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시험기간이다.  유진이는 지난 월요일에 시작해서 다음주 화요일까지, 명보는 다음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세 아이들의 하루가 나에겐 한꺼번에 몰아친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이 뭐 그런거지..  

오늘은 유진이가 겨울방학 방과후학교 안내장을 가져왔다.  지난번에 신청했던 강좌들이 수강료와 교재, 각 강좌별 수강인원 등이 확정되어 온 것이다.  1기와 2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유진이는 각 3강좌씩 모두 6강좌를 듣기로 신청했다.   

1기는 1월 4일부터 1월 22일까지, 2기는 2월 8일에서 2월 26일까지.  한교시당 90분 수업, 3교시까지 하고나면 1시 10분이 된다.  지난 여름에도 학교에서 하는 방학강좌를 들었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 유진이에겐 꽤 유용하다.  1기에는 고전문학, TEPS 강좌(원래 영어 수능유형 강좌를 신청했는데 신청인원이 너무 많아서 TEPS강좌로 밀렸다), 수학 1 선행학습을 듣고, 2기에는 영어수능구문독해, 수학필수개념고2선행, 현대소설특강을 듣기로 했다.  교육비는 한 강의당 4만원대.  TEPS강좌만 신청 인원이 21명이라 62,800원이다.  모두 269500원.  

수학 과목은 그냥 방학 내내 꾸준히 강좌가 열려서 방학동안 충분하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마 앞부분 진도를 좀 나가다가 중간에 끝날 것 같다.  그래도 강제보충수업이 아니라서 마음에 든다.  선생님들이 강의를 맡아서 아이들에게 신청을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율'인 것이다.  이번에도 신청지가 왔을 땐 지리, 경제, 정치 강좌가 있었는데 신청인원이 적어서 폐강이 된 것 같다.  사회과목을 좋아하는 유진이도 지리나 경제 강좌를 듣고 싶어했는데, 아무래도 주요과목 위주로 가야하고 3교시 안에서 선택을 해야하다보니 신청을 못했다.  다른 아이들도 사정이 비슷했을 듯.   

명보도 시험을 코앞에 두고 학원을 끊었다.  2년동안 학원을 다녔으니 지겨울 때도 되었겠다, 싶어서 말 나온 김에 얼른 끊어줬다.  '자기주도학습'과는 거리가 꽤 먼 녀석이라 좀 걱정이 되지만 일단 스스로 해보도록 맡겨보기로 했다.  어차피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학원으로 공부를 해결하는 것도 무리고, 혼자 해보다가 안되면 녀석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겠지... 내가 너무 무사태평한 걸까.. 

유빈이는 드디어 2년 6개월동안 대기자로 되어있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것이다.  6살이면 다니던 어린이집도 끊고 영어유치원이나 일반 사립 유치원으로 바꿔주는데 이제서 어린이집 가게 되었다고 좋아하는 게 좀 웃기는 일일 수 있지만, 워낙 맘에 들었던 어린이집이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가장 대기자 수가 많아 들어가기 어려운 어린이집이라 연락온 게 반갑기만 하다.  게다가 구립이라 교육비도 저렴. ^^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아이들 공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6살에 어린이집 보내면서도 좋아라 하지..) 그냥 선생님들 좋고 주변 환경이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헤헤, 이제 내년 봄이면 하루에 일정한 내 시간이 생긴다.  몇 년만에 가져보는 자유인가..  유빈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첫날엔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들어와야지, 이제 헬스 등록을 하든가 요가를 배우든가 해야지, 책도 차분하게 잘 씹어 읽고, 페이퍼랑 리뷰도 매일매일 써야지,,,  아직 유빈이가 어린이집 갈 날은 멀었는데 공연히 마음이 먼저 들뜨고 있다.   

냄푠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눈비가 오거나, 차를 쓸 일이 있는 날만 빼고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아는 분이 1500만원짜리 티타늄 자전거(그런 자전거가 정말로 있구나..)를 사는데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그 분 자전거의 10분의 1가격의 중고 자전거를 얻어 타게 된 게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그 분께 감사.  집에서 남편 사무실까지는 10km가 약간 안 나오는데 (9.7km라던가..), 왕복하면 거의 20km가 되니 꽤 운동이 될 것 같다.  남편 운동에 자극을 받아서 나는 요가 DVD를 샀다.  첫날, 내몸의 뻣뻣함을 절실하게 깨닫고 반성했다.  지금도 여전히 뻣뻣하지만 한결 몸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랄까.  겨울동안은 이렇게 버티고, 내년에 유빈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 본격적으로 운동 좀 해야겠다.  점점 배둘레가... 흐흐흑...  예전에 알던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정도다.  

