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생각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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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윤태영은 줄곧 노무현 대통령님에 관한 책을 쓰셨어. 아빠도 그의 책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님을 그리워하고 그랬지. 이번 달로 노무현 대통령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8년이 되었단다. 윤태영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이번에도 그 전의 책들과 비슷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의 책을 읽으면서 또 한번 노무현 대통령에게 빠져볼까 하고 책 소개를 읽어보았단다. , 그런데, 이번에는 소설이었어. 윤태영이 소설을? 아빠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글 잘 쓰는 윤태영 대변인이라면 소설도 괜찮게 썼을 것이라 생각했어.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소설이라고 하니까 드는 생각. 소설은 허구이니까, 어쩌면 소설 속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지 않고 살아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 현실에서는 슬픈 결말이었지만, 소설 속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 노무현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서 그가 살아 있는 2017.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구나. 책을 받자마자 맨 뒷장을 폈어. 2017년 대통령 임진혁은 고향 땅에서 방문객을 만나고 있었단다. 그렇게 소설이 끝날 때까지 살아있는 대통령님을 확인하고 다시 소설의 맨 처음으로 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

 

1.

소설의 시작은 2006년부터 시작한단다. 소설의 주인공 임진혁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야. 소설이라고 하지만, 임진혁의 말과 행동은 모두 노무현 대통령님의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해도 돼. 그리고 지은이 윤태영은 소설 속에서 진익훈이라는 사람으로 나온단다.

진익훈은 어린 시절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찰떡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어. 인수와 희연.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절친이었어. 그런데 남자 둘에 여자 하나. 그들이 커가면서 삼각관계가 되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진부해 보였지만, 이 소설은 그런 것은 감초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돼. 대학에 들어가서 익훈은 학생 운동을 하게 되었고, 부잣집 아이들이었던 인수와 희연은 자의 반 타의 반 익훈과 반댓점의 서 있었어. 이때 괴로워하는 이가 희연이었단다. 왜냐하면 희연은 익훈을 사랑하고 있었거든. 익훈이 학생 운동으로 감옥에 들어갔을 때도 옥바라지를 해주던 이가 희연이었어. 하지만 익훈은 희연이가 부모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떠나라고 했어. 그리고 먼저 외면을 했지. 한편 인수는 희연이 익훈을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희연을 짝사랑했고, 인수는 사법고시를 패스해서 검사가 되었단다. 그리고 세월은 또 흘러 결국 희연은 인수와 결혼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또 세월은 흘러 진익훈은 청와대 대변인이 있었고, 김인수는 청와대와 정부를 맹렬히 공격하는 야당 대변인이자 국회의원이 되어 있었어.

아빠도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한단다. 진보의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뜻과 다른 선택을 할 때도 있는 거야. 하지만, 이런 선택들은 대통령을 지지했던 진보 세력과 진보 언론도 등을 돌리게 만들었어. 그렇다고 보수 세력이 지지로 돌아선 것도 아니고 말이야. 보수 세력과 당시 야당은 단 한번도 대통령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 소설에서는 더욱 극단적인 음모도 나왔단다. 진익훈의 친구이자 김인수는 임진혁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음모를 꾸미게 된단다. 이 음모에는 야당 정치인들, 경제계의 큰 손들, 그리고 대통령이 군수작전권 환수를 주장한 이후 못 참겠다면서 군 장성들도 합류했어. 비록 일 년 남짓 남은 대통령의 임기이지만, 그들은 그것조차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전방위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공격하였단다. 하지만, 야당의 유력 국회의원이 역풍을 걱정하여 그 음모는 계획에서 끝이 나고 말았어.

..

임진혁 대통령에게 2006년부터의 시간은 최악의 시간을 겪고 있었어.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내놓은 정책인데,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반대를 하고 있었어. 반대를 위한 반대였지. 그렇다고 여론의 지지율도 낮기 때문에 그 정책을 밀어붙일 수도 없었어. 언론은 언론대로 진실을 왜곡하여 공격하지, 그런 진실 왜곡에 대해 따지는 것도 지친 시절이었어.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시절 노무현 대통령님이 정말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혹시 그때부터 마음에 병에 생기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2.

임기를 마치고 고향 땅에 내려온 임진혁 대통령. 그는 진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청와대 시절 같이 일했던 이들도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고, 글을 쓰는 일을 했어. 하지만, 바뀐 정권의 칼날은 임진혁 대통령을 향했어. 치졸한 복수의 칼날이었지. 그런데 그 칼날은 임진혁을 바로 노리는 것이 아닌, 임진혁의 측근들과 가족들을 노렸단다. 자신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을 보는 것. 이것만큼 힘든 것이 있을까. 특히 평생 남들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이 말이야. 임진혁은 더 이상 글도 쓸 수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을 겪게 된단다. 그리고 그는 오래된 생각을 실천에 이르게 된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 한 편을 남겨 두고 말이야.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아빠가 소설을 읽기 전에 소설의 마지막을 먼저 보았을 때 임진혁 대통령은 생존해 있었는데, 읽다 보니 소설의 주인공도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마지막이었단다. , 슬프다. 아빠가 잘못 본 것인가? 아니란다. 소설은 짧은 에필로그로 이어진단다. 2017. 임진혁 대통령은 여전히 고향에서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는 것으로 끝을 맺었어. 이 에필로그는 지은이 윤태영의 희망사항이 아니었나 싶구나. 또는 평행우주? 많은 과학자들이 평행우주설을 주장하고 있단다. 유사한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있다고 하는 평행우주설. 그리고 그 평행우주에는 우리와 동일한 존재가 있다는 설. 그 평행우주설이 맞다고 한다면 어쩌면 어떤 우주에서는 이 소설의 에필로그처럼 노무현 대통령님이 생존해 계셔서 큰 웃음을 짓고 계실지도 모를 일이란다

 

3.

