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이후로 회사사람들이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정말 맑다.

라디오를 들어도 라디오 DJ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톤 높다. 

목소리 속에 신나는 기분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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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3-11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근혜가 세상을 스마일하게 만들었군요.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몇 년 전에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그 때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단다. 콘트라베이스. 물론 아빠도 이름을 들어봤지.

현악기 중에 가장 큰 악기. 현악기 중에 가장 낮은 음을 악기. 예전에 아빠가 재미있게 본 <노다메 콘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어떤 작은 소녀가 자신보다 큰 악기를 등에 메고 힘겹게넘어질 듯 걷던 장면. 그때 등에 멘 그 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였어. 그 정도가 아빠가 알고 있는 콘트라베이스가 전부였어.

박종호의 <나의 사랑하는 클래식>란 책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들의 비애를 이야기했어. 덩치는 커다랗지만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악기로 열등감마저 느낀다고... 바이올린 독주첼로 독주비올라 독주. 다른 현악기들은 독주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지만, '콘트라베이스 독주'는 어색하다고.. 사실 아빠도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어. 하지만그런 열등감을 이기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의 독보적인 인물이 있다고 했어. 그의 이름은 게리 카인데그는 콘트라베이스 독주까지 하고 앨범도 내게 되었다고... 그런 콘트라베이스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도 짧게 소개해 주었었단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어.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책을 읽었단다. 아빠는 얼마 전에 박종호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몇 년이 휙 지나갔다니시간 빠름이 무섭기까지 하구나.

파트리크 쥐스킨트. 아빠가 이 사람의 책을 읽은 것은 오래 전이더구나. <좀머 씨 이야기> <향수>라는 책을 읽었어. 이 사람은 사람 만나기를 극도로 싫어해서 인터뷰도 안하고상도 거절하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낼까 생각이 들다가도 그렇게 혼자 있는 사람이라서이런 콘트라베이스 같은 등장인물이 한 명인 소설도 쓰나 보다 했단다. 이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한 명 나오거든.

  

1.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이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단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의 집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보니이 소설은 그대로 모노드라마 연극의 시나리오가 될 것 같았어. 그래서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이 소설이 연극으로 상연되었나. 우리나라에서도 명계남 주연으로 몇 년 전에 했었다고 조회가 되더구나. 진작에 알았다면 한번쯤 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이었어. 그가 연주하는 악기는 콘트라베이스. 그가 자신이 연주는 콘트라베이스가 볼품없는 악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콘트라베이스가 다른 악기 못지 않게 중요하고 훌륭한 악기라고 이야기한단다.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달라고 했어. 그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거나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게 표현을 해서아빠가 옮겨 적어보았단다. 먼저 콘트라베이스를 흉보는 장면은 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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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면 저는 이 녀석을 저쪽에 있는 등받이 의자 위에 올려 놓고활은 그 옆에다 놓고저는 여기 이렇게 안락의자에 앉습니다그렇게 해놓은 다음 저는 이것이 아주 볼품이 없는 악기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여러분께서도 이것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한번 자세히 봐주십시오꼭 살이 피둥피둥한 아줌마 같지 않습니까엉덩이는 축 처졌고허리 부분은 잘록하지도 못한 것이 위쪽으로 지나치게 길게 뽑아 올라져서 도대체가 못마땅합니다게다가 가늘고 축 늘어져 곱사등이 같은 어깨 부분 좀 보십시오정말 못 말립니다이렇게 외모가 엉망으로 보이게 된 원인은 콘트라베이스가 음악 역사상으로 보면 일종의 잡종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아랫부분은 큰 바이올린과 같고윗부분은 커다란 저음 4현금 겜브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콘트라베이스는 이제까지 발명된 악기 가운데 가장 못생기고거칠고우아하지 못한 악기입니다악기의 돌연변이지요종종 저는 이것을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톱으로 토막을 내고 싶기도 하고잘게 부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잘게 가루를 내거나톱밥처럼 만들어 목재를 가스로 바꾸는 기계에 집어 넣거나….. 아무튼 결판을 내고 싶기도 합니다제가 이 악기를 사랑한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이 녀석은 연주하기도 무척이나 까다롭습니다반음을 세 개만 내려고 해도 손가락을 쫙 펴야만 하거든요겨우 반음 세 개를 가지고 말입니다.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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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흉을 보다가도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콘트라베이스라고 이야기한단다. 이것을 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도 생각해 봤어. 우리 사는 세상에 하찮은 존재는 없다고 말이야. 모든 존재가 그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런 존재들이 모두 있어야만 진정한 세상이 된다고 말이야. 혹시 지은이도 이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아무튼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콘트라베이스가 중요한 이유를 같이 들어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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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빠졌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자고로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을 얻으려면  지금단어의 정의에 입각해서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베이스가 갖춰져 있어야만이 가능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1바이올린이 없거나관악기가 없거나북이 없거나트럼펫이 없거나그 밖에 다른 악기가 갖춰져 있지 않은 오케스트라는 있습니다하지만 베이스가 없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결국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악기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서슴없이 말씀드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비록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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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여러 음악가들의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어. 그러 음악가들 중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을 연주한 사람은 많았지만, 콘트라베이스를 직접 연주한 음악가는 별로 없다면서 브람스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슈베르트가 직접 4중창에 참여하기도 했었대. 바그너는 파리에 집을 구하려고 했으나소음으로 집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고