어제, 알라딘에서 그림책 몇 권을 구입했다.  불매선언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하지 말자..하고 있었는데 옆라인에 사는 연하녀네 집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려다가 그만...  연하녀네 아이 신이가 <이가 빠지면 요정이 온대요>라는 책을 선물해달라는데 그 책이 절판된 책이었던 거다.  그런데,,, 마침 그 책이 알라딘 중고로 나와있어서, 그 책과 함께 <사랑해 100번>을 신이를 위해 더 주문했다.  신이 동생 현성이(3살)는 아이즐에서 나온 <영어동요>를 해달라기에 그 책에다 <부릉부릉 자동차가 좋아>를 더 보태서 주문.  총 4권을 주문했다.  <이가 빠지면 요정이 온대요>란 책이 알라딘 중고로 나와있지만 않았어도 참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알라딘 컵과 탁상달력의 유혹을 과감히 물리쳤다.  (용하다, 섬사이!!) 

올해의 책 선정에 매일 참가하고 있다.  넷북이 당첨되었으면 하는 바람..(난 그런 요행운이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면서!!)  며칠 전에 노트북을 하나 사줄 것처럼 냄푠이 슬쩍 이야기를 비추더니 다시 묵묵..  하긴 난 노트북 없이도, 넷북 없이도 잘 살 자신이 있지만 말이다.   

오늘은 지난 주에 꿀로 유자차를 담가 놓았던 것을 한 해동안 친하게 지냈던 이웃들 넷과 나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엄마들인데도 경로사상(?)이 투철해서인지 이런 저런 것들을 참 많이도 챙겨줘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던 이웃들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도토리묵이라도 한 번 더 쑤어서 나눠 먹어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9-12-1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진이에겐 이미 방학이 방학이 아니군요. 그래서 더 화이팅을 외쳐주고 싶네요.
요즘 중고등학교 입시 체제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중에 이번 겨울호 창비어린이의 대담 기사를 보고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어요. 무엇이 문제인지도 좀 더 실감이 되었고요. 하지만 무엇이 정답인지 정말 답답하더군요.
내년 봄에 대한 기대가 크시겠어요 ^^

섬사이 2009-12-11 21:29   좋아요 0 | URL
앗, 저 지금 막 hnine님 서재에 가서 쇼팽의 야상곡을 듣고 왔는데. ^^
교육문제는 아무래도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아요. 성경 말씀처럼 "거듭나지 않고서는" 손대기 어렵지 않을까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교육문제 해결이 더 어렵지 않을까, 아아아~~ 왜 생각이 비관적으로 흐르는 거죠...
내년 봄을 생각하면 마음이 들썩거려요. 너무 좋아요. 유빈이에겐 미안하지만. ㅋㅋㅋ

꿈꾸는섬 2009-12-12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너무 힘들겠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ㅠ.ㅠ
유빈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다니나봐요. 우리동네에도 저렴한 구립이나 시립 어린이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워요. 이제 좀 편안하게 볼 일 보실 수 있겠어요. 운동도 하시면 좋겠어요.^^

섬사이 2009-12-12 01:58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제 큰아이 둘이 모두 학원을 안다니니까, 다른 아이들에 비해 힘들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저희 동네에도 구립이나 시립에 들어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요. 유빈이는 2년6개월을 기다렸죠.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일찌감치 구립어린이집에 대기신청부터 해놓는 엄마들도 많아요.
오랜만에 찾아오는 자유라, 한동안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심심하게 있어보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

마노아 2009-12-1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교육문제에 있어서 의연하게 대응하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모두들 이만큼씩의 여유가 있으면 다함께 덜 고단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내년 입학이면 1월이에요, 3월이에요? 섬사이님의 자유시간이 저도 함께 기다려져요. ^^

섬사이 2009-12-12 21:28   좋아요 0 | URL
아이가 셋이 되면 의연해지고 싶지 않아도 자연히 의연할 수밖에 없어요. 대한민국 교육문제도 어쩌면 자녀 많이 낳기가 해결방법이 될 수도... 유빈이는 3월에 입학이예요. 막상 자유시간이 생기면 뭘 할지 몰라 멍하게 지낼 것 같기도 해요.^^

 

며칠 전에 연하녀네 집에 잠깐 들러 커피를 마실 때였다.
식탁 위에 놓인 자그마한 박스 하나.
박스엔 '봉하 오리 쌀'이라고 적혀있고 그 옆에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밀짚모자를 쓰고 펑퍼짐한 콧망울이 돋보이는 얼굴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서있는 사람. 
그리웠던 사람.  

잠깐동안 마음이 갈피를 못잡고 찌르릉 떨려왔다. 
저렇게 밀짚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논둑길을 달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하... 돌아가신지 채 6개월도 안됐는데 상표가 돼서 돌아오셨네.." 

