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빠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
아네트 티종 지음, 이용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내가 참 좋아했던 그림책이다.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그림도 그렇지만 그림책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바바빠빠는 우리 사람들의 세계에서 이물(異物)같은 존재다.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경계되는 두려운 대상.  오직 프랑수아라는 아이가 바바빠빠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테지만, 친구가 되기도 전에 바바빠빠는 동물원에 갇히고 만다.  외롭고 슬픈 바바빠빠.

중학생이된 큰 아이와 이제 6학년이 되는 작은 아이에게 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 주었더니 "와~"하며 반가워한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이 어릴 적에 한동안은 우리집에도 바바빠빠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었던 것 같다.  특히 그림책 뒷쪽에 바바빠빠가 말모양으로 바뀌어 아이들을 태워주거나 배가 되어서 아이들을 태우고 공원 연못에 둥둥 떠있는 그림을 보면서 말이다.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그림책을 읽는 나이가 훌쩍 넘어버린 아이들에게서 가끔 어릴 때 읽던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바바빠빠>도 그런 그림책 중에 하나다. 

글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간단한 건 아니다.  '축배의 잔'이라든가 '불행', '형태','자유','난감','극장','호텔','영웅','환영','유명해지다','외롭다'와 같은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울만한 낱말들도 나온다.  너무 어린 아이에게는 아이의 어휘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이 좋은 그림책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23개월 우리 막내 비니는 이 그림책을 가지고 그림을 보며 논다.  23개월짜리 아이에게 읽어주기엔 너무 심오하고 어려운 내용일수도 있기에 읽어달라고 가져오면 읽어주긴 하지만 그림을 보며 놀 때가 더 많다.  그림이 아기자기해서 그런지 그림만 보면서도 무척 좋아한다. 

나는 바바빠빠를 애니메이션으로 본 적이 없다. 왜 못봤을까?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 내 표범팬티 어디 갔지? - 꿈의동물원 2
재미마주 엮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유머러스한 그림책이다.  남자 아이가 엉덩이를 내 놓은채 서랍을 뒤지고 있는 첫장의 그림.  표범팬티를 찾고 있다.  순간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들의 노래. "도깨비 00는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호랑이 가죽으로 만들었어요.,,," 어쩌구 하던..

아이들은 팬티라는 소재에서부터 입가에 슬슬 웃음을 띠기 시작한다. 서랍 속을 뒤져 팬티를 찾는 아이는 생각한다.  내 표범팬티가 어디 갔을까?  팬티가 그거 하나밖에 없진 않을텐데, 콕 집어 표범팬티를 찾는 걸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팬티인가 보다. 

표범팬티는 이제 상상력의 세계 속으로 돌아다닌다.  아기 사자, 커다란 구렁이, 홍학, 수달을 거쳐서 표범이 주인에게 돌려주려고 날쌔게 달리는 장면까지.. 참 재미난 이야기지만 그림만큼은 가볍지 않다.  유화를 사용한 건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 건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그림이 사실적일 뿐만 아니라 채도와 명도가 낮은 색을 써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밝지 않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걸 왜일까? 글의 가벼움과 그림의 무거움이 부딪치면서 느끼는 아이러니의 묘미때문일까?  다소 무겁고 심각해 보이는 그림 속의 동물들이 팬티를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낄낄거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 개그맨들이 우스운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는 하나도 안웃는 것처럼,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 동물들은 익살맞지도 경망스럽지도 않고 오히려  아주 점잖고 진지하다.  그게 더 웃기다. 

맨 마지막 장에 아이는 표범팬티를 입고 우리를 향해 흐뭇하게 웃음짓고 있다.  아주 만족스러운가 보다. 