그는 또한 오케스트라 단원의 일원으로써 오케스트라 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도 이야기해주었어. 그러면서얼마 전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를 하게 된 소프라노 세라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첫부분에는 그냥 같이 하는 사람인 것처럼 에둘러 이야기했다가 소설의 뒷부분에 가면서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단다. 그가 세라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했어. 사실 콘트라베이스와 소프라노는 어울리지 않는 쌍이라고 했어. 왜냐하면 소프라노가 노래 부를 때 옆에서 연주해주기에는 콘트라베이스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어떤 첼로 연주자가 소프라노와 연애를 하면서, 악기를 피아노로 바꾼 적도 있었대. 그렇게 자신이 소프라노와 어울리지 않는 악기를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런 것이 무슨 구애가 되겠니 그는 오늘 밤 공연 때 무대 위에서 세라를 사랑한다고 외치겠다고 하면서 방을 나가면서 소설을 끝이 맺었단다.

..

책을 덮고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한번 들어봤단다. 앞서 이야기했던 게리 카의 연주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어봤어. 글쎄협주곡으로 연주된 곡을 들을 만 했는데, 독주곡은 사실 아빠의 귀로는 오래 듣지 못하겠더구나. 그렇다고 아빠가 그 악기를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야. 그 악기 또한 이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을 인정하니까 말이야. 아빠와 같은 회사원이 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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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눈을 떴는데 몇 시인지 모르겠다. 또 침대에서 발로 커튼을 열어젖혔다.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아직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석에 드러눕기라도 하면 다리로 커튼을 열 수 있는 지금의 건강을 얼마나 눈물겹게 그리워하게 될까? 그런 상상이 멈추지 않는다. 문득 다리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과정을 차분히 느끼고 싶다는 용감무쌍한 생각이 들었다. 바지랑대와 이웃집 지붕, 건너편 맨션 너머로 맑은지 흐린지 알 수 없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느 계절인지 모르겠다. 기타카루이자와의 아침, 창을 열어 나무와 하늘, 고요한 풍경을 보고 싶다. 나뭇잎과 땅과 눈이 날마다 조금씩 변하고 있다. 자연은 언제나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늦봄 새싹의 기세는 자라나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110)

젊은 시절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피로가 풀렸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자 무리하면 근육이 다음 날부터 저려왔다.

좀 더 나이 들고 보니 이틀이 지나서야 근육이 욱신거렸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한 친구는 술을 마신 이틀 후에 숙취가 생긴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노인이 아닌가. 늙으면 다들 이렇게 변하는 것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노인이 굼뜬 건 늙어서 그렇겠거니 싶었는데 속사정이 이랬다니. 그리고 나는 익숙해졌다. 오늘의 피로는 일주일 묵은 것이다.