이렇게라도 모습을 뵈니 반갑기도 하고, 어딘지 씁쓸하기도 하고,
봉하마을 사람들은 좋겠네.. 하다가
좀 폼나게 돌아오시지 마음 아파지게 저렇게 나타나냐.. 하다가
참 저 분답다.. 하다가
정말 바보같구나,... 하다가 
저 쌀을 거둬서 그 분도 같이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다가
결국은, 
저 쌀을 나도 사야겠구나,, 했다.
저 쌀로 아무 잡곡도 섞지 않은 하얀 쌀밥을 지어서
아이들도 먹이고 나도 먹어야겠구나 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고
오늘 받았다.   

밥을 지어 먹으려하니 우습다.
저 쌀로 밥을 지어 꼭꼭 씹어 삼켜서 우리 아이들 뱃 속에 그 분에 대한 기억을,
자꾸만 조금씩 날아가서 점점 희미해지려는 그 기억을 새겨주고 싶었던 걸까.
21세기에 이건 또 웬 주술이냐.
나도 참 웃기고 자빠졌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9-11-2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절대로 아니에요..그럴수 있는 님 맘이 전 너무 좋아요.
이들의 상술이라고 한다 할지라도..

섬사이 2009-11-24 10:36   좋아요 0 | URL
저 쌀, 밥해서 다 먹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허전해요. ㅠ.ㅠ
 

1.  11월 4일 수요일 오후  (조짐이었을까...)
명보가 몸이 찌뿌둥하다며 학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잠깐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학원가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 그냥 다녀오라고 했다.  비염 때문에 늘 콧물에 재채기는 기본으로 달고 사는 녀석이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연하녀네 두 아이들이 놀러와 있기도 해서 더 그랬다.    

2. 11월 5일 목요일 (첫째날)
오늘은 연하녀네서 유빈이가 저녁때까지 노는 날이다.  11시쯤 유빈이를 연하녀네 데려다 주고 오늘은 꼭! 중앙박물관에 가서 나홀로 조용히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보리라 결심했는데,,,  11시가 조금 넘어서 명보가 초인종을 눌렀다.  허걱, 얘가 왜 이시간에 집에 오는 거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명보에게 "너 이 시간에 집에 오고 무슨 일이야?" 했더니 선생님이 열이 있다고 집에 가라고 했단다.  열을 재보니 38도.  허겁지겁 챙겨서 같이 병원에 갔다.  거점병원에 가면 하루종일 걸린다고 해서 일반내과로 갔는데, 신종플루인지 검사하는 키트가 다 떨어져서 검사할 수는 없다고 한다.  
진료를 받아보니 귀와 목에 염증이 좀 있다고.  의사 말이 하루 정도 경과를 더 지켜보자고 했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이고 약을 먹였는데 오후 늦게부터 39도가 넘는 고열이 시작되었다. 
밤 10시 39.2도  -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집에 있는 타이레놀을 하나 더 먹였다.   

3. 11월 6일 금요일 (둘째날)
밤 12시 30분  38.4도 - 타이레놀 덕에 열이 좀 떨어진 듯.  기침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자는 듯.
새벽 3시 40분  39.2도 - 음..  타이레놀을 하나 더 먹일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놔뒀다.
아침 7시 39.6도 - 깨워서 아침을 먹이고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였다.  열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이 심해진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면서 병원에 미리 접수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 병원이 꽤 평판이 좋은 병원이라 사람이 무지 많다.  자고 있는 유빈이를 깨워서 데리고 갔다 올까, 했지만 아무래도 유빈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명보 혼자 다녀오라고 하란다.  
불쌍한 명보.  남편이 출근하고 8시 30분쯤 명보를 깨웠다. 
"유빈이가 아직 자고 있고, 병원에 유빈이까지 데리고 가서 오래 기다리는 것도 신경이 쓰여서 그러는데 너 혼자 다녀올 수 있겠어?"  했더니  그러겠단다.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혼자 현관문을 나서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10시가 좀 넘어서 돌아온 명보는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서 가지고 왔다.  간이검사조차 받지 못했는데 타미플루부터 처방이다.    


(네가 그 유명한 타미플루구나...)

어쩔 수 없지...간이검사키트도 동이 나서 없다고 하고, 거점병원에 가서 하루종일 기다려 정밀검사를 한다고 해도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빨라야 3,4일, 늦으면 일주일이 걸린다니, 확진받고 약을 쓰면 이미 늦는 셈이 되니까 말이다. 
오자마자 약을 삼키더니 방에 들어가 누웠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고열이 뚝 떨어졌다. 
약이 엄청 센가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약을 먹여도 되는 건가, 잠시 흔들렸다.  
학원에 전화해서 다음주 화요일이나 수요일까지 결석하게 될 거라고 얘기했다.

