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 - 개성톡톡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 1
파티마 델라 하라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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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운 그림책이다.  단순히 눈, 귀, 코, 입, 손에 해당하는 오감을 설명하는 그림책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딱 부러지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설명이 없더라도 일종의 ‘감’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라고 할까?  과학이나 감각인지 쪽에 치중해서 바라본다면 부족함을 느끼겠지만 이 책들은 단순히 감각인지만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감각을 설명하면서 오감이 서로 돕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 사람들마다 오감의 기호가 다르다는 사실 등등에 까지 이야기의 힘을 뻗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설정의 재미를 보면 1권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에서 나오는 눈, 귀, 코, 입, 손이 함께 사는 빌라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초롱 눈 아가씨가 사는 맨 꼭대기 층엔 눈을 연상시키는 둥근 창문이 두 개 있다고 묘사하고, 뭉툭 코 아저씨가 사는 아래층은 얼굴에서 툭 튀어나온 코를 연상할 수 있는 ‘발코니 달린 집’으로 묘사했다.  그 아래층엔 살살 혀 아저씨가 사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묘사했는데 혀를 입술 밖으로 내미는 경우가 흔하지 않으니 이 또한 맞는 표현이다.  맨 아래 계단 뒷집에는 척척 손 아저씨가 살고 있는데(얼굴에서 손까지 가려면 목도 지나야 하고 어깨도 지나야 하니 계단을 지나야 한다는 표현도 맞다) 이 손 아저씨는 활동적인 모험가로 묘사된다. 밝은 귀 아저씨가 제일 먼저 이사를 왔기 때문에 따로 떨어진 좋은 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글이 나오는데, 그것도 맞다.  눈, 코, 입과 따로 떨어져 얼굴 옆에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게 청각이라니까 제일 먼저 이사를 왔다는 것도 기막히게 딱 떨어지는 표현이다. 
여기 다섯 이웃이 모여 사는 빌라 그림이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은 집이 재미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특징은 다섯 가지 감각을 따로 떨어진 개별적인 감각으로서가 아니라 각 감각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감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3권 <뭉툭 코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감기에 걸린 감각의 기능이 떨어진 뭉툭 코 아저씨를 돕기 위해 나머지 네 감각들이 나선다는 줄거리인데 후각이 잠시 그 기능을 잃는다 해도 눈으로 꽃과 새싹을 보고 귀로 새소리를 들으며 봄을 느낄 수 있으며 입으로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손으로 코를 주물러 후각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다섯 감각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런 긴밀한 관계는 혀 아저씨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털북숭이 초록빛 벌레들을 나머지 감각들이 싹 청소해 주는 2권 <살살 혀 아저씨 이야기>나 해변의 생선구이 파티 중에 누구보다 먼저 폭풍우의 기운을 알아채고(역시 눈은 정보수집능력에서 다른 감각보다 한 수 위다.)집안으로 대피시키는 4권 <초롱 눈 아가씨 이야기>에서도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다섯 감각은 사람마다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 사람마다 기호의 차이가 있어서 똑같은 것을 두고도 내가 느끼는 감각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5권 <밝은 귀 아저씨 이야기>에서 밝은 귀 아저씨의 쌍둥이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밝은 귀 아저씨는 ‘그물 그네에 누워 가만히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을 듣는 걸’ 좋아한 반면 동생은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어떤 사람은 조용한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또 어떤 사람은 시끄러운 해비메탈을 좋아하는 경우를 청각에 해당하는 귀 이야기 속에 슬며시 담아 설명해놓는 작가의 센스가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밝은 귀 아저씨 형제가 서로 끌어안고 화해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서로가 다르다는 건 싸울 이유가 되지 않는다.’라는 글은 아이들 가슴에 새겨주고 싶은 좋은 명제이기도 했다.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그림책의 이야기 속에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오감을 인지시키는 데 오히려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책, 생각보다 꼼꼼하다.  각 권마다 맨 뒷장에 아이와 감각 인지 활동을 할 수 있는 팁이 있다.  예를 들어 후각의 경우 음식 냄새를 맡고 무슨 음식인지 알아맞혀 보게 한다든가, 좋아하는 냄새를 골라보게 하는 방법 등이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고, 촉각의 경우 눈을 가리고 물건을 손으로 만져서 물건의 이름을 알아맞혀 보게 한다든가, 뜨겁고 차갑고 미지근한 온도 차를 느껴보게 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늘 과학이라는 입장에 서서 따로 따로 구분해서 바라보던 다섯 가지 감각에 대해 보다 친근하고 다양하고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한 그림책인 것 같아 흥미로웠다.  또한 작가가 다섯 가지 감각들에게 부여한 독특한 개성과 설정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한 번에 날름 삼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 같은 그림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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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사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135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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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멋진 갈기와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사자는 친척인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요. 고양이들은 사자의 멋진 모습을 보려고 매일 모여듭니다.  사자는 자기를 좋아하고 우러러봐주는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서 “어흥~!”하고 포효하며 날아오르듯 달려 나가 얼룩말을 잡아오지요.  그리곤 손수 맛있게 요리해서 고양이들에게 푸짐한 식사를 대접합니다.  이제 고양이들에게 사자는 우상이자 스타이고 우두머리이자 초월적인 능력자이며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었어요. 사자는 고양이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날마다 우렁차게 “어흥!”하고 달려 나가 얼룩말을 잡아와야 했지요.