남편은 이 그림책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림책이 좀 엽기적이고 변태스럽다."고..  그건 때묻고 더러워진 어른들의 생각으로 그림책을 보기 때문이라고 반발했더니 머쓱해 한다.  보면 볼수록 재미만 있구만... 살짝 남편을 흘겨보면서 오늘도 나는 즐겁게 아이에게 이 그림책을 읽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릴라야, 힘내!
조은수 글, 이혜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여기, 부정적인 자아관을 가진 고릴라 한마리가 있다.  무엇때문에 자기가 고릴라인게 싫은 건지 이유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마법사가 나타나 "안녕? 고릴라야"하고 인사만 해도 자기를 그렇게 부르지 말아달라며 우울해 하는 고릴라다.

부정적인 자아관을 가진 대표로 고릴라가 발탁된 것은 아마도 우락부락 심술맞아 보이는 고릴라 특유의 인상과 너무 긴 팔에 비해 너무 짧은 다리, 지나치게 떡벌어진 어깨와 가슴 같은 불균형스러운 신체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고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고릴라를 측은히 여긴 마법사님께서 고릴라를 변신시켜주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법사님은 왜 이렇게 눈이 많지? 대부분의 마법지팡이는 별 장식을 달고 있거나 그도 아니면 지휘봉처럼 그저 막대기인 적이 많은데 이 마법사님은 마법지팡이 끝에도 눈알이 달려있고, 옷에도 눈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마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잘 보고 살피는 것이 이 마법사가 맡은 소임이고 그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한 착한 마법사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림작가 이혜리님의 발상인가 보다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 고릴라는 좋은 마법사를 만나 쥐로, 토끼로, 뱀으로, 참새로, 사자로 변신을 거듭한다.  그런데 이 고릴라가 워낙 까탈스러운지 그런 동물들이 모두 마음에 안든단다. 변덕스러운 고릴라는 '사자처럼 무섭지 않고, 참새처럼 약하지 않고.,뱀처럼 미끈미끈하지도 않고, 토끼처럼 눈이 빨갛지도 않고, 쥐처럼 징그럽지도 않은 내' 가 좋단다.

그 말에 까탈스런 고릴라의 주문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던 마법사의 얼굴이 환해진다.  그리곤 다시 본연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고릴라가 "나는 내가 고릴라인 게 좋아요"하는 고백과 함께 환한 얼굴로 웃음짓는다. 

그림책은 자기자신을 싫어하던 고릴라가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세상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메세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3개월이 된 우리 아이는 '아리송 수리송 수리수리 마하수리 얍~!"하는 마법사의 주문을 읽어줄 때마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책을 톡 친다.  마치 자기가 마법사가 된 것처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데다가 재미있는 주문이 반복되어 아이가 재밌어 하는 것 같다.   "뭐가 되고 싶은데?" 하고 마법사가 고릴라에게 던지는 질문을 아이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아직 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불가능하지만, 좀 더 커서 말을 잘 하게 되면 "비니는 무슨 동물이 되고 싶니?"하고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자기가 사랑받고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늘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눈을 많이 갖고 있는 마법사처럼 나도 아이들을 잘 살피고 지켜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법사의 지팡이가 탐난다. 저것만 있으면 훨씬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텐데... 허걱~ 말하고 보니 갑자기 내가 이 그림책 속의 고릴라처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이대로의 내가 가장 좋아요."  하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 - 전3권 세밀화 보리 아기 그림책
이태수 외 지음, 보리 편집부 엮음 / 보리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제일 처음으로 사준 그림책이다.  일단 튼튼한 보드북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고, 세밀화로 그려진 동물이며 곤충, 곡식들의 그림이 좋고, 사실적인 그림과 더불어 앙징맞은 그림으로 끌어가는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좋다.

특히 우리 아이는 <나도 태워줘>와 <이것 좀 봐>를 좋아했는데, 23개월이 된 지금도 잠자리를 보면 '후후'하고 입바람을 분다.  보리그림책으로 불붙은 곤충에 대한 흥미는 오빠책까지 넘보는 수준으로 변했는데, 그렇다고 23개월짜리가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뜻은 아니다.  보다 다양한 곤충들의 모습이 담긴 오빠 책을 자꾸 오빠방에서 꺼내와 보는 열성을 보일 뿐이다.  결국은 거의 도감수준의 오빠 책 한권을 자기 몫으로 물려 받았다. 