4. 11월 7일 토요일 (셋째날)
명보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더니 답답해 죽으려고 한다.  거실에 나오는 대신에 마스크 착용을 하기로 했다.  나오자 마자 컴퓨터부터 켠다. 
유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점심을 챙겨먹고, 명보랑 둘이서 병원에 갔다.  의사는 열을 재보더니 타미플루를 먹고 열이 금방 뚝 떨어졌다면 신종플루가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가족간의 전염률은 20%정도.  앞으로 3,4일간 주의깊게 가족들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단다. 
예방접종은 어떻게 해야되냐고 물었더니 약을 먹지 않고 끙끙 앓고 나았다면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없지만 명보의 경우 타미플루를 복용했기 때문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약을 먹고 금방 열이 떨어지는 걸 보니 타미플루라는 약이 무척 독한 약인 것 같아 무섭다고 했더니 그건 타미플루가 독한 게 아니라 바이러스랑 약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끙끙 앓고 낫게 놔둘 걸 그랬나봐요."했더니 타미플루를 먹지 않았어도 충분히 앓고 난 후에 나았겠지만 워낙 고열을 하기 때문에 몸이 곯고,  48시간 안에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효과가 있으니까 되도록 빨리 약을 먹는 게 더 현명하다면서 의사가 웃었다.  그렇구나, 몸이 곯는구나...  하지만 몸의 면역체계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까지 질문을 하지는 못했다. 
나머지 3일치 타미플루와 기침약을 처방받아 가져왔다.  지금은 비교적 멀쩡해보인다.  기침을 아직 좀 하는데, 그건 신종플루와 별개인 증상이란다. 
수건을 따로 쓰거나 밥을 따로 먹거나 하진 않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종플루가 그렇게 겁나진 않다. 한편으로는 빨리 앓아버리고 신종플루로부터 놓여나고 싶은 무모한 생각도 든다. 
사망율은 60%의 조류독감보다는 훨씬 낮고, 독감보다도 낮은 0.2~0.6%.  신종플루가 무서운 이유는 전염력 강한 새로운 질병이기 때문인 것 같다.(그래서 어떤 사람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합체되어 변형을 일으켰을 경우가 더 무섭다고  말한다.  신종플루의 전염력과 조류독감의 사망율... 생각만해도 끔찍하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예민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언론에서도 사망자가 나올 때마다 속속 보도하고 집계하면서 오히려 공포심을 더 키우는 것 같고.  고미숙씨가 쓴 <이 영화를 보라>라는 책을 보면 영화 '괴물'을 가지고 '위생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 책에 쓰여진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아무튼 명보도 그렇지만 나머지 식구들도 모두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유진이는 학교에서 신종플루 예방주사 접종 희망자를 조사한다며 맞을까 말까 물어왔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맞지 말라는 사람 있고, 맞으라는 의사 있고.. 갈팡질팡이다.  나는 맞으라고 했다.  예방주사를 견딜만큼 유진이가 충분히 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빈이는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5. 11월 8일 일요일 (넷째날)
배우 이광기의 아들 석규군이 신종플루로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가 났다.  불특정 익명의 누군가가 사망했다는 기사보다는 충격이 크다.  도대체 이 놈의 신종플루는 종잡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석규군에게 신종플루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기저질환이 있었는지 조사한다는데, 자식을 잃고 난 부모 입장에선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슴에 맺힐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집 아들이 무난히 넘고 있는 그 병이, 일곱살 어린 아이에게는 너무나 혹독했나 보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검색해보니 간이 검사에선 음성반응이 나왔었단다.  그래서 더 타미플루 처방이 늦어졌던 것 같다.  아이가 위급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정밀검사에 들어갔다는데 아이가 죽고 나서 핸드폰으로 '신종플루 확진'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이광기씨 가족은 또 얼마나 가슴을 쳤을까.   사람들이 몰려와 애도를 표하고 위로를 한다고 한들, 그 마음이 오죽할까.
명보는 밥 먹을 때 말고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고, 나머지 가족들도 외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유빈이는 밖에 나가지도 친구랑 만나지도 못하니 심심하고 지겨워 하루에 서너번씩 조그만 게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  남편이랑 유진이도 회사와 학교에서 돌아오면 외출금지, 특히 남편은 당뇨가 좀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에 속해서 집에 들어오면 거의 감금상태로 안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부디 다른 가족들에게는 전염되지 않고 이대로 잘 끝나줬으면 좋겠다.  전염이 된다면 명보와 가장 가까이서 많이 접촉한 내가 전염확률이 제일 높겠지..   아이고, 제발...
남편이 자기가 쓰는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왔다.  일하는 데 쓰는 노트북이라 다른 사람들 손에 맡기질 않는 편인데, 명보가 하도 답답해하니까 방에서 인터넷이나 들여다 보라고 내줬다.  명보는 신나서 웹툰부터 쫙 훑어나갔다.    
명보는 수요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다. 그런데 목요일이 수능이라 수요일은 오전수업만 할 것 같고, 목요일은 또 학교에 안가는 날.  아주 신났다. 
신종플루보다 기침이 더 길게 가는 듯 하다.  