 



어느 날 사자는 고양이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낮잠을 자는 게 취미야.”라고요. 사자는 너무나 피곤했던 거예요. 고양이들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만큼 따라가기가 너무 힘에 벅찼으니까요.  하지만 고양이들은 깔깔거리며 말합니다. “야, 사자는 요리도 잘하고 농담도 잘하네.”

고양이들에게 사자는 낮잠 따위는 필요치 않은 완전무결한 존재였던 거예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그래서 얼룩말 한 마리쯤은 이쑤시개 부러뜨리듯 쉽게 잡을 수 있는, 스타거든요.  스타가 겨우 낮잠 자는 게 취미라니, 그건 스타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는 이야기였던 거지요. 더구나 이제 사자가 잡아와 손수 요리해주는 맛있는 얼룩말 고기는 ‘당연한’ 것이 되었을 테니까요.

사자는 고양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고양이들을 따라 허탈하게 웃고 맙니다. 하지만 고양이들이 돌아가고 혼자 있는 밤이 되면 축 늘어져 잠이 들고, 결국엔 훌쩍훌쩍 울기까지 한답니다.  아, 정말 불쌍해요.

 



어느 날 사자는 고양이들을 위해 얼룩말 사냥을 나서다가 그만 쓰러지고 맙니다. 그리곤 황금빛 돌이 되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죠.  그 때서야 고양이들은 말합니다. “참, 사자가 ‘낮잠 자는 게 취미’라고 농담했었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르지요. 사자는 ‘게으름뱅이’라는 오해를 받으면서도 계속 잠만 잡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가던 아기 고양이가 사자가 왜 자고 있을까 궁금하게 여깁니다.  그리곤 말하죠. “많이 피곤했나 봐요.” 잠자고 있던 사자는 그 말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 “어흥!”하고 소리칩니다. 사자가 듣고 싶던 그 말, 자신의 힘겨움을, 피곤을, 노고를, 고충을 이해해주는 그 말이 아기 고양이의 입에서 나왔던 거예요.  여기에서 그림책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작가는 삶을 너무 잘 알아서인지 사자를 행복한 그 상태로 가만히 두지 않아요.

 



 아기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난 사자에게 묻습니다. “사자야, 얼룩말도 잡을 수 있니?”
사자는 아기 고양이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이 때 사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얼룩말을 잡으러 갔을까요?  아니면 고양이들이 없는 다른 곳으로 떠난 걸까요?

