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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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필립 로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단다. 나쁘지 않았어. 그래서 그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두 번째로 고른 필립 로스의 소설은 바로 <휴먼 스테인>. 아빠가 영어가 짧아서 스테인(stain)’이 무슨 뜻인지 기억이 나질 않더구나. 찾아보니얼룩… ‘휴먼 스테인을 해석하면 인간의 얼룩?

이 소설에 대한 의의는 전문가들이 이야기로 대신할게.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도덕적 위선과 폭력 등으로 얼룩진 현대 미국 사회의 음울한 표정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소설 중간중간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 소설을 정말 싫어하겠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단다.

아무튼 아빠는 언제나 그랬듯이 너희들에게 옛날 이야기하듯 소설의 줄거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줄게. 먼저 오늘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마. 아참,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소설에 대해 찾아보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졌더구나. 안쏘니 홉킨스와 니콜 키드먼 주연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 영화도 한번 보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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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흔 한 살 아테나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콜먼 실크라는 유태인이 주인공이란다. 대학에서는 고전학을 가르쳤고, 학장도 역임을 했어. 학장을 하던 시절 개혁을 이유로 교수들을 많이 자르고 해서, 다른 교수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았단다. 그런데, 그가 은퇴한 이유는 따로 있었어. 불명예 은퇴였지.

2년 전이었어. 학장을 그만 두고 다시 평교수가 되어 수업을 하였는데, 수업에 계속 빠지는 두 명의 학생들에게 유령이라는 뜻의 “Spooks”라고 이야기했어. 수업에 계속 결석을 하니 그들은 유령인가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Spooks”라는 단어의 또 다른 뜻이었어. Spooks라는 단어는 흑인을 뜻하는 비속어로도 쓰여. 더욱이 결석을 한 두 명의 학생들이 모두 흑인이었고 말이야. 학생들은 이를 두고 인종 비하 발언이라고 하고 콜먼 교수를 고소했고, 이 일은 일파만파 커지게 되었어. 학교의 다른 동료 교수들도 섣불리 콜먼 교수의 편을 들 수 없었어. 같이 욕먹을 수 있으니. 더욱이 사이가 좋은 교수도 그리 많이 않았고 말이야.

결국 콜먼은 억울하지만, 진실을 밝히겠다면서 은퇴를 하였고, 얼마 안가 콜먼의 아내 아리이스가 죽었는데, 콜먼은 이 일로 인해 아이리스가 충격을 받고 몸이 안 좋아져 죽었다고 생각했어. 콜먼의 분노를 극에 달았어.

이웃에 살던 작가 네이선을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고 했어. 작가 네이선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란다. 이런 일이 2년 전에 있었던 거야. 콜먼 스스로도 자신이 겪은 이 억울함을 글로 쓰긴 했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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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에 콜먼이 네이선을 찾아왔어. 아테네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포니아 팔리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고일흔한 살의 대학교수와 서른네 살의 청소부의 사랑. 이것 또한 비난 받지 딱 좋은 조합이었단다. 당연히 일흔한 살의 대학교수가 욕을 먹겠지.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었어.

포니아 팔리. 어렸을 때는 넉넉한 집안에서 살았지만, 부모가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살다가 엄마가 재혼을 해서 계부도 함께 살았어. 그런데 그 계부가 계속 포니아에게 성추행을 했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기 시작한 것이야.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안 해 본 것이 없었지. 그러다가 베트남 파병 출신 레스터 팔리라는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레스터 팔리는 베트남 전쟁에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회부적응자이자, 가정 폭력범이었어. 결국 그들은 이혼을 했어. 두 아이가 있었는데, 그만 화재로 모두 잃고 말았단다. 레스터는 그 일은 포니아가 일부러 불을 내서 아이를 죽인 것이라고 생각했어.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그의 망상이었지. 이렇듯 삽십대 초반 모든 것을 잃은 포니아 팔리그렇게 좌절한 그에게 자상한 콜먼을 우연히 만나게 된 거야.