6. 11월 9일 월요일 (다섯째 날) 
명보는 늦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타미플루 한 알을 먹고(하루에 2번 아침 저녁으로 한 알씩 복용하고 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감감...  혹시 다시 아픈 걸까, 걱정이 되어서 방으로 들어가 이마를 짚어봤다.  열은 없고, 그냥 다시 잠자는 중.. 한창 자라는 청소년기엔 잠이 많아진다지만,,  저리도 졸릴까.  뭐, 학교도 학원도 안가는데 이 참에 푹 자고 쉬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아침엔 연하녀가 전화를 했다.  주말을 잘 지냈는지, 명보는 좀 어떤지.. 물어봐주니 고맙기만 하다.  지난 금요일이 유진이가 연하녀에게 수학공부를 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명보가 아픈 바람에 혹시 연하녀네 집에 전염이 될까 무서워 못 가게 했었다.  오늘 또 공부하러 가는 날인데, 한 3,4일만 더 지켜보고 보내겠다고 했다.  유진이가 연하녀와 공부하는 대신, 연하녀네 애들 둘을 우리집에서 놀게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확실히 안전하다고 생각될 때까지는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다.   
거의 매일 만나서 놀던 연하녀네 아이들을 못보니 유빈이도 지루하고 심심해서 난리다.  책 주문을 최대한(?) 자제해오던 중이었지만 '더 이상 못참겠다~'하고 <나의 체리나무 집>을 두 권 신청해버렸다.  하나는 유빈이더러 가지고 놀라고 하고, 하나는 연하녀네 딸 신이에게 선물로 줄 생각이다.  내일 배송될 테니, 한동안은 그 화려한 팝업북을 가지고 놀겠지....
명보는 팔팔하다.  신종플루가 다 나았다는 의사의 진료가 있을 때까지, 명보는 안방 출입금지 조치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 오늘 저녁부터 슬슬 안방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한다.  어지간히 답답한 모양이다. 
저녁엔 명보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명보는 좀 어떠냐고, 언제부터 다시 나올 수 있냐고..  내일 병원에 가서 마지막으로 진료를 받고 괜찮다고 하면 수요일부터 나갈 거라고 했더니, 명보가 집에 있는 동안 할 숙제를 내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묻는다.  명보를 보낼 수도 없고, 유진이더러 가라고 하면 싫다고 할 게 뻔하고, "제가 가지요.."했다.  수학과 영어 문제 프린트가 꽤 도톰하다.  집에 돌아와 명보에게 숙제를 내밀면서 "좋겠다. 심심하고 지루했는데, 할 일이 생겼으니 얼마나 좋니.."했더니 어이없이 웃는다. 
이제 다시 별탈 없이 무사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7. 11월 10일 화요일 (여섯째 날)
수건을 따로 쓰고, 식기를 열탕소독하고, 식사를 따로 하고,  집안을 구석구석 소독하고, 이불을 뜨거운 물에 빨아서 햇볕에 내다 말리고,,,,  그런 일을 안,했,다.  생각해보면 전염을 막는 기본적인 일들을 무시한 건데,,,  문득 문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무사태평 안일할 수 있었던 건 "어디서든 걸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버스 안, 마트, 학교, 회사..  안전한 곳이 없을 테니 내 집을 통째로 무균실로 만든다고 해도 바이러스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명보에게 안방출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전염확률은 높아졌을 테지만... 아직은 다른 가족들 모두 무사하다.
오전에 <나의 체리나무 집>이 배송되어 왔다.  유빈이에게 그 책이 유효했던 시간은 단 15분 정도?  역시 유빈이는 정적인 놀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게 맞구나, 했다. 
명보는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갔다.  유빈이를 데려갈 수 없어서 명보 혼자 갔다.  가기 전에 의사에게 말해야 할 것들을 주지시켰는데, 첫째는 기침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다 나은 건지, 둘째는 다른 가족들이 아직 모두 괜찮은데 좀 더 지켜봐야 하는지 아니면 사람들과 접촉을 해도 되는지였다.  
오전에 병원에 간 녀석이 2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사람이 무지무지 많았단다.  계속되는 기침은 염증이 아직 있어서 그런거니까 신종플루랑 상관이 없고, 신종플루는 다 나았으며, 기침이 나을 때까지는 찬바람을 쐬지 않는 게 좋고, 가족들도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도 좋다고 하셨단다.  
이제 정말 다 끝난 건가?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축 쳐진다.  이러면 안되는데...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09-11-1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며칠동안 가족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명보군 어여 기침도 깨끗하게 낫고 가족분 모두 잘 넘기시길 바랍니다.

