의 눈싸움에 낄 수 없는 피터는 눈사람도 만들고 눈 위에 벌러덩 누워 눈천사를 만들고 눈더미 산 위로 올라가 미끄럼도 타며 혼자서 즐긴다.  에즈라 잭 키츠는 하늘을 마블링 기법을 써서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는다는데 피터가 눈더미 산에서 미끄럼을 타는 그림에서의 하늘이 바로 그 기법인지 모르겠다.  마블링 기법이라기 보다 솜이나 한지 분위기가 나는 듯하기도 하고.. ( 아, 나의 이 짧은 미술 지식이 한탄스럽다. )

집에 돌아가기 전에 눈을 꼭꼭 뭉쳐서 주머니에 넣는 피터.  내일도 또 눈을 가지고 놀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도 즐거웠던 이 눈 내린 오늘이 자꾸자꾸 생각난다.   잠 자기 전 꼭꼭 뭉쳐서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온 눈덩이를 찾아보니 다 녹아 버렸다.  피터의 슬픈 마음이 배경의 검은 점으로 내려 앉는 듯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분홍빛 벽을 배경으로 하얗고 고운 눈이 다시 펄펄 내리고 있다.  창문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미소짓고 있는 피터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너댓살 아이의 고운 감성을 따뜻하고 밝은 색채로 담아 낸 (심지어 쌓인 눈 조차도 따뜻한 분홍빛을 품고 있다.) 작가의 마음이 포근포근하게 전해지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쩌다 흑인 꼬마와 마주칠 때 피터를 상상하고 미소를 보내게 되지 않을까.

프로스펙트 (우리나라 어느 스포츠 용품 브랜드 이름하고 비슷하군) 라는 공원의 놀이터에 피터와 윌리(<피터의 편지>에 나오는 피터의 개 이름)  청동상과 피터의 의자가 있다는데,  따뜻한 봄에 그림책 속이 아니라 놀이터의 왁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피터를 만나보는 정취가 상상만으로도 꽤 근사할 것 같다. 

정답고 귀여운 피터를 만난 오늘 아침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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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놀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5
마리 홀 에츠 지음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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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환한 노란색으로 밝게 빛나고 있는 듯 했다.  마치  한움큼의 밝고 따뜻한 봄햇살이 그대로 책 갈피마다 꽂혀 있는 것처럼. 

그 노란색에 반해서 망설이지 않고 골라 들었던 그림책이다.  해님의 미소를 받으며 작은 여자 아이 하나가 들판으로 놀러가고 있다.  친구가 없는 아이는 메뚜기며, 개구리, 거북이, 다람쥐, 어치, 토끼, 심지어 뱀에게 까지 "나하고 놀자"고 다가가지만 모두 달아나 버리고 만다.  그 서운함이란..

아이는 시무룩해져서 연못가 바위에 걸터 앉는다.  해님은 여전히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고.. 함께 놀 친구가 없어서 혼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 곁으로 달아났던 동물들이 하나 둘씩 모여 든다. 

들판은 환한 햇살과 고요한 평화, 친밀함, 친구를 얻은 아이의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림을 가득 채우고 있는 노랑은 바로 그런 아이의 세계에 대한 상징의 색이다.

절대로 깨뜨리지 않고 싶은 풍경이 있다면 바로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다.  혹시라도 동물들이 다시 달아나 버리면 어쩌나 하고 읽는 사람마저 조심스러워지게 만드는 책이다.

저편 덤불 속에 사슴이 있다.  엉?  그런데 그림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철조망.. 사슴이 등장하면서 마치 그림책을 읽는 사람과 그림 사이를 갈라 놓는 듯한 철조망이 쳐지기 시작한다.

아이는 줄곧 잠자코 앉아 있고, 이젠 아무도 겁을 먹고 달아나지 않는다.  사슴은 아이에게 다가가 뺨을 핥을 정도로 친한 친구가 되고 다른 동물들도 아이 가까이로 옹기종기 모여든다. 

행복해 하는 아이와 동물들이 바로 저기 철조망 너머에 있다.  그것도 너무나 허술해보이는 철조망 너머에.

처음 이 그림책을 볼 때는 무슨 휴전선도 아니고 웬 흉물스런 철조망을 그려 넣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철조망이 갖고 있는 의미, "절대 접근 금지" 를 떠올리며 그림책 속의 철조망을 고마워한다.  그래,  아무도 방해해선 안되는 풍경이니까.  절대로 아무도 침범해선 안되는 '그들만의 공간'이니까, 저 밝고 환한 노랑의 평화와 친밀함이 세상으로부터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철조망이 아니었으면 나라도 불쑥 참견하며 끼어들고 싶었을테니까 말이다.  