그들의 사랑이 처음에는 비밀 연애처럼 이루어졌지만, 이내 소문이 나게 되었지. 콜먼을 아는 이들이 그를 비난하고 나섰어. 인종 차별 주의자의 비윤리적인 사랑까지콜먼에게는 네 명의 자식들이 있었는데, 그들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모두 연락을 끊었단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도 없고 직업도 없다고 하지만, 그들 마음 속에는 늘 국경도 있고, 나이도 있고, 직업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야.

포니아의 전남편도 콜먼과 포니아 사이를 알게 되고, 찾아와 폭행시비가 붙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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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런데, 놀라온 진실.. 콜먼 실크가 숨겨 온 정체. 그는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가족들은 모두 유색인종이었던 것이야. 흑인 말이야. 지금까지 유태인인줄만 알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콜먼만 피부색이 검지 않았어. 그들의 부모가 100% 흑인의 후손이 아니었으니, 유전적으로 피부색이 덜 검은 아이가 나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얼굴 생김새는 부모와 형제와 똑같았어. 확실히 그 가족이 맞아.

콜먼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권투도 잘하는 만능이었어. 특히 권투는 최상위로 대학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어. 하지만 부모님이 권투를 반대하여 그냥 일반 대학으로 진학했어. 하지만 그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을 받았어. 그는 자신의 인종을 숨기기로 했어. 겉으로 봐서는 유색인종임을 알 수 없었으니까 말이야. 당시 흑인으로 갈 수 없는 해군에 지원해서 군대도 다녀왔어. 그리고 여자 친구도 생겼지, 물론 백인이었어. 집에 여자 친구를 데리고 가서 소개해 주었는데, 이후 그 여자 친구는 콜먼을 떠났어.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다시 백인 여자 친구 아이리스를 만났어. 다시는 집에 데려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고 거짓말을 했어. 형제도 없고 말이야. 이때부터 콜먼은 유태인이라고 했어. 그리고 혼자 고향에 찾아갔어. 어머니한테 가족과 연을 끊고 살겠다고 했어.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꽂는 짓이었지. 자신이 흑인 집안 출신이라고 밝히고 인종 차별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었겠지. 그렇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또다시 잃을 수도 있겠지. 콜먼은 자신의 돌연변이 같은 피부색을 이용하는 아주 쉬운 선택을 한 거야. 한가지 마음은 아프겠지만, 가족을 버리는 일이었지.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조부모에 대해 물어봐도 거짓으로 답했어. 그렇게 완벽하게 오랫동안 살아온 거야. 자신 스스로 흑인 출신인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그러니 2년 전 사건에 더욱 억울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아내 아이리스도 잃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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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포니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자식들도 모두 연락이 끊겼다고 했잖아? 콜런은 그래도 가장 말이 통하는 장남 제프에게 전화했어. 이제라도 포니아와 관계를 끊겠다고 했어. 그런데,, 제프가 이상한 소문이 있다는 거야. 포니아가 낙태 수술을 하고 자살을 하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 그것이 모두 콜먼 때문에 생긴 일들이라고물론 모두 사실이 아니었어. 콜먼은 갑자기 욱하면서, 자기를 그렇게 모르냐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냐고.. 아빠 말을 믿지 않고.. 그렇게 소리쳐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단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인가? 자식들도 등을 돌린 마당에, 옛 동료 교수는 경고 편지까지 보냈어. 현재 학장으로 있는 젊은 여자 교수 델핀 루라는 교수였어. 델핀 루는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를 했어. 자기 스스로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는 사람이고, 당연히 명문대에서 교수 제의가 올 줄 알았는데, 아테네 대학에서만 와서 실망했지만, 그곳에서 대학 교수 생활을 시작했단다. 20대에 대학 교수로 채용이 되었는데, 당시 그를 고용한 이가 바로 콜먼 교수였어. 어쩌면 자신에게는 은인일 수도 있는데, 델핀은 자신이 똑똑해서 교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겠지. 콜먼이 학장에서 물러나고 평교수가 되고, 델펜이 학장이 되었을 때, 그들 사이에는 이미 갈등이 있었어. 그 와중에 콜먼의 스캔들이 터지자 비난의 편지를 보냈던 것이지.