지성이가 10월 말에 열이 많이 나서 거점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복용하라고 감기약을 지어 줬는데 병원 약사가 그러더군요. 병원에서 준 약을 먹어도 열이 내리지 않으면 브루펜을 더 먹이래요.
워낙 조제 해 준 약에 해열제가 있는데요. 물었더니 병원에서 준 약이랑 브루펜은 성분이 틀리다고 먹여도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으흠.. 그런게 있나.. 하고 알았다고 했지요.
다행스럽게 병원 약 으로 열도 내리고 더 다행스럽게 플루가 아니라고 해서 이틀 쉬고 다시 학교엘 다녔지요 ^^

섬사이 2009-11-10 18:39   좋아요 0 | URL
고생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막상 다 나았다는 얘길 들으니 몸이 축 처지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봐요. ^^
정성이, 지성이가 신플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예방접종이 이루어지고 어느정도 진정이 될 때까지는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을 것 같죠?^^;;

순오기 2009-11-10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정말 맘 졸이며 애쓰셨네요. 토닥토닥~
가족들은 무사히 잘 지나가리라 믿어요.
긴장이 풀리면 엄마가 몸살 날 수도 있으니 님도 좀 푹 쉬세요.


섬사이 2009-11-11 10:41   좋아요 0 | URL
별로 애쓴 것도 없어요. ^^
다행히 다른 가족들 모두 별탈이 없네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꾸벅~

2009-11-1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11-1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적 긴장하지 않고 보내신 듯한데, 무사히 플루가 떨어져나가서 참 다행이에요.
그래도 혼자서 병원 다녀온 명보가 좀 짠하긴 해요.
긴장 풀려서 섬사이님이 아프시면 안 돼요..ㅠ.ㅠ
근데, 명보가 몇 학년이에요???

섬사이 2009-11-11 10:50   좋아요 0 | URL
예, 긴장을 지나치게 안했어요. ^^;;
그래도 다행히 가족들 모두 아직은 무사합니다.
저도 어제 하루 축 처지더니 오늘은 좀 낫네요.
명보는 중2랍니다.
제 키를 훌쩍 넘을만큼 크긴 했는데,
고열하는 아이를 혼자 병원에 보내자니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11-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네요. 지금은 괜찮은거죠. 신종플루가 너무 퍼져있어서 정말 걱정이에요.

섬사이 2009-11-13 03:34   좋아요 0 | URL
예, 지금은 모두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으니 조금만 더 견디면 진정되겠지요.
으랏차차, 힘내요, 우리. ^^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에서 모래밭을 없애고 푹신한 스펀지 타일을 까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두어달 전부터 모래밭을 없애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모여서 정식으로 찬반의견을 듣는 회의를 연 적도 없어서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냥, 무조건, 위생상 좋지않고 관리가 어렵다는 게 이유고, 게,다,가, 구청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하는 거라 꼭!!! 해야 한단다. 

유빈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놀이터에 나가면서부터 모래밭은 최고의 놀이공간이었다.  모래놀이셋트에 일회용 숟가락 몇 개, 케이크 살 때 넣어주는 빵칼 두어 개, 낡은 주걱 하나,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더 보태어 넣어주면 모래밭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한가득 쏟아놓은 모래장난감들은 유빈에게 같이 어울려 놀 친구, 언니, 오빠들을 불러주었다.  유빈이는 모래놀이를 통해서 여럿이 함께 노는 법을, 장난감을 나누어서 갖고 노는 법을 배웠다.

모래로 케이크를 만들어 나뭇잎과 꽃잎으로 장식하고 나뭇가지 몇개 주워와서 초라고 꽂아놓고 신나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작업 하나로 유빈이는 미술과 음악 공부를 동시에 했다.  모래 떡 만들어서 떡장사 놀이를 하며 유빈이는 "3천원 임다~~"하며 사회를 익혔다.  좀 더 커서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터널과 길을 만들었다.  모르긴 해도 그 과정에서 협동을 익히고 공간과 방향에 대한 개념도 터득했을 것이다.  맨발로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촉감을 느꼈고, 그것은 유빈이의 뇌를 자극하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모래밭은 가장 가깝고 친숙한 자연이 아니었을까.   비싼 놀이학교 등에는 실내에 깨끗한 모래함을 설치한 곳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곳엔 바람이 없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개미도 없고,  근처에 이파리를 딸 만한 나무도 없을테고... 어쩐지 시시하지 않은가.