 

(137)

나는 아줌마다. 아줌마는 자각이 없다. 미처 다 쓰지 못한 감정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메말라버렸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서야 그 빈자리에 감정이 콸콸 쏟어져 들어왔다. 한국 드라마를 몰랐다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인생이 다 그런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브라운 관 속 새빨간 거짓말에 이렇게 마음이 충족될 줄 몰랐다. 속아도 남는 장사다.

 

(221)

병의 클라이맥스는 웨딩마치와 케이크 커팅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생 분량의 웃음을 그때 다 웃는다.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다. 나는 결혼식이 늙은이의 장례식보다 가기 싫다. 결혼식은 어쩐지 애처로운 기분이 든다. 생활이란 화사한 생명과 연을 끊는 것이다. 출산은 엄숙한 행위다. 죽을 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아이가 없는 가정은 가정이라고 할 수 없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해봤자 단지 같이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법적으로 인정받은 동거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본처가 맞긴 한 데다 각종 권리도 발생하니까.

생활은 수수하고 시시한 일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런 자질구레한 일 없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화사한 마음이 생기면 불륜이며, 나 같은 할머니에게는 범죄나 다름없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인식은 다를지도 모르다. 나는 열여덟 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 부부 생활 중 몇십 년은 몹시도 괴로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고통스러워도 그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노후 때문이다. 더 이상 아무에게도 화사한 마음을 건네받지 못하는 동지끼리 툇마루에서 말없이 감을 깎아 먹고 차를 마실 날을 위해서다.

 

(242)

몇 년이나 남았나요?” “호스피스에 들어가면 2년 정도일까요.” “죽을 때까지 돈은 얼마나 드나요?” “1천만 엔.” “알겠어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럭키, 나는 프리랜서라 연금이 없으니 아흔까지 살면 어쩌나 싶어 악착같이 저금을 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재규어 대리점에 가서, 매장에 있던 잉글리시 그린의 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주세요.” 나는 국수주의자라서 지금껏 오기로라도 절대 외제 차를 타지 않았다.

배달된 재규어에 올라탄 순간 , 나는 이런 남자를 평생 찾아다녔지만 이젠 늦었구나라고 느꼈다. 시트는 나를 안전히 지키겠노라 맹세하고 있다. 쓸데없는 서비스는 하나도 없었고 마음으로부터 신뢰감이 저절로 우러났다. 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큐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245)

사람은 태평스러운 존재다. 그간 실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 나조차도 내 인생은 썩 괜찮았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뿐일까?

나는 싱글벙글 씨에게 부탁했다.

요 정도 크기의 문어 덩굴무늬 접시 다섯 장만 찾아다 줄래?”

죽는 날까지 좋아하는 물건을 쓰고 싶다. 예쁘고 세련된 잠옷도 잔뜩 샀다.

보고 싶은 DVD도 착착 사들였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남자는 모건 프리먼이다. 아들한테 모건 프리먼은 맨날 좋은 사람 역할로 나오네라고 말했더니 저 녀석이 악당 역이면 정말로 무섭다고. 저런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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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EBS <인문학 특강>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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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동양 철학의 두 주류라고 하면 공자와 노자를 들 수 있단다. 보통 공자는 현실 정치에 꾸준히 참여하려고 했고, 노자는 현실을 떠나 은둔의 생활을 한 사람으로 인식들 하고 있어. 아빠도 동양철학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가끔씩 교양 서적을 통해서 읽고, 지나면 또 까먹고 그러니까 자세히는 몰라. 그래도 노자의 도덕경 첫 번째 구절은 알고 있단다.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도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그 문구가 너무 멋지게 들렸어. 도를 도라고 말하면 이미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리고 노자는 현실을 떠나 무위(無爲), 즉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강조했다고 알고 있었어. 스트레스와 집착으로 일관된 생활을 하는 아빠로서는 그의 그런 무위 사상이 늘 동경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단다. 더욱이무위다음에자연이라는 말까지 붙여 무위자연이라는 부르기도 하잖니. 자연 속에 묻혀 아무것도 안하고 자연의 흐름대로 살아간다.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평온한 삶이 그려지잖니..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좀더 노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EBS에서 지은이 최준석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 강연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 아빠는 보지는 못했어. 그래도 강연을 책으로 옮겼으니, 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단다. 강연이 그리 긴 강연은 아니었기 때문에, 책도 노자 전체에 대해 주석을 달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대략적인 내용과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관심이 있을 내용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자의 사상에 대해 그 전보다는 더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어. 예전에 김용옥의노자와 21세기라는 책을 통해 노자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김용옥이 해석한 것과는 또 다른 해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김용옥의 책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아빠 머리 속에서는 느낌만이 남아 있지만 말이야.