….

글쎄 콜먼과 포니아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이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랑인데 말이야. 사랑이라는 것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도 모르게 어느날 옆에 와 있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야. 콜먼과 포니아의 사랑의 끝은 어떻게 될까? 2권에서 더 이야기해줄게.

PS:

책의 첫 문장 : 이웃인 콜먼 실크가 일흔할 살 나이에 인근의 아테나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서른네 살의 여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내게 털어놓은 것은 1998년 여름의 일이었다.

책의 끝 문장 : 이제 그는 절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겉보기엔 무력하거나 연약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질병보다 한층 더 위험하다. 모르핀 점적주사나 척수 마취 혹은 근치수술 같은 것으로 고통을 완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마음의 병에 붙들리면, 벗어날 방법이라곤 죽음밖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병의 생생한 현실성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 P27

그렇다면 왜, 이 극단적인 은둔 실험이 고독하지만 모자람 없는 충만한 생활로 바뀐 지금, 왜 갑작스럽게 내가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가? 무엇에 대한 외로움인가?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다. 엄격한 생활태도를 누그러뜨릴 일도 없을 것이고 금욕을 해제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정확히 무엇에 대한 외로움인가? 간단하다. 내가 점점 혐오하게 되었던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내가 등돌렸던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의 번잡함에 대한 외로움인 것이다. - P78

그는 비밀이라는 묘약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외국어에 능통한 것과 비슷하다. 마치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 있는 것 같다. 비밀 없이 지내는 동안에는 마치 언제나 새로운 장소에 있는 것 같다. 비밀 없이 지내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고 끔찍한 일도 전혀 일어나지 않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비밀 없이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천진난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모든 게 부족한 기분이었다. 분명 그는 천진난만함을 되찾았었다. 그건 의심의 여지 없이 엘리가 준 것이다.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어디에 쓴단 말인가? 아이리스는 그 이상의 것을 준다. 그녀는 모든 걸 또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아이리스는 콜먼이 살고 싶어하는 스케일의 삶을 되돌려주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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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19-12-11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권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했스면 좋겠어요 ㅠㅠ

bookholic 2019-12-12 00:1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부지런떨어 곧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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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통권 169호 - 2019년 11월~12월
녹색평론 편집부 지음 / 녹색평론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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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녹색평론 169호의 제목은 농민기본소득이 나라를 살린다란다. 녹색평론이 최근에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농업과 농민에 관한 이야기란다.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야.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지 않는 부분이고 말이야. 아빠도 녹색평론의 주장에 깊이 공감을 하고 있단다. 그렇다고 아빠가 당장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뿐이란다.

이번 호에는 네 분의 특별 좌담으로 책을 시작하였단다. 김정남 나주시 여성 농업인 센터장. 박경철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웅두 정의당 농민위원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 및 편집인. 이번 좌담의 제목이 이번 호의 제목인 농민기본소득이 나라를 살린다였어. 제목이 이번 좌담의 주제를 그대로 담고 있단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농민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현재 실시하고 있는 것은 죽어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너무 부족하단다. 나라에서 좀더 주도적으로 농민 기본 소득을 늘려갔으면 좋겠구나.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정치판에 농민을 대변하는 이들이 거의 없단다. 진보 성향의 민주 정부가 들어섰지만, 농업에 대한 정책이 적다는 것은 아빠도 안타깝구나. 그리고 진보 성향의 정당조차 농업에 관심이 적다는 것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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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 그러니까 정치판에 단 한 사람도 농민의 대변자가 없는 셈이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농사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존재의 기반 중에 기반인데 말이에요. 정말 한심한 현실입니다. 지금 중앙 언론의 간부들이나 기자들이 거의 전원이 도시 출신이고, 도시에서만 교육 받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농촌에 대한 기억을 가진 언론인들은 이제 다 늙어서 은퇴했어요. 그리고 제가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옮긴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만나본 지식인들 중에서 농촌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녹색평론> 지면에서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이러다가는 책도 안 팔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주제인 줄 알면서도, 계속 농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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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먹을 것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해. 기후 위기 시대에 언제 어떻게 세계 농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 그러면 지금처럼 수입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갑작스런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국내 자급 기반을 넓히는 것에 대한 정책을 바로 펼쳐야 하는 거야.