모래밭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좀 착잡하고 씁쓸하다.  내년이면 유빈이는 여섯살, 어쩌면 모래밭에서 놀만큼 놀았다고 볼 수 있는 나이다.  이제 슬슬 모래밭을 졸업할 나이인지도...  그래서인지 아파트 안에서  유빈이보다 어린 아이들을 보면 더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모래가 더럽다고 하는데, 예전에 TV 뉴스에서는 모래보다 스펀지 타일이 더 비위생적이라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모래는 바람에 마르고, 햇볕에 어느 정도 소독도 되는데, 스펀지 타일은 열을 받으면 유독성분이 나올 수도 있고 비에 젖으면 쉽게 마르지 않아서 타일 안쪽이 부패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냥,  보기에만 좀 깔끔해 보일 뿐이다.  결국은 어른 입장에서 모래가 골치가 아프기 때문에 없애는 것 뿐이다.  집안에 모래를 묻혀오고 놀이터 여기저기에 모래를 흘리고 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인 것이다.

모래가 스펀지 타일보다 비위생적이라고 쳐도, 좀 우습다.  모래보다 비위생적인 것 천지인 이 세상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위생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싶다면 당장 대기오염, 수질오염, 먹거리오염에 대해선 왜 그리 너그러운가 말이다.  그것도 가만히 보면 공기가 나빠지고 물이 좀 더러워지고 먹거리가 오염되는 쪽이 어른들이 생활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놀이터 모래밭 말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수입쇠고기 불매하고 친환경 먹거리를 구매함으로써 올바른 농부들을 응원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분리수거를 잘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에 반대하고, 교육이 폭력이 되지 않게 조심하고....

모래밭 자리에 깔린 바둑판 무늬의 스펀지 타일을 보고 있자니, 아이들에게 또 즐겁게 뛰놀 자연을 하나 빼앗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우리 어른들의 치졸하고 옹색한 모습이 거기 있는 것 같아서 유빈이 앞에서 공연히 부끄럽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0-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을 하나씩 망가뜨리는 것이 이 정부가 하는 일이군요.ㅜㅜ
자연과 더불어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가하는 폭력은 상상을 초월하죠.

섬사이 2009-10-28 21:46   좋아요 0 | URL
그 어른들 속에 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슬퍼요.
저도 그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른이거든요. ㅠ.ㅠ

마노아 2009-10-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과 모래를 밟아보는 최소한의 경험도 못하게 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질 거예요. 조카들 사는 집 아파트에도 푹신한 스펀지 타일이에요. 요새 초등학생들은 고무줄놀이, 얼음땡, 허수아비, 땅따먹기 등등을 알까요? 알아도, 해보기는 했을까요? 자연에서 멀어지고, 함께 놀며 즐기며 자라가는 모습도 사라져 가고, 안타까운 게 너무 많아요...ㅜㅜ

섬사이 2009-10-28 21:49   좋아요 0 | URL
지난 여름 유빈이는 처음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배웠어요.
동네 아이들 여럿과 함께 어울려 노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제가 어릴 적의 골목풍경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았거든요.
무조건, 아이들은 일단 놀아야하는데 말이죠.
그 때가 아니면 언제, 그렇게 놀겠어요..에휴..
 

 

외고폐지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꽃놀이패? 
정두언 의원의 개정안은 변신중, 교과부는 반대, 야당은 이견...."실체가 없다"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하는 정두언 의원의 진정성은 믿는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주 천천히, 이 논란을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끌고 갈 것이다."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카드를 꺼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의 진정성을 믿는단다. 같은 집권 여당 쪽에서 흘러나온 말이 아니다. 그동안 상극이나 다름없었던 전교조의 엄민용 대변인의 말이다.
모양새가 흥미롭다. '외고 폐지'라는 목적만 놓고 본다면, 정두언-전교조-야당은 같은 편이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과 정부 측 교육과학기술부의 생각은 다르다. 한나라당 내에도 이견이 있다. 
정권 실세로 통하는 정두언 의원의 주장이라면, 정부·여당의 견해로 봐도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 말은 통하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3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만 봐도 복잡한 흐름을 알 수 있다.
정두언 의원은 "외고는 유치원부터 사교육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으로 공정성을 크게 잃었고, 입시전문고가 돼버린 사교육의 주범"이라며 "정부 대책이 사교육에 영향을 못 주면 교육부 장관은 그만둬야 한다"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다그쳤다.
하지만 안 장관은 꿈쩍하지 않았다. 안 장관은 "학교 교육이라는 것은 공교육 자체를 살림으로써 사교육을 줄이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라며 "외고 문제도, 사교육 문제도 중요하지만 외고 자체가 갖는 좋은 특성도 있다"고 반박했다. 외고 폐지 반대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정두언 외고 폐지안은 '변신' 중...교과부는 반대, 한나라당은 이견