 

 1.

인간은 왜 다른 동물들에 비해 두뇌가 발달했을까? 이것을 진화론적으로 설명해주었단다. 불에 익힌 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쉬워졌고, 그로 인해 뇌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생각하는 동물이 되었다는 거야. 고대 중국에서도 사람들이 씨족을 이루면서 살다가 초기 국가 형태에 이르게 되었어. 당시 사람들은 나라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하늘이 점지해주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가 생겼는데, 이것은 하늘의 뜻을 어긴 것이 되었잖아. 그래서 그들은()”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주나라의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었단다. 덕이 있으면 하늘의 뜻인 천명이 오고, 덕을 잃으면 천명도 떠날 수 있다고 했어. 그렇게 해서 덕을 잃은 은나라는 천명이 떠나고, 덕이 있는 주나라에 천명이 왔다는 것이지. 그러다가 철기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사회는 급격하게 발전하게 되었단다. 철기를 가진 자들이 부를 쌓게 되고, 그 전에 소인으로 취급된 사람들이 세력을 키워가게 되었어.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여러 나라들이 생겨나게 되었지.

그 때가 춘추전국시대였단다. 그러면서 점점 이 세계의 주인이 하늘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단다. 이때 공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하늘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게 있다고 했어. 그리고 그는 인간이 인간인 이유를()’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인()이란 인간의 보편적 본질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인()을 유지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했어. 그러면서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말로 설명했지. 이것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인간은 인간이 지켜야 할 보편적 기준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예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지. 바로 이 점을 노자가 비판했단다.

노자 또한 인간의 존재를 하늘이 아닌 인간 자체에서 찾으려고 했어. 하지만, 공자와 달리 인간의 보편적 기준을 인정하지는 않았어.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길이 있었다고 생각한 거야. 노자는 공자의 보편적 기준을 따르려다 보면 갈등을 초래한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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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이런 연유로 공자와 다른 방식으로 객관성, 투명성, 보편성이 확보된 질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공자는 천명론을 극복하고자 자신만의 도를 건립하면서 인간 세계, 인간의 내면성으로부터 인사이트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주관성이라는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노자는인간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우리 밖에 펼쳐진자연에서 인사이트를 구하지요. 자연에는 주관성이나 가치가 개입되어 있지 않은데, 노자는 이를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자연의 질서에는 더 친하게 여기고 덜 친하게 여기는 구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어떤 주관적 가치도 개입시키지 않고 아주 평등하게 대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의미에서 자연 질서는 매우 객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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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정리해서 말하자면, 공자와 노자는 모두 신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관점을 바꾸는 공통점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공자와 노자 모두 도()를 추구했단다. 그 도()란 것은 인간이 인간만의 능력으로 건립한 길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그런데 공자와 노자의 차이점은공자는 인간의 내면성을 근거로 한 인간의 길을 이야기하였고, 노자는 자연의 존재 형식과 운행 원리로 한 인간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란다. , 그럼 이제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와 무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2.

일단, ()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야. 도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고 할 수 있대. 여기서 무()는 없다는 의미가 아니고, 비어있다는 의미라는구나. 우리가 지금은 무()를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노자가 살던 시절에는 비어있다는 뜻으로 쓰였대. 있음과 비어있음이 서로 같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 노자로 대표되는 도교는 관계론에 주목을 했대. 도교가 공자의 유학과 가장 큰 차이점 중을 보이는 하나가 바로 이 관계론이란다. 유학은 가치론을 중시했기 때문에좋다나쁘다의 주관적 판단이 있었고, 그를 위해서는 구분을 해야 했고 이것은 배제와 억압을 불러왔다는 거야. 이에 반해 도교는 관계론을 중시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불교, 주역, 포스트모더니즘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대.