….

그렇다고 농업 정책을 무턱대고 선진국이 쓰는 방법을 따라 하면 안돼. 미국 같은 선진국의 농업이란 것은 말이 농업이지, 석유에 의존한 기업형 농업이라는 거야. 그래서 그런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소작농으로 방향으로 잡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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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 자원 대신에 재생 가능한 자연적인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농사법을 통해서 식량 자급을 도모하는 일은 당장 해야 할 긴급한 과제들입니다. 어제까지 가능했으니 내일에도 가능할 것이다,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석유에 기반한 구태의연한 산업과 경제성장을 지향하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라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국가나 지방 자체체는 물론이고, 언론, 학계, 시민들, 농민들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눈을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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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결국 계속되는 포탄 투하를 참지 못하고 사퇴를 했단다. 그가 오래 전부터 마음먹었던 검찰과 사법 개혁의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말이야. 우리나라 사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법부 특히 검찰의 권력이 막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막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바꾸려는 용기 있는 자들이 나타나면 철저하게 털어버린단다. 그들은 무서운 것이 없는 것 같구나.

국회의원들은 그대로 선출직이다보니 국민을 무서워하는 이들이 조금은 있으나, 검찰은 시험을 통해서 얻는 권력이라서 그런지 자신들이 잘난 줄 알고, 이미 가지고 있는 권력을 휘두르면 되니까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구나. 그들은 법조차도 무서워하지 않아. 검찰뿐만 아니라 재판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우리나라의 법이 평등하다는 것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야. 판사의 성향에 따라 재판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니까 말이야. 자존심도 없는지 모르겠구나. 봐주기식 판결, 눈감아주기식 판결을 해도 떳떳한 그들…. 아빠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AI로 대체해야 할 직업군이 바로 법관이라고 생각한단다. 이번 녹색평론에 북한의 참심제라는 제도를 소개했는데 그 글을 읽어보니, 오히려 북한의 사법제도 더 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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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사법권력 분산의 차원에서 북한의 사법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산당 독재체제라고 비난받는 북한의 사법제도를 보면 의뢰로 민주적인 데가 있다. 사법권력이 민중에게도 주어져 있는 참심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심제는 용어부터 남쪽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낯선데, 그것은 배심제와 다르다. 배심제는 법조인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기 전에 유무죄를 시민 재판관, 즉 배심원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참심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형량의 결정에도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재판관이 세 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은 전문 법조인, 나머지 두 명은 민중이다. 이들 민중은 판사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데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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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사법부를 제대로 된 사법부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들이 일어나야 하겠지. 지난 여름 검찰 앞 거리를 점령했던 수많은 사람들그들이 같이 한 목소리를 낸 검찰 개혁. 하지만 검찰과 사법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단다. 그들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그들은 대통령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알 수 없구나. 타노스를 데리고 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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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 위기 또한 최근 녹색평론에서 많이 다루는 이야기란다. 아빠도 기후 위기를 알고는 있지만, 여전히 믿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단다. 아빠 주위에도 우리 자식 세대들까지는 괜찮다면서, 걱정을 하지 않는 이도 있어. 날씨가 조금만 추워져도 그것 봐, 기위 위기 아직 아니야, 그렇게 싶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또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어. 이것이 기후 위기의 딜레마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고 하는구나.

