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창비 어린이>에 글이 실리다.
; 쑥스러워서 밝히진 못했지만 <창비어린이> 가을호에 그림책 <쨍아>와 <별이 되고 싶어>에 대한 글이 실렸다. 나에겐 어마어마한 행운이었고, 내 허접한 글들을 눈여겨 읽어준 분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순오기님이 신기하게도 단박에 나라는 걸 눈치채고는 순오기님 서재 페이퍼에 올려주셨다. 너무 쑥스러워서 "저 맞아요."하고 순오기님한테만 살짝 속삭이고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정식으로 원고청탁서를 받아봤고, 정식으로 원고료를 받아봤다.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 죽을 때까지 간직하려고 가을호 <창비어린이>와 함께 고이고이 모셔두었다. 다시 한 번 내게 이런 행운을 안겨준, 사랑스러운 그 분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2. 남편 사무실을 이전하다.
; 지방대 교수로 있다가 남편이 사업을 시작한지 만5년이 되었다. 5년 전, 살림하는 나로서는 못내 불안했었지만 여러가지로 교수직에 대해 염증을 느끼던 남편은 결국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버렸다. 교수였다는 경력은 사업하는 데 여러 잇점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올해 5년만에 신사동 귀퉁이 구석에 있던 사무실을 가로수길로 옮겼다.
여전히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이제 좀 번듯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마당에 우리 같은 서민에게야 살얼음판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 위기를 잘 넘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업을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보험도 깨먹고 애들 돌반지 모아두었던 것도 다 팔고, 얼마 안 되는 패물도 다 팔아먹었었다.
그래도 이제는 저축까지는 못하더라도 이 달 관리비는 낼 수 있을까, 카드는 막을 수 있을까, 애들 학원비는 될까, 고민하지는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언제 또 불안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3. 유진이 유럽에 다녀오다.
; 작년부터 보낸다 해놓고 못보냈었는데, 드디어 올해 보냈다. 항공료도 오르고 환율도 올라서 작년과 비교했을 때 예산을 훨씬 초과했지만, 유진이에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유진이 유럽 여행자금을 대느라 남편은 사업을 하면서도 몇몇 대학에 강의를 맡기도 했고, 특강을 하기도 했었다. (불쌍한 남편...)
내년엔 명보를 보내보자고 했었는데, 상황이 더욱 안좋아져서 아무래도 내년에 명보를 보내긴 어려울 것 같다. 명보에게 "어쩌니, 너무 상황이 안 좋아서 내년에 너 못 보내줄 것 같은데..."했더니 우리 착한 명보, "괜찮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갈게."한다. 기특한 녀석!
4. 명보, 중딩이 되고, 변성기가 오고, 내 키를 넘다.
; 명보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언제나 키번호 1번이었고, 반바지를 입혀놓으면 가느다란 다리가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아이였다. 사람들은 제나이보다 2,3살 어리게 명보를 보았고, 학교 신체검사표에는 저체중이라고 적히는... 신발 주머니를 들면 바닥이 땅바닥에 질질 끌려서 금세 닳아버리는 그런 아이. 그런 명보가 언젠가부터 부쩍부쩍 크기 시작하더니 이제 엄마인 나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었다. (내가 158Cm의 작은 키라서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쯤엔 유진이의 키를 따라잡을 것 같다.
그리고 지난 여름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명보의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아파트 단지를 웅웅 울리면서 밖에서 날아들어오는 아들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변성기가 시작된 거다. 이제는 코밑도 시커매지기 시작했고 다리의 털도 짙어지고 무성해졌다.
아들이 남자가 되어간다. 길을 나설 때, 남편이랑 같이 걸을 때보다 아들과 함께 걸을 때가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5. 섬사이, 핸드폰이 생기다.
;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아직까지 핸드폰 없는 사람이 어딨냐? 공짜폰도 많은데, 하나 장만하지!"하며 핀잔했었다. 그래도 내가 핸드폰 없어서 불편하지 않으니까, 일하는 여자도 아니고 집에서 살림만하는 주부가 핸드폰이 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아직까지 핸드폰 없이 버텼다. 아니, 버텼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그냥 핸드폰 없는 게 자연스러웠다. 운전면허도 없고 핸드폰도 없는 아날로그형 인간으로서의 은근한 자부심(?)도 느꼈었다.
그런데 유진이랑 명보가 성화를 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 중에는 회원가입시에 핸드폰 번호를 꼭 기입해야만 하는 곳이 많다. 그 때마다 주로 유진이 번호를 남발했는데, 자기 핸드폰으로 쓸데없는 문자가 너무 많이 온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몇 번은 학교 수업 중에도 문자가 오기도 했다고, 엄마 핸드폰 좀 사라고...
결국 아이들의 민원이 받아들여져서 지난 11월 핸드폰을 장만하기에 이르렀다. 핸드폰 장만 소식에 애들은 물론이고 친구들이랑, 이웃 엄마들이 기뻐해줬다. 그런데 난 아직도 "저거, 저거, 없어도 되는데..."하며 눈을 흘길 때가 많다. 아직 핸드폰에 정을 못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