사실 불교도 관계를 중요시 했거든. 불교는 이 세계를 고통의 바다라고 해서 여덟 가지 고통이 있고, 그 고통을 넘어서야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무소유를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자신의 뜻을 개입하지 않는 자세라고 보면 돼. 소유라는 것은 바로 자기 생각의 틀을 가지는 것이거든. 그렇게 자기 생각의 틀과 현실과 맞지 않아 집착하게 되고 고통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어.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깨달음이 되는 것이고불교에서 또 중요시 하는 것이 바로인연이잖아그게 곧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지

..

도교에서는 도를 행하는 이유는 날마다 덜어내는 것이라고 했어. 그렇게 덜어내고 덜어내면 무위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야. 무위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야. 무위는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자세라고 할 수 있어. 세상 사람들이 정의 내린 신념, 이념, 가치관 등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자신만의 의식으로 세계와 직접 관계를 맺는 것이지. 좀 말이 어려운 것 같지만, 세상을 볼 때 기준을 갖지 말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 그러면 이제 무위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러면 무위를 한번 실천해보자꾸나. , 노자는 이렇게 무위를 주장했을까? 그것은 더 높은 경지를 위해서였던 거야. 무위를 지나 무불위(無不爲)에 이르기 때문이래. 무불위가 뭐냐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란다. 그러면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노자가 현실을 초탈하는 철학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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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爲而無不爲

무위를 실천해봐라, 그러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문장을 말할 때, 노자의 시선은 절대무위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무위를 지나무불위에 가서야 멈추지요. 노자의 시선이 닿고 싶어 하는 곳은 바로무불위의 지경입니다. 노자가 무위를 강조한 이유는 무불위의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는 현실을 초탈하려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현실적 성취를 매우 중시했던 철학자입니다. 세상 속으로 아주 깊숙이 들어간 철학자였죠.

(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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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면 노자의 가르침을 보고 나서,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냥 책으로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노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꾸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 그런데 그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는 것이 아니야. 자꾸 내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떨까? 그 기준과 변화된 세상과 차이 때문에 문제, 그래, 스트레스가 생길 거야. 그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 마음 속의 기준 같은 것은 갖다 버리라는 거지. 바로 그것이 무위의 태도를 갖게 되는 거야. 그럼, 위해서 말한 것처럼 안 되는 일이 없게 된다는 거야. 이것은 비단 세상과 나의 관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란다. 아빠와 너희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야. 아빠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너희들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지. 아빠는 아빠만의 길, 너희들에게는 너희들만의 길이 있다는 것이 바로 노자의 사상인 거야. 그러면서 지은이는 자식에게 세 가지만 해주라고 하는데, 아빠가 생각하기에 그 세가지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더구나. 믿어라, 사랑하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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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식을 키우면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들 때문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자식에게는 세 가지만 해주면 될 것 같아요. 첫째, 진심으로 믿어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 예뻐 보이질 않습니다. 자식의 꿈과 희망을 존중하고 믿어야 합니다. 둘째, 자식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식이 아닌 자식의 성공이나 출세를 사랑해선 안 됩니다. 성적이 올라가면 더 예뻐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덜 예뻐진다면 아마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이 가지고 온 성적표를 사랑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셋째, 기다려줘야 합니다. 간혹 실패하더라도 기다려줘야 해요. 실패를 통하지 않고는 배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눈앞의 작은 실패들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커다란 학습장을 잃게 됩니다. 믿고 사랑하고 기다리기. 다만 진심으로. 여기서 가정의 행복이 나오고 창조적 성휘가 이루어집니다.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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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가 맨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노자의 핵심 사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했다고 했잖아. 노자의 도덕경 전체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동양 철학에 대해서 깊이 공부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구나. 나중에 너희들이 크고 나서 너희들이 동양 철학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면.. (만일 말이야.) 그럼 같이 공부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도아빠가 아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 노자의 사상에 어긋나는 것인데 말이야 하는 생각까지 이어지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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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52호 - 2017년 1월~2월
녹색평론 편집부 엮음 / 녹색평론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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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2010년 경 아랍의 봄을 불러 일으킨 재스민 혁명이라는 것이 있었어.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에서 생긴 이후 이웃나라에게 번진 반정부 시위를 이야기하는데, 이것으로 오랜 아랍의 독재도 무너지기도 했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기도 했어. 정부군의 탄압과 그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에 많은 희생자를 내기도 했어.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정부 시위가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단다. 몇 달 째 이어지고 있지만, 큰 사고나 인명 피해 없이 이어지고 있어. 수백만 명이 촛불 하나씩 들고 같은 마음으로 한 장소에 모여서 이루어지는 혁명. 촛불 시위라고 부르고들 있지만, 이 촛불 시위는 곧 혁명과 유사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촛불 혁명으로 불러도 좋을 것 같구나. 이 촛불 혁명이 부패한 대통령 한 명을 내쫓으려고 시작한 것이지만, 좀 더 넓혀서 모순 덩어리로 변해버린 대한민국 시스템을 바꾸는 그런 혁명이 되었으면 좋겠어. 왜 그렇게 권력은 시민을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그 동안 시민들이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그런 무관심을 비판하는 시각도 그 동안 많았지. 그런데 몇 달 동안 이어진 이 촛불 혁명은 많은 의미를 남기고 있단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우리나라 시민들의 품격 있는 정치 의식을 알게 되었고, 그 무엇보다 정치인들에게 시민들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그런 촛불 시위와 시민권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리고 이번 촛불 시위를 상징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해 주었는데, 촛불 시위를 정리해주는 듯 해서 아빠도 한 자 한 자 따라 적어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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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광화문이다.