이런 기후 위기에 대한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바꿀 있겠니? 기후 위기는 어느 하나 한 두 명의 움직임으로 해결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움직이지 않으면 국가에서 강제성을 두고 움직이게 해야 해.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절박하게 대응하는 나라가 없는 것 같아. 그러니, 그레타 툰베리 같은 소녀가 발벗고 나설 정도지. 기후 위기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세대 간에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도 큰 문제란다. 기성 세대는 여전히 자본주의의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성장만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성장 우선주의는 기후 위기를 더욱 앞당기고 있단다. 반면 청소년들에게 기후 위기는 그들의 미래이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이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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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있다. 기성세대의 행동(온실가스 누적) 및 무행동(온실가스 통제의 방임) 때문에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가 입을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연설에서 우리는 어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듣고 밤잠을 설친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성세대가 세대 간 연대의 정신으로 책임 있게 행동에 나서고, 기후위기의 고통을 더 오래 겪을 젊은 세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 요구를 생명권-생존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넓혀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부모들이 퍼붓는 관심과 정성의 1%만 기후위기에 쏟아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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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에게 참 부끄러운 기성세대에 아빠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구나. 아빠라도 기후 위기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할게. 자가용은 되도록 타지 않고, 전기도 아껴 쓰고 물도 아껴 쓰고 할게. 선거를 할 때는 기후 위기의 대책을 마련하는 이들과 정당에게 투표를 할게. 선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금요시위에 나서는 젊은이들이 주장하는 선거 연령 내리는 것에 대해 아빠도 절대 찬성이란다.

지난 지방 선거 때인가 투표권 10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지지한 정당과 사람들을 보니, 그들의 판단력은 나라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단다. 선거 연령을 내리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 같더구나. 그런데 그런 10대를 두려워하고 있는 정당이 적극 반대를 하고 있으니 쉽지 않을 것 같으나, 일단 그 정당을 내년 총선에서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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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72)

금요시위에 나선 젊은이들은 투표 연령을 16세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몇 년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80세의 고령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지구의 환경조건을 결정하고 있는데도, 이 지구에서 앞으로 60년 이상을 살아간 다음 세대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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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 위기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는 스웨덴 소녀로 금요일마다 스웨덴 국회 앞에 가서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시위를 한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아빠는 자세히는 몰라. 스웨덴 국회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는지 말이야. 하지만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보다는 좀더 일도 잘하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단다.

몇 달 전에 읽은 조정래 선생님의 <천년의 질문>에서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지. 이번 녹색평론 169호에서도 스웨덴 국회의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비교를 했어. 딱 다섯 가지만 예를 들었는데, 아래 다섯 가시만이라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처럼 한다면, 아마 진심 국민들을 위해 일할 사람들만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듯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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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다. 한국 국회의원들(300명 정도)에겐 있지만 스웨덴 의원들(350)에겐 없는 것 다섯 가지다. 첫째, 전용차 기사나 유류비 지원이 없다. 둘째, 월 보수처럼 받는 세비 외에 특별수당이 없다. , 무노동 임금이다. 셋째, 개인 비서나 고용 직원이 없다. 한국은 의원 한 명이 보좌관을 아홉 명까지 거느리나 스웨덴은 네 명의 의원 곁에 한 명의 보좌관만 있다.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한다. 넷째, 지역구 의원이 없다. 스웨덴 총선은 정당에만 투표한다. 다서째,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이 없다. 그러니 언행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자기 양심과 철학에 따른 소신 발언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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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유명한 축구 선수들을 좀 알고 있단다. 독일의 유명한 축구 선수 외질이라는 선수가 있어. 아빠는 외질이라는 선수가 터키계 독일인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단다. 그리고 민주주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한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이 외질이라는 유명한 축구 선수를, 2014년 월드컵 우승컵을 독일에게 안겨주는 데 큰 공을 세운 이 선수를 인종 차별했다는 것에 좀 놀랐단다. 외질이 독일 국가 대표에 탈퇴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인종 차별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경기에 이기면 독일인, 지면 이민자 취급을 했다는 거지..