비상식적인 대한민국의 종식하는 날이 이제 한 주도 남지 않았단다. 오월에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것은 마치 운명 같구나.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난 오월에 대통령 선거라니.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꿈꿔왔던 사람 사는 세상을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운명을 암시하는 것 같았어. 올 오월은 잃어버린 오월의 봄을 다시 찾는 그런 오월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8주기에서는 다시 웃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한편, 아빠는 걱정이 한가지 있단다.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진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갈 사람이 될 거야. 그런데 그 또한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또 야당과 언론, 그리고 또다른 권력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란다. 그때 그를 지켜줄 이는 국민들 밖에 없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이 언론에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 문제란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역사가 또 반복될까 하는 걱정이 있단다. 지난 추운 겨울 촛불혁명을 이뤄냈던 우리 시민들. 그 촛불혁명의 힘이 이제는 언론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길 바란단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님이 꿈꾸던 세상이 다음 정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쭉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란다. 거기에 좀더 좌측에 있는 이들의 의견까지 수렴하게 된다면 더 밝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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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5-05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은 노무현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소설에서라도 살아계실 수 있겠군요. 제 마음 속엔 늘 살아계세요.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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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책은 로마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봐도 어떤 소설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아우구스투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양자로써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된 사람. 아우구스투스. 그래서 로마의 평화시대를 열었던 사람. 아우구스투스. 아빠도 십여 년 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서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 최근에 시오노 나나미가 이번에는 <그리스인 이야기>가 써서 우리나라에도 출간된 것을 보았는데, 얼마 전에 위안부 망언을 해서 정이 뚝 떨어진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기로 했단다. 사실 <로마인 이야기>가 한창 인기가 있을 때도 <로마인 이야기>를 쓴 내막에 일본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설이 있었는데, 그냥 설이려니 하고 읽었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구나.

율리우스 카이사르. 갈리아 지역을 비롯하여 로마 주변을 정복하여 영토를 엄청나게 확장시켜 그야말로 로마대국 시대를 열었던 장본인. 그렇게 로마의 최고의 권력자가 되어 공화정을 없애고 종신권력자, 즉 황제가 되려고 했다가 위기를 느낀 원로원들의 음모에 의해 암살당한 인물,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의 죽음은 그 암살에 참여했던 이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을 거야. 율리우스 카이사르, 본인 자신도 말이야. 이 책의 이야기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는 그 시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이 소설의 지은이는 존 윌리엄스라는 사람이고, 이 책이 처음 출간된 것은 1972년이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뒤늦게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이 되어서야 출간되었어. 그의 또다른 대표작 <스토너>라는 작품이 원래 미국에서 1965년에 발표했는데, 2013년이 되어서야 유럽에 소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2014년에 <스토너>가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대. 그러면서 그의 다른 작품인 <아우구스투스>가 이어서 출간된 것이라고 하는구나. 아빠도 이런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 그의 대표작 <스토너>도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1.

이 책은 시작 전에 지은이가 소설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단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팩션이라고 보면 되겠구나. 이 소설은 조금 독특해. 이 소설은 편지, 일기, 보고서 등 문서들로만 이루어져 있어. 마치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남겨 놓은 기록처럼 말이야. 혹시 읽는 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기록들이 실재하는 것이라 오해할까 봐 시작하기 전에 소설이라고 이야기했나 싶더구나. 아우구스투스는 나중에 원로원 내려준존엄한 자라는 칭호이고, 원래 이름은 옥타비우스란다.

옥타비우스는 아폴로니아 유학시절에 종조부의 사망을 소식을 듣게 된단다. 그의 종조부가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조카딸 아티아의 아들이 바로 옥타비우스인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들이 없어서 유서에 자신의 상속자는 옥타비우스라고 했고, 양자로 받아들이기도 했어. 아빠의 기억에 따르면, 옥타비우스가 그리스로 유학간 것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황제교육을 시키려고 보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옥타비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사망소식을 듣고 같이 유학을 온 친구들과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을 했어. 그 친구들은 마에케나스, 아그리파, 살비디에누스가 그들이야.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사망 소식만 왔지, 누구의 짓인지도 몰랐어. 분명 복수는 해야 하지만, 일단 자신의 목숨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어. 옥타비우스의 엄마 아티아와 계부도 유서를 포기하라고 했어. 왜냐하면 로마는 앞으로 혼란의 시기가 올 것이고, 그 혼란 속에서 암살당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상속자도 신변이 안전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야.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로마는 피아 구분이 없는 혼란의 시절이었어. 누군가는 당시 로마를 가치보다 특권을 존중하고 원칙이 이기심에 굴복하는 곳이라고 했단다. 옥타비우스는 친구들과 함께 배를 타고 몰래 로마로 향했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상속자라는 것을 알리는 뜻에서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우스라고 했어. 옥타비우스가 로마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퇴역 군인들, 즉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전장을 누볐던 이들이 옥타비우스를 찾아왔단다.

 

2.