             - 김해자

 

유모차도 오고 휠체어도 왔다.

퀵서비스도 느릿느릿 중절모도 왔다.

촛불을 들고 실업자도 잠시 실업을 잊고 왔다 누군가는 오늘도

굳게 닫힌 일터를 두드리다 왔고 누군가는 종일 서류더미에 묻혀 있다 오고

장사하다 오고 고기 잡다 오고 공부하다 오고 놀다 오고 콩 털다 오고 술 마시다 왔다.

 

우리가 이렇게 광장에 모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기울어가는 대한민국호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 있지 않겠다와 더이상 가만두지 않겠다는 뼈저린 다짐이다.

기울어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불의한 명령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내가 든 촛불은 불의와 탐욕과 거짓이 일용할 양식인 자들에게

더이상 우리의 주권을 맡기지 않겠다는 명예선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므로.

어느 누구도 누구보다 높지 않으므로.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대통령은 하던 짓을 계속할 것이고

의원들은 그냥 팔짱을 낀 채 아무 법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들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 뻔뻔하게 빼앗아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기억나지 않는다모른다만 아는 파렴치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그들은 앉은 자리에서 군대를 불러 국민에게 총구를 돌릴지도 모른다.

 

광장과 공용의 마당을 빼앗긴 민중에게 남은 것은 골방의 한숨과 눈물뿐,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 모두의 광장을 이 작은 촛불 한 자루로 탈환했다.

50 100 150 200 250만 점점더 많은 촛불이 광장에 켜지고 있다.

빛이 사방을 덮어 그 빛이 세상 곳곳으로 퍼진다는 광화문(光化門),

빛을 밝혀 좋은 방향으로 화해해간다는, 여기가 바로 광화문이다.

촛불 들고 당산나무를 도는 산골과 밤을 밝히는 시장통과

대구 부산 광주 영월 보령 목포 흑산도 진도 거문도...

우리가 먹고 살고 사랑하고 만나고 모여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빛이고 광화문이다.

 

누가 대통령이어도...

지금 내 옆의 어느 누구도 저들처럼 무책임하고 무능하진 않을 것이다.

(아파트가 그렇게 남아돈다는데... 집을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보통사람인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살아가는 어려움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다들 공부들을 많이 했다는데... 일자리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고 합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저들처럼 몰상식하고 파렴치하진 못할 것이다.