아직 독일도 민주주의의 완성은 아닌가 보구나. 독일뿐이겠니. 민주주의의 완성은 시민의 참여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같은 정답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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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독일 축구의 간판이었던 터키계 독일 선수 메수트 외질이 국가대표팀을 탈퇴한 것은 인종차별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폭력까지 더해졌다. 외질은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자로서 소위 국민 영웅이다. 그런 그가 독일축구연맹과 언론이 내가 터키 혈통이라고 차별했다.”고 항의하며 대표팀을 탈퇴했다. 독일축구연맹 회장은 (자신을) “이기면 독일인, 지면 이민자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 말들이 지닌 아픔을 나는 공감할 수 있다. 독일 태생인 외질의 이런 말들은 국경을 넘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라는 것을 주류에 속한 다수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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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다들 바쁘실 텐데 멀리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의 끝 문장: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기술 목록들과 툰베리의 분노 사이의 간극은 더욱 많은 말과 걸음들로 채워져야 한다.


참으로 어리석은 단견이에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전 세계 농작물이 작황이 아주 나빠질 거라고 계속 연구가 나오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내의 자급 기반을 넓힐 생각은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하려고 하니 기가 찹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지속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인식이 없으니까요. 지금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진짜 쌀농사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외국에서 수입해온 다른 먹을거리들을 워낙 많이 소비하니까 그런 건데. - P31

사회에 끼친 객관적인 피해가 아니라 행위한 자의 주관적 의도를 기준으로 하는 재판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과 짝을 이루어 한국을 무법의 사법 마피아 왕국으로 전락시켰다.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은 세상의 어떤 법치국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21세기 한국에서는 18세기 베카리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채, 양심을 빌미로 법률로부터도 ‘독립’한 법관의 전제적 재판이 횡행하고 있다. 더욱이 기준 없는 봐주기식, 눈감아주기식 ‘양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법관을 검증,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다. 민중은 속수무책으로 신같이 무오류를 참칭하는 법관의 전횡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살아야 한다. - P47

한국은 민주국가를 표방하면서도 민중의 권리와 동력을 인정하려 않고 관료 일변도의 권위주의 행정, 입법, 사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풍토가 지금까지도 만연하게 된 주요 원인은 목숨이 아까워 겁내고 저항하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 - P63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올바른 기술을 가지게 되면, 우리의 자유로운 이동 습관을 줄이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세계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믿음은 그냥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전기 자동차나 기타 ‘녹색’ 제품들은 우리의 심리를 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따지고 보면 인권유린과 환경훼손이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도록-그리하여 불건강하고 임금이 싼 콩고나 내몽고 등의 광산으로-장소만 옮겨 놓는 음험한 책략이다. ‘녹색’ 제품들은 그것들을 이용하는 부유한 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증기기관의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근시안적 세계관을 영구화하는 도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환상을 ‘기계물신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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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종철 : 그러니까 정치판에 단 한 사람도 농민의 대변자가 없는 셈이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농사라는 게 우리들 모두의 존재의 기반 중에 기반인데 말이에요. 정말 한심한 현실입니다. 지금 중앙 언론의 간부들이나 기자들이 거의 전원이 도시 출신이고, 도시에서만 교육 받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농촌에 대한 기억을 가진 언론인들은 이제 다 늙어서 은퇴했어요. 그리고 제가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옮긴 지도 15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서울에서 만나본 지식인들 중에서 농촌에 대해서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녹색평론> 지면에서라도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이러다가는 책도 안 팔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주제인 줄 알면서도, 계속 농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31)

김종철 : 참으로 어리석은 단견이에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앞으로 전 세계 농작물이 작황이 아주 나빠질 거라고 계속 연구가 나오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고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국내의 자급 기반을 넓힐 생각은 안하고, 엉뚱한 짓만 하려고 하니 기가 찹니다. 지금 우리가 얼마나 지속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인식이 없으니까요. 지금 쌀이 남아돈다고 하지만, 진짜 쌀농사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외국에서 수입해온 다른 먹을거리들을 워낙 많이 소비하니까 그런 건데.

