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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 - 개정판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1
김향금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06년 4월
평점 :
솔거나라 시리즈는 처음 우리나라에 출판되면서부터 적지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정확히 언제였더라?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족히 10년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첫애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이었으니까.
그 때까지만해도 우리나라 그림책이 많이 나오질 않았었는데 보림에서 세밀화 그림책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반갑게도 우수한 그림책이 출판되기 시작했었다. 솔거나라 시리즈가 세상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전통문화를 유아들 수준에 맞추어서 세심한 기획을 거쳐 출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에 그림책과 애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아줌마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었던 그림책이다. 살림이 넉넉치 못했던 나는 아이들 데리고 집근처 큰 책방에 가서 그림책 구경을 하다가 오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슬쩍슬쩍 책방 직원들 눈치를 봐가면서.. 어쩌다 맘먹고 그림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신나는 날들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는 우리나라 전통 탈에 대한 이야기다. '가면'하면 베트맨 가면, 스파이더맨 가면 등 미국 헐리우드 영화상품에 더 박식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전통 탈의 개성있고 해학이 섞인 탈의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이 그림책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거기에 늘 바쁜 맞벌이 부모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건이는 도시 어린이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건이의 마음은 말썽과 심술로 나타나고 이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은 건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건이가 말썽을 부리고나서 다락방으로 숨어든다. 방에 놓여진 사진을 보니 아마 건이네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전통 탈을 만드시는 분인가 보다. 어두운 다락방에는 탈이며 요강이며 온갖 잡동사니들이 널려있다. 무서움도 잠시, 우리의 용감한 건이는 탈을 쓰며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하고 더 꼭꼭 숨어버리려 한다. 네눈박이 탈도 써보고, 소탈도 써보고, 양반탈, 말뚝이탈, 각시탈... 엄마처럼 예쁜 각시탈... 엄마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 때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 할머니 탈을 쓰고 한번만 더 자기를 불러주기를 바란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다락문을 살짝 열었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다 와 있다. 건이 눈에서 눈물이 질끔..
건이는 엄마, 아빠가 자기를 봐주길 바랬던 아이다. 아무도 내가 누군지 절대로 모르게 숨어버리고 싶었던 아이가 아니다. 그런 건이가 하나씩 쓰고 보여주는 탈들을 아이들은 차곡차곡 마음에 쌓아둘지 모를 일이다. 뒤쪽에 이 책에 나왔던 탈들이 사진과 함께 좀더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 있다. 부모와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을 것 같다.
이혜리씨가 그린 표정이 살아있는 그림이 재미있다. 탈과 건이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