 

 

그림책의 주제치고는 참 독특하고도 깊은 주제를 섬세하고도 유머 있게 다룬 책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어른들의 마음에도 공명의 자국을 뚜렷하게 남기네요. 아마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사자이거나 고양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의 칭찬에 기운을 내고 앞으로 나갈 힘을 얻기도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삶을 너무 힘겹고 답답하고 지치게 만들죠.  혹시 어떤 사람을 내가 만든 틀에 정형화시키려고 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고양이들이 사자에게 낮잠을 허락하지 않았듯이 나도 누군가를 내 틀에 맞춰서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며 혼자 서운해 하고 혼자 노여워하지 않았는지 말이에요.

다른 한편으로는 좀 더 과감하게 내 쪽에서 상대방이 갖고 있는 틀을 깨뜨려 버리는 적극성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자기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쩌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틀의 경계를 점점 흐릿하게 만드는 것, 그래서 너와 내가 자유로운 삼투압이 가능한 관계, 그러다 그 얇은 막마저도 툭 터져서 한데 섞이고 어울릴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오늘 누군가가 “난 낮잠 자는 게 취미야.”하거든 커튼도 쳐주고 이부자리도 펴주고 극성맞은 가을모기들 쫓아내는 모기향도 켜주고, “잘 자.”라는 인사까지 쿨하게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사소해 보이는 작은 노고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고마워하지 않는 무례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그림책 속 고양이나 사자가 되지 않는, 또 누군가를 고양이나 사자로 만들지 않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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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언제와 하늘나무 5
낸 그레고리 지음, 임정원 옮김, 캐디 맥도날드 덴톤 그림 / 파란하늘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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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그림이 시선을 끄네요.  빨간 코트를 입은 아이가 뿌루퉁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어 옆으로 누워 있고 표지 오른 쪽 윗부분에 삭막하고 푸르스름한 빛으로 냉랭하게 떠있는 달이 촘촘히 쳐진 거미줄 같은 하늘에 걸려 있어요.  전체적으로 차가운 배경색에 비해 아이가 입은 코트의 빨간색이 참 도드라져 보여요.  아이의 표정에 드러난 불만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아이는 표지 그림 밖에 있는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네요.  제목으로 봐서는 기다리는 대상이 아빠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림책 첫 장에 아이의 이름이 나오네요. ‘앰버’라는 아이군요. 유치원에서 그네를 타는 아이의 표정이 아주 밝아요.  앰버가 입고 있는 코트의 빨간색은 아이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활달하고 밝고 적극적인 아이라는 느낌을 주는군요.  앰버는 그네도 높이 탈 수 있고, 그림그리기도 좋아하고, 책도 잘 읽고, 거기다 그 어렵다는 신발끈 매기까지 척척 해낼 줄 아는 아주 영리한 아이라는군요. 이렇게 밝고 적극적인 성격에 영리한 아이의 부모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무척 즐겁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앰버는 매일 늦으시는 아빠를 기다려야 한다네요.  ‘코트 단추를 목까지 꼭꼭 채운 채’로 아빠만 오시면 당장이라도 나갈 준비를 마친 채.. 친구들도 모두 가버린 유치원에 남아 있는 기분이 어떨까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죠. 