(41)

하여간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 자원 대신에 재생 가능한 자연적인 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만들고,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 농사법을 통해서 식량 자급을 도모하는 일은 당장 해야 할 긴급한 과제들입니다. 어제까지 가능했으니 내일에도 가능할 것이다,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계속해서 석유에 기반한 구태의연한 산업과 경제성장을 지향하다가는 어느 날 갑자기 나라 전체가 멸망할지도 모릅니다. 국가나 지방 자체체는 물론이고, 언론, 학계, 시민들, 농민들이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눈을 떠야 합니다.

(47)

사회에 끼친 객관적인 피해가 아니라 행위한 자의 주관적 의도를 기준으로 하는 재판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과 짝을 이루어 한국을 무법의 사법 마피아 왕국으로 전락시켰다. 양심에 따른 판결 원칙은 세상의 어떤 법치국가 헌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21세기 한국에서는 18세기 베카리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채, 양심을 빌미로 법률로부터도 독립한 법관의 전제적 재판이 횡행하고 있다. 더욱이 기준 없는 봐주기식, 눈감아주기식 양심 판결의 오류에 대해 법관을 검증,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다. 민중은 속수무책으로 신같이 무오류를 참칭하는 법관의 전횡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살아야 한다.

(53)

사법권력 분산의 차원에서 북한의 사법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산당 독재체제라고 비난받는 북한의 사법제도를 보면 의뢰로 민주적인 데가 있다. 사법권력이 민중에게도 주어져 있는 참심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심제는 용어부터 남쪽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낯선데, 그것은 배심제와 다르다. 배심제는 법조인 판사가 형량을 결정하기 전에 유무죄를 시민 재판관, 즉 배심원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참심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형량의 결정에도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재판관이 세 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은 전문 법조인, 나머지 두 명은 민중이다. 이들 민중은 판사와 동등한 권리를 갖고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는 데 동참한다.

(63)

한국은 민주국가를 표방하면서도 민중의 권리와 동력을 인정하려 않고 관료 일변도의 권위주의 행정, 입법, 사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풍토가 지금까지도 만연하게 된 주요 원인은 목숨이 아까워 겁내고 저항하지 못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

(70)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큰 딜레마라고 지적한다. 기후위기의 실상을 곧이곧대로 전달하면 사람들은 포기하거나 체념하고, 동기화된 망각기제를 발도시켜 끔찍한 메시지를 의식에서 밀어낸다. 자기중심적 위험 인식도 문제다. “설마내가 사는 동안은 괜찮겠지하는 식의 현재 편향과, 미래에 대한 과도한 가치폄하도 나타난다.

(71)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있다. 기성세대의 행동(온실가스 누적) 및 무행동(온실가스 통제의 방임) 때문에 젊은 세대와 미래세대가 입을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연설에서 우리는 어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듣고 밤잠을 설친 어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기성세대가 세대 간 연대의 정신으로 책임 있게 행동에 나서고, 기후위기의 고통을 더 오래 겪을 젊은 세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 요구를 생명권-생존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넓혀 인정해야 한다. 자녀들의 대학입시에 부모들이 퍼붓는 관심과 정성의 1%만 기후위기에 쏟아도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77~78)