이게 지도자입니까? 이게 땅에 발을 디딘 사람 맞습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우리가 이렇게 모여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것은 땅에 발을 대고 상식으로 빚은 팔을 휘두르며

양심으로 걸어와 우리 옆에 앉는 보통 인간의 얼굴이다.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

당도 대통령도 우리의 절대희망이 아니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대통령도 정당도 모른 채

즐겁게 밥 먹고 평화롭게 일하고 사랑하며 살아도 되는 세상이다.

좋은 세상이라면 왜 알아야 하는가,

공기처럼 바람처럼 빛처럼 생명을 주는 것들은 다 소리도 형체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있을 건 있어야 하고 없어야 할 것은 없애야 한다.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심판도 단죄도 받지 않은 거짓과 비리,

민주주의를 짓밟고 고문하고 죽이고도 출세와 이권을 챙긴 불의한 관료,

우리가 탄핵하는 것은 해방 후 내내 국민들 고혈을 짜낸 탐욕스런 재벌,

아아 나스닥이여, 그들은 머잖아 붙잡고 울 나라조차 팔아먹으리라.

연민과 분배와 정의가 얼어붙은 사이

농촌은 해체되고 청년들은 미래를 빼앗기고 노동자들의 삶은 망가졌다.

부와 권력이 세습되는 동안 가난과 공포와 불안도 대물림되었다.

공부하고 노력하고 열심히 일해도 미래는커녕 오늘 하루를 기약할 수 없다.

이 모든 세습을 탄핵하라

우리가 든 촛불은 새로운 주권의 역사를 여는 첫 장,

이 촛불은 몽땅 쓸어서 가진 자들 아가리에 처넣은 얼굴 없는 귀신들에게

더이상 수저를 올리지 않겠다는 각성의 빛,

이 촛농은 먹고사느라 나 몰라라 했던 통회의 눈물,

힘없는 자에게 힘 있는 자 적이 되는

이 모든 억압과 불평등을 불 싸지르기 위하여

만인이 만인에게 적이 되고 분노가 되는 세상이 아니라,

만인이 만인에게 친구가 되고 위안이 되는 세상을 위하여.

 

한 사람이 촛불 밝혀 한 사람이 더 밝아지고,

두 사람이 촛불 밝혀 두 사람이 더 따뜻해지고,

천 사람 만 사람의 촛불로 우리 모두가 환해지도록.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갈 세상을 위해, 민주주의 만세!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낮지 않은,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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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위에 여러 유명한 사람들도 같이 동참해주고 있단다. 그 참여 자체에도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란다. 이번 호에서는 연예인 김제동과 대담을 글로 실었단다. 촛불 시위에 가장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연예인이 바로 김제동이란다. 김제동의 입담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데, 그는 정부에 미운 털이 박혀서 공중파에서는 볼 수 없는 연예인이 된 지 오래란다. 그는 시청률을 올리는 보증수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관 방송이 된 공중파들은 그를 출현시킬 수 없는 거야. 김제동은 이런 조치에 대해 굽신하지 않고 더욱 정부 비판에 적극적으로 행동했어. 어쩌면 그로 인해 그는 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게 되었을 수도 있어. 정의로운 행동에 사람들의 호감이 느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 책에 실린 김제동의 대담을 보고 김제동이 그저 입담만 좋은 연예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헌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어. 그리고 헌법을 대하는 자세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 다시 한번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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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우리가 지켜야 될 법이라기보다 우리(국민)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선언하는 법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헌법에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헌법은 전문가의 영역에서 국민들의 손으로 넘어와야 되는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 저 사람들이 권한문서를 가지고 마치 자기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왔고, 사람들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삼아왔단 말이에요. (그러나)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는 것은 국민만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저들이 거꾸로 이용해왔던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에요. –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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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가 추첨 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했었잖아. 그런데, 사실 그것이 현실적으로는 많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갖고 있단다. 추첨 민주주의란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면 좀더 현실적으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 한 가지를 제안하였단다.

