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왜 철학교사가 될 수 없을까>(미셀 옹프레 지음/모티브)에서 다음 글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며 울컥했다.
오늘 큰딸 유진이는 자기 친구 엄마가 아직도 2MB를 지지하고 좋아하는데 그 이유가 단지 그가 크리스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속상해 했다. 그에게 아직도 우리를 짓밟을 권력이 남아 있다면, 아직도 우리가 그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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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인권선언에서 1958년 헌법까지, 프랑스 법은 거부와 반란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헌법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정부가 침해할 경우 그 어떤 형태의 저항이라도 할 수 있다. 이는 모든 권리 중 가장 중요한 신성불가침의 권리이자 가장 절대적인 의무다."
신성불가침의 권리이자 절대적인 의무. 이 말이 가지는 무게는 매우 묵직하며, 법과 제도 위에 이를 지키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범죄와 살인, 멸시, 비열함과 시민의식을 부정하는 것들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헌법 조문은 저항과 반란,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세부적인 사항은 모호하게 해놓고, 우리가 도무지 인정할 수도, 존경할 수 없는 권력에 반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형태의 저항방식도 인정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은 쌍방에 모두 적용되어야 하는 게 원칙인데, 둘 중 한쪽이 계약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나선다. 이때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개인을 억압하고, 개인은 정부에 대해 폭동으로 응수한다. 사람들은 법은 먼저 도덕을 따라야 하고, 법을 지키기로 한 개인들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법에 대한 저항권은 어떻게 행사하는 것이 좋을까? 법의 힘을 더 이상 인정하지 말고 그것이 도덕에 부합하기를 바라야 한다. 권력이라는 것은 그 힘의 범위 아래 있는 사람들의 동의로부터 효력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어떤 권력이든 마찬가지다. 그 권력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하찮게 여긴다면 그냥 스러져버릴 것이다. 더 이상 지지하지 않으면 폭력이나 게릴라 전술을 쓰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시위하다 많은 사람이 죽지 않아도 저절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행동을 강요하는 논리에 대한 개인적인 반항도 좋은 방법이다. 지지하기를 거절함으로써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권력은 더 이상 신임받지 못할 때 스스로 무너진다. 바보 같은 법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그로부터 빚어질 엄청난 결과를 막을 수 있다. 독재정치는 독재자들이 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저항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동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법이 자연법에 비추어 형평성보다는 독단에 치우쳐 있다고 판단한다면 순순히 따르지 말고 양심에 따라 저항하라. 법과 규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찬가지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 인간성에 어긋나는 명령이라면 힘을 보태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라. 여러분은 법적으로 그럴 권리가, 도덕적으로 그럴 의무가 있다.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법은 사람을 강제할 수도, 강제해서도 안 된다. 만약 그런 법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면, 그것은 여러분이 동의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또 협력해서 그런 것이다. 법과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 반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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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섬기지 않겠다고 단호히 결정하라"
그대들을 지배하는 자는 눈도 두 개요, 손도 두 개요, 몸도 하나일 뿐, 그대들을 파괴하라고 그대들 자신이 그에게 쥐어준 특권 외에는 우리들 마을에 수없이 많은 보잘 것 없는 사람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대들이 주지 않았다면, 그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눈을 가져와서 그대들을 감시하겠는가? 그대들이 가져다주지 않았다면, 그가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손을 가져와서 그대들을 때리겠는가? 그대들의 도시를 짓이기는 발들, 그대들 것이 아니면 그가 어디서 그것을 가져왔겠는가? 그대들에 의해서가 아니면 그가 그대들 위에서 어떻게 권력을 부릴 수 있었겠는가? 그대들과 내통하지 않았다면, 그가 어떻게 감히 그대들에게 덤벼들었겠는가? 그대들이 그대들을 약탈하는 강도를 숨겨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대들을 죽이는 암살자의 공범이 아니라면, 그대들 자신의 배신자가 아니라면, 그가 감히 어떻게 그대들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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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해방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 없이, 해방되길 바라는 것만이라도 시도해 본다면, 그대들은 해방될 수 있다. 더 이상 섬기지 않게다고 단호히 결정하라. 그러면 그대들은 자유로워진다.
나는 그대들이 그를 밀쳐내거나 위태롭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를 더는 지지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들은 그가 마치 기반이 무너진 거대한 동상처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밑에서부터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게 되리라.
<자발적 노예상태에 대한 담론>, 에티엔 드 라보에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