기다림이 힘든 건 기다리는 시간 동안의 지루함이나 따분함 때문이 아니거든요.  기다림의 시간은 유난히 더디 흐르게 마련이고, 그래서 평상시의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길게 늘어져 버린 그 심리적 시간동안 내가 ‘기다림’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용無用의 존재라는 느낌,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유기되어 버린 듯한 슬픔, 그리고 날 그렇게 버려둔 사람에 대한 미움까지 고스란히 견뎌야 한다는 것이 기다림이 어렵고 힘든 이유일 거예요.  기다림의 인내를 배우고 기다리는 일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즐기는(?) 법을 배우기엔 앰버는 너무 어린 나이니까, “기다리는 법을 배우라.”는 훈계는 집어치우자구요.  힘든 기다림 끝에 눈물을 흘려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앰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시부터 시작된 기다림이 여섯시 반을 넘어가자 앰버는 상상을 하기 시작하는군요.  똑똑한 아이예요. 벌써 기다림의 방법 하나를 스스로 터득했잖아요. 상상 속에서 하늘을 날 줄 알게 된 앰버는 아빠를 달에 데려다 놓네요.  아, 표지의 달이 바로 아빠에게 벌 줄 장소였군요. 앰버는 아빠를 달에 남겨둔 채 세상의 아빠들에게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입니다.  늘 바쁘다, 힘들다, 피곤하다, 하면서 곁에 있는 ‘아주 중요한 사람’을 잊어버리곤 하는 세상의 아빠들에게 어서 빨리 ‘아주 중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사랑스런 퍼포먼스예요.  앰버의 아빠는 달에서 뭘 하고 있냐구요?  아빠는 ‘기다림’을 배우고 있는 중이죠.  홀로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적막하고 외로운 일인지 아빠에게 가르쳐주려는 앰버의 마음이 짠하게 전해져 와요.

앰버가 입고 있는 생생한 빨간빛의 코트와는 대조적으로 아빠가 입은 회색 코트와 바지, 검정 구두는 아빠가 얼마나 삭막한 잿빛 세계에서 살아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앰버가 아빠에게 가르쳐주려는 것은 단지 기다림만은 아닌 것 같군요.  앰버는 아빠에게 따스한 사랑과 관심이 살아 있는 생생한 감정의 세계를 가르쳐주고 싶은 건 아닐까요?  그렇게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뺨을 부비고, 입을 맞추며, 미소를 나누고, 서로의 가슴에 사랑을 흘려보내는 시간이 앰버는 그리운 거겠죠? 

벽에 걸린 시계가 일곱 시를 가리킨 그림에서 앰버는 그림책 오른 쪽 아래 한 귀퉁이에 모릎을 세워 오그린 채 앉아 있네요.  앰버의 표정에서 분노와 슬픔이 함께 느껴져요. 

다음 장으로 넘기니 드디어 아빠가 오셨군요.  이 아빠,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봐요.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잖아요.  앰버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도 없군요. 그리곤 바쁘게 돌아서 앞서 갑니다.  늘 바쁘고 바쁜 일에만 너무 익숙한 나머지 아빠들은 늘 아이들 앞에서 휙 돌아서기 십상이죠.  그렇게 휙 돌아서서 성큼성큼 바쁘게 내딛는 엄마아빠의 걸음이 아이들의 여린 마음에 생채기를 얼마나 남기게 될지 같은 염려 따윈 할 겨를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앰버는 똑똑한 아이예요.  아빠의 소매를 잡아끌어 세웁니다.  처음으로 아빠와 앰버가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네요.  앰버의 말이 아빠의 마음에 가서 닿은 거예요. 아빠는 앰버를 무등 태워 집으로 돌아갑니다. 

맞벌이 엄마아빠 이야기만은 아니군요. 전업주부인 저도 그림책 속 앰버의 아빠처럼 잿빛 옷을 온몸과 마음에 휘감은 채로 아이를 대한 적이 많으니까요.  어른이란 게 그런가봐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에 너무 능수능란한 나머지 쉽게 인정하고 고치려하질 않거든요. 

앰버의 빨간 코트를 입고 싶어져요.  그 생생한 빛깔로 나를 물들이고 싶어요.  그래서 내 아이들과 내 남편, 부모와 친척, 이웃들에게까지 그 빛깔을 나누어 주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세상이 잿빛으로 보이는 건 내가 잿빛이기 때문이겠죠.  내 마음, 내 웃음, 내 다정한 눈빛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잊는 법 없이 살게 되기를 빌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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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시는 그림책 리뷰의 이런 문체가 듣기에 참 좋아요. 소리내어 읽어보면
속닥속닥 들리거든요.^^ 저도 앰버의 빨간코트가 입고 싶어져요..