그럼, 누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죽였는가? 아빠가 앞서 이야기할 때는 원로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겨서 위기를 느끼고 죽였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 원로원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친분이 있는 이들도 많았어. 그러다 보니 반역을 한 자들은 그 수가 상당히 많았던 거야. 철학자이자 변호사로 유명한 키케로도 반역자들에 포함되어 있었어. 로마에 원로원 세력 말고 또다른 세력이 있으니 안토니우스의 세력이란다. 안토니우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군대 지휘관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다음 군대 통솔에 있어서는 그가 일인자로 볼 수도 있었어. 이런 시기에 열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다른 나라 땅에서 공부를 하던 옥타비우스가 무얼 할 수 있겠니. 세력 기반이 약한 옥타비우스는 카이사르를 죽인 원로원의 인사들에게도 일단 호의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었어. 옥타비우스는 그것만이 현 상황에서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한편,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친구라는 것을 빙자하면서 반역자들과 놀아나고, 옥타비우스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를 취했어. 안토니우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어. 그리고 결정적인 실수 두 가지를 저질렀단다. 옥타비우스를 지지하는 군단들의 장교와 병사를 무참히 죽인 일이 있었고, 법을 어기고 로마에 40년 만에 군대를 끌고 들어와 횡포를 부렸던 거야. 이것으로 인심을 잃고 그들의 부하들이 옥타비우스로 향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어. 이런 안토니우스의 독단적인 행동과 달리 옥타비우스는 퇴역 군인들을 비롯한 옛 카이사르의 군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반대세력인 원로원들과 일단 손을 잡았어. 원로원에서도 옥타비우스가 그렇게 협력의 손길을 내밀자 안심을 했고, 로마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어. 하지만 안토니우스의 돌출행동은 점점 자신이 권력까지 잡으려는 움직임이 보였어. 옥타비우스는 원로원 측의 데키무스 등와 연합을 해서 안토니우스와 일전을 벌여 승리를 했단다. 이 전투에서의 승리 이후 원로원은 옥타비우스의 군을 데키무스에게 인도하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그 속셈이 뻔하기 때문에 옥타비우스는 거절을 했단다. 로마 밖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거절의 뜻을 전하자, 겁먹은 원로원은 옥타비우스의 뜻대로 하기로 했어. 그의 뜻은 집정관에 오르는 것이었단다. 그렇게 스무 살에 옥타비우스는 집정관이 되었고,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복수를 시작했단다.

 

3.

옥타비우스가 어리긴 하지만 정치적인 감각을 뛰어났던 것 같아. 아직 세력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이번에는 다시 안토니우스와 손을 잡기로 한단다. 레피투스를 포함하여 안토니우스, 옥타비우스의 삼두정치를 제안했어. 그렇게 안토니우스와 손을 잡고 이번에는 원로원 처단에 박차를 가했단다. 원로원 중 퇴출리스트를 작성해서 처형시키고, 추방했단다. 키케로도 원로원에서 떠나야 했고, 고향에서 알게 모르게 죽음을 당했단다. 그것은 키케로만이 아니었어. 카이사르의 암살에 참여했던 여러 원로원들이 목숨을 잃었단다.

안토니우스의 아내가 죽자 동생 옥타비아를 정략결혼 시켰어. 하지만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라는 이집트 여왕과 사랑에 빠졌어. 그러면서 동로마 지역과 이집트 지역을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와 같이 통치하게 되었단다. 사실 클레오파트라는 카이사르가 죽을 당시 로마에 머무르고 있었어. 왜냐하면 카이사르와 연인 관계였거든. 카이사르가 죽고 나서 이집트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카이사르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 클레오파트라가 이번에는 안토니우스와 사랑에 빠졌고, 그로 인해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를 내쫓았단다. 이런 일로 옥타비우스와 안토니우스는 갈등이 심화되었고, 결국 악티움 해전이라고 하는 유명한 해전을 벌이게 되었단다. 이 전투에 옥타비우스는 직접 참가하여 승리를 거두고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는 같이 자살을 했단다. 그렇게 로마를 평정하고 그는 로마 최고 일인자로 우뚝 섰단다. 그때 그의 나이 33살이었어. 18살 때 카이사르가 죽고 그의 유언을 이제서야 받들게 되는 것이었어. 그의 인내와 꾸준함이 안전하게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 같구나. 이후 로마는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단다.

 

4.

옥타비우스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어. 율리아. 이 소설에서는 율리아에 대한 비중도 크게 다루고 있단다. 실제로도 율리아가 그런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속의 율리아는 황제의 딸로서 불운한 삶을 살았더구나. 율리아는 태어나면서부터 불운했단다. 친엄마는 이혼당하고, 계모 리비아가 친엄마인줄 알았거든. 아버지인 옥타비우스는 전쟁터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자주 볼 수 없었어. 하지만, 옥타비우스는 딸 율리아에 대한 사랑은 컸다고 하더구나. 율리아는 독립심이 강한 여자였지만, 당시 시대는 황제의 딸이라고 자유가 보장된 것은 아니었단다. 평생 세 번 결혼했지만, 세 번 모두 자신의 사랑에 의한 결혼이 아닌 아버지의 명령에 의한 정략결혼이었단다.

첫 번째 결혼은 열네 살 때 했는데, 열일곱 살 때 남편이 그만 죽고 말았어. 그렇게 되자, 옥타비우스의 아내이자 율리아의 계모인 리비아는 자신의 아들 티베리우스와 율리아를 결혼시키려고 했지만, 옥타비우스는 리비아가 순수혈통이 아니기 때문에 티베리우스를 좋아하지 않았단다. 리비아가 옥타비우스와 결혼했을 때는 이미 전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상태였고, 낳은 아들이 티베리우스였던 거야. 그러니까 티베리우스는 옥타비우스의 친아들이 아니야. 당시 결혼관은 지금과 많이 다르니 그것은 감안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단다. 옥타비우스는 열일곱 살 과부가 된 딸 율리아를 자신의 친구인 아그리파와 결혼시켰단다. 나이 차이가 엄청난 남편을 둔 율리아. 사랑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내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하는구나. 아그리파가 죽을 때까지 9 년을 같이 살았고, 5명의 아이를 낳았대.