시민 의회. 이것도 그렇게 어려운 개념은 아냐. 국가의 중요 쟁점이 되는 법안이나 정책을 마련할 때, 국회에서의 결정이 끝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시민 의회에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이지. 만약 이런 제도만 있어도, 4대강 죽이기 사업이라든가, 핵발전소 등이 그렇게 쉽게 결정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우리는 잘못된 민주주의 제도로 인해 힘들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렇듯 시민 의회는 국회의원들의 밥그릇도 빼앗지 않고, 그들 스스로도 정책 결정에 대한 부담감을 시민과 나눌 수 있으니,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오직 그들의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생각만 갖지 않는다면 말이야. 또는 자신의 결정을 자신의 부 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이런 시민 의회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도 진지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구나.

 

2.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 같구나. 이번에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대통령 한 명 뽑는 것으로 이번 촛불 혁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그게 무슨 소리냐면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의 잘못된 시스템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되자면 개헌도 같이 이루어져야겠지. 하시만, 아빠가 생각하기에 개헌을 하더라도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단다. 일부 대선 후보들 중에는 개헌을 대통령 선거 전에 하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30년이 넘은 헌법을 바꾸는데, 그렇게 급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천천히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오랫동안 토론을 통해 제대로 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잘못된 우리나라의 시스템도 같이 개혁하고 말이야. 이번 녹색평론 152호에서도 우리나라 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이야기하였단다. 그러면서 4가지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선거 제도 개혁,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재벌 개혁, 중앙집권 구조 깨기가 바로 그것이야.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구나. 모순덩어리 시스템 때문에 열 받는 일 좀 없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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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개혁의 4대 과제

(중략)

첫째,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엉터리 선거제도를 갖고 있으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국회가 제대로 구성되어야 제대로 된 입법이 가능하다. 재벌개혁이든 검찰개혁, 행정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이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어야 실현 가능하다.

(중략)

둘째,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을 해야 한다. 시민이 참여하려면 2017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하고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 절차에 대해서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고, 필요하다.

(중략)

셋째, 재벌개혁을 해야 하고, 검찰, 사법, 행정 등에 만연한 특권, 기득권 구조를 깰 필요가 있다. 이번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재벌로 드러났다. 재벌들은 그동안 뇌물, 로비 등의 음성적인 방법으로 국가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켜왔다. 이제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넷째, 중앙집권구조를 깨는 획기적인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권력은 수평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하고, 수직적으로도 분산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잘해보려고 하는데 중앙정부가 그것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편 지방분권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만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의 만주화도 필요하다.

=============================================

 

3.

미국에 미운 털이 박힌 쿠바. 온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 쿠바는 세상에 외면을 받았어. 특히 1990년대 들어서면서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러시아에서 지원하던 것 마저 끊기고 그들은 어려움에 처해졌어. 그렇다고 쿠바는 그냥 무너지는 것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무릎을 꿇은 것도 아니었어. 그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해결책을 찾아냈단다. 그들은 자원 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도 커다란 문제였대. 그래서 그들은 유기농 야채를 더 많이 소비하고 육류를 적게 소비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면서 건강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고. 뿐만 아니라 석유 공급도 차단되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게 되었고, 오늘날 1만개의 풍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태양에너지를 개발 중이래. 이런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 공급의 15%나 차지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나중에 주변 국가로부터 석유를 제공받게 되었는데도 그들은 이런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개발은 여전하다고 하는구나.

그들이 비록 미국에 규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런 것들을 실천해나갔지만, 그들을 통해 탈핵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들에게 이런 점을 배웠으면 좋겠구나.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에 살고 있지만…. 녹색평론에서 쿠바 이야기를 자주 싣기는 했지만, 이번 호에 실은 이유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단다. 오랫동안 쿠바를 통치해왔던 피델 카스트로가 작년 11월에 죽었기 때문이었어. 그가 집권한 오랜 시절 늘 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쿠바인들이 미국인들보다 평균 수명도 길고, 유아사망률도 낮고,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무료로 식품을 배급하고, 무료 의료제도를 실시하고, 전기나 수도에 보조금을 주고, 값싼 주거비용을 가능하게 했단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미국 중심의 역사 평가만을 믿어서는 안될 것이란다.

다른 꼭지들도 더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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