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떡을 먹다가

유빈이; 엄마, 떡이 노래한다!

나 ; 노래?

유빈이; 응, 잘 들어봐~
          (입을 크게 벌리고 떡을 씹는다) 쩝,쩝,쩝,쩝....
          어때?  노래 들리지?

 

2. 미숫가루를 먹다가

유빈이; 엄마, 이거 뭘로 만들었어?

나; 쌀, 보리, 콩 같은 여러가지 곡식으로 만들었지.

유빈이; 아니야~ 양털로 만든 것 같애.

나; 양털?  왜? 털 같은 게 씹혀? (혹시 이물질이 들어갔나 걱정)

유빈이; 아니~~ 양털처럼 보드랍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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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진이가 유럽으로 떠났다.   떠나긴 했어도 아직 도착하지는 못했을 거다.  이런 거, 저런 거 챙기느라 한 일주일동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짐을 꾸리면서 기내에 갖고 탈 물품과 부칠 물품을 구분하는 것부터 다 알려주었는데, 오늘 출국심사에서 유진이가 딱 걸리는 바람에 무지 놀랐다.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고 인사 다 하고 들여보내고 남편이랑 공항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던 남편이 갑자기 뛰었다.  나도 덩달아 놀라서 유빈이 데리고 같이 달렸다.  그랬더니만 기가 막혀서..  울딸 짐에서 가위가 나왔단다.  가위, 칼 같은 것은 안된다고 얘기했는데,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가위를 챙긴 건지..  가위 가져가서 뭐 하려고 그랬는지..  돌아오면 꼭 물어봐야겠다. 
아침 여덟시에는 공항에 가려고 차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유진이랑 같은 학교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등교하고 있었다.  유진이는 등교하는 같은 학교 아이들을 보니까 기분이 더 좋아지는지 뿌듯한 표정이다.  계속 친구들과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고.  기념품 꼭 사오라는 친구들 성화에 지퍼백에다 알프스 공기를 담아서 갖다 주겠다는 둥, 에펠탑 먼지 닦은 휴지를 잘 접어서 갖고 오겠다는 둥 하며 농담도 한다. (진담일까...???)

명보를 같이 보내지 못해서 괜히 미안하다.  캠프 규정이 형제나 자매는 같이 올 수 없다고 되어 있었고, 사실 경제적인 부담도 컸고, 또 명보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판단도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명보는 그냥 집에 남게 되었다. 

유진이 보내고 곧장 책엄책아로 갔다.  이야기방을 듣고, 꼬마장터에서 유빈이가 입으면 좋아할 분홍색 발레복이랑 보라색 귀덮개랑 화려한 수영복이랑 리본 머리핀 한 쌍을 3,000원에 구입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 새로 들어온 책들을 살펴보고, 도서관 바코드를 붙이고, 연령별로 구분하고 나니 저녁 7시가 넘어버렸다.  집에 들어오니 7시 40분. 

학교에서 돌아와 혼자 집을 보고 있던 아들과 저녁을 먹고 컴 앞에 앉아 있는 거다.  설거지는 명보가 해주고 있다.  우리 멋지고 착한 아들, 쌩유... ^^   이제 엉망진창, 뒤죽박죽인 집을 좀 치워놓고 좀 쉬어야겠다.  에고고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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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너무 많이 한 날은 기분이 나쁘다.  흥분해서 나를 너무 많이 드러낸 오늘같은 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내 자신이 불쾌하고 한심스럽다.  지난 월요일, 그리고 오늘, 연속으로 실수 중이다. 

에이, 까짓꺼! 하고 털어내고 싶은데 털어지기는 커녕 자꾸 찐득하게 달라붙는 느낌.  좀 더 참아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나이든다는 게 뭔가.  좀 더 너그럽게 포용하고, 좀 더 지혜로워지고, 좀 더 참을 줄 아는 거.  그런데, 쳇, 너무 어린애처럼 군 것 같아서 무지 부끄럽고 창피하다.

말이 '너'에게로 날아가다 말고 중간에 뚝뚝 떨어져 뒹구는 걸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게 말이 아니라 쓰레기라는 생각이 든다.  '너'에게 무사히 안착한다 하더라도, 어느새 변형되거나 말한 의도를 의심받을 때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더 나았다고 내 머리를 콩콩 쥐어박고 싶어진다.