옥타비우스는 아내 리비아가 있었지만, 그보다 친구 마에케나스의 아내 테렌티아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대. 율리아의 남편 아그리파가 외국에서 목숨을 잃은 이후, 옥타비우스는 다시 율리아의 남편감을 골라야 했어. 마땅한 사람이 없었고, 리비아는 다시 자신의 아들 티베리우스와 엮으려고 노력했어. 그래야 아들이 없는 옥타비우스의 후계자로 자신의 아들이 될 확률이 높았으니까. 결국 옥타비우스는 율리아와 티베리우스 결혼을 선포하였단다. 그런데 율리아 뿐만 아니라 티베리우스도 상대를 싫어했어. 이 결혼은 결혼일 뿐 각자 생활하는 듯 했지. 티베리우스는 외국 생활을 주로 했고, 율리아는 더 이상 억제된 생활을 하지 않았어. 율리아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참을 만큼 참았다고 볼 수 있어. 율리아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했어. 문란한 생활도 하고 쾌락 생활도 했어. 그러다가 안토니우스의 아들 율리우스 안토니우스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단다. 이런 사실들이 티베리우스의 귀에 들어갔어.

 

5.

옥타비우스가 로마의 평화를 찾아주었지만, 그를 싫어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았어. 권력에 눈 먼 이들. 반역을 도모하는 이들이 있었지. 그런데 그들 중에 율리우스 안토니우스도 가담하고 있었어. 그들의 목표는 옥타비우스와 그의 후계자인 티베리우스를 없애는 것이었어.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율리우스 안토니우스와 율리아가 사귄다고 했잖아. 이 음모가 드러나면 율리아 또한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거냐. 이 음모는 오래 가지 못하고 옥타비우스가 알게 되었어. 그리고 율리아도 엮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율리아를 먼저 그 음모에서 빼내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것이 바로 율리아를 간통죄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었지. 그래서 율리아는 원로원 재판을 받고 간통죄로 판타페리아 섬에 유배를 가게 되었단다. 율리아를 유배 보내고 나서, 그 이후 음모의 정체는 본격적으로 파헤쳐서 가담했던 이들을 모두 처단했어. 율리우스 안토니우스는 음모가 발각된 후에 자살했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음모도 사라지고, 황제는 자신의 후계자로 티베리우스를 정식 지명했단다.

.

이 소설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편지, 일기, 각종 보고서로 이루어졌다고 했잖아. 그런 문건 중에 정작 이 소설의 주인공인 옥타비우스의 글은 없었어. 그러다가 뒤쪽에 장문의 옥타비우스가 쓴 편지가 실려 있었단다. 자신이 삶을 돌아보면서 쓴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어.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다음 자신의 선택부터, 로마를 평화의 시대로 이끌었고, 로마 시민들에게 자유를 주었던 업적을 뒤로 하고 자신의 삶을 마감하면서 쓴 회고록 같은 편지. 그 편지의 주제는 그가 한 한마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것 같구나. “로마에 자유를 주었지만 정작 나는 즐길 수도 없구나.” 그의 삶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았어. 그래, 로마를 바꾸고 로마를 통치하는 것은 그의 운명이었던 것 같아. 나라의 지도자는 어쩌면 자신의 의도와 달리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더구나. 오월에 우리나라도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있단다. 시대가 요구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리고 새로 뽑힌 대통령으로 하여금 우리나라 정상궤도로 다시 돌아와서 상식적인 세상, 정의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아빠의 기억으로는 옥타비우스가 죽고 난 다음, 티베리우스부터 이어지는 로마는 폭정의 연속이었단다. 로마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지. 원래 사람들이 평화와 자유를 얻고 나면 그것에 대한 고마움 또한 잊는 것 같더구나. 산소의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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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타일러에게 재미삼아 천사를 만나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 속 상황일 뿐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타일러는 그런 우문이 어디 있으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 물론이지요.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이고, 나 역시 당신의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천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천사가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존재라면, 딱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는지도 모른다.

(19)

진숙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지만 마구잡이로 갖다대는 객관적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그렇게 환장할 수 있어서 아름다운 게 바로 사랑이 아닌가. 이 세상에 단 한 가지, 약삭빠른 머리가 아무리 요리조리 계산해도 속수무책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게 마음이고, 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9)

우리는 보통 우리의 삶이 아주 위대한 순간들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위대한 순간, 내가 나의 모든 재능을 발휘해 위대한 일을 성취할 날을 기다린다. 내게는 왜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

그렇지만 그 위대한 순간은 우리가 모르는 새 왔다 가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아니면 우리 스스로가 하찮게 생각하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무심히 건넨 한마디 말, 별 생각 없이 내민 손, 스치듯 지은 작은 미소 속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대통령에게도, 신부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자동차 정비공에게도, 모두에게 골고루 온다.

(47)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묻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고,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즉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이 더욱 풍부해지고 내가 행복해지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53)

킹 부인의 말처럼 사랑이란 결국 아주 쉽고 단순한 감정-불쌍하고 약한 자를 보고 눈물 흘린 줄 아는 마음-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래 전 나훈아는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노래했겠지만, 어쩌면 눈물은 사랑의 씨앗인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1943)를 쓴 생택쥐페리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부()”라고 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눈물을 찾아 마음의 부자가 된다면 이 찬란한 봄에 맞는 부활의 아침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61)

<스티브 잡스의 연설 중에서…>

때로 삶은 벽돌로 당신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하지만 결코 신념을 버리지 마십시오. 제가 어렸을 때, <지구백과>라는 책이 있었는데 우리 세대의 바이블이었지요. 책으로 된 구글같다고 할까요. 그 책의 뒤표지에는 이른 아침 시골길 사진 아래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기를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늘 어리석은 채로. 저는 제 자신이 그러기를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늘 배고픈 채로, 어리석은 채로 남으십시오

(74)

얼마 전 어떤 잡지를 보니 치매 예방법이 나와 있었다. 호기심에 유심히 보았다. ‘하루 두 시간 이상씩 책을 읽는다’, ‘의도적으로 왼손과 왼발을 많이 쓴다’, ‘일회용 컵이나 접시를 쓰지 않는다.’, ‘가능하면 자주 자연을 접한다등등 어느 정도 상식적인 예방법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이 재미있었다. ‘가능하면 자주 감동을 한다.’