섬사이 2007-08-21 00:27   좋아요 0 | URL
요즘 그림책에 대한 리뷰를 쓸 때엔 자꾸 경어체가 튀어나오네요. 다른 책의 리뷰를 쓸 때보다는 조금 마음을 풀어놓게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다른 분들이 읽을 땐 어색하고 뜬금없게 여겨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혜경님이 좋다 하시니 다행이네요. ^^

비로그인 2007-08-2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을 때 경어체를 보면 부드럽고 편안해져요.
잘읽었어요.

섬사이 2007-08-25 13:1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늘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fallin 2007-08-25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오랜만이여요^^ 이 리뷰는 꼭 구연동화같아요..그리고 한장면 한장면이 떠올라 상상하게 되고..근데 이 책은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네요~

섬사이 2007-08-25 13:18   좋아요 0 | URL
어머낫! fallin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휴가 다녀오셨어요? 아님 바쁘셨던 거예요? 하긴 저도 요즘 게으름을 부리긴 했어요. ^^ 처서도 지났으니 더위도 조금씩 누그러지겠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진 않으실거죠? ^^

향기로운 2007-08-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요^^ 지난번 밤에 잠은 자야하는데 잠이 빨리 안온다고 엄마더러 재미난 이야기 들려달라고 하는 작은 아이에게 짧은 동화책을 패러디해서 들려주다가 "엄마, 이야기가 너무 짧아요!"하는 아이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섬사이님의 재미난 이야기'를 떠올렸다지요ㅠㅠ;;

섬사이 2007-08-31 09:05   좋아요 0 | URL
패러디한 이야기, 저도 듣고 싶어지는 걸요. 혹시 페이퍼에 올려놓으셨나요?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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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멋진 얼룩 고양이가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력이 무려 백만 번이나 되는 대단한 고양이지요.  이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인 적도 있었고, 뱃사공의 고양이인 적도 있었으며,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이기도 했고, 도둑의 고양이,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고양이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죠.  주인들은 이 고양이를 좋아했고 고양이가 숨졌을 땐 슬피 엉엉 울었지만, 이 고양이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얼룩 고양이의 주인들이 하나같이 고양이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임금님은 전쟁터를 싫어하는 고양이를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로 나갔고, 뱃사공은 바다를 싫어하는 고양이를 데리고 온 세계의 바다와 항구를 다녔죠.  고양이는 서커스도 싫었고, 도둑질도 싫었습니다.  온종일 자기 무릎에 고양이를 올려놓고는 꼬박꼬박 졸기만 하는 할머니도 싫었죠. 자기 멋대로 고양이를 인형삼아 가지고 노는 여자 아이도 물론 싫었어요.

얼룩 고양이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폭력이었고 군림이었고 강요였어요. 그러니 얼룩 고양이가 행복하지 않을 수밖에요.  고양이의 삶을 생각해보세요.  백만 번이나 되는 삶과 죽음이 모두 그런 식이었다면 고양이는 무척 괴로운 나날을 보냈을 것이고, 그 덕에 아주 냉소적인 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삶이 얼마나 지겹고 시시할까요.

그러던 고양이가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도둑고양이의 삶을 살게 됩니다.  얼룩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된 게 무척 기쁘고 좋았지요.  이 멋진 얼룩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되는 삶과 죽음의 경력 때문에 모든 게 시시할 뿐입니다. 다른 고양이들의 애정공세와 호의까지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애정공세와 호의쯤은 이미 백만 번이나 받아봤을 테니까요.  그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할 뿐입니다. 얼마나 신날까요? 자유, 자유, 자유... 억지로 옭죄는 사랑 따위 받지 않아도 되는 그 자유.