섬사이, 제발 철 좀 들어라.  콩콩콩콩 (머리 쥐어박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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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책엄책아에 가는 버스를 타러 집을 나서는데, 와~~아침인데도 이미 뜨겁게 달궈진 공기가 장난이 아니다.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정류장이 있고 또 바로 책엄책아 도서관 코앞에서 내리면 되니까 망정이지, 걸어가라면 도무지 못 갈 것 같은 그런 날씨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엄마들이 벌써 많이 와있다.  동그란 노란 책상에 아이들이 모여앉아서 한 엄마가 가져온 씨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유빈이가 냉큼 그 틈에 끼어 앉는다.  아침에 샌드위치 반을 다 먹고 나왔으면서. 

강의가 시작될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엄마들이 모두 우유곽과 단추를 들고 있다. 어? 우유곽이 준비물이었어요? 했더니 한 엄마가 “그러니까 우유가 남아돌아서 애들 씨리얼까지 먹였죠.”하며 웃는다.  알고 보니 강의 준비물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달되었는데, 나만 휴대전화가 없는 관계로 연락을 못 받은 것.  역시 휴대전화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긴 했구나...  나도 결국 하나 장만해야 하는 상황인가...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치, 어쩌다 한 번인데, 뭘!’하고 금방 고민을 떨쳐냈다.  따지고 보면 나도 참 못 말리는 고집쟁이다. 

전래놀이 강좌답게 열심히 놀았다.  팔씨름과 돼지씨름도 하고, 공기놀이도 하고, 단추와 실을 가지고 단추씽씽이도 만들어 놀아보고, 제기도 직접 만들어 차봤다.  우유곽으로는 양면딱지를 만들어 엄마들끼리 딱지치기 한 판!!  정말정말 오랜만에 “우리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놀이도 했다.  엄마들끼리 깔깔대고 웃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마음껏 더듬어 본다.  어릴 때, 나랑 소꿉놀이며 공기놀이, 팔방놀이를 함께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논다’는 건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 여유를 찾는 일인 것 같다.  너무나 오랫동안 ‘제대로 노는 법’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노는 법을 잊어버린 엄마가 되어 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며 아이를 몰아갔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했다. 

지난 번 연극놀이 강의에서도 느꼈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타인들과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빼앗아 버렸다는 안타까움도 일었다.  타인과의 관계 단절 속에서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집을 나서면 닌텐도 같은 휴대용 게임기에 몰입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어울림이 전제되어야 하는 전래놀이는 설 땅을 잃고 있는지도...  

늦은 오후에 유빈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갔다. 으흠~~ 우유곽을 모아 딱지를 만들어서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딱지치기 바람을 일으켜 볼까....???  유빈이 또래 아이들을 모아서 으랏차차, 하며 힘껏 딱지를 내려쳐 훌렁 뒤집어 버리는 쾌감을 전수해 줘볼까....???

음.. 놀이터에 맨발의 청춘 바람(놀이터에서 맨발로 뛰어 노는 것)을 일으켜 동네 물을 흐려 놓은(?)전적이 있는 유빈이와 나로서는 좀 부담이 되긴 하지만.... ^^

아, 제기차기가 단전에 기를 모으는 효과가 있단다.  그래서 산만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인 아이들이 제기차기를 많이 하면 성격이 좀 차분해진다고..  남자들은 정력이 강해진단다.  아들이랑 남편에게 제기차기를 권해보시던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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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찍을 휘두르던 예전의 경찰이 우리가 흘리고 다니는 디지털 흔적을 읽어내는 새로운 경찰에게 자리를 넘기고 있다.  사회의 규율은 예전보다 느슨해졌지만 감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모니터 뒤에 앉아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쉴 틈 없이 확인하는 권력자와 공무원들의 시선, 아무도 이런 '빅 브라더'의 커다란 눈을 벗어날 수 없다.  완전한 '파놉티콘'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옛날 방식의 경찰이 칭찬과 격려 없이 성과 없는 일에 매달려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과학적인' 경찰이 사람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다.
미래 경찰의 위험성은, 그들이 수상쩍은 정치인들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열망을 지닌 국가들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데에는 막강한 정치인 친구들의 말에 꼼짝 못하는 거대 언론 매체들이 이 '지구 제국' 계획에 딴죽을 걸 리 만무하며, 경찰이 만든 많은 사람들의 세세한 사생활 정보를 손쉽게 입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정보 전파를 비밀 정보기관, 기업, 범죄단체가 통제하고, 개인의 습관을 인터넷 접속이나 전화 통화로 알아내어 정보화할까봐 두려워한다.  

                                       -<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 214쪽-





평화적인 촛불집회 분위기를 끌어가던 종교계 인사들의 사법처리를 검토 중이라고 했단다.
갑자기, 정말로, 내가 거대한 파놉티콘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답답해졌다.
온국민이 죄수가 되어 갇혀 있다.
어청수는 순악질 교도관이고 교도소장은 2MB.
거대 파놉티콘, 대한민국.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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