감동을 많이 하라?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모르지만 감동을 하면 치매 예방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음의 움직임이 두뇌의 움직임과 직결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치매라는 병이 흔한 이유는 기계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감동이 없어진 것과 상관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치매에 안 걸리려면 감동을 많이 해야 한다.

(99)

영어를 배우든 그 무엇을 하든, 남보다 좀 더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좀 더 깊이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머리, 남보다 좀 더 새롭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창의적인 눈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나눠주고 싶은 나눔의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157)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보다

- 앨프레드 L. 테니슨. <사우보> 중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부럽지 않네

고귀한 분노를 모르는 포로가,

여름 숲을 알지 못하는

새장에서 태어난 방울새가.

난 부럽지 않네, 시간의 들녘에서

제멋대로 뛰어놀며

죄책감에 얽매이지도 않고

양심도 깨어 있지 않는 짐승들이

한 번도 사랑해본 적 없는 것도

사랑해보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

(175)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 로버트 S. 브리지스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나는 온종일

사랑하는 이와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미풍 부는 하늘 높은 곳 흰 구름이 지은

햇빛 찬란한 궁전들을 바라보리라.

그녀는 노래하고, 난 그녀 위해 노래 만들고,

하루 종일 아름다운 시 읽는다네.

건초더미 우리 집에 남몰래 누워 있으면

, 인생은 아름다워라 6월이 오면.

(265)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 메리 R. 하트만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위대한 희생이나 의무가 아니라

미소와 위로의 말 한마디가

우리 삶을 아름다움으로 채우네.

간혹 가슴앓이가 오고 가지만

다른 얼굴을 한 축복일 뿐

시간이 책장을 넘기면

위대한 놀라움을 보여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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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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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또 추리 소설을 집어 들었단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기에는 썩 좋은 책은 아니란다. 소설은 무섭다는 선입견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너희들은 소설은 무섭다고 하잖아. 그런데 아빠는 그저 재미를 위해 책을 들다 보니 소설책을 즐겨 읽고, 그 중에서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게 되는구나.^^ 이번에 읽은 소설도 너희들을 기준으로 보면 무서운 소설책이 되겠구나. 제목부터 살벌한 제목이란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니이 책은 피터 스완슨이라는 사람이 썼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책이 처음 소개되었더구나.

 

1.

테드와 미란다. 그들은 3년 차 부부이고, 아직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단다. 테드는 잘 나가는 사업가로 돈도 엄청 벌었단다. 그들은 보스턴에 살다가 케네웩이라는 마을에 있는 해변가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이 마음에 들어 그곳에 집을 짓기로 했어. 테드는 사업으로 바쁘다 보니, 집 짓는 것은 아내가 도맡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되었어. 아무래도 아내 미란다가 집 짓는 시공자 브래드와 불륜에 빠진 것 같았어. 이런 의심이 짙게 들어 테드는 불쑥 건축 현장에 갔어. 미란다와 브래드가 너무 사이가 좋아보였고, 몰래 그들을 염탐했는데, 결국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을 보았단다. 화가 났지만 당장 무엇을 할 수는 없었어. 테드에게 중요한 런던 출장이 있었거든. 일주일 출장 동안 그는 미란다에게 어떻게 복수를 해야 하나 생각을 했어. 심지어 미란다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증오가 생겼어

그런데 런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공항에서 어떤 여자를 만났단다. 여자의 접근으로 같이 술 한 잔을 하게 되었고, 비행기 안에서도 옆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어. 술 기운 때문인지, 낯선 이와 일회성 만남의 용기인지 테드는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했어.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까지.. 그러자 뜻하지 않게 옆에 앉은 여인은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하는 거야. 그것도 진지하게 말이지. 그러면서 살인을 정당화시켰어. 어차피 사람은 죽는다고.. 살인은 그것을 단지 일찍 죽게 할 뿐이라고. 어떤 사람은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그래서 도덕적으로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이야참 무서운 발상인데, 아내의 불륜을 본 테드는 그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단다. 그리고 보스턴에 와서도 그 여자를 다시 만나기로 했어. 그 여자의 이름은 릴리였단다. 테드는 사실 아내를 죽일 계획도 계획이었지만, 릴리가 예뻐서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테드 자신도 했단다.

 

2.

릴리. 릴리의 엄마와 아빠는 교수였고, 자유분방한 분들이었어. 아빠는 유명한 소설가였고, 엄마는 예술을 하는 분이어서, 릴리가 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집에 오고 갔어. 릴리가 열네 살 때, 쳇이라는 무명의 예술가가 집에 머물렀는데, 쳇이 릴리에게 성추행을 했어. 릴리는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릴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초원이 있었고, 그 초원에는 버려진 우물이 하나 있었어. 릴리는 그 초원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고, 릴리는 그 초원의 버려진 우물이 쳇을 죽이고 숨기기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어. 우물 근처에 며칠 동안 돌을 잔뜩 모아두었어. 그리고 쳇을 유혹하듯 초원으로 데리고 왔어. 그리고 우물 속에 무엇인가 꺼내달라고 부탁한 다음 그를 힘껏 우물로 밀어버렸단다. 우물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깊었단다. 그리고는 돌로 그의 시신을 덮었고, 다시 우물 뚜껑을 덮고 위장을 했단다. 아주 오래 전 버려진 우물인 것처럼 말이야. 사라진 쳇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릴리의 집에는 오는 이들 중에는 아무 인사 없이 훌쩍 떠나는 이들도 꽤 있었거든.