그런데 이 얼룩 고양이 앞에 매력적인 하얀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어쩐지 이 흰 고양이 앞에서는 백만 번의 삶과 죽음의 위대한 경력이 시시하게 느껴집니다.  드디어 자유 속에서 얼룩 고양이는 사랑을 만난 것이지요.  백만 번의 삶을 자랑해도 이 매력적인 흰 고양이는 시큰둥합니다.  도도한 흰 고양이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잘난 척하고 뻐기는 남자, 재미없다는 걸요. 사랑에 빠지는 데는 그런 경력이나 자랑거리들이 하나도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아주 똑똑한 고양이었던 것 같습니다.

 

 



얼룩 고양이도 그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백만 번이나 살고 죽어봤다는 자랑 따위 안 하게 되지요.  그리고 하얀 고양이와 결혼해서 예쁜 새끼 고양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던 고양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던 이 얼룩 고양이가 이제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곤 어느덧 할머니가 되어버린 하얀 고양이를 바라보며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다는 소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죽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를 끌어안고는 처음으로 목 놓아 웁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백만 번이나 서럽게 울다가 얼룩 고양이는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지요.

 



얼룩 고양이의 삶은 그 반복을 끝마쳤다, 라기 보다 자기의 삶을 이제야 완성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다른 어떤 삶도 필요하지 않았겠지요.  백만 번의 삶과 죽음보다 하얀 고양이와 사랑을 나누며 자기가 주인인 삶을 살았던 단 한 번의 삶이 얼룩 고양이에겐 더없이 소중하고 의미가 있었을 겁니다.

그림책 속의 얼룩 고양이를 보며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사랑을 앞세워 상대에게 뭔가를 강요한 적은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상대방도 좋아해주길 강요한 적은 없었나, 내가 원하는 거니까 상대방도 함께 원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특히 아이들에게 다 너희를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라며 싫다는 걸 억지로 하게 한 적은 없었나..  사랑도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 번 다시 반복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의미 있고 사랑 가득한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 봅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고양이 한 마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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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8-0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을 이토록 좋게 보지 못했었거든요.
집에가서 책장에 꽂혀있는 이 책을 다시 꺼내봐야겠네요. 찬찬히.
:)

섬사이 2007-08-09 08:01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 좋은 것이 님에게는 안 좋을 수도 있지요, 뭐. ^^

비로그인 2007-08-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지 않아 정말 좋습니다. 이 글을 찬찬히 읽어볼 수 있어서요..

섬사이 2007-08-09 08:02   좋아요 0 | URL
다시 찾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쩐지 민서님의 시선이 느껴져 부끄럽네요. ^^

프레이야 2007-08-0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고양이들도 그림도 리뷰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섬사이 2007-08-09 08:02   좋아요 0 | URL
예, 참 사랑스런 고양이들이죠?

miony 2007-08-0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던 책인데 님의 시선으로 다시 보니 참 좋습니다.

섬사이 2007-08-09 08:03   좋아요 0 | URL
milny님, 반갑습니다. 이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소문으로만 듣다가 한 일주일 전에서야 손에 넣었는데요, 소문보다 더 좋던걸요. ^^

마노아 2007-08-08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리뷰를 클릭하는 순간부터 벌써 기분이 좋아졌어요^^

섬사이 2007-08-09 08:05   좋아요 0 | URL
정말요? 갑자기 사진에서 보았던 마노아님의 맑은 웃음이 떠올라요. ^^

2007-08-09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0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엄마 마중 - 유년동화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한길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글을 읽지 않고 그림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가슴 속이 짠해져 온다.  그림책 속 아이의 뒤를 따라 가만가만 걸어가 전차 정거장에 함께 서 있다보면 추억이나 그리움, 향수와 같은 감정들이 뒤범벅이 되어 일렁이는 걸 느낀다.

김동성님의 한국화 향내가 물씬 나는 그림이 그 이유일 수 있을 것이다.  초록빛과 황토빛이 그림 속에 펼쳐져 있다.  조금은 바랜 듯이, 또는 시간이라는 건널 수 없는 거리를 넘어 바라보는 먼 풍경처럼, 선명하지 않은 빛깔로 추억처럼 빛나면서.. 