그러나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에 대한 불만은 그림책의 내용이나 질적인 부분에서가 아니라 출판사의 판매전략에 대한 것이다.  왜 낱권판매를 안하는 것인지? 사실 5세트 15권 모두가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출판사의 기획으로 세밀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그림책들이라고는 하지만 아이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책을 선택할 수 있어햐 하는 것 아닐까.. 출판사 쪽에서야 세트판매가 이익이겠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비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렇고 취사선택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 같아 사면서도 찜찜하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아들을 위한 그림책에서 세트판매를 하는 경우는 너무 많다.  세트판매가 유아그림책 판매의 관행이 되다시피 한 것 같다. 고쳐야 할 관행이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2-21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6-12-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아이가 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면 엄마는 속이 타들어가죠. 빨리 건강해져서 크리스마스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빌어요.
 
두 살배기 아기 그림책 발달 단계에 맞는 아기 그림책 2
보물섬 지음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비니가 돌이 되기 전에 보았던 <한살배기 아기그림책>의 제2탄이라고 해야하나? <한살배기 아기그림책>을 종이가 다 너덜너덜해지도록 보았던 비니를 위해 <두살배기 아기그림책>을 뽑아들었다. 

<한살배기 아기그림책>처럼 이 책도 4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제 옷입기에 관심을 보이는 두살또래의 아이들을 위해 '영차영차 입었다'라는 이야기가 그 첫번째이다.  옷입기 뿐 아니라 하얀 속옷, 노란 양말, 빨간 윗도리, 파란 바지 식으로 색깔 인지에도 신경을 썼다.  아기가 입는 옷의 색깔에 따라 아기근처를 날아다니는 나비의 색도 바뀐다. 

두번째 이야기 '돌돌돌, 뭐지?' 는 동그란 모양의 다양한 바퀴와 탈것들을 보여준다.  자전거 바퀴와 자동차 바퀴, 기차 바퀴의 다른 형태를 인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동차바퀴와 소방차 바퀴는 형태는 똑같으나 색이 다를 뿐이고, 비행기 바퀴도 특별히 다르다는 것을 어른인 나도 못느끼겠지만서도..돌이 지나면서 탈것과 모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을 잘 반영한 그림책이다.

세번째 이야기 '빙글빙글 돌아요!'는 비니와 내가 가장 신나게 읽는 부분이다.  "동그랑테 동그랑테 동그랑텡텡 텡텡텡" 의 후렴구는  꽹가리 소리가 들려오는 듯 흥을 더한다.  리듬감을 살려서 읽으면 아이도 나도 어깨가 들썩인다. 등장하는 아이들과 동물들의 몸짓이며 표정이 익살스럽다. 음악을 들으며 율동을 즐기는 두살배기 아이들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네번째 이야기 '아이, 시원해!'는 아이가 놀잇감을 가지고 목욕하면서 상상의 공간에 빠져들었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날아가 폭신폭신한 구름바다에 갔다가 무지개 다리를 타고 내려오면서 목욕을 마친다.  보송보송한 수건을 두르고 아이는 '아이 시원해'라고 말한다.  목욕이 아이들에게 놀이로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꾸민 것 같다.  수건을 두른 아이의 표정이 만족감으로 가득 차있다.  

두돌이 되기 전에 좀 일찍 보여줘도 무난히 볼 수 있을 만큼 짧고 간결한 이야기들로 잘 짜여진 그림책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하나의 책으로 출판되어 나온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네가지 이야기가 페이퍼북 형태의 책으로 묶여나오는 바람에 평가절하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래서 그림책의 가격이 저렴한 잇점도 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