릴리는 대학교 때 첫번째 남자친구를 사귀었어. 에릭. 그런데 에릭의 이중생활을 알게 되었단다. 주중에는 헤어졌다고 하는 전 여자친구 페이스와 만나고 주말에만 자신과 만나는 거였어. 그런 사실을 에릭의 여자친구인 페이스도 알고 있었어. 릴리는 그들에게 자신이 완전히 농락당하는 기분이었어. 그 사실을 알고 릴리는 두번째 살인을 계획했어. 런던으로 유학을 온 릴리. 모른 척 하고 에릭을 초대했어. 그리고 술 취한 에릭에게 몰래 견과류가 들어간 음식을 주었어. 에릭은 극심한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었거든. 사실 비상약도 있었는데, 그 비상약도 릴리가 사전에 숨겨버렸거든. 에릭의 죽음은 안타까운 사고사로 처리되었단다. 아무도 릴리가 한 짓인 줄 몰랐어.

 

3.

테드는 미란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어. 그리고 브래드와 친하게 지내고 술도 같이 먹었단다. 브래드의 집에 가서 브래드가 운영하는 오두막 열쇠도 슬쩍 했어. 이 모든 게 미란다를 죽이려는 준비였어. 릴리와 몰래 주기적으로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도 했단다. 그러면서 릴리에게 끌리기 시작했어. 그냥 미란다 죽이는 것을 그만두고 미란다와 헤어지고 릴리와 다시 시작하고픈 생각마저 들었어. 미란다 살해 계획이 성공하기 전까지 릴리와 관계가 드러나면 안되기 때문에 그들은 연락을 조심스럽게 하고 테드는 릴리가 윈슬로라는 도시에 살지, 어떤 집에 사는 지도 몰랐어. 그런데 테드는 릴리에게 점점 빠져들어서 릴리가 일하는 윈슬로라는 동네에 혼자 가기도 했어. 우연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그리고 그는 결심을 굳혔어. 미란다와 그냥 이혼하고, 릴리와 다시 시작하겠다고. 윈슬로를 다녀온 날, 미란다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없고, 테드만 혼자 있는 집에 손님이 찾아왔어. 술취한 브래드였어. 브래드는 아무 의심 없이 그의 방문을 맞이해준 테드에게 난데없이 총으로 위협하고 결국 테드를 죽였단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테드도 죽기 전에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무척 궁금했을 거야. 그리고 죽기 전에 깨달았겠지. 미란다의 짓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었어. 신문에서는 부자집에 강도가 들어 주인인 테드가 죽었다고 했어.

한편, 릴리는 이 소식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단다. 릴리 또한 깜짝 놀랐단다. 릴리. 이 영악한 여자는 사실 테드가 미란다의 남편인 것을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단다. 왜냐면.. 미란다가 바로 페이스였거든. 페이스가 누구냐고? 미란다에게 배신을 했다가 살해당한 에릭의 대학교 때 여자친구. 미란다는 학창 시절에 자신의 미들네임인 페이스를 썼다가 학교 졸업하고 미란다라는 원래 이름을 썼어. 이 년 전에 우연히 릴리는 미란다와 미란다의 남편 테드를 만난 적이 있었어. 그리고 얼마 전 런던 공항에서 테드를 다시 만난 것인데, 테드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알았고, 미란다의 근황을 알아보려고 그에게 이야기를 걸었는데 미란다의 불륜으로 죽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야. 릴리는 이때 미란다에게 복수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테드의 살인을 돕겠다고 이야기한 것이란다. 그런데 테드가 죽은 거지. 릴리는 당연히 이것은 미란다의 짓이라고 생각했어. 브래드를 시켜서 브래드가 죽였을 것이라고 의심을 했어. 릴리는 아무도 테드와 자신의 관계를 모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4.

릴리는 브래드를 만나보려고 브래드의 오두막이 있는 케네웩으로 출발했어. 그리고 여행 중이었던 미란다는 테드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보스턴으로 돌아왔어. 릴리의 추측이 맞았어. 미란다가 브래드를 시켜서 테드를 죽인 거야. 미란다는 테드의 돈을 노렸던 거야. 처음부터 사랑은 없었던 것이지. 그리고 브래드와 불륜을 저지른 것도 브래드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브래드를 살인 청부를 하기 위한 밑밥이었던 거야. 미란다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브래드를 만나 경찰이 찾아올 경우를 대비해서 대처 방법을 알려주었어.

브래드는 완전 안절부절. 경찰이 찾아오면 바로 들통이 날 것 같았어. 그런데, 미란다는 경찰로부터 이상한 소리를 들었어. 죽은 날 낮에 테드가 윈슬로에 갔었다는 거야. 거길 왜 갔지? 그리고 윈슬로가 왠지 익숙한 느낌이 있었어. 그리고 나중에 윈슬로에 릴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지만, 그들의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을 했어. 그러면서도 경찰에게 혼선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릴리가 윈슬로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어.

비밀은 없었어. 목격자가 나타났어. 경찰이 몽타주를 그렸고, 경찰의 부탁으로 미란다가 그 몽타주를 보았는데, 그건 누가 봐도 브래드였어. 모르겠다고 잡아떼기 어려울 정도여서 브래드 같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경찰이 브래드를 만나기 전에 브래드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한편, 릴리가 먼저 브래드를 만났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했어. 릴리는 브래드를 보자마자 살인을 저지른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브래드는 바로 실토를 했어. 릴리는 브래드와 또다른 계획을 짰어. 릴리가 브래드의 집을 떠나는 모습을 때마침 도착한 미란다가 봤어. 릴리가 완전히 떠난 후 미란다는 브래드를 만나 이야기했지. 브래드는 릴리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브래드에게 미란다를 죽이라고 이야기했다는 것까지 이야기했어. 미란다는 다시 브래드와 반전을 계획했단다.

집에 돌아온 릴리. 그녀에게 경찰이 와 있었어. 경찰이 어떻게? 릴리는 깜짝 놀랐어. 킴볼이라는 경찰은 자신이 찾아온 경위를 이야기했어. 테드가 윈슬로에 왔었고, 미란다로부터 릴리가 윈슬로에 산다고 해서 뒷조사를 했더니 릴리와 테드가 얼마 전에 같은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왔다고. 릴리는 테드와 만났다는 것까지는 사실이라고 했어. 하지만 그 이후에는 만나지 않았고, 테드가 윈슬로에 온 것은 다른 일로 왔을 거라고 했어. 경찰을 돌려보내고, 릴리는 테드가 순수하게 자신을 사랑했음을 알게 되었어.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하지만 다 지나간 과거.