2013 8, 도쿄전력은 고농도 오염수 저장탱크와 인근 배수구에서 높은 방사선 수치가 측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측정된 수치는 시간당 96mSv였다. 자연 상태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0.0001~0.0003mSv 정도임을 고려할 때 수십만 배 이상 높은 방사선량이었다. 조사 결과 오염수 저장 탱크 인근에서 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다. 저장탱크의 오염수 양을 계산해보니 고농도 오염수 300t이 유출되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불량으로 누수가 생긴 것이다. 추가 조사 결과 저장탱크뿐만 아니라 운영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오염수 저장탱크 주변에는 오염수를 차단하는 콘크리트 차단벽을 설치해 놓았는데, 빗물을 빼기 위해 차단벽의 밸브를 계속 열어두고 있었다. 그 결과 차단벽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차단벽 밖의 토양으로 오염수가 스며들어 결국 바다로 오염수가 흘러간 것이다. 저장탱크와 바다는 직선거리로 50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이 사고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은 24Bq로 추정되었다. 국제원자력기구(IEAE)는 이 사건이 심각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국제핵시설사고등급(INES) 3등급으로 이 사고를 평가했다.

(93)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올바른 기술을 가지게 되면, 우리의 자유로운 이동 습관을 줄이거나 에너지 소비를 줄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세계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런 믿음은 그냥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기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을 뿐이다. 전기 자동차나 기타 녹색제품들은 우리의 심리를 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은 따지고 보면 인권유린과 환경훼손이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도록-그리하여 불건강하고 임금이 싼 콩고나 내몽고 등의 광산으로-장소만 옮겨 놓는 음험한 책략이다. ‘녹색제품들은 그것들을 이용하는 부유한 자들에게는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국 그것들은 증기기관의 발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근시안적 세계관을 영구화하는 도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환상을 기계물신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96)

오늘날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에 대한 신앙은 우리를 구제해주지 못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생을 영위하는 우리들 모두에게 미래가 있으려면, 세계경제가 반드시 재설계되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자본주의나 성장논리보다 더 근원적인 데 있다. , 화폐와 그 화폐가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하는 것이 더욱 근원적인 문제인 것이다.

(108~109)

모든 형태의 에너지 생산은 그 나름의 난제를 갖고 있다. ‘깨끗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는 깨끗하지도, 재생가능하지도 않다. 우리가 무한한 에너지의 성장이라는 목표를 포기한다면, 모든 사람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우리가 지침으로 삼아야 할 원칙은 진정한 청정에너지는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되어야 한다.

(143)

여기서 꼭 기억할 게 있다. 한국 국회의원들(300명 정도)에겐 있지만 스웨덴 의원들(350)에겐 없는 것 다섯 가지다. 첫째, 전용차 기사나 유류비 지원이 없다. 둘째, 월 보수처럼 받는 세비 외에 특별수당이 없다. , 무노동 임금이다. 셋째, 개인 비서나 고용 직원이 없다. 한국은 의원 한 명이 보좌관을 아홉 명까지 거느리나 스웨덴은 네 명의 의원 곁에 한 명의 보좌관만 있다.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한다. 넷째, 지역구 의원이 없다. 스웨덴 총선은 정당에만 투표한다. 다서째,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이 없다. 그러니 언행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자기 양심과 철학에 따른 소신 발언은 자유롭다.

(159)

독일 축구의 간판이었던 터키계 독일 선수 메수트 외질이 국가대표팀을 탈퇴한 것은 인종차별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을 통한 대중의 폭력까지 더해졌다. 외질은 2014년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공로자로서 소위 국민 영웅이다. 그런 그가 독일축구연맹과 언론이 내가 터키 혈통이라고 차별했다.”고 항의하며 대표팀을 탈퇴했다. 독일축구연맹 회장은 (자신을) “이기면 독일인, 지면 이민자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그 말들이 지닌 아픔을 나는 공감할 수 있다. 독일 태생인 외질의 이런 말들은 국경을 넘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마음이라는 것을 주류에 속한 다수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171~172)

금요시위에 나선 젊은이들은 투표 연령을 16세까지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몇 년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80세의 고령자들이 투표를 통해서 지구의 환경조건을 결정하고 있는데도, 이 지구에서 앞으로 60년 이상을 살아간 다음 세대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너무나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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