이젠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철조망을 그려넣은 작가의 센스에 감동하곤 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그렇게 함부로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되고 지켜져야 하는 밝고 환한 평화와 친밀의 공간이어야 함이 마땅하니까. 

그러나 저 철조망이 너무 허술해서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들어가 버릴 것 같다.  그러면 저 아이와 동물들은 모두 겁을 먹고 달아나겠지. 그러니 보호의 책임과 의무는 철조망 밖에 있는 우리들에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잘 지켜주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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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하나, 아기는 열 - 취학전 그림책 1004 베틀북 그림책 5
베네딕트 게티에 지음,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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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이나 되는 아기를 돌봐야 하는 아빠의 이야기.

이 책을 비니에게 읽어주며 은근히 고소해 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나. 

꽤 커다란 판형이고 굵은 윤곽선에 서툴게 칠한 듯한 그림들이 익살스런 책이다.  색채의 대비효과도 잘 이용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이다. 어쩌다 열명이나 되는 아기를 돌보게 되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암튼 그림책 속에 아빠는 피곤에 절어 있다. 

첫 장의 그림, 아기들은 행복한 얼굴로 아빠에게 매달려 있는데 아빠는 면도도 제대로 못했는지 턱에 수염이 거칠다.  두번째 장에선 아침식사 시간, 아빠는 아침마다 열 그릇의 아침밥을 차리는데 아기들은 식탁 밑에 넷, 전등에 매달린 아기 하나, 아빠 어깨에 올라타 있는 아기 하나, 식탁에서 저만치 떨어져 팔짱끼고 앉아 있는 아기 하나....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겠다. 

그런데 다음장을 넘기니 더 난리다.  팬티를 열 장 입히고 셔츠를 열 장 입히고, 양말을 스무짝 신기고, 바지를 열 장 입히고 신발을 스무짝 신겨야 하는 아빠는 벌써 지쳤는지 울상이고, 머리에 팬티를 쓴 녀석부터 양말을 짝짝이로 신은 아기, 바지 한 쪽에 두 발을 끼고 서 있는 아기, 양말을 입에 물고 있는 아기, 그 와중에 잠자고 있는 아기... 나같으면 벌써 버럭! 소리 지르고 혼내줄 텐데..

이 피곤한 아빠의 꿈 하나.. 배타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거.. 그것도 열달동안이나. (참, 꿈도 야무지지, 남자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  아빠의 꿈은 이루어져서 어느날 아기 열명을 할머니에게 맡기고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할머니와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기들의 표정에 섭섭함이 가득하다.  참 단순하게 그린 그림인데도 이렇게 표정이 드러나 있다는 게 무척 재밌다. 

하지만 아기들을 두고 떠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엄마들은 안다.  홀가분할 것 같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하고, 걱정되고, 불안하고, 무거워져서 얼른 아이 곁으로 돌아오고 말았던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아빠도 열달을 다 못채우고 아기들이 보고 싶어 다시 돌아온다.  아기들 좋아서 난리가 났다.  그런데... 이를 어째.. 할머니 구두끈 양쪽을 묶어놓았네.  말썽장이들ㅡ 그러다 할머니 넘어지시면 어쩌려고.

아빠는 아기 열명을 태우고 함께 아주 긴 여행을 떠난다.  녀석들 장난은 여전한데 아기들과 함게 떠나는 아빠의 표정에선 피곤보다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아기 양육이 주는 피곤함, 어려움, 스트레스...하지만 그 모든 걸 넘어서는 아기들에 대한 부모들의 사랑이 있다는 건 참으로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이 기분 좋은 이유는 바로 그 당연한 진실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아이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는 설정이 산뜻하고 참신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림책을 읽는 엄마는 더 즐거울 수 있다.

취학전 그림책이라고는 글도 짧고 그림의 선과 색채도 복잡하지 않아서 26개월된 비니도 재밌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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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4-0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보여주세요..^^&네에??
비니 옆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것 참견해 가며 비니처럼 듣고 싶어요~

섬사이 2007-04-04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쑥스러워요. 배꽃님 앞에선 긴장되서 못읽어요, 저..
배꽃님이 대신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배꽃님의 조분조분한 목소리로 읽어주시는 걸 듣다 보면 제 마음도 말랑말랑 부드러워질 것 같은데.. 아,, 정말 그러면 너무너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