릴리도 경찰의 방문에 대처해야 했어. 그리고 미란다 처지도 해야겠고. 다음날 릴리는 다시 약속 장소로 향했어. 테드의 죽음으로 집짓기가 중단된 미란다의 집. 릴리가 먼저 도착하고, 브래드와 미란다가 연이어 도착했어. 그리고 브래드가 휘두른 망치의 도착지는 방심하고 있던 미란다였단다. 브래드는 릴리와 미란다로부터 모두 같은 제의를 받은 상태였는데, 미란다는 브래드를 철저하게 믿었지만, 브래드는 릴리의 설득에 넘어간 것이란다. 그걸로 끝이 아니란 것을 읽는 이들은 금방 알아차릴 거야. 릴리는 브래드마저 처치했어. 그리고 시신을 어쨌냐고? 그 옛날 아무도 찾지 않는 초원의 버려진 우물. 그래 그곳에 버렸단다. 릴리가 열네 살 때 죽인 쳇이 있는 그 우물. 이제 그 좁은 우물에는 두 시신이 있는 것이지.

, 그럼 릴리는 완전범죄일까? 아니야. 경찰 킴볼은 릴리가 이번 범죄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수사를 좁혀왔단다. 그러면서도 릴리의 미모에 마음을 빼앗길 뻔 하기고 하고. 그러다가 릴리의 네번째 희생양이 될 뻔 했지만, 그의 동료들의 출현으로 중상에 그치고 릴리도 체포되었단다. 하지만, 릴리에게는 유능한 변호사가 있어서 풀려났어. 그런데 릴리는 아버지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단다. 버려진 초원에 누군가가 집을 짓는다는 소식과 함께….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어. 초원에 집을 지으면서 그 우물 속 시신이 발견될까? 아니면 그대로 묻힐까? 그것에 따라 릴리에게는 정반대의 결과로 돌아오겠구나.

총평을 하라고 하면, 재미는 있지만, 무섭고, 과연 현실에 저린 릴리와 미란다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더구나.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시신을 버려진 우물에 많이 버리나 싶더구나. 얼마 전에 읽은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도 시신을 우물에 버렸잖아. 우물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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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3호 - 2017년 3월~4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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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 녹색평론 153호의 책제목을시민주권시대를 향하여라고 했단다. 아무래도 시의성을 띤 제목인 것 같구나. 요즘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와 국가와 정치에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구나. 늘 정치판을 욕하기만 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다가 많은 시민들이 한데 모여 촛불을 들고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모순덩어리 정치판을 갈아엎었으니 말이야. 아빠도 일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단다. 그런 촛불혁명으로 부르는 신선한 정치 혁명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낯선 계절에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단다. 촛불 혁명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이 단지 대통령 한 명 바뀌는 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단다. 촛불 혁명을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모순덩어리 세상을 알게 된 사람들은 더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거야. 시민이 주권을 갖는 그런 시대 말이야. 헌법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많은 시스템은 모순 덩어리로 마치 모래로 쌓은 성과 같단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바꾸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가 이번 장미대선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 시민의 의한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거야. 이 책에서도 그런 시민혁명의 영구성(永久性)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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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혁명은 그 내면에 영구혁명적 동력을 품어야 가능해진다.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정세에 규정당하는, 생명력이 짧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 영구혁명적 의지와 함께 그 시야가 자연과 세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포괄하는 의식의 진화가 요구된다. 우리는 근대시민혁명의 역사를 거쳐 초근대적 시대를 향해 진입해야 하는 인류에 속해 있다. 근대적 과제의 해결 못지않게, 그걸 뛰어넘는 세계로 가는 길을 열 때 한국의 시민혁명은 문명사적 가치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이해만 관심의 중심에 놓이는 혁명은 언제든 본래의 이상을 배반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류애라는 프랑스혁명의 구호는 근대를 넘는다. 그것은 아직도 결코 낡지 않았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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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이것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주말마다 촛불을 들 수 있을 수는 없잖아. 촛불 혁명. 결국 시민이 결정권을 갖게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단다. 그래서 아빠는 촛불혁명의 연장선은 추첨제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당장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시민의회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물론 그 시민의회는 배심원제처럼 시민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아야 하는 거야. 배심원처럼 적은 수가 아닌 최소 수백 명으로 구성되어 우리나라 민의가 충분히 반영이 되어야 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의 역할은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하는 것. 이런 제도는 지도자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이런 추첨 민주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란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그런 추첨제를 통해서 공직자도 뽑고 시민의 대표도 뽑았다고 하는구나.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하는 그 고대 그리스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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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인들은 정치적 평등에 대한 굳은 믿음 때문에 민주주의와 정치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근원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민주주의체제 속의 시민에게는 나라를 운영할 특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필요성은 없었다. 그 대신에 그에게는 최소한의 불편을 치르고 정치에 참여할 풍부한 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선거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테네인들은 정교한 추첨제를 활용하여 공직자들을 뽑았다.

고대의 민주주의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힘의 균형을 유지했다.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정책 결정력은 집단 속에 있었다. 실제로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국가에서만 민중이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주장하려 했듯이, 이것은 결코 혼돈스러운 경험이 아니라 시민적 책임의 구조화된 이행 행위를 뜻하는 것이었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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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적인 선거철이란다. 녹색평론에서는 그동안 오랫동안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단다. 처음에는 이것은 이상세계에만 있는 일인 줄 알았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고, 대통령 공약으로도 나오고 있단다. 그리고 4차 산업의 시대가 온다고 한단다. AI의 등장과 함께 앞으로 더욱 일자리는 줄어들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어. 하지만 생산량은 늘어나겠지.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들은 소비 심리는 점점 위축이 될 거야. 과잉 생산과 적은 소비.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기본소득뿐이라고 하는데 아빠도 이 말에 무척 공감이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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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그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차별 없이) 돈을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이슨은 그렇게 묻고 대답한다.

