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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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류시화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란다. 그래서 류시화님의 책이 출간되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단다. 늘 그랬듯이 류시화님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명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이번에 읽은 <인생우화>역시 그랬단다. 이 책은 폴란드 헤움이라는 하는 작은 마을에서 내려오는 우화들과, 류시화님이 그 헤움이라는 마을의 사람들의 캐릭터로 새로 쓴 우화들을 엮은 책이란다.

책 뒤편에 작가의 말을 통해, 헤움에 전해져 내려오는 우화들은 폴란드 어떤 대학의 레나타 체칼스카 교수라는 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어. 그래서 이 책을 공저로 출간하려고 했는데, 레나타 체칼스카 교수가 극구 사양을 했다고 하는구나. 이런 아름다운 우화가 전해 내려오는 마을이라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1.

신은 한 천사에게 어리석은 영혼들을 자루에 담아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어.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계로 보내려고 했던 것이지. 그런데 어리석은 영혼을 자루에 담아오던 천사가 그만 실수를 해서 자루가 찢어졌고, 영혼들이 다시 지상에 떨어졌어. 그들은 한 마을에 모여 살게 되었는데 그곳이 바로 폴란드의 헤움이라는 곳이었단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똑똑하지 않고 어리석은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그들은 순수하고 순박하다고 하는 것 맞을 것 같구나.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이들의 삶. 그들의 일화를 읽다 보면 어떤 경우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더구나. 얼마 전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없애달라고 하는 입주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이유가 무엇인즉, 요즘 고급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의 거울이 없다는 거야.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없애면 고급 아파트는 된다는 생각일까? 헤움 사람들이 비가 안오고 가뭄이 오래되자, 나무를 라고 부르기로 한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

하나하나 일화들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어서 좋았어. 그리고 글들이 어렵지 않고 쉽게 쓰여 있어서 너희들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우화와 동화는 종이 한 장 차이잖니?

2.

문득, 우리 세상을 둘러봤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 그런데 세상의 때가 잔뜩 묻은 우리들의 삶. 그 똑똑하다는 머리들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세상. 그 자본주의 세상은 폭주기관차처럼 인류 멸망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다들 미소 지으며 더 빨리 달리라고 하고 있어. 헤움 사람들이 더 행복하냐, 우리가 더 행복하냐 따지기 전에 우리가 과연 그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맞는지 잘 모르겠구나. 벌써 며칠째 미세먼지들의 공습으로 집에서 갇혀 있는지 모르겠구나. 어리석은 영혼들이 살았던 폴란드 헤움 사람들이 부럽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신성한 책에 따르면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각각의 영혼에 탄생을 주관할 천사를 한 명씩 지정했다.

책의 끝 문장 : 그리고 그들을 설득하려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나무를 ‘비’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그리고 비는 ‘나무’라고 부릅시다. 자,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입니까? 풍부한 비가 보이지 않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은 온통 비에 둘러싸여 있었다.- P31

그 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항아리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는 소리쳤다.

“정말 구려! 구린 걸 보니 진실이 틀림없어!”

그렇게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그것이 정말로 진실 그 자체라고 소리쳤다.

“진실이 맞아! 진실은 원래 심한 구린내가 나잖아!”- P167

“아들아, 우리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참견하고 지적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우리보다 가진 것이 없으면 그들은 우리가 자신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긴단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P178

“너무 상심하지 마, 아나톨. 나의 할머니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다고 늘 말씀하셨어. 헤움의 큰 사건들은 마을의 연대기에 기록되지만 날의 작은 일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아. 그것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만약 당신이 그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쓴다면 당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일들이 문자로 기록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게 될 거야. 헤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해도 적어도 당신의 책 속에서는 언제까지나 생생히 살아 움직이게 될 거야.”-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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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4-11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화 속의 유대인 마을은 나름 이상적으로 보이는데
현실의 이스라엘 정치 상황은 참...

bookholic 2019-04-12 00:38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레삭매냐님, 즐거운 금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