또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외고는 전입금도 안 내는데 선발권까지 주는 것은 특혜"라며 정 의원 편을 들었다. 하지만 교총 출신인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은 자율과 다양성, 경쟁인데 외고를 획일적으로 전환,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지방교육자치 정신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안 장관을 옹호했다.
상황이 이 정도면, '외고 폐지'가 당장 한나라당 당론이 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정두언 의원은 실세답게 외고 폐지 문제에 강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한 걸까?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정 의원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초안을 22일 발표했다. 하지만 22일 당일에만 한 차례 수정안을 내는 미흡함을 보이더니, 23일 다시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외고를 특성화 학교로 전환하고 ▲학생 모집 단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학생의 지원을 받아 추첨으로 선발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런 초안이 다시 어떤 내용으로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교육계의 많은 인사들은 "도대체 외고를 폐지한다는 것인지, 학생 선발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도 없고, 실체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23일 국감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잘 정리했다.
"우리가 외고폐지를 주장했을 때는 수월성 교육을 위해 존속시켜야 한다더니, 쟁점이 많아 상정되지도 못할 법안을 갖고 이 혼란을 일으키는 의도가 무엇이냐. 특히 정부 여당이 정리된 입장 없이 중구난방으로 얘기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고 있다." 
말 그대로 어리둥절한 사람이 많다.
사교육 업계에서도 "학교 자율과 수월성 교육, 그리고 특목고 확대를 주장하며 집권한 사람들이 갑자기 외고 폐지를 주장하니, 그 진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사실, 진짜 외고를 폐지하려고 하면 절차적으로 쉬운 방법이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중 특목고를 규정하고 있는 90조 내용을 삭제하거나 바꾸면 된다.
이는 행정부인 교과부 소관의 일이다. 즉 교과부가 나서면 정치권에서 굳이 힘들게 법을 바꾸지 않아도 외고 폐지든 전환이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교조와 야당은 "정권 차원에서 진정으로 사교육을 잡고 싶으면 교과부가 움직이면 될 일인데, 왜 엇박자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정 못할 법안으로 혼란 일으키는 의도가 무엇이냐" 

정두언 의원실도 이걸 부정하지 않는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교과부만 움직여 주면 우리가 이런 '생고생'을 안 해도 되다"며 "교과부는 계속 '두고 보자', '용역을 주고 그 결과를 연말에 보자'는 말만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외고를 폐지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환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러 이해 집단을 비롯해 국민 여론을 청취해야 한다. 교과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럼 여기서 다시 정리를 해보자.
'실세' 정두언 의원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금도 '변신' 중이다. 한나라당 내에 이견이 많으며, 무엇보다 교과부는 공공연하게 외고 폐지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단일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폐지든 전환이든 외고 문제가 쉽게 결론 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조중동이 외고 폐지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조선>의 반발이 거세다. 학교 자율성과 특목고 확대를 주장했던 이명박 정부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고 폐지 논란 속에서 여당과 정부는 이득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어쨌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양새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득이면 득이지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무엇보다 야당 이슈를 여당의 실세 의원이 선점했다.

"어쟀든 정부와 여당은 이득... 내년 지방선거까지 논란 이어질 것"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외고 문제는 교육 문제를 넘어서 정치와 이념문제가 됐고, 쉽게 결정 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며 "결국 이번 사안은 한나라당이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며 모든 재미를 끝까지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경원 진보신당 교육정책 위원도 "사교육비 경감 문제를 정권 실세 3인방인 정두언 의원(정치권), 이주호 교과부 차관(행정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청와대)이 이끌고 있는데도 외고 문제가 쉽게 결론 안 나는 걸 보면 '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 역시 "정 의원이 초중등교육법을 손대는 건 결국 교육체계 자체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그럼에도 이렇게 판을 크게 흔드는 걸 보면 전형적인 '포퓰리즘'적인 움직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어쨌든 외고 폐지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지는 게 아니라,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조차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 본다"는 주장은 괜한 말이 아니다. 

출처 : 외고 폐지 논란은 이명박 정부의 꽃놀이패? - 오마이뉴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9-10-25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섬사이 2009-10-25 23:24   좋아요 0 | URL
허걱, 이런 오타가...!! ㅋㅋ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해볼만한 기사인 것 같아서, 시댁 가기 전에 허겁지겁 옮겨놓았더니
실수를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