“우리에게는 기술을 아주 빠르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연구에 제시된 대로 앞으로 선진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모든 직업의 47%가 공급과잉이 된다면 신자유주의체제 아래서 벌어질 일은 프레카리아크(precarious(불안정한) proletariat(프롤레타이라계급)를 합성한 조어)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세금으로 지불하는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비시장경제 안에서 입지를 마련할 기회를 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하거나,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위키피디아편집에 참여하거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울 기회를 준다. 아니면 그냥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에게 노동을 하다가 쉬어갈 시간을 준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더 늦게 진입하거나 일찍 빠져나올 수 있고, 스트레스가 높은 고강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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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색평론은 어떤 예술가의 글을 통해 기본소득이 있으면 좋아지는 점을 이야기했단다. 많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본업인 예술 활동보다 생계 유지를 위한 시간을 더 많이 쓰고 있고, 그로 인해 창작활동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기본소득이 있다면 그들이 더욱 많은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야. 그렇게 양질의 작품들이 창작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것은 비단 예술가의 사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단다. 그리고 도전을 두려워 하는 것도 결국 도전의 실패 뒤에 오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란다. 기본 소득이 있다면, 꿈으로만 접어두었던 많은 도전들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지 않을까 생각된단다. 그리고 그 도전 중에서는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하거나,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을 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여러모로 좋은 점이 참 많은 제도란다. 당장에 현실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이제 대통령 선거 공약에도 등장을 했으니,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 보는구나.

 

2.

얼마 전 세월호 사건 3주기가 지났단다. 그리고 지난 달에는 세월호가 드디어 바다에서 나와서 육지로 올라왔단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이유 없이 죽어간 아이들의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단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그리고 잊지 못할 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단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인 거야. 지난 정부는 이런 일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미적미적했지만, 다음달에 새로 출범될 정부는 단호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리고 사실 이 사건은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당시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거라고 생각한단다. 이번 녹색평론에서도 다시 한번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특별히 세월호 사건을 다른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어. 이때 소개된 문학작품들 중에서 아빠도 몇 권은 읽은 책들이었단다.

조정래 선생님은 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나오셔서 작가는 그 시대의 산소라고 하시면서, 아픈 역사, 아픈 시대를 글로 써야 한다는 했어.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한 젊은 작가들. 그들의 글들을 통해 같이 호흡하고 공감했던 독자들그들 또한 세월호를 잊지 않고 지금이라도 땅 위로 올릴 수 있는데 힘을 보태지 않았을까 생각한단다. 이제 세월호를 끌어올렸으니, 아직 바닷속에 잠겨 있는 진실만 끌어올릴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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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재난의 잠재적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이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용기로 이어졌고, 구조적 모순이 기인한 사회적 재난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열망이 망각에 반대하는 절박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다. 희망의 언어는 낭만적 열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인식을 통한 실천을 통해 생성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용기와 망각에 대한 저항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뜨거운 삶의 열기가 생겨난다. 그 열기는 어둠을 이겨내고 내일 아침을 맞이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도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주어야 할 온기에 대한뜨거운 언어, 핍진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로 인해 한국의 동시대인들은살아가는 인가이 아니라생각하며 살아 있는 인간이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간 됨의 조건이다. 한국문학이상상을 통한 생각의 확장을 향해 있고, 그 지평을 넓힘으로써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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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나라는 시민의 힘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건져냈다고 생각한단다. 남의 나라 걱정할 필요 뭐가 있냐고 할 수 있으나, 그 나라가 미국이라면 사정이 다르단다. 워낙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치는 나라이고, 특히 우리나라는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말이야. 그래서 미국 대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최악이 차악을 이겨버리는 결과가 나왔단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많은 분석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다는 것이야. 그래서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외친 정치인을 뽑은 게 아니고, 어디서 망나니 같은 정치 초보자를 뽑은 거거든. 미국 민주주의 위기에 관한 글은 이 책에서 발췌한 몇몇 글로 대신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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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연구자들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부유층과 정부로부터 같은 정책을 원할 때는,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을 주목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의견이 불일치할 때는, 부유층이 거의 언제나 승리한다. 이 연구는 미국을 과두정치제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민주주의가 사실상경제적 엘리트가 지배하는시스템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정치기관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리고 공화당에 대해서도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위치를 트럼프는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승리를 거둔 가장 큰 까닭은 바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대중의 신뢰를 잃은 데 있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힐러리를 찍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투표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투표를 했겠는가? 클린턴은 월스트리트가 원한 후보였고, 미국의 금융 및 은행계의 엘리트들로부터 막대한 선거운동 자금을 기부받았다.

(118)

트럼프의 승리는 기성 정치권력층에 대해서 날로 깊어가는 불신과 갈수록 커가는 양당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환멸을 나타내는 명백한 신호였다. 데이터들은 많은 백인 노동자들과 중산층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가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에 대해서 진정한 아웃사이더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많은 인종적 소수파는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123)

트럼프의 제안은 오바마가 화석연료에 대하여 취했던 접근방식을 더 진전시키려는 것이다. , 무제한적으로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지원은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에너지 고갈과 경제적 붕괴로 가는 길을 가속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문명의 차()를 경제 절벽으로 몰고 가면서, 자신의 지지기반 이외의 모든 타자들-인종적 소수자들, 무슬림, 여성,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소수자) 등등을 비난함으로써 압도적으로 백인 남성으로 구성된 지지자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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