가장 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색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것도 근대화라는 폭풍, 유난히 혹독한 근대화의 시기를 지나야 했던 우리 나라의 민중들의 색.  고단하고 슬픈 삶,  가난했지만 인정많던 순박한 사람들의 삶을 대표할 수 있는 색.  그게 바로 초록과 황토빛이 아니었을까.. 이 그림책에서 느껴지는 애잔함의 발원지가 바로 저 색들이 아닐런지.




 

그림책 속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시선을 왼쪽을 향하고 있다.  꼼짝않고 서서 코끝이 빨개진 채로 그림책 화면을 넘어 아득한 저 쪽.  엄마가 오실 방향을 향해 있는 아이의 표정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데도, 아이의 마음이 잘 느껴진다.  두 번째 차장이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하고 가버리는 그림에선 아이의 눈꼬리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아래로 살짝 내려가 있기도 하다. 

아이의 그 아득한 기다림이 더께 더께 묻어있어서 그런지 전차가 오는 장면의 그림은 한폭의 꿈 같다. 꼬마에게 느껴질 기다림의 아득한 시간들이 그 세 장의 그림에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전차가 커다란 나무 밑을 지나는 그림, 마치 물고기 떼 가득한 바다 속을 달려오는 듯한 그림(아마 물고기 떼처럼 보이는 그 수많은 초록 빛 점들은 달리는 전차 뒤로 휙휙 흩날리는 나뭇잎들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리고 샛노란 햇빛이 가득한 하늘 아래를 공중에 붕 뜬 채로 달려오는 그림에는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커다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기다림의 시간과 불안함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보며  지난 기억 속의 하나의 풍경만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녹아 있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정서까지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마음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그림, 그림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으면 혓바닥 위로 그림의 맛이 번질 것 같고, 내 눈동자 망막 위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  눈 내리는 하늘이 초록 빛이다.  하얗게 눈이 쌓인 키 낮은 지붕들이 정겹게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는 골목길 풍경이다. 아이의 아득했던 기다림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빨간 막대 사탕을 쥐고 엄마와 시선을 맞대고 있는 아이의 행복한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콧마루가 시큰해져서 공연히 헛기침하게 되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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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이뻐라...
정말 정감이 담뿍 묻어나는군요 :)

섬사이 2007-07-22 01:13   좋아요 0 | URL
예, 정말 고운 그림책이에요.^^

프레이야 2007-07-2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오는 저녁 저 연두빛 하늘이 아스라하지요. 저도 이 그림책 무척 좋아해요.
님이 맛깔스런 리뷰로 다시 느껴봅니다.^^

섬사이 2007-07-22 01: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님, 정확한 표현을 집어주시네요. 아스라해요.^^

치유 2007-07-20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가 참 좋으네요..이 책 참 좋아했어요..
저 마지막 초록에 눈이 내리는 장면은 희망을 나타낸게 아닐까 싶어 더욱...
코끝 빨간 아이 너무 귀엽지요??
그 옛날 우리네 오빠가 아니였을까...

섬사이 2007-07-22 01:15   좋아요 0 | URL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30년대 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인데도 참 친숙하고 정겹게 느껴져요. 명작 수준의 그림책이지 않을까 싶어요. ^^

fallin 2007-07-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의 설명을 들으니 정말 그림이 이쁘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거 같아요..저는 이런 걸 봐도 좀처럼 느끼지를 못하는데...감수성이 메말랐나 -.-;;; 암튼 이뻐요 ^^

섬사이 2007-07-23 16:10   좋아요 0 | URL
fallin님, 그림책을 직접 보신다면 더 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이 정도 밖에는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네요. ^^

알맹이 2007-07-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정말 곱네요. 님의 글도 아름답고요.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섬사이 2007-07-24 12:29   좋아요 0 | URL
음미의 맛이 깊은 그림책이었어요. 앤디뽕님, 휴가계획은 잡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